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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경비원으로 빙의당했다-157화 (158/266)

〈 157화 〉 156. 폭주

* * *

­카아아아앙!!

새된 울림과 함께 아이기스의 반사필드가 부르르 떨린다. 아슬아슬하게 비껴 날아가는 백은의 채찍. 요란하게 튀기는 불똥에 아이기스의 입가에 초조함이 떠오른다.

­퍼버버버버버벙!!!

“어이쿠!”

그 옆에선 큐브가 두 팔을 현란하게 휘두르며 에너지 탄환을 발사하고 있었다. 1초에도 수십 발씩 쏘아진 탄환이 그를 향해 몰아치던 촉수 다발을 튕겨냈다. 그러나 그 또한, 아이기스와 마찬가지로 썩 여유로워 보이진 않았다.

여명단 암살팀 6위와 9위.

그들은 결코 약한 초인이 아니었다. 전국의 초인을 강함 순서대로 쭈욱 줄을 세운다면 2, 30번째 안에는 거뜬히 들겠지. 암살팀이 특화된 대인전에 한정한다면 어쩌면 그 이상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상대는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르기 어려웠다. 오히려 던전에서 나오는 괴수에 가까우리라. 때문에 그들은 팔자에도 없는 대 괴수전에 고전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도대체 뭐냐. 도대체 뭐냔 말이다 저건……!’

아이기스의 시선이 한 차례 공격을 마치고 웅크리고 있는 괴물에게 향했다.

그것은 주변 풍경이 비칠 정도로 맑은 은색 몸체를 지니고 있었다. 신장은 대략 4미터 남짓. 전신은 마치 굵은 나무뿌리가 사람의 형태를 따라 얽힌 모양새였다. 얼굴 부분은 마네킹처럼 매끈했지만 이따금 찢어지는 비명을 내지를 때마다 입가 부분이 그로테스크하게 뚜두둑 벌어지곤 했다.

그것이 태초의 은에게 잠식당한 안수호의 말로였다. 부정형인 괴물의 팔이 소리 없이 늘어나더니 수십 다발의 촉수로 화했다.

­투콰아아아아아앙!!!!

괴물이 팔을 휘두르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지면이 뒤집어졌다. 아이기스와 큐브는 가까스로 공격 범위의 가장자리로 몸을 피하며 스스로를 지켰다.

그러나 그건 두 사람이 전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기에 가능했던 일.

“쿨럭.”

그 둘보다 다소 뒤쳐지는 김주연은 왈칵 올라오는 핏물을 억지로 삼켰다.

그녀의 옆구리에는 아기 주먹만한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조금 전 날카로운 촉수가 꿰뚫고 지나간 자리였다.

김주연은 A급 초인. 그 정도 부상으로 죽음에 이르진 않는다. 그러나 치명상이긴 했다. 얼굴에 하얗게 질린 김주연이 셔츠 자락을 부욱 찢어 상처에 억지로 쑤셔 넣어 지혈했다.

‘나 말고는 전부 죽었나.’

팀 리더인 그녀조차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상황. 그녀보다 못한 팀원들이 살아남기란 요원했다. 멀찍이서 샤오메이를 붙잡고 있던 유성태조차 눈 먼 촉수에 머리가 꿰뚫려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여명단이라고 해서 인간의 정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비록 범죄집단이라곤 해도,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온 팀원의 죽음은 그녀의 뼛속까지 사무쳤다.

그렇지만 죽은 이를 애도할 여유 따윈 없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날카로우면서도 유연한 촉수가 그녀의 몸을 찢어발겨 동료들의 곁으로 보내주리라.

때문에 김주연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게 감각을 곤두세우며 사방에서 몰아치는 은색 폭풍에 저항하고 있었다.

‘움직임만 보면 완전히 이성을 잃은 것 같지만……. 이상하게 저 남자애랑 브로커만 피해서 공격하고 있어. 정신을 잃었어도 적과 아군 정도는 구분한다는 건가?’

김주연이 한쪽 구석에 피해있는 류태현과 샤오메이를 바라봤다. 이 무차별적인 공격 속에서도 그 두 사람만은 안전했다. 김주연은 그런 두 사람이 괜히 얄미웠다.

