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경비원으로 빙의당했다-112화 (113/266)

〈 112화 〉 111. 기정사실(1)

* * *

­두근. 두근. 두근.

두 사람의 심장 소리가 겹친다.

안수호 위에 올라탄 강하늘이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땀을 흘렸다. 몸이 무척 뜨거웠다. 그게 부끄러움 때문인지 취기 때문인지는 본인도 알 수 없었다.

“저기, 하늘­”

“가, 가만히 있어요.”

강하늘이 두 손을 안수호의 가슴 위에 포개어 지그시 눌렀다. 그가 일어날 수 없게끔.

‘이, 이제 어떻게 하지……?’

허나 거기까지였다. 어쩌다보니 리드하는 모양새가 되었으나 강하늘은 성적인 경험이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리가 없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강하늘의 심장이 더욱 가쁘게 뛰었다. 달뜬 숨결을 내뱉으며 안수호를 내려다보던 강하늘이 마침내 몸을 숙였다.

­쪽.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지고 떼어졌다.

딱 그것뿐이었다.

혀를 섞지도, 농밀하게 서로의 입술을 탐하지도 않는 귀여운 입맞춤.

­두근! 두근! 두근!

‘해, 했다! 처, 처처처처처처첫 키스……! 해, 해버렸어!!’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강하늘의 심장은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입술을 뗀 직후 안수호와 눈이 마주친 강하늘이 어버버버 거리며 그의 품에 고개를 파묻었다.

“하으으으…….”

강하늘은 몸이 끓는 것처럼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것이 취기 때문인지 부끄러움 때문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크흠.”

그 모습에 안수호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귀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저 하늘아. 부끄러우면 무리하지 않아도 돼. 굳이 오늘 이러지 않아도­”

“아니요!”

강하늘이 고개를 홱 들었다. 안수호와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정처 없이 돌아가는 두 눈동자.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강하늘이 선언하듯 외쳤다.

“오, 오늘 전 오빠랑 끄, 끝까지 갈 거예요!”

그 낯뜨거운 선언의 이면에는 강하늘이 느끼던 불안감이 있었다.

강하늘은 안수호를 사랑했다. 안수호도 강하늘을 사랑했다. 그러나 안수호는 지예원 또한 사랑했다. 그가 강하늘을 소중한 사람으로 대하듯, 그는 지예원 또한 소중한 ‘사람’으로 대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비록 두 사람에 대한 사랑의 정도가 같더라도, 언젠가 바뀔지도 모른다며.

자신보다 지예원을 더 사랑하게 될 수도 있고. 그 끝에 오직 지예원만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강하늘이 안수호에 대해 품은 감정은 사랑과 의존, 그리고 집착이었다. 그런 강하늘은 오늘 하루 그녀의 뇌리에 자리했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물불 가릴 생각이 없었다.

“하늘아. 일단 다시 아바타부터 발동해. 너 지금 취해서 제정신 아니야.”

“지금은 제정신 아니지만! 겨, 결졍은 제정신일 때 한 거예요! 그러니 괜찮아요!”

“굳이 이렇게 서두를 필요 없잖아. 이런 건 천천히, 충분히 생각해본 뒤에 해도 늦지 않­”

“오빠는 신경 쓸 거 없어요! 제, 제가 하고 싶어서 하, 하는 거니까!”

“부끄러워서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누, 누누누가 부끄러워 한다고 그래요! 이건 그, 제가 지금 술기운이 좀 있어서……아무튼!”

강하늘이 꼬옥 하고 자신의 몸을 안수호에게 밀착했다. 하복부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중량감에 안수호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지예원한테 뒤쳐지는 건 싫어요. 오, 오빠가 뭐라 하든 오늘 끝까지 갈 거니까! 제, 제가 알아서 다 해줄 테니까? 오빠는 야, 얌전히 있으면 된다구요! 알겠죠?!”

호기롭게 외쳤으나 강하늘은 서툴기 그지없었다. 부드럽게 몸을 밀착한 것은 좋았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기껏 한다는 게 위쪽으로 기어 올라와서 뽀뽀, 그마저도 입술이 아닌 뺨에 하는 것이었으니 말 다한 셈이었다.

그러나.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그러나, 그것만 해도 강하늘에게 있어선 세기의 도전이었다. 어찌나 심장이 크게 뛰어대는지 안수호마저 그녀의 고동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이 다음엔 어떡하지? 키, 키스는 했으니까 그 다음엔…….’

