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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경비원으로 빙의당했다-116화 (117/266)

〈 116화 〉 115. 기사의 무덤 공략(2)

* * *

안수호가 막 던전 안에서 적들과 조우한 시점.

“읏.”

기숙사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던 강하늘은 갑자기 몸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이어서 그녀의 모든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시야는 흐릿해졌으며 귀는 먹먹했고 피부는 마치 라텍스 수트라도 입은 듯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그 정체모를 변화에 당황한 강하늘의 시야에 돌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

[ 대상 ‘안수호’가 <스킬 :="" 연심의="" 벚꽃="">의 두 번째 효과를 활성화하였습니다. ]

[ 지금부터 120분 동안 스킬 사용자 ‘강하늘’의 ‘초인으로서 지닌 모든 능력’이 안수호에게 ‘대여’됩니다. ]

[ 사용자 ‘강하늘’이 대여한 ‘초인으로서 지닌 모든 능력’은 대상 ‘안수호’가 120분 이내에 반납하지 않을 경우 영구히 소실되오니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

“아하.”

그제야 강하늘은 자신의 신체에 찾아온 변화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지금 난 초인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이 된 거구나.’

강하늘은 신기하다는 듯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꼭 수영장 안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움직임에 강한 저항이 느껴졌다.

‘원래 세상에서는 22년을 일반인의 몸으로 살아왔었는데. 적응이란 게 참 무섭네.’

어느새 초인의 뛰어난 신체능력에 적응한 자신의 모습에 강하늘이 피식 웃었다. 그러나 이내 그 얼굴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떠오른다.

스킬 효과가 활성화되었다는 건 곧 안수호가 던전에 들어갔다는 소리였으니.

심란해진 강하늘이 노트북을 닫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신앙적인 의미는 없었다. 그저 안수호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제스처였다.

“오빠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강하늘의 중얼거림이 그녀의 방 안에 작게 울려 퍼졌다.

***

­콰직!

설아현이 휘두른 주먹에 망령기사의 투구가 허공을 날았다. 머리를 잃은 갑옷에서 새까만 연기가 새어나오더니 이내 지면에 쿵 쓰러졌다.

던전에 돌입하고나서 여섯 번째로 벌어진 전투.

그 전투의 끝을 장식한 설아현이 이마에 흐른 한 줄기 땀을 닦으며 물었다.

“후우. 다친 사람은 없나요?”

그러자 흑룡회 소속의 헌터 한 명이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회주님께선 설마 저희가 겨우 이정도 놈들 상대로 다칠 것 같습니까? 진짜 그렇게 생각하신 거면 좀 슬픈데?”

“준수 넌 좀 불안불안하지. 저번 년에 겨우 A급 승급한 햇병아리가 가오는…….”

“놔둬라. 한창 기고만장할 때잖냐.”

“내가 저놈만할 때만 해도 헌터들 사이에 겸손이 미덕이었는데. 에잉 쯧.”

흑룡회 소속 헌터는 설아현을 제외하고 총 네 명으로, 셋은 불혹을 넘긴 중년이었으며 한 명은 갓 서른을 넘긴 비교적 젊은 남성이었다. 이중 가장 젊은, 준수라는 이름의 헌터가 선배들의 핀잔에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거 말 조금 잘못했다고 귀여운 막내한테 너무들 하십니다?”

“인석아 너는 막내도 아니고 귀엽지도 않어. 우리 회주님께서 니보다 더 젊고 더 귀여우시거든.”

“암 그렇고말고. 물론 귀여운 걸로 치면 내 딸 유리가 최고지!”

“거 조씨! 딸 자랑은 그쯤하고. 회수팀 작업하기 편하게 이놈들 시체나 좀 옮기쇼.”

“그래. 그래야지. 이게 다 돈인데 허투로 놔둘 순 없지.”

“그래봤자 공략 보수에 비하면 푼돈밖에 안 되는구만.”

“자네도 자식들 대학 보내면 알 거야. 심지어 난 자식이 넷이라고. 첫째 딸 겨우 취직하는 거 봤더니 둘째 셋째 넷째 아주 줄줄이 쏘세지로……. 하여간 매달 들어가는 돈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쉴 새 없이 입을 놀리며 망령기사의 시체를 미궁 한쪽 벽에 쌓아두는 헌터들. 그들을 보며 설아현은 흐뭇하면서도 뭉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명실상부 흑룡회 최고의 전력이요, 동시에 모두가 1회차의 미래에서 안타깝게 죽었던 이들이었으니까.