그때.

­투타타타타타타!!

머리 위에서 들리는 로터 소리. 시꺼먼 헬기에서 주르륵 늘어지는 레펠들에 김주연의 표정이 더욱 창백하게 물들었다.

“특임대야! 아이기스!”

급한 나머지 경칭조차 생략한 외침. 그러나 아이기스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구태여 지적하지 않았다. 그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하늘에 도착한 특임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주 잠깐이었다.

“……후퇴한다.”

아이기스는 곧바로 결단했다. 눈앞의 괴물 하나도 어찌하지 못하는데 특임대까지 온 상황에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저런 막강한 아티펙트를 포기해야 한다는 건 아쉽지만…….’

태초의 은은 비록 폭주했다곤 하나 아이기스 한 명에게조차 빌빌대던 안수호를 괴물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그걸 자기 의지대로 통제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분명 강대한 힘을 안겨주리라. 그렇기에 여명단 단장은 그들에게 태초의 은 회수를 명령한 것일 테고.

그러나 아쉽더라도 불가능한 건 불가능한 거였다. 이곳에 더 있어봤자 잘해봐야 개죽음, 운이 좋아야 철창신세였다. 고로 아쉽긴 아쉽되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오늘이 아니더라도 기회는 있으니까.’

짐승처럼 날뛰는 괴물을 바라보며 아이기스가 외쳤다.

“큐브!”

“그래!”

그 부름에 큐브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으로 에너지 탄환을 발사했다.

­콰광! 콰앙! 콰아아앙!!

에너지 탄환이 사거리를 둘러싼 건물들에 박혀 거센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다 마침내 건물들이 와르르 무너지며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켰다. 세 사람은 그 연막과 혼란을 틈타 특임대의 눈을 피해 자리를 이탈했다.

“B분대! 쫓아라!”

고작 그 정도로 특임대의 눈을 완전히 피할 순 없었다. 허나 특임대는 그들의 추격에 전력을 기울일 수 없었다.

도망친 그들보다도 더욱 급한 문제가 눈앞에 있었으니까.

“A, C분대 위치로! 각자 무너진 잔해를 엄폐물 삼아 놈을 포위해라!”

“D분대는 민간인 대피에 주력해! 누구도 이 근처로 올 수 없게 해라!”

우후죽순 낙하한 특임대는 숙련된 움직임으로 대형을 갖춰 사거리 중앙을 포위했다.

그들은 전원 근미래적인 디자인의 총기와 냉병기로 무장했는데, 전부 한 정에 수 억은 호가하는 물건들이었다. 개중에는 눈에 띄게 생긴 아티펙트로 무장한 이도 많았다. 때문에 그들의 모습은 통일된 부대라기보다는 던전 공략에 나선 헌터들처럼 보였다.

“거기 손 들어! 움직이지 마!”

그때 몇몇 특임대원이 류태현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잠깐, 나는­”

“손 들라고 했어! 한 번 더 불응할 시 발포하겠다!”

특임대가 전해들은 범인들의 인상착의에는 류태현의 것도 있었다. 태초의 은에 잠식당한 안수호에 가려져서 그렇지, 특임대가 보기엔 도망친 여명단이나 류태현이나 똑같이 공공장소에서 멋대로 날뛴 초인에 불과했다.

“잠깐만요!”

그때 그의 뒤편에서 샤오메이가 뛰쳐나와 그들을 막아섰다.

“이 사람은 적이 아니에요! 절 지켜주려고 어쩔 수 없이 싸운 거라고요! 방금 도망친 그놈들한테서요!”

그 말에 대원의 눈에 아주 잠깐 갈등의 빛이 서렸다. 그들은 일의 전후사정을 몰랐다. 그런 와중에 샤오메이의 말만 듣고 류태현을 놓아줄 순 없는 노릇이었다.

허나 류태현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그들의 말에 따랐다. 샤오메이의 필사적인 태도도 거짓말을 치는 거라 보긴 어려웠다.

그때.

­으르르르르르…….

짐승이 으르렁대는 소리가 스산하게 울려 퍼졌다. 어느새 가라앉은 흙먼지 사이로 은색 괴물이 특임대를 노려보며 낮게 울었다.

