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 059. 던전 탐사(2)
* * *
경비대 대원들이 저마다 지정 장소에 위치한 뒤. 1분반의 던전 탐사 실습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사전에 짠 8개 조로 나뉘어 저마다 최심부로 향하는 갈림길을 하나 선택해 탐사를 진행했다.
강하늘이 속한 8조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가장 오른편에 위치한 8번 루트를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조를 짠 이는 조장 류태현을 비롯해 쌍둥이인 류진, 류설 남매. 그리고 고성준이었다.
“으으, 어째 점점 추워지네. 다들 괜찮아?”
회색 벽돌로 이루어진 꽉 막힌 미궁을 나아가며, 류설이 제 팔을 감싸 안은 채 부르르 떨었다.
“기분 탓이겠지. 보급형 코트라고 해도 기본적인 방한대책은 확실하잖아. 그냥 긴장해서 그런 거 아니야?”
오빠인 류진의 핀잔에 류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정말로 몸이 으슬으슬하다니까? 아니, 간질간질하다고 해야 하나?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하늘이 넌 안 느껴져?”
“나? 나는 딱히…….”
“나도 추위는 모르겠어. 정말 그냥 긴장한 것 아니야?”
“그래? 이상하네. 진짜 추운데…….”
강하늘과 고성준의 대답에 류설이 고개를 갸웃했다. 입을 삐죽 내밀며 ‘정말로 추운데…….’ 하고 중얼거리는 류설의 모습에 사람들이 피식 웃었다.
뚜벅. 뚜벅. 뚜벅.
딱딱한 벽돌로 된 바닥에 다섯 사람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지.”
그때, 선두로 가던 류태현이 일행을 멈춰 세웠다.
“왜 그래?”
류진의 질문에 류태현이 지긋이 뒤쪽을 바라봤다. 일정 간격으로 횃불이 걸려있는 미궁 통로 저 너머. 흐릿한 어둠에 휩싸인 곳을 바라보던 그가 작게 말했다.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렸어. 금속음이 같이 들리는 걸 보면 리빙 아머일 거야.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어.”
“나는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그럼 내가 가짜로 말했겠어? 다들 준비해.”
선두에 있던 류태현이 후미로 이동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주위로 나머지 네 사람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근데 어떻게 우리가 왔던 방향에서 나타난 거지?”
“샛길에 숨어있던 놈들이겠지. 태현아,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있겠어?”
“지금 알아볼게.”
그렇게 대답한 류태현이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동시에 그가 초능력을 발동했다.
그의 초능력 신체 강화는 육체능력뿐 아니라 오감 역시 강화해준다. 감각을 끌어올린 류태현의 귀에 새된 금속음의 집합이 어지럽게 들려왔다.
“……넷. 아니, 다섯이야. 거리 약 이백 미터.”
학생들의 시선이 빠르게 오갔다. 류진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나랑 설이가 먼저 공격할게. 그래도 되지?”
“부탁할게. 두 사람의 공격에서 빠져나온 놈들은 나랑 성준이가 맡을게. 하늘이 너는 후방 경계를 맡아줘. 진행 방향에서도 괴수가 나올 수 있으니까.”
“그래.”
“알겠어.”
“좋아써! 드디어 실전이네!”
쩔그렁. 쩔그렁. 쩔그렁.
어느새 지척까지 접근한 금속 소리에 학생들이 저마다 자세를 잡았다.
직후 어둠 속에서 녹슨 은빛의 갑옷 무리가 등장했다. D급 괴수인 움직이는 갑옷, 리빙 아머였다.
쩔그럭…….
학생들을 발견한 리빙 아머가 일순 멈칫하더니 곧 일제히 질주하기 시작했다.
쿵. 쿵. 쿵쿵쿵쿵쿵쿵!
무거운 갑옷들이라곤 믿을 수 없는 빠른 속도. 동시에 류진과 류설 남매가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먼저 간다.”