“생각보다 전투가 순조롭네요. 벌써 최심부까지 3분의 2나 전진했어요. 이정도 속도면 아마 저희가 최심부에 제일 먼저 도착할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회주님. 슬슬 왔던 방향도 경계해야 할 겁니다. 오면서 지나친 샛길만 해도 벌써 열댓 개가 넘어가니까.”

“그렇죠. 그럼 지금부터는 요한 씨가 후방 경계를 맡아주세요. 첨병 역할은 제가 대신 할 테니.”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누구 한 명 정도는 같이 가야 할 듯 싶은데.”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설아현이 자신과 동행할 이를 선별하기 위해 좌중을 훑자 흑룡회 소속 헌터들이 전원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마치 자신을 뽑아달라는 듯이.

그 아이돌과 팬클럽 같은 모습에 한여름을 포함한 아스테로이드 길드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제아무리 저들이 흑룡회의 간부급이라곤 하지만 길드마스터와 간부 사이에 이토록 허물이 없는 건 엄격한 규율이 중시되는 아스테로이드 길드원들로선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기에.

“그럼 수호 씨가 저랑 같이 가주세요.”

“저 말입니까?”

지목당할 걸 예상 못한 안수호가 자신을 가리키며 반문했다. 그 순간 다른 흑룡회 소속 헌터들의 고개가 일제히 그를 향했다.

“저 어디서 굴러먹다 온 지도 모를 놈팽이가…….”

“아무리 회주님이 인정하셨다지만 그래도…….”

“하필 왜 저딴 놈을…….”

“……근데 저 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들에 안수호가 진땀을 흘리며 설아현에게 향했다. 설아현은 그런 그들에게 피식 웃으며 적당히 하라며 이른 뒤 안수호와 함께 대열의 진행 방향으로 백 미터 정도 앞서 걸어갔다.

“수호 씨? 어떻게 된 거예요?”

눈이 가득 쌓인 미궁에 두 사람만 따로 걷기 시작하자 설아현이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냐니, 뭐가 말입니까?”

“시치미 떼지 말아요. 수호 씨 원래 이렇게 쎄지 않았잖아요.”

혹시나 듣는 사람이 있을까 설아현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그 말에 안수호가 적당히 어깨를 으쓱였다.

“아현 씨가 1회차 때보다 강해진 거랑 같은 이치죠. 미래의 지식으로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실행한 겁니다.”

“아무리 미래를 알아도 단시간에 이만큼이나 강해지는 게 말이 되나요? 엊그제 강하늘 학생 구출 때만 해도 잘 쳐줘야 B급 근처였는데, 지금은 A급 상위, 거의 S급 수준이던데요?”

“아현 씨 눈엔 제 실력이 그 정도로 보입니까?”

“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현역 S급 초인의 평가를 들은 안수호가 주먹을 꽉 쥐었다.

‘연심의 벚꽃의 두 번째 효과. 싸우면서 계속 실감하긴 했지만 정말 상상 이상이야.’

안수호가 설아현 몰래 자신의 상태창을 활성화했다.

===

[ ‘안수호’의 상태창 ]

이름 : 안수호

성별 : 남성

신장/체중/나이 : 182.3cm/75.9kg/24세

직업 : 아카데미 경비원

소속 : 그린하우스 경비대 특수대책과

보유 초능력 : 검은 연기(D), 마력 흡수(A), 아바타(E)

[ 능력치 ]

근력 C+*

민첩 A+*

내구 C*

마력 A*

기교 A*

행운 S*

1. <샛별의 숨소리="">의 착용 효과에 의해 근력과 민첩에 플러스 보정이 붙습니다.

2. <스킬 :="" 연심의="" 벚꽃="">의 두 번째 효과에 의해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

참고로 연심의 벚꽃의 첫 번째 효과가 발동되었을 때의 능력치는 이러했다.

===

근력 A+

민첩 A+

내구 B

마력 A

기교 A+

행운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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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스펙은 첫 번째 효과를 받았을 때보다 떨어지긴 했으나, 그의 전투 스타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민첩, 마력, 기교 항목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또한 첫 번째 효과의 경우 효과가 잠재능력의 개방이었기에 행운 능력치에는 변동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행운 또한 강하늘의 능력치의 영향을 받아 B에서 S로 크게 상승했다.

무엇보다 두 번째 효과의 가장 큰 장점은 첫 번째 효과와 달리 페널티가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안수호가 대여 받은 힘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강하늘은 영구적으로 초인의 힘을 상실하게 되지만, 안수호가 그럴 리가 없으니 사실상 페널티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근력이나 내구는 여전히 C랭크지만 내 전투 방식에 그 두 항목은 별로 영향이 크지 않아. 그래서 설아현도 날 S급에 준하는 수준으로 본 것일 테지. 실제로 그리 틀린 평가도 아니야.’

