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061. 던전 탐사(4)
* * *
조금 전. 3번 통로.
지진으로 인해 통로가 무너져 내렸을 때, 한겨울이 속한 3조 역시 류태현과 강하늘네 조처럼 낙반으로 인해 갈라졌다. 차이점은 류태현네 조가 강하늘 한 명만 고립된 것에 반해 한겨울네 조는 네 사람이 고립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녀의 일행 중 토사를 다루는 능력자가 있다는 점이었다. 낙반을 치워도 되고 땅굴을 파도 되리라. 그렇게 생각했으나 공교롭게도 붕괴 지역의 지반이 워낙 불안정한 탓에 불가능했다.
허나 그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낙반을 우회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최심부를 통해 다른 통로로 빠져나가면 되리라. 그 자리에 모인 그들은 전원 그린하우스 안에서도 손에 꼽히는 우등생.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은 여타 20살 대학생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그리하여 그녀를 포함한 네 사람은 최심부를 향해 방향을 틀었고.
철컹. 철컹.
곧, 그 앞을 가로막는 미지의 적과 조우했다.
“거리 50. 리빙 아머. 숫자는 넷.”
멀리서부터 천천히 다가오는 푸른빛이 도는 은빛의 갑옷들. 그들을 바라보며 학생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 모습에 위기감이라곤 전혀 없었다. D급 괴수에 불과한 리빙 아머는 그들에게 있어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였다. 전에 마주쳤던 갑옷들과 달리 녹슨 곳 없이 반짝거리는 표면이 조금 특이하긴 했으나, 갑옷이 깨끗하다고 전투력이 강해질 리가 있겠는가.
학생들은 저마다 그렇게 생각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큰 오산이었다.
“시간이 없으니 한 번에 끝낼게요.”
선두에 선 한겨울이 크게 불꽃을 일으켰다.
화르르륵!
시뻘건 불꽃이 통로를 달렸다. 용의 머리처럼 아가리를 벌린 불꽃이 네 체의 갑옷을 집어삼켰다. 고온의 불꽃은 갑옷의 표면을 녹이고 관절을 들러붙게 하여 순식간에 적을 행동불능으로 만들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어?”
이윽고 화염이 꺼지고 멀쩡한 모습으로 나온 갑옷들과 마주했을 때, 그제야 학생들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쿵 쿵 쿵 쿵 쿵 쿵!
둔중한 울림과 함께 갑옷들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챙!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그들이 검을 뽑아든다.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에는 으스스한 한기와 새하얀 서리가 들러붙어 있었다.
‘평범한 리빙 아머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한겨울이 재빠르게 조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마석도, 강승희 두 사람은 앞으로. 윤성원 당신은 능력으로 저 갑옷들이 이쪽을 둘러싸지 못하도록 장애물을 만들어주세요. 가능하면 좁은 길목 형태로.”
동시에 그녀의 손아귀에 뜨거운 염화가 압축되기 시작했다.
“제가 신호하면 전부 뒤로 물러나세요. 좀 전보다 강하게 공격할 거니까. 두 사람이 화염 압축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는 거예요.”
“알겠어, 겨울아.”
“내 뒤통수까지 홀랑 태우진 말라고.”
“……그거야 당신이 알아서 잘 피하기 나름이겠죠.”
“일단 벽부터 세울게!”
어느새 지척까지 접근한 갑옷들을 보며 윤성원이 땅을 짚었다.
쿠르르릉!
다음 순간 바닥이 갈라지며 흙으로 된 벽이 통로 좌우로 솟아났다. 순식간에 통로 좌우를 메운 흙벽으로 인해 좁은 길목이 형성되었다. 그 길이는 약 10미터, 폭은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
그 길목의 초입에서 강승희와 마석도가 각각 메이스와 건틀릿을 앞세운 채 자세를 잡았다.
철컹! 철커덩!
직후 갑옷 하나가 비좁은 길목에 접어들며 두 사람 앞으로 짓쳐들었다.
“후읍!”
“핫!”
