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경비원으로 빙의당했다-153화 (154/266)

〈 153화 〉 152. 철벽의 아이기스(2)

* * *

소년만화, 혹은 소년만화식 클리셰를 차용한 창작물에는 으레 구성원 간 무력 순위가 명확하게 정해진 무력집단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건 에도 해당되는 말이었는데, 이 경우 여명단 암살팀이 바로 그러한 클리셰의 결과였다.

여명단 암살팀.

단장 직속의 부하들로 이루어진 그 무력 집단은 총 10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당연하다는 것처럼 1에서 10까지의 순위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안수호 앞에 나타난 아이기스는 그중 6위에 해당했다.

6위.

결코 높다고는 할 수 없는 순위. 상하로 나누면 하에 속하고, 상중하로 나눠도 턱걸이로 ‘중’에 걸치는, 그렇지만 아예 밑바닥은 아닌 애매한 등수.

허나 그것은 상대적인 등수일 뿐, 아이기스라는 적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당장 원작에서는 암살팀 중 절반 이상이 S급 수준이라는 언급이 있었는데, 그 말은 즉 최소한 아이기스까지는 어쨌든 S급 수준에 들어간다는 소리요, A급 상위에 머물러 있는 지금 시점의 류태현보다는 강하단 소리였다.

그리고 어쩌면, 안수호보다도.

“류태현. 조금 전에 내가 한 말은 잊어. 지금부턴 전력으로 싸워야 해.”

안수호의 착 가라앉은 음성에 류태현이 긴장했다. 아니, 그의 말이 아니었어도 그는 지금처럼 긴장했을 것이다. 느닷없이 등장한 아이기스에게서 뿜어지는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기에.

“아이기스……!”

그의 등장에 김주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눈앞의 두 사람이 제아무리 날고 긴다 한들 암살팀 소속인 아이기스를 이길 거라곤 생각할 수 없었기에.

그러나.

­퍼억!

“크흡?!”

김주연 옆에 다가선 아이기스는 느닷없이 그녀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불시의 일격에 김주연이 배를 부여잡으며 신음했다.

진심으로 친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뼈저리게 느껴지는 고통.

“너도 그렇고 이자식도 그렇고 언제 봤다고 반말질이지? 내가 니들 일반대원 놈들이랑 같은 수준인 줄 아나?”

아이기스가 피떡이 된 김주연의 부하를 휙 던졌다. 그의 얼굴에 피어오른 분노의 기색을 읽은 김주연이 한수 접고 들어갔다.

“아이기스‘님’……. 혹시 저희 좀 도와주실 수 있으­”

“자랑이다 아주. 니들 사람이 몇인데 고작 C급 초인한테서 물건 하나 빼앗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방해꾼이 끼어들어서요. 저 둘, 둘 다 A급 이상의 실력자들입니다.”

“그래? 그런 것치곤 내 공격 하나 제대로 못 피하던데.”

안수호와 류태현의 몸에 새겨진 깊은 자상. 뚝뚝 떨어지는 핏물을 보며 아이기스가 피식 웃었다. 다음 순간, 그의 등 뒤로 12개의 반투명한 육각형이 촤라락 떠올랐다.

“저건…….”

“……‘반사 필드’. 놈의 초능력이야. 공중을 자유자재로 떠다니면서 어지간한 공격은 전부 반사해내는데다가, 날카로운 모서리 부분을 날붙이처럼 쓸 수 있어. 말 그대로 공방일체의 능력이야.”

안수호는 자신이 알고 있던 아이기스의 능력에 대해 설명했다. 어떻게 알고 있냐는 해명은 나중에 하면 된다고. 지금 능력에 대해 설명해두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형? 형이 그걸 어떻게…….”

류태현이 놀란 눈으로 안수호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건 아이기스도 마찬가지였다. 난생 처음 보는 남자가 대뜸 자기 초능력에 대해 세세히 설명하고 있는 모습에, 짜증으로 가득하던 그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다.

“……너 뭐냐?”

위협적인 그 물음에 안수호가 비릿한 웃음으로 응수했다. 파앙!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양손에서 탈리스만과 샛별의 숨소리가 빛을 발했다.

“류태현. 저 남자의 능력은 너한테 극상성이야. 그러니 저 남자는 내가 맡을게. 내가 버티는 사이 넌 저 여자랑 다른 적들을 처리하고 나한테 가세해줘.”

“…….”

류태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안수호를 쳐다봤다.

류태현은 짐승 같은 육감으로 적의 강함을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가 보기에 아이기스는 난적, 그 자신조차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상대였다.

