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060. 던전 탐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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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 퀘스트 발생! ]
[ 강력한 펄스 반응과 함께 소멸 예정 던전의 내부에서 새로운 침식형 던전이 발생했습니다! 던전 발생에 의한 낙반으로 인해 몇몇 학생이 고립되었습니다! 다른 경비대 대원들과 연계하여 던전 내에 고립된 학생들을 무사히 구출해내세요! ]
[ 현재 고립된 학생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
[ 1번 통로 : 알렉세이 로마노프, 신지건 ]
[ 3번 통로 : 한겨울, 강승희, 마석도, 윤성원 ]
[ 6번 통로 : 박종찬, 오도원, 이지석 ]
[ 8번 통로 : 강하늘 ]
[ 한겨울은 그린하우스 재학생임과 동시에 시스템에 설정된 ‘주요 등장인물’입니다. 만약 한겨울이 사망할 경우 페널티로 당신 역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 그 외 등장인물의 사망에 의한 페널티는 각 등장인물의 중요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
[ 각 학생들의 위치 정보를 시야에 표시합니다! ]
1. 경비율 증가 7%(현재 경비율 11%)
1. 냉염의 십자가
2. 서리정령의 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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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씨발…….”
자연스레 튀어나온 욕지거리를 억지로 삼켰다. 눈앞을 가득 메우는 시스템 메시지에 입술을 잘근 씹었다.
‘그래, 시발. 쾌락천마 그놈이 조용히 넘어갈 리가 없지.’
징조도 뭣도 없이 사건이 터지는 게 도대체 이번으로 몇 번째인가. 저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짜증과 분노에 꽉 쥔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도대체 몇 명이나 갇힌 거야? 아주 날 엿먹이려고 작정을 했군.’
고립된 학생은 전체 인원의 4분의 1. 그중 주요 등장인물은 한겨울이 유일했지만 다른 학생들도 나름 비중 있던 조연들이었다. 시스템이 말하는 중요도가 원작에서의 비중이라면 그들의 사망으로 인한 페널티도 결코 무시할 수 없으리라.
낙반 때문에 던전에 갇혔다 해서 내로라하는 초인인 학생들이 픽픽 죽어나가진 않겠지만 그 또한 모르는 일. 새로 발생한 던전의 등급이 B급 이상이라면 제아무리 1분반 학생이라 한들 안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주르륵 나열된 고립 학생 명단의 가장 아래. 8번 통로에 유일하게 갇힌 강하늘의 이름이 눈에 밟혔다.
“빌어먹을…….”
나는 던전 초입의 광장에서 학생들이 들어갔던 통로들을 바라봤다. 통로들은 어느 하나의 예외도 없이 자욱한 흙먼지가 새어나오는 중이었다. 그 앞에는 겨우 빠져나온 학생들이 주저앉아 있었고, 그 주위를 경비대 대원들이 부리나케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혼란의 한복판에서 특수대책과 9팀 팀장 마르코 잭슨이 다급한 표정으로 외쳐대고 있었다.
“각 통로로 진입해 학생들을 구출해라! 그리고 조별로 낙반 너머에 고립된 인원 신속하게 파악할 것! 끝나면 학생들은 전원 던전 밖으로 안전하게 내보낸 뒤 구조 작업에 들어간다! 빨리빨리 움직여!”
“마르코 팀장님!”
내 부름에 그가 날 돌아보았다. 자연스레내 주변을 살피는 것이 같이 있어야 할 정아영을 찾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반과 대원들과 다급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이었다.
“뭐냐, 신입. 무슨 일이지?”
“고립된 학생 명단 파악 완료했습니다. 팀장님께 말씀드리면 되겠습니까?”
“뭐? 그걸 어떻게 벌써 파악했지?”
마르코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봤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이제 겨우 5분. 아직 한창 학생들이 던전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와중에 어떻게 벌써 고립된 학생들을 다 파악하겠는가. 학생 전원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허나 내게는 퀘스트가 제시한 명단이 있었다. 시스템이 내게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 이상, 통로가 막혀 고립된 학생은 퀘스트 메시지에 올라온 학생들이 전부일 터.
그 진실을 어떻게 납득시키느냐가 관건이었으나, 이에 대해선 생각해둔 바가 있었다.
“탈리스만에 담긴 능력을 사용했습니다.”
나는 장갑을 벗어 그에게 탈리스만을 보여줬다. 그러자 미심쩍은눈으로 날 보던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탈리스만이라고? 이게?"