두 개의 은광이 번뜩였다. 둔중한 건틀릿이 갑옷의 복부를 향해 빨려 들어갔고 흉악하게 가시가 솟은 메이스가 투구를 날려버릴 기세로 휘둘러졌다.
터엉! 텅!
허나 재빠르게 휘둘러진 갑옷의 검이 손쉽게 두 사람의 공격을 튕겨냈다.
순식간에 무위로 돌아간 협공. 반격으로 인해 자세가 무너진 두 사람에 비해 갑옷은 벌써 다음 공격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좌우의 흙벽 때문에 움직임이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가히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검술이었다.
“아.”
쐐액!
날카로운 찌르기. 강승희의 얼굴이 납빛으로 물든다. 가까스로 메이스를 되돌려 막아냈으나 그 기세까지 죽이진 못했다. 자동차에 치이듯 허공에 떠오른 그녀의 몸이 저 멀리 뒤편으로 밀려났다.
“우오오오오!”
그 빈자리를 메우듯 마석도가 가드를 굳힌 채 돌진했다. 이성적 판단이 아닌 본능에 따른 행동이었다. 척 봐도 남다른 기량의 적들. 저 길목에서 빠져나오게 뒀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안 봐도 뻔했으니까.
터엉!
그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진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복부를 두드렸다. 동시에 그의 능력인 충격파가 건틀릿의 접촉면에서 펑 터져 나왔다.
어지간한 괴수라면 내장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릴 일격. 그 일격에 갑옷이 주춤 하고 두어 걸음 물러섰다. 허나 수상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갑옷은 그 물러선 간격마저 도움닫기를 위한 공간으로 이용했다. 자세를 가다듬은 갑옷이 앞으로 돌진하며 크게 검을 내리찍었다.
터어엉!
그 일격을 주먹으로 막아낸다. 쩌적! 건틀릿에 금이 갔으나 안쪽의 주먹은 멀쩡했다. 일격에 실린 위력에 관절이 시큰거리며 아파왔으나 그게 대수인가.
“으와아아아압!!!!”
새된 기합을 내지른 그가 한 손으론 검을 움켜쥔 채 어깨로 갑옷을 들이받았다. 어떻게든 적들이 길목을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서.
“이제 됐어요!”
이윽고 그 말이 떨어진 순간, 마석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겨울 쪽으로 내달렸다.
길목을 막고 있던 그가 사라지자 갑옷들이 철컹철컹 금속음을 울려대며 흙벽 사이로 몰려들었다. 좁디좁은 길목을 따라 마석도와 갑옷 무리간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아직이야! 아직 쏘지 마!”
“얼른 나오기나 하세요!”
초인에게 10미터는 다섯 걸음으로 내달릴 수 있는 거리. 순식간에 길목을 빠져나온 그와 이어서 갑옷 무리가 빠져나오려던 순간.
“다들 숙여요!”
한겨울의 손에서 붉은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화아아아악!
압축되었던 불꽃이 단숨에 해방된다. 갓 길목을 빠져나오려던 갑옷들 앞으로 폭발적인 기세의 염화가 짓쳐들었다. 좁은 길목으로 빨려 들어간 불꽃의 폭발적인 기세에 갑옷들의 몸이 사정없이 구르며 사방에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아아앙!
불꽃은 윤성원이 만든 길목을 포신 삼아 거대한 폭발을 반대편에 뿜어냈다. 그가 급조한 흙벽은 그 시점에서 이미 무너진 지 오래였다. 후끈한 열기와 함께 자욱한 흙먼지가 일어난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학생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오른다. 저 멀리 날아갔던 강승희도, 아슬아슬하게 길목을 빠져나온 마석도도, 혹시 몰라 무기를 빼든 윤성원도 다 같은 반응이었다.
“……윤성원. 바닥에 구멍 좀 파줘요. 최대한 깊게.”
허나 유일하게 한겨울만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렇게 지시하고 있었다.
“구멍? 구멍은 갑자기 왜”
“잔말 말고 빨리 파요. 벙커로 쓸 거니까.”
“벙커?”
“이번엔 최대 화력으로 쏠 거예요. 세세한 조절은 못 하니까 당신 능력으로 제 불꽃을 피해야 해요.”
