〈 159화 〉 158. 이야기.
* * *
안수호 일행이 갔던 네버랜드는 서쪽으로 북한산과 인접해 있었다. 북한산은 주말이면 주말마다 등산객이 잔뜩 모여드는 산이었지만, 등산로가 없는 곳은 여전히 숲이 우거지고 산새가 험악했다.
“허억. 허억. 허억.”
그 중턱, 인적 없는 그늘진 숲속에서 안수호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고통에 찬 신음과 함께 그가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다본다.
꾸물. 꾸무울.
그의 오른팔을 포함한 반신에는 태초의 은이 거머리처럼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전신을 뒤덮었던 조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한 사람을 집어삼키기엔 충분한 크기.
꾸무울.
태초의 은이 마치 안수호의 눈치를 보듯 조금씩 자기 영역을 넓혀갔다. 그러자 안수호가 품에서 테이저 건을 꺼냈다.
철컥.
그가 방아쇠를 살며시 누르자 노출된 전극에서 파직! 파직!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아이기스와의 싸움에선 도움이 될 리가 없으니 꺼내지 않았지만, 그래도 수십 만 볼트의 전압을 자랑하는 물건.
그거 아파. 하지 마…….
태초의 은은 벌써 몇 번이나 그 테이저의 쓴맛을 맛보았다. 전기라면 이제 질색이었다. 태초의 은이 풀죽은 목소리로 소심하게 항의하며, 겁에 질린 짐승처럼 안수호의 오른팔 끝 쪽까지 주르륵 물러났다.
“또 아픈 꼴 당하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쓸데없는. 짓. 아니야.
태초의 은이 억울하다는 듯 촉각을 세웠다. 물론 그마저도 안수호의 테이저에 곧바로 쭈그러들었지만, 그럼에도 분한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너. 위험했어. 죽을 뻔했어. 그래서 도와줬어. 나한테 맡기면. 너 강해져. 근데. 왜? 쓸데없는 짓? 왜? 왜?
위험에 처한 그를 구해줬음에도 왜 자신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가.
갓 태어난 태초의 은은 안수호의 분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조금 전 안수호를 완전히 집어삼킴으로써 그와 정신적으로 연결되긴 했었지만,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는 건 아직 무리였다.
너. 날 싫어해? 내가. 싫어?
“그래.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워. 이런 아티펙트인 줄 알았으면 가로채려 하지도 않았을 거야.”
어째서? 어째서 날 싫어해?
“네가 건드려선 안 될 걸 건드렸으니까.”
안수호의 뇌리에 조금 전 지예원과 강하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난장판이 된 사거리. 사방에서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덜덜 떨며 주저앉아있던 강하늘과, 그런 강하늘을 지켜서며 상처에서 피를 흘리던 지예원.
겁에 질린 강하늘의 표정과 지예원의 몸에서 흐르던 붉은 피. 그것들을 본 순간 안수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와 죄책감을, 그리고 무력감을 느꼈다.
비록 그 감정의 동요가 방아쇠가 되어 태초의 은의 주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곤 하나, 그렇다 해서 그게 잘 된 일이라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안수호에겐 그랬다.
건드려선. 안 돼? 그 여자 인간. 말하는 거야?
태초의 은은 그런 안수호의 심리를 읽어냈다. 한 번 완전히 연결되었던 둘의 정신은 지금도 흐릿하게 이어져 있었다. 덕분에 태초의 은은 안수호가 말한 ‘건드려선 안 될 것’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지식으로 아는 것과 그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다른 문제였지만.
“……그래. 그 두 사람은 나한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사람들이야.”
여자. 소중해?
“그래.”
여자 소중한데. 다쳐서. 화났어? 그래서 나. 싫어해?
그렇게 묻는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더 여자아이처럼 변해 있었다. 그러나 분노에 휩싸인 안수호는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안수호는 그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그저 끓어오르는 분노와 자책감을 삭이기만 했다. 그러나 기실 둘 사이에 말을 통한 문답은 필요 없었다. 안수호가 느끼는 감정은 그대로 태초의 은에게도 전해졌으며,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록 태초의 은은 아직 제대로 감정을 깨우치지도 못한 상태였기에, 전해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그치만 난. 너랑 떨어지기 싫어.
그의 감정을, 심리를 읽어낸 태초의 은이 투정부리듯 말했다.
너 좋아. 같이 있으면 마력. 계속 나와. 탈리? 스만? 좀 전에는 망가져서. 마력 멈췄지만. 그치만 알 수 있어. 다시 멀쩡해지고 있다는 거. 다시 멀쩡해지면. 그때 다시 마력 먹을 거야.
태초의 은은 자아를 깨우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복잡한 가치 판단을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것의 말은 순수한 욕구의 발로였다. 식욕, 그리고 생존욕이라는 생물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
“…………내가 그때까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그러나 안수호에게 그 욕구를 용인해줄 이유는 없었다.
콰직!
안수호가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거칠게 테이저 건을 박아 방아쇠를 당겼다.
파지지지지직!