“예.탐지 능력이 담긴 탈리스만입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뱉었다. 내가 탈리스만을 가지고 있다는 건 특책과 안에서도 민채령과 채소연밖에 모르던 사실이었다. 당연히 마르코에게는 내 탈리스만에 담긴 능력이 마력 흡수인지 탐지인지 알 방도가 없었다.
쥐뿔도 없는 내가 고가의 탈리스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상한 상황이었으나 마르코는 이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거짓말을 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겠지.
"그래, 좋다."
곧 입을 꾹 닫고 고민하던 그가 진중한 태도로 물었다.
“현재 낙반으로 인해 고립된 학생은?”
“고립된 학생은 1번 통로에 알렉세이 로마노프와 신지건, 3번 통로에 한겨울, 강승희, 마석도, 윤성원. 6번 통로에 박종찬, 오도원, 이지석. 그리고 8번 통로에 강하늘입니다.”
“그게 전부인가?”
“예. 확실합니다.”
그 확신에 찬 대답에 마르코가 일순 날 미심쩍게 바라봤다. 허나 다음 순간 훗 하고 웃은 그가 피부색과 대비되는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긴, 민채령의 부하면 남들보다 특출난 능력 한둘 정도는 가지고 있겠지. 좋다! 네 말을 전적으로 믿도록 하지! 정아영!!”
“예! 팀장님!”
그의 부름에 정아영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신입이 고립된 학생 명단 전부 파악했다니까 곧바로 구조대를 편성하겠다. 어째 느낌이 심상치 않으니 우리 팀 놈들은 다 구조대로 넣자고. 현장 수습은 일반과 놈들에게 맡기면 될 테니까.”
“팀장님. 그것과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던전 바깥의 연락 담당으로부터 들은 내용입니다.”
정아영이 꺼낸 이야기는 조금 전 게이트 관리국으로부터 하달된 긴급 통지였다.
던전 내부에 새로운 침식형 던전이 발생했으며 추정 등급은 A급 이상. 조금 전 지진 역시 던전 발생에 의한 현상일 것으로 판단됨.
“……Holy shit.”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마르코가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이해했다. 아주 지랄맞은 상황이란 뜻이군. 잘못하다간 오늘 줄초상 치르겠어. 어이! 9팀! 전부 이쪽으로 모여라!”
9팀 대원을 전부 집합시킨 마르코가 곧바로 구조대를 편성하기 시작했다.
모인 인원은 나를 포함해 총 여덟.
팀원들을 각 통로별로 배정한 마르코가 날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신입. 네가 갈 곳은 네가 정해라. 그 편이 좋을 것 같군.”
그의 시선이 내 오른손의 탈리스만으로 향했다. 아마 탐지 능력을 가진 내 의견을 존중해주려는 조치이리라.
그 질문에 나는 고민에 빠졌다. 시야 구석에 표시된 고립 학생 명단에서 두 개의 이름이 계속 눈에 밟혔다.
한겨울. 그리고 강하늘.
그 두 사람 중 누가 있는 곳으로 갈지, 그것이 고민이었다.
사망으로 인한 페널티를 생각한다면 한겨울이 있는 3번 통로로 가는 것이 맞았다. 최악의 경우 한겨울이 내가 없는 곳에서 목숨의 위기에 빠지면 손 쓸 도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허나 그렇다고 한겨울이 있는 곳으로 가기엔 강하늘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그녀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홀로 고립된 상황. 원작보다 약해진 그녀의 현재 스펙으로는 A급 던전의 괴수들로부터 몸을 지켜내지 못할 터.
“……팀장님. 의견 하나만 제시해도 되겠습니까?”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결국 절충안을 꺼내들었다. 강하늘이 있는 8번 통로로 가장 강력한 마르코를 보내고 나는 3번 통로로 향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현재로서 최선의 방법이었다.
……최선의 방법이라고. 애써 그렇게 되뇌었다.
내 의견을 받아들인 마르코가 구조대 편성을 조정한 뒤, 우리는 곧바로 각 통로로 진입했다.
나와 함께 가는 인원은 정아영과 다른 9팀 대원. 그리고 일반과에서 차출한 일반 대원 3명이었다. 군데군데 무너져 내린 미궁을 따라 나아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낙반으로 인해 꽉 막힌 곳이 보였다.
“……저 정도로 꽉 막혔으면 뚫는 건 무리일 것 같네요. 백 미터 전에 지나친 샛길을 통해 우회해서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던전 지도를 보며 정아영이 말했다. 그런 그녀의 앞을 내가 가로막았다.
“왜 그러시죠?”