그 말과 동시에 한겨울의 양손에 붉은 화염이 피어오르고, 좀 전과 마찬가지로 한없이 작게 압축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낀 윤성원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왜 그래? 리빙 아머는 쓰러뜨린 게”
“쓰러뜨리지 못했어요. 그리고 리빙 아머 따위도 아니에요. 세상 어느 D급 괴수가 저런 능력을 지니고 있겠어요?”
한겨울이 턱짓으로 반대편을 가리키자 세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조금 가라앉은 흙먼지 사이로 파란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흙먼지가 가라앉자 그곳에는 비교적 온전한 형태의 갑옷 네 체가 서있었다. 표면이 그을리고 군데군데 녹아내린 자국이 보이긴 했지만 그들은 건재했다.
그 갑옷들의 주위엔 은은한 푸른 빛과 함께 얼음 조각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저, 저게 무슨”
“저 괴수의 특수능력이라도 되나 보죠. 불꽃이 닿는 순간 커다란 얼음벽을 만들어서 열기를 막았어요. 아마 처음 공격도 저 능력으로 막아냈겠죠.”
마법과 같은 초능력이 만연한 시대. 판타지스러운 능력을 지닌 건 초인만이 아니었다. 주위를 떠다니던 얼음이 갑옷들에 들러붙으며 손상된 부분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보셨죠? 그러니 얼른 벙커나 파요. 당신 능력에 우리 네 사람 목숨이 걸려 있으니까.”
화륵!
한겨울의 몸에서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그녀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한계까지 압축된 불꽃이, 그럼에도 더욱 압축을 일으키자 조금씩 겉으로 새어나오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다른 세 사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순간 그들은 전원 같은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한겨울과 류태현의 첫 랭킹전. 처음으로 자신의 전력을 쏟아냈었던 그녀의 모습을.
“구멍…….”
강승희가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리며 윤성원을 바라봤다.
“빠, 빨리 구멍부터 파! 최대한 깊게! 얼른!”
“어, 어어!”
“한겨울 너 미쳤어?! 그 공격을 이런 좁은 곳에서 쓴다고?! 그랬다간 다 같이 네 불꽃에 타죽을 거라고!”
“그거야 윤성원이 하기 나름이죠. 셋 세면 쏠 거예요. 하나! 둘!”
“어어어어 잠깐! 야!”
“셋!”
“이런 미친!!!”
윤성원이 바닥을 짚은 것과 갑옷들이 일제히 달려든 건 동시였다. 벽돌로 된 바닥이 갈라지며 순식간에 깊은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무리한 능력 사용에 윤성원의 코에서 피가 투확 터져 나왔다. 허나 이 정도 깊이가 아니면 결코 한겨울의 화염을 버틸 수 없으리라.
세 사람이 구덩이 안으로 몸을 던지고, 이내 구덩이 끝에 발을 걸친 한겨울이 정면을 바라보며 쓴웃음 지었다.
“……그 남자도 이 공격만큼은 막지 않고 피했거든요.”
그 말과 동시에 한겨울이 구덩이로 몸을 날렸다.
다음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수만 분의 일로 압축되었던 불꽃이 맹렬한 기세로 해방되었다.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
한겨울이 구덩이로 들어온 순간 윤성원이 능력으로 구덩이 위에 뚜껑을 덮었다. 직후 지축을 울리는 폭음에 네 사람의 귀가 멎었다.
콰르르르르르르르릉!!!!!
그 일격에 미궁 전체가 떨었다. 가히 드래곤의 브레스를 방불케하는 초고열의 화염에 벽도, 바닥도, 천장도 순식간에 녹아내려 샛노란 용암이 사방에서 들끓었다.
“크으으윽!!”
그 압도적인 위력에 윤성원이 신음했다. 순식간에 깎여나가는 벙커의 외벽에 그가 끊임없이 지하로부터 흙을 끌어올려 벙커를 보강했다.
‘당신 능력에 우리 네 사람 목숨이 걸려 있으니까.’
불현듯 한겨울이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그 말대로, 그가 삐끗하는 순간 벙커 안의 네 사람은 확실하게 죽을 것이다.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용암에 잠겨서.