“……사정은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놓아드릴 순 없습니다. 사정청취를 해야 하니까요. 저희 대원과 함께 경찰과 합류해주세요.”

눈앞의 류태현과 등 뒤의 괴물. 둘 중 어느 쪽을 우선해야 될지는 명백했다.

그 특임대원은 다른 대원들에게 류태현과 샤오메이를 인계한 뒤 등을 돌렸다. 그의 시야 한가운데에 자세를 낮게 잡은 은색 괴물이 잡혔다.

“잠깐만요!”

류태현이 당장에라도 싸울 기세인 대원들을 어떻게든 만류하려 했다.

눈앞의 괴물이 안수호인 걸 뻔히 아는데 특임대와 싸우게 둘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안수호는 비록 저런 모습이 되었을지언정 적과 아군을 구분할 정도의 이성은 남아 있었다.

그러니 굳이 싸우려 들지 않아도. 대화로 충분히 진정시킬 수 있을 거라고.

류태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크르아아아아아!

괴물의 입가가 쩌저적 갈라지며 거센 포효가 터져 나왔다. 날카롭게 휘둘러진 촉수가 대원들이 엄폐한 잔해더미를 후려친다.

“교전 개시!”

그 명백한 공격 행위에 특임대는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반원을 그리며 괴물을 포위한 특임대원들의 총구가 일제히 화염을 내뿜었다.

그들이 가진 총은 대괴수전용 가우스 라이플. 초인을 상대하는 특임대가 괴수를 상대할 때 쓰는 총을 쓴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었지만, 괴수한테 통하는 총은 당연히 초인에게도 효과적이었다.

­투웅! 퉁! 퉁! 퉁! 퉁!

둔중한 총성과 함께 직경 12mm짜리 철갑탄 수백 발이 일제히 괴물에게 날아들었다.

­텅! 터더더더더덩!

그러나 총알이 닿기 직전 괴물이 부정형의 신체를 단단하게 굳혔다. 그러자 금속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날아든 총알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도탄! 사격은 효과 없음!”

“사격 중지! 목표는 금속 계열 능력자로 추정! 재호야!”

“예!”

­파지지지지직!!

소대장의 외침에 한 대원이 다리에서 전기를 일으켰다. 그의 몸이 샛노란 번개로 화해 단숨에 괴물에게 날아들었다.

­터어엉!!

­크르륵!?

수천 만 볼트의 번개를 담은 발차기가 작렬했다. 사방으로 거센 스파크가 튀고 딱딱하게 굳었던 괴물의 몸체가 요란하게 들끓었다.

“!! 소대장님! 효과 직빵입니­”

그러나 괴물은 곧바로 회복했다. 흐물거리는 촉수가 채찍처럼 휘둘러져 그 대원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대원의 몸이 쩌저적 갈라진 지면을 주르륵 미끄러진다.

“제압 사격!!”

­투둥! 투두두두두두둥!

거듭 날뛰려는 괴물에게 다시금 총알이 빗발쳤다. 흐물거리던 몸체가 다시 딱딱하게 굳으며 총알을 받아냈다.

“신재호!”

그 사이 소대장이 괴물에게 당한 대원에게 다가갔다.

“상태는?!”

“멀쩡합니다! 그리고 소대장님! 저놈 전기 더럽게 잘 통합니다! 거의 구리나 은 수준이에요! 강도는 훨씬 단단합니다만……!”

“알겠다! 우리가 틈을 만들면 그때 다시 공격한다! 다음! 화염 계열 앞으로!”

­화르르르륵!

총탄 세례와 함께 괴물의 좌우에서 거센 불길이 들이닥쳤다. 어찌나 그 열기가 대단한지 괴물의 몸이 순식간에 발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크르아아아아아아!!!

고통에 찬 비명소리. 직후 괴물이 화염을 뚫으며 앞으로 돌진했다. 입에서 불꽃을 뿜고 있던 대원이 놀라며 뒤로 물러서고.

­턱.

괴물이 짓쳐들기 직전, 사람 몸체만한 대검을 든 대원 둘이 양 옆에서 그를 막아섰다. 커다란 날이 괴물의 좌우 옆구리를 베어내려 날아들었다.