평상시의 공격 능력만 해도 못해도 A급 상위는 될 것이다. 게다가 샛별의 숨소리를 사용한 순간 가속 능력, 그리고 탈리스만을 이용한 초능력의 강화를 감안하면 일시적이나마 S급에 준하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빌헬름과 싸웠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설마 하늘이가 공략 하루 전에 이런 능력을 각성할 줄은. 너무 형편이 좋아서 오히려 불안할 정도야.’

“……기요. 수호 씨? 수호 씨이? 듣고 있나요??”

설아현의 부름에 안수호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능력치를 살피는 데에 여념이 없어 그만 그녀를 무시해버리고 만 것이다.

“죄송합니다. 뭐라고 하셨죠?”

“계속 물어봤잖아요. 그렇게 단시간에 강해질 수 있었던 방법이 뭐냐고. 같은 회귀자끼리 좋은 건 공유하자고요. 네?”

“하하하……”

안수호는 멋쩍게 웃기만 하며 정작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빙의자의 일이니 강하늘의 스킬 따위를 설아현에게 설명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뭐예요. 말해줄 수 없다 그건가요?”

그 반응에 설아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평을 뱉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안수호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회귀자에게는 지식의 곧 자산이고 무기였으니까.

다만 설아현이 불만인 건 안수호가 그녀와 달리 미래의 자신과 만난 적이 있어 이미 자신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불공평함에 설아현이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불공평해요.”

“뭐가 말입니까?”

“수호 씨는 미래에서 절 만나서 저한테 이런저런 얘기 다 들었을 거 아니에요. 근데 왜 수호 씨는 저한테 안 말해주는데요? 네? 제 얘기는 다 들었으면서.”

“그야 제가 겪은 미래의 아현 씨랑 지금의 아현 씨는 다른 사람이니까요. 실제로 우리 둘은 아직 서로에 대해 잘 모르지 않습니까.”

“수호 씨는 미래에서 절 만나서 잘 알고 계시지 않­”

“그러니까.”

안수호가 설아현의 말을 끊으며 이어 말했다.

“아현 씨가 봤다던 미래처럼 우리 둘이 이번 회차에서도 친한 사이가 되면, 그때 가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안수호 입장에서는 그냥 이 순간을 넘기기 위한 변명이었다. 설령 설아현과 돈독한 사이가 된다고 한들 빙의자의 비밀에 대해 밝힐 수는 없었으니까.

‘아니, 어쩌면 밝히게 될 수도 있……으려나?’

안 그래도 지예원에겐 이 세상의 진실에 대해 말해주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만약 설아현과도 그 정도의 관계가 된다면 그녀에게도 진실을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일은 없지.’

그러나 안수호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강하늘과의 약속이 있었으니까.

지예원과의 양다리를 용인해주는 대신, 강하늘은 더 이상 여자를 늘리지 마라, 특히 원작의 히로인은 원작 주인공인 류태현과 사귀게 놔두라 당부했다. 그러니 설아현과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지예원처럼 모든 것을 밝힐 수 있을 정도의 사이는 되지 않을 거라고.

“치, 친해지면 말해준다고요……?”

안수호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나, 설아현의 머릿속은 전혀 달랐다.

‘내, 내가 본 미래만큼 친해지면 알려준다고? 그 말은 그러니까, 사, 사귀는 사이가 되면 알려주겠다는 뜻? 설마 지금 은연중에 그렇게 암시한 거야??’

안수호와 차마 입에 담기 부끄러울 짓을 하는 미래를 관측한 설아현으로서는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두 뺨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느낌이 든 설아현이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현 씨? 왜 그러십니까?”

“치, 친해진다는 게 어, 어어얼마나 친해져야 하는 건데요?”

“말했잖아요. 아현 씨가 본 미래만큼 친해지면, 이라고.”

“그러니까 그게 어느, 어느 정도냐고요……!”

“뭘 그런 걸 묻습니까? 직접 미래를 보셨으면서.”

안수호 입장에선 미래에 그 자신과 설아현이 어느 정도 관계가 되는지를 모르니 그렇게 되물은 것이었으나, 설아현 입장에선 시치미를 떼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이 사람이 진짜……!’

설아현은 시원스럽게 말해주지 않는 안수호에게 화가 났다.

‘잠깐. 어쩌면 수호 씨도 확신을 못하니까 저렇게 말하는 건가?’