“한겨울 이 미친년아아아아아아악!!!!!”
그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허나 그 외침마저 사방을 울리는 폭음에 묻혀 사라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허억. 허억. 허억."
이윽고 진동과 폭음이 멈춰 정적이 찾아왔을 때 윤성원이 털썩 주저앉았다. 그 코에선 코피가 마를 새 없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강승희가 구급낭에서 거즈를 꺼내 이를 지혈해주었다.
"고생했어. 이제 좀 쉬어."
허나 윤성원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는 지금도 벙커 유지에힘을 쏟고 있었다. 지금 벙커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간 나갔다간 고온으로 데워진 공기에 순식간에 익어버릴 게 뻔했으므로.
“꽤 훌륭한 벙커네요. 이 정도면 정말 드래곤의 브레스가 꽂혀도 버틸 수 있겠어요.”
“야, 한겨울. 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거야? 하마터면 다 죽을 뻔했잖아!”
“이렇게라도 쓰러뜨리지 않았다면 놈들에게 다 죽었겠죠. 도망치고 싶어도 낙반 때문에 퇴로가 막혀버렸으니.”
“쓰, 쓰러뜨린 거 맞겠지?”
불안한 표정으로 묻는 강승희에게 한겨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쓰러뜨렸길 바라야죠. 최대 화력으로도 죽이지 못했으면 방법이 없으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한겨울은 자신의 일격이 적을 쓰러뜨렸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고작해야 D급 던전에서 나오는 괴수가 자신의 최대 화력을 버텨냈으리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설마 저 공격을 맞고도 멀쩡했겠어? D급 괴수 따위가 말이야.”
“그, 그렇지만 아까 그놈들은 다른 리빙 아머들이랑 달랐잖아? 좀 전에 지진도 그렇고, 혹시 던전 안에 이상 사태가 발생한 거면…….”
“쓰러뜨렸을 거라니까. 보라고. 위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리잖아. 조금 있다 올라가보면 아마 저 구석 어디쯤에 흐물흐물 녹아내린 상태로 처박혀 있을걸?”
“그렇겠지……?”
마석도와 윤성원의 말에 강승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퍼석!
천장에서 들려온 이질적인 소리에 네 사람이 고개를 팟 들었다.
“뭐야 방금? 나만 들은 거 아니지?”
“아니, 나도 들었어.”
“설마 그 공격을 맞고도 살아있다고……?”
일행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돈다. 그러는 순간에도 퍼석, 퍼석 하는 소리는 계속해서 울렸다.
마치 삽 같은 것으로 흙을 파내는 듯한 소리.
땅 위의 존재는 명백하게 지면 아래 숨은 그들을 찾고 있었다. 그 상황에 학생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 한겨울마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최대 화력의 불꽃조차 버텨내는 적을 이길 방법 따위, 그녀는 알지 못했으니까.
“이, 일단 천장을 보, 보강할게.”
윤성원이 능력을 발동해 천장을 더욱 두껍게 보강했다. 시간벌이밖에 되지 않는 짓이었지만 지금으로선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순간.
……있습니까? 다들………합니까? 안에……!
“……어?”
돌연 천장으로부터 들려온 말소리에 한겨울이 탄성을 뱉었다.
“사, 람? 저거 사람 목소리 아니야?”
“구조대인가? 바깥은 지금 열기로 가득 찼을 텐데 어떻게?”
“어, 어쨌든 사람이면 그 갑옷들은 죽었단 뜻이잖아! 그렇겠지?!”
“아니. 호, 혹시 모르잖아……. 그 갑옷들이 우릴 유인하려고 저러는 걸지도…….”
강승희가 꺼낸 불길한 예측에 다른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말을 할 수 있는 괴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정말 그녀의 말대로 자신들을 꾀어내고자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거라면?
한 번 시작된 불길한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행을 잠식해갔다. 한겨울의 불꽃을 버틴 것에 모자라 인간 수준의 지능까지 있다니. 학생들의 두 어깨가 바들바들 떨렸다.
“……아뇨. 사람 맞아요.”