기실 그녀가 한 것은 키스조차 아니었으나, 어쨌든 강하늘은 자신만의 순서에 따라 정사를 진행해갔다. 고개를 빼꼼 숙인 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안수호의 아랫도리로 향했다.

“힉!”

강하늘의 입에서 얕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서, 서 있어…….’

안수호의 고간은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채였다. 비록 상황이 갑작스럽다고는 해도 정사는 정사. 안수호 또한 이 상황에 적잖이 흥분한 상태였다.

­스윽.

강하늘의 왼손이 천천히 안수호의 몸을 따라 내려갔다. 이윽고 고간 근처에 이른 하얀 손가락이 부끄럽다는 듯 애먼 주변만 톡톡 건드리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

허나 강하늘은 이미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안수호를 바라보지도, 그의 고간을 보지도 못한 채 애매한 곳에 시선을 고정하며, 사과처럼 빨갛게 익은 그녀의 뺨에 긴장어린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강하늘은 지퍼를 내리긴커녕 안수호의 물건을 손으로 만지지 조차 못했다. 기껏 용기를 내어봤자 손끝으로 그 주변부를 톡 건드려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워 안수호가 강하늘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몸이 놀란 고양이처럼 파직! 하고 튀어올랐다.

“…….”

그러나 이내 안심한 듯, 강하늘이 안수호를 향해 빼꼼 고개를 들며 몸을 포갰다. 물론 그 왼손은 여전히 애먼 아랫배만 간지럽히듯 매만질 뿐이었다.

그 모습이 꼭 주인의 눈치를 보는 새끼고양이 같아서.

“푸흣.”

안수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웃음에 강하늘의 뺨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왜, 왜 웃어요?”

“귀여워서.”

“바, 바보 취급 하지 마요……!”

“바보 취급이 아니라, 진짜 귀여워서 그런 거라니까?”

안수호의 안에서 강하늘은 한 사람의 여성임과 동시에 귀여운 동생이기도 했다. 그리고 강하늘이 연이어 보여준 서툰 모습은 안수호로 하여금 강하늘의 여성이 아닌 ‘동생으로서의 모습’을 의식하게 했다.

안수호가 살짝 몸을 일으키며 강하늘의 등을 토닥였다.

“하늘아. 부끄러우면 무리할 것 없어.”

순전히 강하늘을 배려하는 마음에 나온 말이었다. 안수호는 강하늘이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불안한 거겠지.’

제아무리 강하늘과 지예원을 동등하게 사랑하노라고 말했다 한들 강하늘로서는 최악의 경우를 상상할 수밖에 없다. 어떠한 이유로든 그 동등한 천칭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안수호가 자신을 버리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그 불안한 마음에 강하늘은 오늘 안수호와 몸을 겹쳐버리겠다고 결정했다. 정신만이 아닌 몸으로도 이어진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견고해질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의해.

그렇기에 부끄러움을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서툰 솜씨로나마 자신에게 엉기고 달라붙고 있는 것이 지금의 강하늘일 거라며.

“무리해서 이러지 않아도 난 널 버리거나 떠나지 않아. 그러니 걱정할 것 없어.”

“……아뇨.”

그러나 안수호가 간과한 것은. 그런 불안한 마음을 제하더라도 순수하게.

순수하게, 그저 눈앞의 남자와 이어지고 싶은 마음이 강하늘에게도 있다는 점이었다.

“말했잖아요. 오늘 끝까지 간다고……!”

­꿀꺽.

강하늘이 마른침을 삼켰다. 다음 순간 그녀의 손이 안수호의 고간 위에 포개어졌다.

덜덜 떠는 손으로 버클과 지퍼를 푼 강하늘이 이내 속옷마저 확 내려버렸다.

“힉!”

그러자 반동으로 발딱 솟은 안수호의 물건을 보며 강하늘의 몸이 흠칫 떨렸다. 망설이던 그녀가 그 물건을 살며시 손으로 쥐었다.

뜨겁다. 그리고 딱딱하다. 조금 끈적이는 것 같기도 하다.

생전 처음 보는 남성의 성기를 마주한 강하늘의 태도는 썩 볼만했다. 흘긋 물건에 시선을 보내다가도 이내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홱 돌리는 것이, 수치심과 호기심 사이에서 격하게 갈등하는 듯 했다.

‘이, 이 다음은 어떡하지? 어떡하더라? 그, 그게, 그러니까…….’

그 호기심과 수치심 사이에서 이리 끌려가고 저리 끌려가던 강하늘의 이성은 마비되기 직전이었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안수호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너, 넣을게효?!”