먼저 움직인 건 오빠인 류진이었다. 바닥을 짚은 그가 기합을 내지르자 일순 땅이 흔들리더니 미궁 바닥의 벽돌 사이서 투명한 지하수가 샘솟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
사방에서 솟아난 지하수가 나선형으로 휘몰아치며 리빙 아머들을 덮쳤다. 그러나 그 양이 적어 육중한 몸을 이끌고 돌진하던 그들을 밀쳐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설아!”
“오케이!”
그때 동생 류설의 손에 자그마한 얼음 구체가 만들어졌다. 의기양양하게 웃은 그녀가 과장된 야구 자세를 취하며 있는 힘껏 얼음 구체를 던졌다.
“얼어붙어랏!”
까드드드드득!
구체가 리빙 아머에게 닿은 순간, 그들 주변에 휘몰아치던 지하수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쌍둥이 남매의 초능력은 각각 과 .
류진의 수류조작은 스스로 물을 만들어낼 수 없고 방어력이 높은 상대에 대해 결정력이 다소 부족했다. 류설의 빙결 역시 제대로 활용하려면 물처럼 얼음을 생성할 매개체가 필요했다.
각각 따로 보면 단점이 명확한 반쪽짜리 능력.
그러나 남매가 함께 능력을 사용함으로써 두 사람은 서로의 포텐셜을 최대한으로 뽑아냈다.
까득. 까드득!
관절부가 얼어 눈에 띄게 느려진 리빙 아머들. 그러나 운 좋게 참사를 피한 두 체의 갑옷이 얼어붙은 동료를 제치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우드득.
그 앞을 가로막으며 류태현이 주먹을 풀었다. 그 손가락에 끼워진 탈리스만이 은은한 빛을 뿜었다.
“흐읍!!!”
콰아앙!!
그의 주먹이 작렬하자 리빙 아머의 허리가 수박처럼 터졌다.부서진 갑옷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 파편이 채 그의 몸에 닿기도 전에, 그는 두 번째 리빙 아머에게로 이동해 발길질을 날리고 있었다.
콰아아앙!
가히 폭발음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소리가 울리며 두 번째 갑옷이 터져나갔다. 이번에도 일격이었다.
파앗!
그는 지체하지 않고 나머지 리빙 아머들에게로 향했다. 얼어붙어 움직임이 둔해진 그들 위로 강권이 쏟아졌다.
콰앙!! 콰앙!! 콰아앙!!!
깔끔한 세 번의 충격음. 절제된 동작으로 내지른 일격에 저마다 가슴께나 허리가 분질러진 리빙 아머들이 파르르 떨다 곧 기능을 정지했다.
“와…….”
나설 타이밍을 놓친 고성준이 치켜들었던 창을 내리며 감탄사를 흘렸다. 놀란 것은 두 쌍둥이 남매도 마찬가지였다.
류태현의 움직임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실속이 있었다. 어떠한 낭비도 없는 그 동작은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마저 느껴질 정도였다.그들은 새삼 눈앞의 남자가 1학년 랭킹전 잠정 1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편, 후미에서 그 광경을 보던 강하늘이 고개를 저으며 초능력을 풀었다. 그녀의 손에 떠올랐던 불꽃이 사르르 허공에 녹아내렸다.
‘역시 난 나설 차례도 없네.’
이 멤버로 팀이 결성되었을 때 이미 예상한 바였다. 고작해야 D급 던전에 나오는 괴수들은 류태현의 상대가 되지 못하리란 걸 알았으니까.
“와, 살벌하다 살벌해. 아주 그냥 박살을 내놨네. 나중에 소재 회수할 때 개빡세겠다 이거. 그치 오빠?”
“어차피 우리가 회수할 것도 아닌데 뭘. 우린 실습만 하는 거고 던전 내 부산물 소유권은 아직 담당 길드한테 있을걸?”
“그건 그렇네. 그럼 걔네가 회수하기 더 힘들라고 좀 더 부술까?”
"크크크. 너도 참 성격 꼬였다."
류설의 우스갯소리에 류진과 고성준이 고개를 젓는 한편, 류태현은 쓰러진 갑옷들 사이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채였다.
“태현. 왜 그래?”
류진의 물음에 류태현이 그를 바라봤다.
“뭔가 조금 이상해서.”
“이상하다고? 뭐가?”
