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경비원으로 빙의당했다-151화 (152/266)

〈 151화 〉 150. 전투로

* * *

류태현이 여명단 앞에 나타나기보다 조금 전.

미로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총성에 안수호와 강하늘은 급하게 출구로 나왔다.

그러자.

“오빠! 오빠아아아!!”

“꺄아아아아악!!”

“도, 도망쳐!!”

출구 주변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 다급하게 도망치는 사람들. 그야말로 아비규환 그 자체.

­탕! 탕! 타앙!

그때 새롭게 울린 총성이 허공에 메아리쳤다. 두 사람이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때마침 샤오메이가 인파를 가로지르며 어딘가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 뒤를 권총을 빼든 남자가 재빠르게 쫓아가고.

“태, 태현아!?”

상황을 지켜보던 류태현이 곧바로 그 뒤를 쫓았다. 류태현의 팔을 꼭 잡고 있던 나은솔이 당황한 채 외친다.

안수호와 강하늘은 남겨진 류태현 일행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들과 함께 있던 지예원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를 상대로 총을 쏴댔어. 도망친 두 사람을 류태현이 쫓아갔고.”

그렇게 말한 지예원이 가까이 다가서며 작게 덧붙였다.

“……살짝 엿들었는데 여자 쪽이 샤오메이. 남자 쪽은 한가람 헌터의 대리라고 했어.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일 게 분명해. 분명 그 남자는 여명단 조직원일 거야.”

“난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네가 그렇게 확신한다면 그런 거겠지. 물건은?”

안수호가 품에서 은색 액체가 찰랑이는 앰플을 꺼내보였다. 지예원이 안심한 찰나, 등 뒤에서 남겨진 류태현 일행이 저마다 우려 섞인 반응을 뱉었다.

“류태현 저 무대포 자식. 지가 무슨 경찰인 줄 아는 건가? 자신감만 앞서가지곤…….”

하성민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그들 대부분은 류태현이 다칠 걸 우려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1학년 최강자인 류태현이 고작 권총 든 괴한 따위에게 당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들이 걱정하는 건 보다 법적인 측면이었다.

초인과 일반인이 공존하는 이 세상에서 초인의 무력행사는 당연하게도 일반인보다 엄격한 잣대로 금지되어 있다. 이 기준에는 단순히 힘을 가진 초인이 날뛰는 것뿐 아니라 초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자력구제나 사적제재도 포함된다. 때문에 초인은 일반인에 비해 정당방위를 입증받기도 무척 어려운 편.

그런 와중에 자신을 공격하려는 이를 막아선 것도 아니고, 남의 싸움에 끼어든 류태현의 행태는 쓸데없는 오지랖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행여 이번 일로 류태현이 귀찮은 문제에 휘말리진 않을까 걱정했다.

이처럼 그들의 걱정은 비록 걱정이라곤 하나 그다지 심각한 걱정은 아니었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

“…….”

나은솔이 불안한 눈치로 안절부절못했다.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나은솔만은 류태현이 행여 싸우다 다치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라고 해서 류태현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허나 나은솔은 원작에서 얀데레 집착 히로인이었다. 비록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니라곤 하나 그녀는 류태현에게 이미 강한 집착과 의존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 ‘류태현이 정체불명의 괴한과 싸운다는 상황’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다. 류태현에게 달려가서 싸우지 말라고 말리고 싶었다.

‘어떡하지…….’

그러나 나은솔은 그럴 수 없었다. 류태현이 달려 나가기 직전, 그녀에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 말했기 때문이다.

류태현의 말을 지키지 않았다간 그의 미움을 사게 될 지도 모른다고.

그 말 같지도 않은 걱정이 나은솔의 발을 꽈악 붙들었다. 나은솔은 언젠가 집착 얀데레로 타락할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아직 능동적인 집착보다 수동적인 의존심이 강했다. 그 무엇보다도 류태현의 사랑을 원하는 그녀는 류태현의 의지에 조금도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저기요……!”

그녀가 꺼내든 궁여지책은 바로 안수호였다.

“부탁드릴게요. 가서 태현이 좀 말려주세요……! 겨, 경비원이시면 학생을 지켜야 하는 거잖아요. 태, 태현이가 싸우다 다칠 지도 모르고. 경비원이시면 기, 긴급 상황 시 무력행사 권한 같은 것도 있으실 거 아녜요…….”

불안에 빠진 목소리. 그녀의 말에 다른 학생들의 시선도 안수호에게 향했다.

‘나보고 류태현을 데리고 오라고?’

아주 잠깐 안수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표정을 곧바로 다잡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한 번 가보도록 하죠.”

그 말에 나은솔의 표정에 눈에 띄게 밝아졌다. 다른 학생들도 저마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안수호가 가본다는 말에 적잖이 안심하는 눈치였다.

‘나은솔이 부탁하지 않았어도 어차피 가보긴 해야 하니까.’