그때 잠자코 있던 한겨울이 입을 열었다.
“그,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아는 목소리니까요. 사람 맞으니까 저 뚜껑부터 치워요.”
그녀로서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무슨 우연인지 그간 몇 번이나 마주쳤으니까.
쿠르르르.
이윽고 윤성원이 벙커의 뚜껑을 걷어내자, 아니나 다를까 그 너머에는 그녀가 예상했던 얼굴이 있었다.
“구조대입니다! 다들 괜찮습니까? 다친 곳은 없나요?”
안수호의 다급한 물음. 그가 걸치고 있는 경비대 복장을 본 순간 학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
반면 한겨울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정말 제가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나타나는군요.”
허나 퉁명스럽게 말한 그 얼굴에는 묘한 반가움이 함께 감돌고 있었다.
***
“흐으.흐.흐으.”
강하늘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샛길을 나아가고 있었다.그 움직임은 한없이 조심스러웠다.발자국 소리 하나,숨소리 하나마저 죽이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허나 몸이 떨리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철컹…….
“!!”
강하늘이 황급히 움직임을 멈췄다.멀리서 금속음이 들릴 때면 강하늘은 이처럼 모든 행동을 정지했다.그런 그녀의 귓가를 나지막한 금속음이 계속 간질였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금속음의 방향을 파악했다.정면이냐.아니면 배후냐.그것도 아니면…….
……철컹…….
“……하아.”
이윽고 그 방향이 벽 너머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힘이 풀린 그녀의 몸이 주르륵 벽을 타고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앉았다.벌렁대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그녀가 샛길 저편을 바라봤다.
이것으로 벌써 네 번째.네 번이나 금속음 때문에 멈춰섰으며,운이 좋게도 네 번 모두 적과 마주치지 않았다.허나 적과 마주치지 않았다 한들 정신이 마모되고 깎여나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이내 심신을 진정시킨 그녀가 다시 일어섰다.일어서서,벽을 짚은 채,다시 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샛길을 나아갔다.
그 꽉 쥔 주먹에 진한 식은땀이 흘렀다.
***
안수호의 등장에 급조 벙커에서 나온 학생들은 그제야 한겨울이 만들어낸 참상을 목도할 수 있었다.
균일한 벽돌로 이루어졌던 미궁은 벽이고 천장이고 다 녹아내려 그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바닥에는 벽돌이 녹아내린 용암이 반쯤 식어 거무튀튀한 표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떻게…….”
그 광경에서 한겨울은 이상함을 느꼈다.밀폐된 공간에서 최대 화력을 일으켰으니 본래라면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의 열기로 가득해야 할 터.헌데 지상의 열기는 후덥지근하긴 해도 나름 버틸만했다.용암 표면이 벌써 식어서 굳은 것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분명 통로 전체가 불타오르고 있었을 텐데.”
그 물음에 경비대원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한 곳으로 모였다.
“여기는3번 통로. 3번 통로에 고립된 학생 전원 안전 확인했습니다.다른 통로 상황은 어떤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 시선의 끝에서 안수호가 어딘가 급한 표정으로 무전을 치고 있었다.이내 시선을 알아차린 그가 일행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죠?”
“불꽃이랑 열기는 어떻게 한 거죠?”
“밀어냈습니다.”
그가 즉답하며 동굴 저편을 가리켰다.멀지 않은 곳에 시커먼 연기가 통로를 가득 메운 채 일렁이고 있었다.얼마나 연기가 짙은지 꼭 풍경에 새까만 물감을 진하게 풀어둔 것 같았다.
“밀어,냈다고……?”
“예.제 능력으로요.”
불꽃과 열기로 가득한 이곳에 접근하기 위해 안수호가 취한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무식했다.
그는 탈리스만을 이용한 최대 위력의 검은 연기로 타오르는 불꽃과 데워진 공기를 통째로‘밀어냈다’.대량의 연기는 산소를 차단해 불꽃을 꺼뜨렸고 뜨겁게 데워진 용암을 빠르게 식혔다.미처 식히지 못한 뜨거운 공기는 연기의 벽으로 밀어내 물리적으로 격리했다.그 결과물이 통로 반대편에 세워진 저 검은 벽이었다.