“그쪽 샛길도 막혔을 겁니다. 우회로는 저쪽이에요.”
내가 다른 방향에 난 샛길을 가리키자 정아영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저 길은 막다른 길입니다. 지도에도 그렇게 나와 있어요. 그보다 저쪽 우회로가 막혔다는 걸 어떻게 아는 거죠?”
“저쪽 샛길로부터 미약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반대로 좀 전에 지나친 그 샛길에선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아마 조금 전 지진으로 원래 막혀있던 저쪽 샛길 벽이 무너지고 원래 있던 우회로가 막힌 걸 겁니다.”
“예? 그게 무슨…….”
정아영의 표정이 더욱 아리송해졌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꽉 막힌 던전 내에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다. 감각계 초능력을 지닌 초인이 아닌 이상에야 그런 미약한 공기의 흐름을 느끼는 건 불가능할 터.
헌데 감각계 능력자도 아닌 내가 저런 말을 하니 이상하게 여기는 게 당연했다.
당연했으나.
“확실합니다. 믿어주세요.”
확신에 찬 내 태도에 잠시 고민하던 정아영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저쪽 샛길을 먼저 살피도록 하죠.”
우리는 그렇게 본래 우회로와 반대 방향에 있는 샛길로 들어섰다. 샛길의 너비는 조금 전에 지나온 중심 통로의 5분의 1. 거의 사람 두셋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였다.
그 비좁은 샛길을 나아가길 5분여. 저 멀리 무너져내린 벽과 그 너머에 펼쳐진 중심 통로의 모습이 보였다.
정아영이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다른 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말이었군요. 감각계 능력자도 아니면서 이걸 어떻게…….”
그 물음에 어깨를 으쓱이며 나는 시야 구석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정확히는 시야 구석에 떠오른 고립 학생의 위치 정보를.
그랬다. 내 시야 구석에는 지금 시스템이 제공하는 던전 내부 지도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모양새는 사전에 받았던 던전 지도와 거의 동일했으나 군데군데 낙반에 의해 막히거나 반대로 새롭게 생겨난 통로가 최신화되어 있다는 게 차이점이었다.
그것이 내가 낙반 반대편으로 향하는 정확한 루트를 찾아낸 비결이었다. 시스템에 대해 설명할 수 없으니 대원들에겐 감각이 뛰어난 것처럼 대충 얼버무린 것일 뿐이었다. 마르코에게 한 것처럼 탈리스만의 능력이라 말해도 되지만, 탈리스만의 존재를 너무 노출시키는 건 좋지 않았으니까.
“통로로 나가서 최심부 방향으로 쭉 가다보면 학생들이 나올 겁니다. 그쪽에서 움직임이 느껴지거든요.”
괜히 귀를 기울이는 척 하며 나와 대원들은 무너진 벽을 통해 샛길에서 나왔다.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통로 너머에서 들려온 폭음.
다음 순간, 통로 저편의 어두운 부분이 샛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 변화에 시선을 빼앗긴 이들이 곧 하나같이 ‘어, 어?’ 하는 탄성을 뱉었다.
화르르르륵!
그 노란 불빛의 정체는 화염이었다. 화염으로 이루어진 폭풍. 통로 전체를 가득 메운 화염 폭풍이 게걸스럽게 빈 공간을 집어삼키며 이쪽으로 짓쳐들고 있었다.
“다들 다시 샛길로 들어가요!”
선두에 서있던 정아영이 다급하게 외쳤다. 대원들이 헐레벌떡 샛길로 몸을 숨긴 직후, 우리가 있던 자리를 주홍빛 화염이 휩쓸고 지나갔다.
화르르륵!
“으아아아악!”
“이런 시발!”
“다들 뛰어!”
하지만 화염의 확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중심 통로로 모자라 우리가 지나온 샛길로까지 흘러든 화염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도망치는 우리를 쫓았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거의 샛길의 시작부분까지 도망친 뒤에야 빈 공간을 채우던 화염의 기세가 천천히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허나 뿜어지는 열기는 여전해서 나와 대원들은 별 수 없이 조금 전에 들어왔던 샛길 입구까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런 화염폭풍에 어안이 벙벙해진 대원들이 저마다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함정? 아니면 괴수의 공격인가?”
"규모만 보면 거의 드래곤의 브레스 급인데."
"잠깐. 그렇다는 건 설마……."
대원들의 표정이 납빛으로 물들었다. 그중 일반과에 속한 여성 대원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서, 설마 새로 발생한 던전의 주인 괴수가 드래곤……?"