“어, 뭐?”

“이, 이이이이제 이거! 이거 넣으면 되는 거잖, 아요? 그, 그렇죠?!”

강하늘이 안수호의 자지 위에 고간을 포갰다. 하의조차 벗지 않은 상태였다. 뒤늦게 어라? 하며 고개를 갸웃한 그녀의 눈동자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며 사방팔방으로 굴러다녔다.

“야, 야! 잠깐! 하늘아! 하늘아? 일단 좀 진정해볼래!?”

돌핀팬츠 허리끈에 손가락을 걸친 강하늘을 보며 안수호가 급하게 나섰다.

“마, 막지 마효! 나 오늘 끝까지 할 거라니까?!”

“끝까지 해도 순서가 있잖아 순서가! 너 지금 당황해서 완전 뒤죽박죽인 거 몰라?! 일단 좀 진정하라고!”

“엣.”

그 외침에 뒤늦게 이성이 돌아온 강하늘이 안수호를 바라보았다. 바라보았으나, 채 0.1초도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홱 돌렸다.

부끄러웠다.

안수호와 몸을 겹친다. 그 상황부터가 이미 부끄러운 상황이었으나 그 이상으로, 자신이 알아서 다 하겠다며 호기롭게 나섰음에도 서툰 모습을 보여준 게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히끅!”

강하늘의 눈에서 찔끔 눈물 한 줄기가 새어나왔다. 발딱 선 안수호의 자지가 고간에 맞닿은 채, 고개를 푹 숙인 강하늘이 부끄러워 울었다.

“하, 하늘아?”

놀란 안수호가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강하늘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였다.

“미, 미안 하늘아. 내가 말이 좀 심했지? 괜찮아?”

당황한 안수호가 몸을 일으켜 강하늘을 품에 안았다. 그 과정에서 그의 물건이 두 사람의 배 사이에 꼈으나, 둘 다 그런 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이게 대체 뭔 상황이야…….’

안수호는 당황스러웠다. 강하늘의 방송을 멈추려 급하게 뛰어와, 여차저차한 끝에 그녀와 화해 비슷한 걸 한 곳까지는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갑작스러운 정사 상황과, 자신이 다 알아서 하겠다던 강하늘이 대뜸 눈물을 흘리는 이 상황은 참으로, 참으로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미, 미안! 히끅! 미안해요. 내가, 내가 서툴러서…….”

“미안하긴 무슨! 미안해 할 일 전혀 아니야! 응? 괜찮으니까 눈물 뚝 해. 뚝.”

“그게, 잘하려고, 잘하려고 했는데. 막상. 히윽! 막상 하려니까 머릿속에,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서. 당황해서…….”

“그래. 다 이해해. 괜찮아. 괜찮다니까? 그러니까 울지 마. 응? 그래서 말했잖아.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그게, 급해서. 그리고 불안해서. 그래서 오늘. 오늘 아예 오빠랑 끝까지 해버리려고……”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 괜찮아. 그래.”

졸지에 울먹이는 아이를 달래주게 된 안수호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하늘이 그의 품에 꽈악 안기며 볼을 부볐다.

­말캉.

동시에 느껴진 말랑한 가슴의 감촉에 안수호가 혀를 찼다. 강하늘을 위로해주는 상황과는 별개로 그녀의 몸은 쓸데없이 부드러웠다. 분위기도 읽지 못하고 더욱 빳빳하게 고개를 치켜드는 자신의 성기가 안수호는 원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좀 진정됐어?”

그렇게 말하며 안수호가 강하늘의 몸을 떨어뜨려놓으려 했다. 그러나 강하늘이 싫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더욱 꽈악 달라붙었다.

“하늘아?”

“……이대로 끝내긴 싫어요.”

“응?”

“이대로 끝내긴 싫다구요! 이게 뭐예요! 자기 멋대로 리드하려다가! 당황해서 실, 실수만 연발하다 결국 울어서 위로받고! 이, 이대로 끝내면 완전 꼴사납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차마 꼴사납다는 부분은 부정할 수 없었으나, 안수호는 이 상태로 정사를 이어가는 것도 이상하다 생각했다. 밀착에 의해 불가피하게 흥분한 신체와 달리, 그의 정신은 강하늘을 위로하는 과정에서 차갑게 식어버렸으니.

“아, 알아서 하는 건 이제 포기할래요. 그 대신…….”

“대신……?”