물론 제아무리 탈리스만을 사용했다 해도 일격으로 이만한 결과를 낼 순 없었다.그렇기에 안수호는 몇 번이고 탈리스만을 발동해댔다.신체에 적잖은 부담이 걸렸지만 상황이 급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그에게 있어서 한겨울의 안위는 말 그대로 목숨처럼 중요했으므로.
“세상에,그게 가능한 일이에요?”
“……미쳤다.”
“와…….”
그 과정을 다른 대원이 아는 선에서 설명하자 학생들이 하나같이 놀란 눈으로 안수호를 바라봤다.그 한겨울도 예외가 아니었다.
허나 안수호 본인은 학생들의 무사함을 확인하곤 그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그 관심은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한 뒤였다.안수호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무전기를 꽉 붙들었다.
곧 치지직 거리는 잡음과 함께 무전기가 울렸다.
치직.여기는1번 통로!현재 던전 내 괴수와 교전 중!기존 던전의 괴수가 아닌 신규 던전의 괴수로 보인다!학생들은 확보했으나 교전으로 인해 퇴각은 불가능!신속히 지원 바란다!이상!
6번 통로는 학생 전원 확보 완료!현재 샛길을 통해 탈출하는 중!바깥에 학생들 인계하는 대로 곧바로1번 통로로 지원 가겠음!이상!
다른 통로의 상황 따위 알 바 아니었다.지금 그에게 있어서 가장 궁금한 건 강하늘이 있는8번 통로의 일이었다.
치지지직.아,여기는8번 통로.
그때8번 통로로 향했던 마르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안수호가 거의 부서질 기세로 무전기를 쥐었다.
‘제발,제발 무사해라.제발……!’
예상대로 낙반으로 인해 주 통로는 봉쇄.샛길 역시 죄다 무너져서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고립된 학생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고,일단 바로 옆7번 통로를 통해 우회해서 접근해보도록 하겠다.이상.
“이런 제기랄!”
안수호가 다리로 지면을 쾅 내리찍었다.채 식지 않은 용암방울이 찰팍 튀어올랐다.
그가 퀘스트 창을 활성화해 지도를 살폈다.강하늘은 막힌 곳으로부터 쭉 북상해 던전 최심부 방향으로 이동한 상태였다.붉은 광점이 조금씩 움직이는 걸 보면 아직은 무사하다.속도를 보면 도망치고 있는 것도 아니다.그 사실에 안수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지금은 괜찮더라도 언제 괴수와 마주칠지 모른다.기존 던전의 괴수라면 몰라도A급 던전의 괴수라도 마주쳤다간 강하늘로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젠장!젠자앙!’
필사적으로 지도를 살피는 그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한겨울은 알아서 살아남았다.이럴 줄 알았으면 강하늘에게 갈 걸.뒤늦은 후회가 그의 가슴을 꽈악 비틀어 짰다.
‘8번 통로로 이동하려면 최심부를 경유해야 한다. 8번은 막혔으니 패스. 7번……도 마찬가지군.그렇다면6번은…….’
한참을 지도를 보던 그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그 시선 끝에 그가 만들어낸 시커먼 연기의 벽이 잡혔다.
3번 통로.오직 그가 현재 있는 이곳만이 최심부로 향하는 길이 막히지 않은 유일한 통로였다.
문제는 그 유일한 길마저 수백 도에 달하는 공기의 벽으로 막혀있다는 점이었다.
최심부로 향하려면,저 펄펄 끓는 공기 사이를 뚫고 지나가야만 했다.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저 안에 뛰어들었다간 무사할 수 없었다.열에 내성이 있는 한겨울마저 저 안에선 채1분을 버티지 못하리라.저 열기의 벽에 뛰어드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었다.
‘가능……한가?’
허나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안수호만은 그 미친 짓이 가능했다.
‘천지 던전 때랑 같은 원리다.끊임없이 연기를 뿜어내서 온몸에 두껍게 두르면 뜨거운 공기를 차단할 수 있을 거야.호흡은 어떡하지?연기를 두를 때 여유 공간을 남겨둘까?그게 가능할까?어중간하게 공간을 남기려 시도했다가 바깥의 공기가 침투했다간…….’