“크으으윽!!”
끼아아아악!!!!!
그러자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태초의 은이 사납게 날뛰었다. 안수호 또한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였지만 태초의 은이 느끼는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가장 전도성이 뛰어난 은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아티펙트답게, 태초의 은에게 있어 전기는 그야말로 극독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오른팔을 덮고 있던 태초의 은이 폭풍우 속의 해수면처럼 출렁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키이이이잉!!
안수호가 탈리스만을 발동했다. 태초의 은의 말처럼, 과부하 상태에서 벗어난 탈리스만은 다시금 정상 작동하여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단, 주변 대기중이 아닌 그의 오른팔에 달라붙은 태초의 은에게서.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더욱 거센 비명소리와 함께 태초의 은의 체적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변화에 안수호가 주먹을 꽈악 쥐었다.
태초의 은이 안수호와의 정신적 연결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웠듯, 안수호 또한 태초의 은에게서 알아낸 사실이 있었다. 바로 태초의 은이 살아 움직이기 위해선 마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상태창의 설명에는 나오지 않은 부분이나, 태초의 은은 모든 활동에 마력을 필요로 했다. 형태 변형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아의 유지마저.
조금 전 태초의 은이 멋대로 앰플을 깨고 나와 폭주한 것도 싸움 도중 안수호의 체내에 흐르던 마력이 조금씩 흘러들어가서 가능한 일이었다. 즉, 내재된 마력을 전부 뽑아내면 태초의 은은 비활성화된다.
비활성화.
생물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잠에 든다고 표현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건 안수호의 입장이었다. 이제 막 자아가 깨어난 태초의 은에게 있어 안수호가 말하는 비활성화란 생물의 죽음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싫어. 하지 마…….
요동치는 태초의 은에게서 애원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싫어. 하지 마. 싫어. 하지 마. 싫어. 하지 마. 싫어. 하지 마. 싫어. 하지 마. 싫어. 하지 마. 싫어. 하지 마. 싫어. 하지 마…………
그러나 절박하게 들리는 목소리와 달리 그 언어는 너무나도 기계적이었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이 사람을 연기하는 것처럼.
싫어. 싫어요……. 제발, 제발 그만둬주세요……! 아파요. 아프다고요! 그러니 제발. 제발 절 죽이지 말아주세요……!
안수호가 그렇게 느낀 순간, 태초의 은의 언어가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과 달리 다채롭게 자신의 두려움과 공포를 표현했다. 그러나 안수호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죄책감은커녕 소름이 돋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분명 저렇게 애원하고 있는데도.’
안수호의 감정과 심리가 태초의 은에게 전해지듯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안수호는 태초의 은으로부터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초의 은이 깨우친 감정이라고 해봐야 생물적 우월함에서 비롯된 우월감, 내지는 비웃음이 전부였으니까.
즉 지금 두려움에 차 떠는 듯한 저 모습은 전부 연기, 계산이라는 소리였다. 안수호와의 연결을 통해 얻어낸 지식으로 어떻게든 그를 설득하고자 꺼내든 타산적인 행동. 안수호는 그 부분에서 소름을 느꼈다.
감정이 누락된 연기도 연기지만, 태초의 은이 학습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기에.
태초의 은은 살아남기 위해서, 죽지 않기 위해서 빛의 속도로 지식을 습득했다. 곧 연기를 그만둔 그것이 안수호에게 새로운 패를 꺼내든다.
거래. 거래를 신청. 내가 가진 힘. 너한테 줄게. 대신 너. 날 살려줘. 마력을 줘. 너는 약해. 소중한 사람. 지킬 수 없어. 그래서 내가 줄게. 지킬 수 있는 힘.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거래. 수락. 요망…….
태초의 은은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최적의 제안을 안수호에게 건넸다. 그러나 안수호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그러자 들려오는 착 가라앉은 의문.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태초의 은은 안수호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대로 자신을 비활성화시키는 것보다 자신의 제안을 수락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불필요한 가치판단이 배제된 정확하고 합리적인 사실이었다. 태초의 은은 그 점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안수호는 고개를 젓는다.
고개를 저으며 탈리스만의 출력을 더욱 높인다.
태초의 은은 그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느끼는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그리고 그 뒤에 아른거리는 격렬한 분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
생물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부터 두려움을 느낀다.
싫, 어…….
마침내 태초의 은이 두 번째 감정을 깨우친다.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그것은 생물이 본래 가장 먼저 가졌어야 할 두려움이요 공포였다. 태초의 은은 안수호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부터, 그리고 그것이 야기할 자신의 죽음으로부터, 그 죽음 너머에 있을 미지와 불확실로부터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 전기 자극 때문에 떨리던 그 몸체에 공포에 의한 떨림이 겹친다.
꾸르륵!
태초의 은이 저항하고자 촉수를 뻗으려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탈리스만에 의한 마력 흡수와 테이저 건을 통한 전기 충격. 둘 다 태초의 은에게 있어선 완전 상극의 공격이었다. 태초의 은은 그 안팎에서의 협공에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시름시름 죽음을 향해 스러질 수밖에 없었다.