그가 아는 류태현은 전투광이었다. 게다가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샤오메이를 도우러 나선 건 당연한 일이요, 그는 결코 물러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원작에서도 그랬었고, 그 결과 적들을 물리치고 샤오메이를 구해냈었으니까.

다만 이번에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여명단 암살팀 아이기스의 존재는 크나큰 변수였다. 제아무리 류태현이라 해도 1학년 시점의 그는 아이기스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가능성은 낮지만, 최악의 경우 류태현이 죽기라도 하면 곧바로 나도 죽은 목숨이니까.’

그는 내심 류태현이 원망스러웠다. 류태현 때문에 불필요한 싸움에 휘말리게 됐으니까. 태초의 은 가로채기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한 그로서는 굳이 싸움에 끼어들 필요가 없는데도.

그러나 원망스러워도 어쩔 수 없었다. 류태현이 샤오메이를 구하는 게 원작 스토리였으니.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안수호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류태현 학생은 제가 데리러 가겠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걱정하지 마시고 안전한 장소로 피해주세요. 누군가 여러분을 노리지 않는 이상 절대 싸우지 마시고요.”

나은솔, 하성민, 성아라, 류진, 류설. 하나같이 원작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캐릭터들. 안수호 입장에선 이들의 목숨도 중요하긴 마찬가지였다. 그의 신신당부에 학생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류태현 같은 싸움닭이 아니니까. 그치 오빠?”

“말씀하신대로, 누군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피난에 주력하겠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류설의 말에 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출구 방향으로 가자며 물러서는 두 사람의 뒤를 성아라가 말없이 따랐다.

“흥. 하여간 류태현 그 자식. 사람 여럿 피곤하게 하는군.”

그 뒤를 하성민이 불만 가득 찬 태도로 따랐다.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저희 태현이 안 다치게 무사히 데려와주세요……!”

마지막으로 나은솔이 그에게 다시 한 번 당부한 채 일행에 합류했다. 이제 남은 이는 지예원과 강하늘 두 사람뿐.

조금 전 다른 학생들의 목숨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그들의 목숨조차 이 두 사람의 안위와는 결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을 떨어뜨려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안수호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

“……너희 둘도 쟤네랑 같이 가. 그 편이 조금이나마 안전할 거야. 예원이 넌 마스크랑 모자 절대 벗지 말고. 하늘이는 만약 위험해질 거 같으면 바로 전화해. 곧바로 내가…….”

안수호가 지예원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강하늘은 이미 그가 뭐라 말하려 했는지 알아차렸다.

“알겠어요 오빠. 위험해지면 바로 전화할게요.”

안수호가 말하려던 건 연심의 벚꽃으로 빌린 능력치 반환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강하늘이 전화하면 그 즉시 능력치를 반환하겠다고.

“조심해 안수호.”

“조심하세요. 오빠.”

“그래. 걱정하지 마. 여명단 놈들 금방 처리하고 너희한테 따라붙을 테니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두 연인을 뒤로하며 안수호가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하늘아.”

그러나 그 직전, 잠깐 멈칫한 안수호가 강하늘을 향해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첫 번째’는 쓰지 마. 알겠지?”

“………….”

안수호의 의미심장한 당부에 강하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속내는 전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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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유 스킬 ]

2. 연심의 벚꽃(에픽. S)

­이쪽 세상에서 비롯된 일정 수치 이상의 연심을 자각하는 것으로 가슴에 벚꽃 모양의 성흔이 새겨졌습니다. 또한 상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연심을 품은 것으로 스킬 등급이 레전더리에서 에픽으로 상승, 스킬의 두 번째 효과가 개방되었습니다. 각 효과에 대한 상세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1)첫 번째 효과

­하루에 단 한 번, 5개 존재하는 성흔을 소모하는 것으로 특정 대상의 잠재 능력을 일시적으로 완전히 개방합니다.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대상은 대상이 이룩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의 신체, 정신, 기술적 성취를 이룹니다. 또한 대상이 입은 모든 부상 및 상태이상이 일시적으로 전부 회복됩니다.

­스킬의 지속 시간은 대상에게 품은 연심의 크기에 비례하며, 스킬 효과가 끝났을 경우 대상은 곧바로 기절하며 최소 2시간에서 최대 48시간의 회복 기간을 거친 뒤 깨어납니다.

­또한 모든 성흔을 소모했을 경우 페널티로서 사용자는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2)두 번째 효과

­하루에 단 한 번, 스킬 사용자의 ‘초인으로서 지닌 모든 능력’을 대상에게 대여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능력이란 신체능력 및 초능력을 포함하며, 대여한 능력을 대상이 120분 이내에 반납하지 않을 경우 초인으로서의 능력이 영구히 손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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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호가 말한 첫 번째 효과. 그것은 그녀의 목숨을 담보로 안수호의 잠재능력을 개방하는 걸 말했다. 두 번째 효과가 개방된 덕에 어지간해서는 쓸 일이 사라진 능력.

그러나 강하늘은 여차하면 주저하지 않고 첫 번째 효과를 발동할 생각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는데 안수호가 자신에게 능력치를 반환했을 경우에.