안수호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제 스스로 유일한 길을 막아버린 셈이었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어쩌겠는가.스스로 저지른 과오라면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수호 씨.”
우두커니 서서 반대편을 바라보는 그를 정아영이 불렀다.그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설마 저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아니죠?”
“…….”
“그만두세요.자살행위에요.”
“……제 능력이라면 잠시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당신이 갈 필요가 있나요?그냥 다른 사람한테 맡기면 되잖아요.팀장님이라면 고온 환경에 버티실 수 있으니”
“그랬다가 늦으면.”
안수호가 정아영을 돌아보았다.그 얼굴은 괴롭다는 듯 크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랬다가 늦어버리면 후회할 것 같아서요.”
기실 후회는 지금도 하고 있었지만,만약 강하늘이 잘못되어버리면 정말 버틸 수 없을 것 같다고.
강하늘이 죽는다 한들 페널티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그럼에도 왜 자신이 이토록 강하늘의 안전에 집착하는지 안수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도덕심에 입각한 숭고한 희생정신인지.
아니면 주제넘은 영웅심의 발로인지.
혹은 그녀를 먼저 구하러 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인지.
차마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소녀를 내버려둘 수 없었던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그 또한 아주 조금이나마 강하늘에게 연정을 품은 것인지.
안수호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으나,그의 의지는 이미 확고하게 결정된 뒤였다.
“마르코 팀장님께 무전 부탁드리겠습니다.바로3번 통로를 통해 중심부로 향해달라고요.남은 우회로는 이곳밖에 없으니까.”
“…….”
“그럼,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가 검은 벽을 향해 달렸다.탈리스만이 발동됨과 동시에 그의 몸이 짙은 연막으로 뒤덮였다.통로를 가로지르는 검은 연기 덩어리가 이윽고 시커먼 벽을 뚫고 사라졌다.
“…….”
그 뒷모습을 한겨울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라봤다.
***
고오오오오.
거대한 광장.한쪽 벽에 뚫린8개의 통로.그리고 광장 중앙에 푸르게 빛나고 있는 게이트.
그 풍경은 얼핏 던전 입구의 광장과 비슷했으나 이곳은 던전 입구가 아닌 최심부였다. 8개의 통로는 학생들이 들어갔던 입구가 아닌 출구였으며,광장 역시 입구 쪽 광장과 비슷하게 생기긴 했으나 본래 주인 괴수가 기거하던 공간이었다.
그 한복판에 일렁이는 게이트 역시 던전의 출구가 아닌 새로 발생한 침식형 던전의 게이트였다.폐쇄형 던전과 달리 침식형 던전은 게이트를 중심으로 주변 환경이 던전으로 변모,즉 침식된다.당연히 그 게이트 너머에 있는 건 바깥이 아닌 던전의 주인 괴수였다.
이처럼 그 공간은 최심부임에도 불구하고 얼핏 봤을 때 던전 입구와 착각할 정도로 비슷했다.참으로 공교롭게도 말이다.
“허억.허억.허억.”
그리고 그 공교로운 장소에 허리까지 오는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성이 나타났다.
강하늘이었다.
홀로 던전을 답파한 그녀는 극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에 노출된 상태였다.호흡은 거칠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댔으며 온몸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아,아하.”
그런 그녀가 자신이 들어선 광장을 둘러봤다.곧 그녀의 얼굴에 옅은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무얼 속이랴.강하늘은 지금 자신이 도착한 곳을 던전의 입구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 잘못된 판단에는 다양한 요인이 겹쳐 작용했다.그녀가 지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점.괴수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샛길을 빙빙 돌며 전진한 점.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도로 몰린 상태라는 점.그리고 공교롭게도 최심부의 풍경이 입구 광장의 풍경과 비슷했다는 점.
“차,찾았다.”
만약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었다면 자신이 나온 통로의 위치가 입구 광장 때와 반대 방향이라는 것에서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명실상부1분반 최약체인 그녀에게 그만한 여유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강하늘은 별다른 의심 없이 게이트로 향했고,이윽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우우우웅.