“오, 오빠가 저한테 알려주세요. 순서 뒤죽박죽이라면서요. 그러니까, 오빠가 제대로 순서 알려주면, 그, 그 순서대로 천천히 하면 되잖, 아요? 그렇죠……?”

안수호의 품에 고개를 묻었던 강하늘이 슬쩍 그를 올려다보았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가 농밀한 분위기로 젖어 있었다.

‘아.’

그 시선에 안수호의 본능이 단숨에 이성을 치고 올라왔다. 다시금 아랫도리로 피가 쏠리는 것을 느끼며 안수호가 멋쩍게 말했다.

“……일단 본방을 뛰기 전에 무드부터 갖춰놔야겠지.”

“무드, 요? 어떻게 하는 건데요?”

“그야……. 서로 시선을 맞춘다든가.”

그 말에 강하늘이 안수호를 빤히 바라봤다. 안수호 또한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두근! 두근! 두근!

그러자 강하늘의 심장이 다시 격하게 뛰며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서로 빤히 바라보는 게 부끄러웠는지, 강하늘은 눈을 한 번 깜빡일 때마다 시선이 다른 방향으로 튀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의무라도 되는 듯 도망친 시선을 다시 안수호에게로 향했다.

“……되, 된 거 같아요. 무드……!”

“…….”

안수호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이 다음은요……?”

“키스, 라든가…….”

격하게 부끄러워하는 강하늘의 태도에 안수호마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가 툭 내뱉듯 말하자 강하늘이 고개를 갸웃? 하며 되물었다.

“키, 키스는 아까 했잖, 아요?”

“그게 무슨 키스야. 그건 그냥…….”

말을 하던 안수호가 강하늘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달뜬 숨결이 새어나오는, 연분홍빛으로 물든 탐스러운 입술을.

“오빠? 왜 그러……하읍?!”

다음 순간 안수호가 강하늘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좀 전에 강하늘이 했던 키스 같지도 않던 입맞춤과는 전적으로 다른, 혀와 혀가 엉키고 타액이 오가는 농밀한 키스였다.

“……! ……!!”

난생 처음 겪어보는 어른의 키스에 강하늘의 손발에 꽈악 힘이 들어갔다. 강하늘의 손톱이 안수호의 등을 할퀴었으나 안수호는 멈추지 않았다. 그마저도 짜릿했다.

“후우우…….”

이윽고 입술이 떨어지고. 안수호가 강하늘의 입가에 흐른 침을 엄지로 훔치며 말했다.

“이런 걸 키스라고 하는 거야. 아까 네가 한 건 그냥 뽀뽀고. 알겠어?”

“으, 네? 네헤?”

방금 키스로 뇌가 녹아버린 강하늘은 말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강하늘이 침을 꼴깍 삼켰다. 침에서 낯선 맛과 향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이 다음은요?”

흥분감을 감추지 못한 뜨거운 목소리로 강하늘이 물었다. 안수호는 마치 새하얀 도화지를 먹물로 더럽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말처럼, 그는 지금 자신의 손길로 강하늘을 순수한 소녀에서 한 사람의 여성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꽈악.

“흣.”

그가 강하늘의 가슴을 쥐었다. 작은 신음이 그녀의 입에서 새어나온다.

“땀, 많이 흘렸네.”

“이, 일단 씻고 올까요? 냄새 좀 많이 날지도…….”

“아니, 상관없어.”

“그, 그렇지만. 흐읏!”

간지럽히듯 애무하는 안수호의 손놀림에 강하늘이 입술을 잘근 씹었다.

“그치만. 저, 땀도 많이 흘렸고. 그, 술 냄새도 날 텐데…….”

“그래?”

그 말에 안수호가 강하늘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크게 숨을 들이쉰 그가 강하늘에게 말했다.

“하나도 안 나는데?”

“거, 거짓말하지 마요! 냄새가 안 날리가 없……헤읏!?”

안수호가 티셔츠 너머로 강하늘의 유두를 깨물었다. 브래지어는 조금 전 키스하는 동안 진즉에 풀어버린 뒤였다. 그가 장난치듯 이빨 사이로 혓바닥을 굴리며, 다른 손으로는 반대편 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했다.

“흐응. 간지러, 워요.”

“간지러워? 기분 좋은 게 아니라?”

“에헷. 그 대사 완전 야설 대사……흐응!”

애무가 이어짐에 따라 강하늘의 허리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강하늘이 아랫배를 안수호에게 깊숙이 밀착했다. 빳빳하게 서있던 안수호의 자지가 강하늘의 허벅지 안쪽을 툭툭 두드렸다.