헌데 그런 적을 안수호가 상대하겠다고? 순간 우려가 앞섰지만 이내 류태현은 안수호를 믿어보기로 결정했다. 그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믿을게 형.”

“믿지만 말고 얼른 가세해. 나 혼자 못 이길 수도 있으니까.”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아이기스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누가 누굴 맡아? 웃기고 자빠졌군.’

그가 김주연에게 눈짓하자 그녀가 나이프를 앞세우며 자세를 낮췄다. 유성태도 아픈 몸을 추스르며 임전 태세에 들어갔다. 그 맞은편에선 근육 거한, 진석이 돌입 타이밍을 가늠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스릉.

아이기스의 손짓에 따라 12개의 반사 필드가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형형한 살기를 내뿜는 눈동자가 안수호에게 고정되고.

“……어디 한 번 그 실력 좀 볼까?”

­파앙!

다음 순간, 아이기스와 여명단 단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키이이이잉!!

동시에 류태현과 안수호, 두 사람의 탈리스만이 찬란한 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먼저 움직인 건 안수호였다. 기세 좋게 뻗어진 그의 오른팔에서 시꺼먼 탁류가 해일처럼 뿜어져 나왔다.

­투화아아아아아악!!!!!

음속을 넘어서는 속도로 발사된 연막의 벽. 아이기스가 12개의 반사 필드를 앞세운 채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고정된 형태가 없는 연기는 반사필드의 틈새를 파고들어 그의 몸을 난도질했다.

­피슛! 프싯!

살갗을 스친 칼바람에 자그마한 생채기가 그어졌다.

‘과연. 면적이 넓은 이런 공격은 반사 필드로 전부 막아내기 힘들지. 공격을 반사해도 몰려드는 연기끼리 얽혀서 놈에게 닿지 않고. 확실히 내 입장에선 성가신 공격이야.’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한 아이기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범위만 넓다 뿐이지 약해 빠졌군!”

그가 반사필드를 정면에 집중한 채 질주했다. 틈새로 빠져나온 공격에 의한 생채기 따위엔 아랑곳 않고.

­투화아악!!

이윽고 그가 연기를 가르며 안수호 앞에 당도했다. 그가 팔을 휘두르자 여섯 개의 육각형 필드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안수호에게 휘둘러졌다.

안수호가 급하게 몸을 내뺐다. 이럴 줄 알고 미리 샛별의 숨소리를 발동해둔 참이었다. 그의 민첩 능력치는 현재 A+. 거기에 샛별의 숨소리의 가속이 더해지자 그 속도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질풍과도 같았다. 반사 필드가 맥없이 허공만을 가른다.

“하!”

그러나 맨몸으로 질풍의 속도를 내는 건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발바닥에 반사 필드를 겹친 아이기스가 그 반발력으로 튕겨져 나오듯 안수호에게 쇄도했다.

“쳇!”

안수호가 급하게 팔을 휘둘렀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압축된 연기 덩어리 수십 개가 아이기스에게 날아든다.

­터더더더더덩!

그러나 그 공격은 전부 맥없이 반사필드에 가로막혔다. 사방으로 반사된 흑탄 중 몇이 안수호의 몸을 스쳤다. 제 공격에 당해 주춤한 사이 지척까지 다가온 아이기스가 몸을 휘릭 회전하며 발차기를 내질렀다.

­터엉!

이질적인 충격음. 발에 두른 반사필드는 아이기스에게 향했어야 할 반작용조차 오롯이 안수호에게 되돌렸다. 그로 인한 발차기의 위력은 본래의 두 배.

“크윽!”

팔로 가까스로 가드했으나 묵직한 충격이 뼛속까지 전해졌다. 팔 부분의 디펜시브 코트 방호 소자가 단 일격에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쐐애애액! 피슛!

그러나 안수호라고 당하고만 있던 건 아니었다. 촉수처럼 크게 휘어진 연기의 칼날이 사각에서 아이기스를 덮쳤다. 직전에 알아채고 피하긴 했으나, 그 어깨에 한 줄기 진한 자상이 그어진다. 아이기스의 입가에 떠오르는 웃음.

“꽤 하는구만 그래!”

다음 순간 12개의 반사 필드가 일제히 안수호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안수호가 입술을 잘근 씹는다.

­파바바바밧!

한편, 류태현은 샤오메이를 지키며 3대 1로 싸우고 있었다. 정면에는 쌍수 나이프를 휘두르는 김주연. 후방에는 결정으로 된 주먹을 휘두르는 진석. 그리고 그 주위를 돌며 틈을 노리는 유성태까지.