귀를 울려대는 공명음과 함께 풍경이 일변한다.이윽고 나타난 풍경은 앙상한 겨울의 숲.어떤 운명의 장난인지 그 풍경마저도 던전 바깥의 풍경과 일치했다.
“어라?다른 사람들은…….”
던전 바깥에 응당 기다리고 있어야 할 다른 학생들이나 경비대의 보이지 않은 것에 고개를 갸웃했으나,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강하늘은 다시 게이트 밖으로 나가는 대신 숲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는 걸 택했다.설령 그녀의 정신에 여유가 있었더라도 언제 괴수가 나올지 모르는 던전 속으로 다시 들어가진 않았겠지.
터벅.터벅.
강하늘이 천천히 숲길을 따라 나아갔다.살며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기분 좋게 그녀의 땀을 식혀줬다.고요한 숲은 을씨년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평화로워 보이기도 했다.그 분위기가 강하늘로 하여금 꽉 쥐고 있던 긴장의 끈을 놓게 했다.
‘……어라?’
그로 인해 찾아온 여유와,뒤늦게 살아나기 시작한 사고력에 그녀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하지만 설마 자신이 있는 곳이 던전 바깥이 아니라 최심부 중에서도 최심부일 것이라곤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
“어?”
그런 그녀가 본격적으로 이상함을 알아차린 건 그로부터5분 뒤.
숲 한복판에 예고 없이 나타난 거대한 공터와,그 가운데 자리한 반쯤 무너진 이끼투성이의 백색 제단과,그 제단 앞에 계단을 의자삼아 앉아 있는 순백의 기사를 보았을 때였다.
‘저 갑옷은 설마…….’
무언가 잘못되었다.그렇게 생각한 강하늘이 무심코 한 걸음 뒷걸음질 쳤다.
철컹.
동시에,하염없이 지면을 바라보고 있던 기사가 고개를 들었다.
“흐윽!”
강하늘이 놀라며 아바타를 발동했다.가속 능력이 담긴 아바타.그녀의 머리카락이 기다란 검은 장발에서 푸른색 단발로 바뀌었다.
도망치자.그렇게 생각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가만히 앉아서 이쪽을 바라보는 기사의 시선이 그녀의 몸을 꽈악 옭아맸다.그녀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만약 여기서 등을 돌린다면,그 순간 저 기사가 자신의 목숨을 취하리라고.
도망치지도,맞서 싸우지도 못한 채 우두커니 서서 떨기만 하는 강하늘.
그런 그녀를 보던 기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거늘,왜 날 잠에서 깨운 것이냐.
그렇게 중얼거린 기사의 고개가 돌연 옆으로 살짝 꺾였다.
……음?이방인인가?
이방인.그래.던전에 침입한 자신은 괴수 입장에서 이방인이긴 했다.
헌데 그걸 대놓고 물어보는 괴수가 있다니 놀랄 노자였다.적어도 그녀가 생각하기에 아직은 저런 지성을 가진 괴수가 나올 때가 아니었건만.
……기이한 자로군.보통 인간과 달리 어지럽게 섞여있어.그래,궁정마법사가 가끔 이런 이들을 데려오곤 했지.세상을 구할 용사의 자질이니 뭐니 하면서. 대부분 싸울 줄조차 모르던 반편이 쭉정이 놈들뿐이었지만…….
강하늘의 얼굴에 혼란이 떠오른다.당연히 덤벼드리라 생각한 괴수가 대뜸 자기 혼자 혼잣말을 해대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괴수가 맞긴 한가?’
리빙 아머처럼 갑옷 차림이긴 하나 행동거지나 말하는 투를 보면 사람 같았다.설령 던전의 괴수가 맞다고 해도,저 정도의 지성을 가지고 있다면 대화 역시 가능할 터.그런 생각이 들자 강하늘의 가슴 속에 자그마한 희망이 피어올랐다.
“저,저기.혹시 저랑 잠깐 이야기 가능하실까요……?”
어쩌면 싸우지 않아도 될 지도 모르겠다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