“흐읏. 으응. 흐으응…….”

강하늘이 살짝 몸을 낮추자 자지 끄트머리가 그녀의 고간에 박혔다. 돌핀팬츠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함에 강하늘이 본능적으로 허리를 앞뒤로 살살 비볐다.

‘이거 봐라?’

그 교태로운 몸짓에 안수호가 혀를 내둘렀다. 가슴에서 얼굴을 뗀 그가 강하늘의 사타구니를 스윽 훑었다.

“히읏?!”

‘와…….’

직후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직 만지지도 않은 사타구니 너머에서 후끈한 열기와 축축함이 전해져왔기에.

‘만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다고?’

­찔꺼억.

돌핀팬츠 자락을 살며시 들추자 그 사이로 끈적한 애액이 실처럼 늘어졌다. 안수호가 손가락에 묻은 애액을 신기하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저 오빠? 저 역시 씻고 올게요.”

헌데 다음 순간 강하늘이 안수호로부터 떨어지며 그렇게 말했다. 안수호가 이제 와서 굳이? 하는 표정을 짓자, 강하늘이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너, 너무 끈적하면 별로일 것 같아서요. 그, 금방 씻고 올 테니까…….”

허연 실이 늘어진 허벅지를 오므리며 강하늘이 말했다.

기실 강하늘은 평범한 여자들에 비해 유독 물이 많은 편이었다. 그녀는 그것이 일종의 콤플렉스였다. 스스로 위로할 때마다 옷이며 침대며 진하게 적시는 애액을 보며 불결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남성에게 있어선 애액이 많이 나오는 게 전혀 문제삼을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적지 않은 남성들이 이를 일종의 페티쉬로 여겼다. 안수호 또한 별반 다를 건 없었다.

“굳이 안 씻어도 되는데.”

“그치만 이렇게 많이 흐르면 더럽지­”

“글쎄 괜찮다니까?”

“꺄악!”

반쯤 몸을 돌린 강하늘을 안수호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한 손은 그녀의 배를 끌어안고 반대손은 거칠게 돌핀팬츠 안으로 파고들었다.

“저 오빠? 잠시만요! 거기 지금 더럽…꺄흐윽?!”

“괜찮다니까 그러네? 전혀 안 더러워.”

“잠깐, 흑! 히윽!?”

­찌걱. 찌걱. 찔꺼억.

안수호의 손가락이 강하늘의 사타구니를 탐했다. 때로는 부드럽게 고간을 쓸어올리며 이따금 강하게 클리토리스를 꼬집듯 비볐다.

안 그래도 이미 홍수가 난 강하늘의 다리 사이에 순식간에 습한 기운이 차올랐다.

“하앙! 하으, 오빠. 알겠, 어요. 씻으러, 안 갈, 테니까♡ 이제 그만……!”

“만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젖었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헤읏. 힉! 그, 대사도, 완전 야설 대사흐끄흑?! 하흐으응!”

불이 꺼진 기숙사 방 안에 야한 물소리가 울려 퍼진다.

강하늘은 안수호로부터 도망치려는 듯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러나 안수호는 결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자극을 덜 받고자 엉덩이를 뒤로 쭉 빼자, 안수호의 자지가 강하늘의 엉덩이골에 꾸욱 눌렸다.

“크윽!”

그 부드러운 감촉에 안수호가 더욱 가열차게 손가락을 후볐다. 그의 손길에 강하늘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자지러졌다.

“헤읏. 흥. 으흑! 으흐응♡”

규칙적으로 경련하는 강하늘을 느끼며 안수호는 그녀의 절정이 머지 않았음을 짐작했다. 그가 손놀림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제바할! 조금 만, 조금만 쉬었다가…흐응!”

­찌걱! 찔꺽! 찔꺽!

그녀의 속옷과 돌핀팬츠는 이미 애액으로 진하게 젖어 있었다. 그 끈적함에 강하늘은 당장 속옷이고 바지고 다 벗어 던져버리고 싶었다.

“아흑! 으, 헤윽! 흐, 흐으응♡ 으흑!”

그러나 안수호가 놓아주질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가쁜 숨을 헐떡이던 강하늘이 시원한 공기를 탐하듯 혀를 헤 내밀었다.

­지끈!

그 순간 자궁을 꿰뚫듯 날아든 둔중한 쾌감에 강하늘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오빠! 이제 그마한! 진짜, 진짜 이제 한계니까하……!”