"잠깐. 새로 발생한 던전은 침식형이라며?침식형 던전의 주인 괴수는 최심부에 있는 게이트 너머에서 나오지 않잖아? 근데 왜 방금 우리가 브레스를 맞은 건데?”
“설마 주인 괴수도 아닌 일반 괴수가 드래곤급 괴수라고? 그랬으면 던전 등급이 A급밖에 안 될 리가 없는데?”
“그거야 모르죠. 던전 안에 던전이 새롭게 발생한 건 전례 없는 일이잖아요. 어쩌면 관리국의 등급 산정이 잘못되었을 지도…….”
“아뇨. 아마 드래곤은 아닐 겁니다.”
내 단언에 전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거냐. 그렇게 말하는 듯한 그 시선들에 내가 마른 침을 삼켰다.
“확실히 방금 그 화염의 위력은 드래곤의 브레스를 방불케 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화염이 드래곤의 브레스라는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아니, 그럼 드래곤도 아닌데 저 정도 화염을 뿜어대는 괴수가 세상에 어디 있답니까? 샐러맨더 수백 마리가 모여도 저 정도 화력은 안 나올 거라고요.”
“아뇨. 아마 괴수가 아니라 학생일 겁니다.”
“하, 학생?”
“……아.”
그때, 정아영이 내 말을 알아차렸다는 듯 탄성을 뱉었다.
“한겨울 학생의 능력이군요.”
그 말에 내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한겨울의 발화능력은 화염 계열에 한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능력이었다. 그녀가 발휘하는 최대 화력은 문자 그대로 드래곤의 브레스에 버금갈 정도.
좀 전 어느 대원의 말마따나 던전의 일반 괴수가 드래곤급이 아닌 이상, 조금 전의 그 화염은 한겨울의 공격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문제는 그 한겨울이 최대 화력을, 그것도 이렇게 밀폐된 장소에서 썼다는 점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고화력의 화염을 쓰는 건 반쯤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최대 화력의 공격을 냈다는 건, 그만큼 그녀의 상황이 심각하리란 뜻이리라. 그야 그럴 수밖에. 제아무리 한겨울이라 한들 A급 던전의 괴수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한겨울도 그런데 하물며 강하늘은…….'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내가 강하늘에게 갈 걸 그랬나. 하지만 한겨울의 목숨은 내 목숨과 직결되어 있는데. 그렇지만 강하늘은 날…….
혼란스러운 머리를 진정시키고자 고개를 홱홱 저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미 후회해도 늦었어. 재빨리 한겨울을 구한 뒤 강하늘을 구하러 가면 될 거야.'
후끈한 열기를 토해내는 샛길을 바라보며 내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구출을 더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불꽃의 열기 때문인지 꽉 쥔 주먹 사이에 찐득한 땀방울이 잔뜩 맺혔다.
***
“이를 어쩐다…….”
한편 그 시각. 무너져 내린 낙반을 바라보며 강하늘이 탄식을 흘렸다. 걸치고 있는 장비 덕에 심하게 다치진 않았다. 허나 낙반이 통로를 꽉 막아버린 탓에 졸지에 홀로 고립되어버렸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하다못해 태현이랑 함께였으면 사정이 나았을 텐데.’
일행과 떨어져 던전에 홀로 던져졌다는 사실에 강하늘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곧 그녀가 살며시 등 뒤를 돌아보았다. 낙반으로 꽉 막힌 정면과 달리, 던전 최심부로 향하는 길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던전의 최심부는 모든 통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고로 최심부를 거치면 다른 통로를 통해 던전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 터.
‘나 혼자서 될까?’
문제는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괴수들을 그녀 혼자서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강하늘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비록 다른 1분반 학생들에 비해선 떨어지긴 하나, 리빙 아머 같은 D급 괴수라면 1대1에서는 어지간해서 질 일은 없겠지.
하지만 조금 전처럼 괴수가 대여섯씩 튀어나온다면?
‘그랬다간 틀림없이 죽겠지.’
시커멓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미궁 너머를 보며 그녀가 으스스한 한기를 느꼈다.
“수호 오빠…….”
그 한기에 양팔을 감싸 안으며 그녀가 안수호를 찾았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정적으로 물든 미궁 통로에 오로지 그녀의 숨소리만이 작게 울려 퍼졌다.
이대로 이곳에서 가만히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가 탈출할 길을 찾을 것인가.
쭉 뻗은 미궁의 통로를 바라보며 고민하던 강하늘이 이내 결심한 듯 미궁의 어둠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앞에 무엇이 있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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