‘괜히 나 때문에 오빠가 죽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게다가 꽃잎은 아직 4획이나 남았으니까 괜찮을 거야.’

안수호가 들으면 곧바로 반대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안수호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만 그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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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효과는 성흔을 소모하지 않고 발동할 수 있습니다. 단, 두 번째 효과를 발동한 시점에 소모되어 있던 성흔의 숫자만큼 다음과 같은 페널티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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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잠깐, 그녀의 눈이 안수호조차 모르는 두 번째 효과의 페널티에 멈췄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홱홱 저은 그녀가 시야에 떠오른 스킬창을 지워버렸다.

페널티 따위 알 바 아니었다. 중요한 건 안수호의 안전이라며. 굳게 다짐한 강하늘이 지예원과 함께 나은솔 일행 쪽으로 합류했다.

“그럼…….”

그 뒷모습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던 안수호가 발걸음을 돌렸다.

***

“니들 뭐냐? 뭔데 평화로운 놀이공원에서 총질이야?”

류태현은 그렇게 말하며 간보듯이 주위를 스윽 둘러봤다. 좀 전의 총성 때문에 사람들은 이미 멀찍이 도망친 지 오래였다. 덕분에 그의 시야에는 확실하게 적들만이 잡혔다.

‘왼쪽 길에는 나이프 든 여자 한 명. 정면에는 맨몸의 남자……가 아니라 손에 저거 너클인가? 하여튼 한 명. 그리고 오른편에 근육돼지 한 명. 그리고 내 발밑에 한 명까지 총 넷에 무전기 너머에 있을 사람까지 하면…….’

대충 둘러본 결과 적어도 동네 양아치 집단은 아니었다. 애초에 동네 양아치 따위가 벌건 대낮의 놀이공원에서 총을 쏴댈 리가 없지만.

“니들 혹시 여명단이냐?”

당장 생각나는 범죄 조직이 여명단밖에 없기에 던져본 말. 허나 그 말에 조직원들이 흠칫 표정을 굳혔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이긴 하지만 당사자들이 그런 내막을 알 리가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쟨 또 누구야?’

그리고 그건 색적 능력으로 상황을 엿보고 있던 팀 리더 김주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겨울동맹 쪽 사람인가? 그렇지만 저 얼굴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럼 샤오메이 쪽 동료? 설마 중국 공안인가? 아니, 공안치고는 너무 젊어. 애초에 아무리 공안이라도 이 나라에서 저렇게 대놓고 나설 수는 없어. 도대체 뭐하는 놈이지?’

­촤라락.

그녀가 놀이공원 전체에 퍼져 있던 색적 능력을 류태현 한 사람에게 집중했다. 눈동자의 조리개가 줄어듦과 동시에 류태현의 초능력이나 무력 수준 같은 정보가 그녀의 머릿속에 흘러들어온다.

직후.

“이런 미친…….”

김주연이 육성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류태현에게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무력. 그 기세가 그녀나 휘하 팀원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기에.

‘굳이 비교하자면 지부 간부급…….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 지도…….’

그녀를 제외한 팀 전원이 달려들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 갑자기 저런 적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으나, 무릇 한 팀의 리더라면 그러한 상황에서도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는 법.

“델타­6. 현재 위치는?”

­여기는 델타­6. 현재 남쪽에서 현장으로 접근 중입…

“가는 길에 있는 무대 앞에서 아이기스와 합류해. 키 183에 흰색 셔츠 차림의 갈색머리 서양인. 오른팔에 라틴어 레터링 문신이 있으니까 알아보기 편할 거야. 그 남자한테 태초의 은 탈취 작전 건으로 도와달라 요청해.”

­리더. 아이기스라면 설마 그……. 단장님 직속 암살팀 아이기스 말입니까? 그 사람이 지금 여기 있다고요?

“그래. 그 아이기스 맞아. 나머지 인원들은 델타­6가 아이기스를 데려올 때까지 최대한 버텨. 샤오메이를 확보한 채 시간은 끄는 거야. 알겠지?”

­델타­2 확인.

­델타­3 확인.

­델타­5 확……어어 저거 뭐야지지지지지지지직!!!!!!

­콰아아아앙!!!!

그 순간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이 인이어 안팎으로 동시에 터져 나왔다. 김주연이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까지 팀원들이 있던 사거리 한쪽 편에서 시커먼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델타­5! 대답해!”

­……크아아! 델타­5! 새로운 적입니다! 하늘에서 갑자기 내려와선……. 끄으윽?!

­콰아아아앙!!!

직후 다시 한 번 울린 굉음. 김주연의 눈동자가 촤라락 열리며 그 주변을 빠르게 탐색했다. 이내 그녀의 눈동자가 얼굴에 마스크를 쓴 안수호를 포착했다.

“……이런 망할. 저건 또 뭔데?”

튀어나오려는 욕지거리를 가까스로 삼키며 김주연이 창가에서 뛰어내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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