죽기 싫어. 살려줘. 살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죽기 싫어요……! 제발요. 죽이지 말아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 죽고 싶지 않아…….
태초의 은이 다시금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과 달리 안수호는 그 애원으로부터 진하게 묻어나오는 두려움과 공포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의 애원은 이제 계산된 연기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필사적인 발버둥이었다.
그 진심이 정신적 연결을 통해 안수호에게 흘러들어갔다. 갓 깨어난 원초적인 감정들이 뇌리를 있는 힘껏 뒤흔들었다.
주르륵.
그것은 안수호도 모르는 사이 그의 눈가에 눈물을 흐르게 했다. 그의 두 어깨마저 사시나무처럼 떨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방아쇠를 쥔 손은 굳건했으며, 그의 의지 또한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태초의 은은 위험하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안수호가 조금 전의 폭주 사태에서 느낀 바였다. 편리한 아티펙트라는,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 도움이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품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조금 전의 일만 생각하면 안수호는 지금도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만약.
만약 그 순간, 자신이 의지를 다잡고 그것의 주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면.
그대로 계속 폭주한 채, 적도 아군도 알아보지 못하며 날뛰기를 반복했다면.
그러다 마침내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의 손에 의해 죽은 지예원과 강하늘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런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돼. 절대.’
파지지지지직!!!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안수호는 흔들리려는 의지를 더욱 다잡았다. 무언가 가치판단에 의한 흔들림이 아니었다. 정신적 연결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날 것의 감정들이 그의 정신을 물리적으로 흔들었다.
안수호는 소상히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느끼는 두려움을.
그것이 느끼는 공포를.
그것이 느끼는 탄식을.
그것이 느끼는 슬픔을.
비애를.
후회를.
유감을.
낙심을.
걱정을.
우려를.
염려를.
그리고. 절망을.
원초적인 감정들이 안수호의 가슴을 묵직하게 짓눌렀다. 고막을 찢을 기세로 소리쳐대는 애원과 간청이 그의 양심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안 된다고. 결코 이것을 살려둬선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되뇌이지만, 안수호도 사람이기에 일말의 죄책감과 측은지심이 피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죄책감이 태초의 은에게 있어선 마지막 희망이었다.
제발 부탁드려요……! 살려주세요……! 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살려만 주세요……! 제발. 제발……! 제발!!!!
이제 태초의 은은 줄어들고 줄어들어 손목만 간신히 덮는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안수호가 사형선고를 내리듯 그 위로 테이저를 겨눴다. 그러자 이제껏 지른 비명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가장 기본적인 언어조차 이루지 못한 울음소리가 산중에 메아리쳤다.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온다. 그럴수록 안수호는 더욱 강하게 의지를 다잡았다. 그러나 태초의 은 또한 그 결심을 느껴, 더욱 강하게 두려워하고 공포에 떨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다시 고스란히 안수호에게 전해졌다.
그것은 안수호의 의지력과 태초의 은의 두려움. 둘 중 뭐가 더 강하냐의 승부였다.
수많은 역경을 넘어온 사내의 정신과, 갓 태어난 존재의 삶에 대한 욕망의 저울질.
기실, 처음부터 승패가 정해져있는 싸움이었다.
툭.
안수호가 테이저 끄트머리로 태초의 은을 툭 쳤다. 태초의 은이 움찔! 떤 찰나 그가 위압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살고 싶냐.”
태초의 은이 대답했다. 살고 싶다고.
“그럼 내 말에 복종해.”
안수호는 말했다. 무조건 자신의 말에 복종하라고. 자신의 말에만 복종하라고. 자신이 말하지 않았는데 멋대로 나서지 말라고.
특히,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단 한 번이라도 더 건드렸다간, 그때는 남아있는 마력을 전부 뽑아낸 뒤 콘크리트로 감싸 바다 밑바닥에 던져버리겠다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안수호는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태초의 은은 그 진심을 누구보다 잘 느낄 수 있었다.
알겠, 어요. 당신의 말에 복종, 할게요……. 그러니까, 죽이지……, 말아요……!
태초의 은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순간.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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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급 아티펙트 태초의 은 정착 성공! ]
[ 공포에 질린 태초의 은이 당신을 완전한 주인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예속과 굴종의 형태로 사용자 안수호와 태초의 은의 정신적 연결이 더욱 굳건해집니다! 이제 태초의 은은 당신의 명령을 결코 어기지 않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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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안수호가 손에 쥐고 있던 테이저를 놓았다. 땅바닥에 힘없이 툭, 떨어지는 테이저 건.
히끅!
그 소리에 태초의 은이 깜짝 놀라며 울먹였다. 그러나 그뿐. 저항하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은 채 그저 구석에 몰린 쥐처럼 벌벌 떨어대기만 하는 모습.
“……하아아아아.”
그 모습에 안수호가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기력이 빠진 그가 나무에 등을 기댄다.
……고마, 워요.
그런 그의 귓가로 쓸데없이 애처로운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