­카앙! 카아아앙!!

주홍색 불똥과 함께 괴물의 몸에 자그마한 상처가 생겼다. 그러나 그 상처는 곧바로 녹아내리듯 봉합되었다.

­휘릭! 푸욱!

직후 괴물의 양 어깨에서 뻗어진 촉수가 대검을 휘두른 대원들을 관통했다. 둘 다 가까스로 치명상은 피했지만 한 명은 어깨를, 다른 한 명은 허벅지에 뻥 구멍이 뚫린다.

“커버어어!!!”

다급한 외침에 주위 대원들이 일제히 각양각색의 냉병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누군가는 검을, 누군가는 해머를, 누군가는 도끼를, 창이나 건틀릿 따위를 앞세운 이도 있었다. 전부 저마다의 특기를 살린 무장이었다.

­크라아아아아!!

­텅! 터엉! 채앵! 터덩!

허나 괴물의 방어는 그야말로 난공불락. 휘둘러진 날붙이는 무엇 하나 그 몸에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물리적인 충격에 한해서 괴물은 거의 금강불괴에 가까운 절대적인 방어력을 자랑했다.

“크아아아악!!”

“커헉!”

“꺄흐윽?!”

그 사이 사방으로 휘둘러진 촉수며 손톱 따위에 대원들의 몸에 하나둘 핏자국이 번지기 시작했다. 특히 정면에서 괴물의 공격을 받아내던 이들의 부상이 유독 심했다.

­파지지지직!!!

그때 신재호 대원의 발차기가 다시 한 번 괴물에게 적중했다. 괴물의 몸체에 발차기를 맞은 부위를 중심으로 한 차례 파문이 일더니, 이내 폭풍 속의 바다처럼 표면 전체가 크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지금!!”

직후 이어진 수많은 공격들. 사방에서 휘둘러지는 냉병기가 괴물의 신체를 문자 그대로 도려냈다.

­콰앙!

괴물이 있는 힘껏 지면을 박차 후퇴했다. 그 자리에는 몸에서 떨어져나간 괴물의 은색 살점이 즐비했다. 떨어진 살점은 마치 땡볕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괴물은 곧바로 상처를 회복했으나 떨어진 부분만큼 체적이 줄어들어 있었다.

‘좋았어!’

그 모습에서 소대장은 승리를 보았다.

떨어져 나간 금속은 조종할 수 없다. 몸을 이루는 금속의 양도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천천히 깎아내듯 싸우다 보면 언젠가 맨몸이 드러나게 되리라.

“사격 개시!!”

­투둥! 투두두두두둥!

거리를 벌리자 여지없이 쏟아지는 총알 세례에 괴물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형…….”

그런 괴물을, 안수호를 보며 류태현이 신음했다.

대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라던 그의 생각과 달리 안수호는 마치 정말 스스로 괴물이라도 된 것처럼 날뛰었다. 그것이 그의 의지인지 아닌지는 차치하더라도. 저래서야 저 사람은 자기 지인이니 공격하지 말아달라 말할 수도 없었다.

“당신. 저 물건이 뭔지 알고 있죠? 도대체 왜 형이 저렇게 된 거죠?”

주변을 바삐 오가는 경찰들의 귀에 들리지 않게, 류태현이 샤오메이에게 작게 물었다. 그러나 샤오메이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저도 몰라요. 혼란스럽긴 저도 마찬가지예요. 태초의 은은 원래 저런 물건이 아니었다고요……!”

그 진심어린 부정에 류태현이 고개를 떨궜다. 그러는 와중에도 안수호는, 괴물은 사방으로 촉수를 휘두르며 특임대와 싸우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녹아내린 은이 핏물처럼 사방에 튀었다.

“태현아!”

그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류태현이 고개를 돌렸다.

“나은솔? 그리고 성민이랑 다른 애들까지……. 니들이 여긴 왜 온 거야?”

“걱정되니까 그렇지!”

경찰의 만류에 다가오지 못한 나은솔이 멀리서 대답했다.

“금방 올 줄 알았는데 계속 늦어지고. 막 폭발소리에 헬기까지 오고. 나 진짜 걱정했단 말이야……! 무사해서, 무사해서 다행이야 태현아…….”