그러나 그 셋은 진심을 발휘한 류태현의 방어를 제대로 뚫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키이이이잉!

탈리스만에서 흘러들어온 막대한 양의 마력이 그의 신체를 한계까지 강화했다. 김주연의 나이프조차 그의 살갗을 제대로 베어내지 못했다. 그의 신체는 그야말로 철옹성 그 자체였다.

­휘리리릭!

김주연의 화려한 칼놀림. 어지러이 그려진 나이프 궤적이 류태현의 몸을 난도질했다. 그러나 무엇 하나 중상에 이르는 것이 없었다.

휘둘러지는 칼 따위 전부 맞아주겠다며, 살을 내준 류태현의 주먹이 뼈를 취하고자 김주연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투웅!

“끄하윽?!”

“리더!”

그 틈을 지키듯 나선 진석. 전신을 단단한 결정으로 뒤덮은 그의 육탄 돌격을 류태현은 정면에서 맞이했다.

­콰아아아앙!!

거센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몸이 우뚝 정지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진석의 몸 전체에 쩌저저적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몸을 덮고 있던 결정의 반절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렇게 드러난 맨살에 그의 연격이 폭풍처럼 꽂혔다.

“크아아아아악!!”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충격에 진석이 무릎 꿇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두 손으로 류태현의 다리를 꽈악 붙잡는다. 바로 그 순간 부상을 추스른 김주연과 유성태가 양 옆에서 그에게 달려든다.

‘남자 쪽은 느려 터졌어. 여자 먼저 정리하고 대응해도 늦지 않아.’

그 찰나의 순간 빠르게 판단을 마친 류태현이 주먹을 내지른다.

그러나.

­터엉!

푸른색 반사필드가 그의 주먹을 가로막았다. 정확히 1초 뒤, 묵직한 울림과 함께 그의 주먹이 반대방향으로 튕겨져나간다. 동시에 느껴지는 저릿한 아픔.

“크윽…!”

아이기스는 안수호와 싸우면서 반사 필드 하나를 몰래 류태현 쪽으로 빼돌렸고, 그 효과는 확실했다. 자신의 힘을 그대로 되돌려 받은 류태현의 주먹에 쩌적 금이 가고.

­푹! 푸욱!

한 박자 늦게 양쪽에서 달려든 김주연과 유성태가 그의 몸에 나이프를 꽂았다.

“류태현!!”

안수호가 깜짝 놀라며 외쳤다. 동시에.

­터억. 턱.

류태현의 두꺼운 손아귀가 두 남녀의 팔목을 잡았다.

“……잡았다.”

그가 힘을 주어 손목 째로 나이프를 뽑았다. 그 칼날에 묻은 피 따위 아랑곳 않은 채, 그가 두 사람의 몸을 있는 힘껏 패대기쳤다. 그러곤 자기 다리를 붙잡고 있던 진석의 턱을 무릎으로 차올린다.

“크으…….”

류태현이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옆구리를 내려다봤다. 왼쪽 옆구리와 오른쪽 등. 각각 찔린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그가 근육에 힘을 꽈악 주자 혈관이 수축하면서 출혈이 조금 줄어들었다.

‘다행이야. 상처가 그렇게 심하진 않나 봐. 그렇지만 주먹이…….’

안수호가 바라본 류태현의 주먹은 퉁퉁 부어오르고 있었다. 자기 자신의 전력을 받아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젠장. 내가 놈을 몰아붙이지 못해서…….’

조금 전 일은 결코 안수호 탓이 아니었다. 암살팀 6위인 아이기스를 상대하면서 동시에 자유자재로 조종되는 12개의 반사필드를 전부 묶어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안수호는 밀려오는 죄책감에 입술을 잘근 씹었다. 그런 그에게 다시금 12개의 칼날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안수호의 양손에서 날카로운 연기 다발이 뻗어지고, 아이기스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멍청한 녀석. 반사 필드라고. 쳐내려고 해봤자 튕겨나갈 뿐이라­’

­터더더더더더덩!

허나 다음 순간 12장의 반사필드는 검은 칼날들에 맥없이 튕겨져 나갔다. 아이기스가 눈에 띄게 동요한다.

‘날 부분까지 반사가 적용되면 내 몸에 닿자마자 반발력으로 밀려난다. 그래서 공격이 닿기 직전엔 반드시 반사를 해제하지! 원작에 나왔던 내용이지만 정확한 타이밍을 알아내느라 고생 좀 했어!’