그때 설아현의 뇌리에 한 가지 가능성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맞아. 미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거니까. 설령 수호 씨가 살아온 세상에서 나랑 수호 씨가 여, 연인이었어도 이 세상에서도 그러리란 법은 없고. 마찬가지로 내가 본 그 파, 파파파렴치한 미래도 그대로 일어날 거란 보장은 없어…….’

그 사실은 이미 제 입맛대로 역사를 바꿔온 설아현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안수호 또한 그 사실을 알기에 저런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거라고. 제멋대로 납득한 설아현이 혼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대체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물론 안수호로선 그 속내를 짐작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수호 씨. 그럼 수호 씨는 저랑 수호 씨가 겪었던 미래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시 친해지고 싶은 건가요?”

그때 설아현이 그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만약 여기서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만약 자신이 본 미래에서처럼, 안수호가 겪었던 세상에서 자신과 안수호가 연인이었다면.

방금 설아현이 던진 그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다는 것은 즉 안수호가 설아현과 다시 연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노골적인 질문도 아니니 좀 전처럼 애매한 태도를 보일 필요도 없다.

“미래에서처럼 말입니까? 그건…….”

설아현이 그의 다음 말에 집중했다. 그녀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저는…….”

이내 안수호가 그 질문에 대답하려던 순간.

“……뭘 그리 둘이서 쑥덕거리고 있어요?”

어느새 두 사람 뒤로 다가온 한여름이 두 눈을 게슴츠레 뜬 채 그렇게 물었다.

“한여름 학생? 무슨 일입니까?”

“흑룡회 헌터분이 말 좀 전해달래서요. 갑옷 잔해를 정리하는 와중에 아티펙트가 하나 나왔는데 아스테로이드 길드랑 흑룡회 중 소유권을 어느 길드로 할 지에 대해­”

“……왜.”

“네?”

“왜 하필 지금 온 거예요! 왜! 하필! 지금!”

설아현의 분에 받친 외침에 한여름이 당황했다. 그러나 상대는 S급 길드의 톱. 그녀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여름은 설아현의 급발진이 아니꼬움에도 애써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미, 미안해요? 제가 혹시 뭐 잘못했나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서 그러는데 혹시 설명을 좀…….”

“서, 설명? 돼, 됐어요! 괜찮아요! 아무것도 아니니까!”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그, 아, 아티펙트 분배는 제가 나중에 그쪽 길드장하고 합의할 테니까 그, 그렇게 아세요!”

“…….”

애써 유지하고 있던 한여름의 웃는 얼굴에 쩌저적 금이 갔다.

‘아무리 내가 학생 인턴이라지만…….’

한여름은 설아현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불쾌했다. 그녀의 횡설수설하는 듯한 그 모습이 꼭, 학생 인턴 신분에 불과한 자신을 낮잡아보는 것 같아서.

“저기요. 흑룡회주. 아무리 제가 인턴이라지만 저랑 당신은 명백히 협력 관계인­”

“잠깐, 만요.”

“이게 진짜……!”

“잠깐 기다리라고!”

설아현이 호통치듯 반말로 외치자 한여름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그 얼굴에 서린 분노는 더욱 강해져 있었다.

“……흑룡회주?”

그러나 그 분노는 이내 사그라지고 대신 의문이 떠오른다. 식은땀을 흘리며 미궁 저편을 바라보는 설아현의 태도에서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꼈기에.

“……어째서?”

설아현이 혼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에 안수호와 한여름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던 순간.

­쐐애애애액!

“다들 숙여요!”

다급한 외침. 그리고 귓가에 날아드는 파공성.

안수호와 한여름이 지체하지 않고 설아현의 말대로 몸을 숙였다. 직후, 거대한 도끼 하나가 그들 위를 스쳐 지나가 반대편 벽에 박혔다.

“뭐야, 이건?”

한여름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 도끼를 바라보더니 미궁의 저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철컥.

그러자 그곳에 보인 건, 지금까지 몇 번이고 상대해온 망령기사 한 마리.

검붉은 연기를 폴폴 풍기며 세 사람을 응시하고 있는 그 기사의 손에는 벽에 박혀 있는 것과 동일한 사이즈의 도끼가 들려 있었다.

“뭐야. 겨우 망령기사 하나 때문에 그런 거예요? 저런 놈이야 저 혼자서라도­”

“아니에요.”

“네?”

“겨우가 아니라고요. 저건. 저건…….”

설아현이 도움을 구하듯 안수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안수호 또한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이런 씨발. 저건 또 뭐야?”

그의 입에서 나지막한 욕지거리가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철컥.

검붉은 기운을 풍기는 기사가 그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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