나은솔이 반쯤 울먹이면서 말했다. 반면 뒤따라온 지예원과 강하늘은 류태현의 주위를 살피며 걱정에 찬 눈으로 물었다.

“야. 안수호는? 안수호는 어딨어?”

“태현아. 오빠는 어디 있어? 너랑 같이 있던 거 아니야?”

“그게…….”

류태현의 시선이 슬쩍 뒤편에서 날뛰고 있는 괴물에게 향했다. 저 괴물의 정체가 안수호라고. 그 사실을 과연 말해도 되는가 그가 잠시 갈등했다.

“잠깐. 설마…….”

그러나 날뛰고 있는 은색 괴물을 본 순간 두 사람의 표정이 창백하게 굳었다. 안수호가 태초의 은을 가로챈 걸 알고 있는 두 사람은 눈앞의 괴물과 그 아티펙트의 상관관계를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태현아. 설마 저 괴물이…….”

강하늘의 물음에 류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답하지 않은 게 곧 대답이나 다름없었다.

털썩. 지면에 주저앉으려던 강하늘을 지예원이 가까스로 붙잡아 세웠다.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가 지예원의 팔에 살포시 기대었다.

“어째서……?”

어째서 안수호가 특임대와 싸우고 있는가. 그 이전에 그는 왜 저런 괴물로 변했는가. 강하늘은 지금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녀 또한 안수호처럼 원작을 읽었던 독자였으나, 이런 상황은 원작에 전혀 등장한 적 없었으니까.

강하늘의 어깨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그 어깨를 지예원이 꽈악 붙잡는다.

“언니……?”

“진정해 하늘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강하늘과 달리 지예원은 벌써부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저 괴물이 안수호인지 아닌지.

안수호라면 정체가 들켰는지 아닌지.

그리고 그 경우엔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지.

‘류태현의 태도를 보면 저 괴물이 안수호인 건 맞아. 그렇지만 정체가 들킨 것 같지는 않고. 그럼 최선은 안수호를 어떻게든 도망치게 하는 거야. 이대로 잡히면 무조건 철창신세일 테니까. 도망만 칠 수 있다면 최악의 경우 민채령에게 부탁해서라도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어.’

‘그렇지만 어떻게? 저렇게 포위하고 있어서야 도망치고 싶어도 칠 수가 없어. 설령 안수호가 특임대를 쓰러뜨려도 도망치지 않고 이성을 잃은 채 더 날뛸 지도 몰라. 그럼 상황이 더 나빠져. 이 이상 피해가 생기기 전에 안수호를 어떻게든 빼내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냉정하게 대처하는 그 모습은 과연 여명단 첩보원다웠다. 그러나 그녀가 고민하는 와중에도 은색 괴물은 특임대원들과 요란하게 싸워대고 있었다.

그러나.

­파캉!

­크르르르…….

그 날뛰던 기세는 이전과 달리 한없이 약해졌다. 체적도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이제 키는 2미터 남짓했다.

괴물이 낮게 신음하며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등 너머에서 비치던 탈리스만의 빛은 한없이 희미해져 있었다. 끊임없이 마력을 탐하는 태초의 은 때문에 탈리스만마저 한계에 봉착해버렸다.

고작 자그마한 병에 담길 정도로 작았던 태초의 은이 이 정도로 몸집을 불린 것도, 그렇게나 날뛸 수 있던 것도 전부 탈리스만의 무한한 마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 마력이 끊긴 이상 태초의 은은 더 이상 이전처럼 날뛸 수 없었다.

­크르르르…….

허나 태초의 은은, 괴물은 그 한계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홍수와도 같은 마력의 분류에 취한 태초의 은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새로운 먹잇감을 찾았다.

그리고.

­크륵?

그 시야에 이내 한 남자가 잡혔다. 특임대 대원들 너머. 경찰들이 분주히 오가는 한가운데에 앉아있는 류태현. 그의 오른손에 끼워진 탈리스만에게로.

그 순간, 매끈하던 괴물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그려지고.

­투콰아앙!!

다음 순간, 괴물이 있는 힘껏 지면을 박차 날아올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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