필드를 공격용으로 쓸 때에만 드러나는 빈틈. 안수호는 원작에서 읽었던 그 빈틈을 정확하게 공략해냈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공격이 튕겨져 나가자 아이기스 또한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 녀석! 눈치 챈 거다! 내 반사 필드의 빈틈을! 하지만 고작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제껏 그와 싸운 이들 중 이렇게 빨리 그 빈틈을 깨달은 자가 없었다. 아이기스가 눈에 띄게 동요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아이기스는 곧바로 평정을 되찾았다. 필드를 이용한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간파한 그는 필드를 방어용으로만 돌린 채 육탄전으로 돌입했다. 물론 손발에는 여전히 필드를 두른 채였다. 필드의 반발력을 이용하는 육탄 공격에선 반사를 해제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아이기스의 노도와 같은 연격에 안수호가 천천히 밀리기 시작했다.

‘류태현은 아직인가?’

얼른 류태현이 가세해줬으면 했으나 그는 여전히 델타 팀에게 붙들려 있었다. 싸움 자체는 시종일관 그가 압도하는 모양새였으나 그들이 워낙 끈질기게 달라붙은 탓이었다. 이따금 끼어드는 아이기스의 반사 필드도 그 싸움을 지지부진하게 끄는 데에 한 몫 했다.

‘전투 시작으로부터 약 2분. 슬슬 샛별의 숨소리 효과가 끝날 거야. 아직 스톡이 2개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봤자 6분. 오래 끌면 점점 내가 불리해져.’

순간 안수호는 남은 스톡을 단번에 해방해 8배속으로 공격할까 싶었다.

그러나 그건 하책이었다. 샛별의 숨소리로 가속되는 건 그의 몸뿐. 아무리 빨라진다 한들 평범한 육탄 공격으로는 아이기스의 반사 필드를 뚫을 수 없다. 그를 쓰러뜨리려면 지금처럼, 수십 가닥의 연기를 쏘아내며 어떻게든 필드의 빈틈을 공략하는 수밖에 없었다.

‘가속이 끝나면 놈의 공격을 피하기 어려워져. 어떻게든 6분 안에 쓰러뜨려야 하는데…….’

6분 안에 류태현이 저 셋을 쓰러뜨리고, 이어서 자신에게 가세해 아이기스까지 쓰러뜨려야 한다. 말로 하면 쉬워보였지만 류태현은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저 세 명에게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 지금 상황을 바꿔줄 변수가 생긴다면…….’

안수호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위용 위용 위용 위용 위용!

귀를 찢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사거리 한쪽에서 다섯 대의 경찰차가 들이닥쳤다. 각 차량에서 내린 경찰들이 한창 전투 중이던 그들에게 총구를 겨눴다.

“동작 그만!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그러지 않을 시 발포하겠다!”

경찰들이 손에 쥔 건 권총이 아닌 대괴수용 소총이었다. 괴수는 물론이고 초인에게도 충분히 위력을 발휘하는 물건. 류태현처럼 신체 강도가 무지막지하게 높지 않은 이상 맞았다간 골로 가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경고다!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불응할 시 발포하겠다!”

“안 돼! 쏘면 안 된­”

­카앙!

안수호의 입을 막듯 아이기스가 미친 듯이 연격을 이어갔다. 결국 보다 못한 경찰들이 제압 사격을 실시했다.

­타다다다다당! 타다다당!

노도와 같이 울려 퍼지는 총성들. 그 총알들은 우연찮게도 경찰들에게 등을 보이고 있던 아이기스에게 향했다. 정확히는, 그의 등을 지키기 위해 펼쳐진 여섯 장의 반사필드를 향해.

­터더더더덩!

반사필드에 박힌 총알이 묘한 울림과 함께 180도 반전했다. 직후 경찰들 사이에서 퍼지는 비명.

“크, 으아아아악!”

“쏘지마! 총알이 반사된다 쏘지……아아아악!”

경찰의 사격은 아이기스의 방패 앞에 속수무책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순간.

‘빈틈!’

여섯 장의 반사필드가 아이기스의 등 뒤로 돌아간 그 순간. 그 순간이 바로 안수호가 그토록 기다리던 빈틈이었다. 샛별의 숨소리가 붉은 빛을 맹렬히 발하고, 그의 몸이 추가로 2배 더 가속된다.

“!!”

뒤늦게 그 가속을 눈치챈 아이기스가 필드를 불러모았다. 그러나 그보다 안수호의 출수가 더욱 빨랐다.

“이런 젠자­”

­투콰아아아아앙!!!!

다음 순간, 안수호의 오른손에서 거센 폭풍이 몰아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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