하복부를 중심으로 스멀스멀 퍼져나가기 시작한 잔잔한 쾌감의 물결에 강하늘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몸이기에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안수호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버리고 말 거라고.

“왜, 왜애! 왜 안, 안 멈츄는 거헤효? 헤응! 졔발, 졔발 멈춰줘허…….”

그러나 강하늘은 안수호가 바로 그 ‘꼴사나운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잔경련에 강하늘이 포기하고 쾌감에 몸을 맡겼다. 그녀의 표정이 여름날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지끈!

그리고 그 감각이 다시금 강하늘의 아랫배를 꿰뚫었을 때.

“꺄흐으으으윽♡♡?!”

강하늘의 다리 사이에서 투명한 애액이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푸슛! 퓻! 퓨븃!

“흐그으윽!! 으흑?! 헤으, 으흐으응.”

그제야 안수호는 손놀림을 멈췄다. 안수호에게 등 뒤로 안긴 채, 허리를 활처럼 휜 강하늘이 고개를 치켜들고 파들파들 경련했다.

­털썩.

안수호가 그녀를 놓아주자 강하늘이 힘없이 앞으로 쓰러졌다. 엉덩이만 위로 치켜든 채 그녀가 움찔! 움찔! 하고 떨었다.

“흐으. 하으. 흐읏?! 으, 하으으.”

끊임없이 밀려오는 쾌감의 파도에 강하늘은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달뜬 숨결을 토해내며 그녀가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곧바로 팔꿈치가 꺾이며 다시 침대에 고개를 박았다.

“후우.”

그런 강하늘을 보며 안수호가 깊은 숨을 내쉬었다.

‘……너무 심하게 했나.’

반응이 좋아서 자기도 모르게 격하게 저질러버렸다고. 반쯤 정신이 나간 강하늘을 보며 안수호가 뒤늦게 후회했다. 무조건 기분 좋게만 해준다고 능사가 아니었다. 현실은 야설이 아니었으니까.

‘아무래도 오늘 이 이상은 무리일 것 같네.’

강하늘의 상태를 지켜보던 안수호가 결국 그렇게 결론지었다. 그가 옷깃을 추스르며 바깥으로 튀어나온 자신의 성기를 다시 집어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헤으. 오, 오빠? 수호 오빠하?”

강하늘이 털썩 옆으로 누우며 안수호를 바라보았다. 끈적한 쾌감으로 물든 두 눈동자가 애처롭게 그를 올려다본다.

“설마 그만둘 건 아니죠호? 오늘, 오늘 졔가 말했잖아여. 끝까지 갈 거라구…….”

­찔꺼억.

직후 옆으로 누웠단 강하늘이 몸을 바로하며 다리를 활짝 벌렸다. 달라붙었던 천이 떨어지며 끈적한 소리가 퍼졌다. 동시에 시큼한 향기가 화악 하고 피어올랐다.

“만약 여기셔 끝내면, 져 또 울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찔꺼억.

새하얀 손가락이 돌핀팬츠의 고간 부분을 슬쩍 젖혔다. 투명한 실이 늘어지며 연한 회색으로 물든 하얀 팬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멈추지 말고 계속해여♡ 네?”

그 순간. 겨우 억누를 수 있었던 안수호의 본능이 다시금 고개를 쳐들었다.

“에헤. 방금 대사, 완전 야설 같았다. 그쵸오?”

“진짜, 못 된 거만 배워서는…….”

직후 안수호의 몸이 강하늘 위로 겹쳐졌다. 강하늘이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달뜬 교성이 다시금 방안을 메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대, 박………….”

강하늘과 같은 1분반 학생, 류설은 옆방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 채 벽에 기대어 있었다.

강하늘과 안수호는 자신들의 정사 소리가 옆방에 들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간과했다. 특히 두 사람이 정사를 나누는 침대는 벽에 바짝 붙어있었기에 옆방 입장에서 듣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반대편 벽 너머는 공실로 남아있다는 점과.

“대박……. 대박. 대박. 대박! 대박!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게 무슨 일이야!!!”

유일하게 두 사람의 밀회를 눈치 챈 한 사람, 류설이 이를 신고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었다.

'하늘이 미쳤어 미쳤어 쟤 이런 앤줄 몰랐는데 꺄아아아아아!!!'

­……!……!!

이윽고 두 사람의 교성이 다시금 벽 너머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류설이 다시금 숨을 죽인 채 그들의 정사를 엿듣기 시작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