“괴수가 너무 많아. 여긴 이미 다른 길드가 공략을 끝낸 던전이잖아. 교수님 말씀으로는 나오는 괴수는 한 번에 많아야 둘이라고 했는데, 동시에 다섯 놈이나 튀어나온 건 조금 이상하지 않아?”
“네 말대로 샛길에 숨어있던 놈들이겠지. 애초에 실습용으로 쓰려고 길드에서도 내부 소탕을 완전히 끝내진 않았다고 했잖아.”
“그런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류태현이 침음성을 흘렸다. 류진의 말대로 자신이 너무 과민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가 생각했다.
그 순간.
두근!
갑자기 날카롭게 곤두서는 감각에 류태현이 팟 하고 고개를 들었다.
“저기, 얘들아. 나 뭔가 느낌이 이상해.”
그때 류설이 두 팔을 감싸안으며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느낌이 이상하다니?”
“아까부터 으슬으슬 추운 느낌 든다고 했잖아. 뭔가 그게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추운 건 아니고 따끔거리는? 꼭 누가 바늘로 피부를 푹푹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야.”
류태현이 긴장한 눈으로 류설을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주위에 흐르는 무형의 기운의, 마력의 흐름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흐릿하게 보이는 마력의 흐름이 류설의 몸을 거칠게 휘감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류설이 느낀 따끔거리는 감각이란 바로 그 마력에 의한 것이었다.
류설이 어렴풋이나마 마력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으나, 지금 주목할 건 그게 아니었다.
류태현의 시선이 천천히 옆으로 향했다. 사납게 날뛰어대는 마력의 근원은 저 멀리 어둠 너머에 있었다. 던전 깊숙한 곳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거친 흐름이 그들의 몸을 날카롭게 훑고 지나가고 있었다.
두근!
자연상태의 마력은 공간에 고여있기만 할 뿐 한 방향으로 흐르거나 휘몰아치지 않는다. 그 부자연스러운 마력의 유동에 날카롭게 벼려진 그의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쿠르르르르르…….
다음 순간, 중후하게 울려 퍼지는 굉음과 함께 미궁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뭐야 이건? 지진?”
미약하게 시작된 진동은 점차 그 강도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그 진동의 세기가 세지면 세질수록 류태현의 표정에 차오른 불안감도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다.
“얘들아.”
류태현의 부름에 학생들이 그를 돌아봤다. 혼란스러운 기색을 한 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말했다.
“이상하게 들린다는 거 아는데, 아무래도 지금 당장 던전에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뭐? 그게 무슨 소리”
콰르르르르릉!
불만은 이어지지 않았다. 다음 순간 그 강도를 크게 키운 지진에 미궁의 벽과 바닥에 쩌저적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다들 출구로 뛰어!!”
콰르르릉! 콰르르르르릉!
류태현의 외침에 학생들이 너나할 것 없이 출구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그런 그들의 뒤로 미궁 천장을 이루고 있던 벽돌이 하나둘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뭐야! 뭔데! 왜 갑자기 던전이 무너져?! 설마 벌써 소멸하는 거야?!”
“그럴 리가! 소멸 예정일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다고 그랬잖아!”
“그럼 왜 갑자기 멀쩡한 던전이 무너지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학생들의 외침이 던전이 무너지는 소리에 파묻혔다. 온 사방이 떨어지는 흙먼지와 파편으로 가득했다.
“다들 잘 따라오고 있지?!”
선두를 달리던 류태현이 그렇게 외치며 뒤쪽을 살폈다. 류진과 류설은 그의 뒤를 잘 따르고 있었다. 고성준 역시 기다란 창을 낮게 끌며 열심히 달리는 중이었다.
허나 그곳에 강하늘의 모습은 없었다.
“강하늘!!”
발을 멈춘 류태현이 강하늘을 찾기 시작했다. 곧 그가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뛰어오는 강하늘을 발견했다.
“헉! 헉! 허억!”
강하늘은 그들보다 한참 뒤에서 뛰어오고 있었다. 좀 전의 전투에서 후미를 경계하고 있던 터라 다른 학생들에 비해 출발 지점이 뒤였기 때문에 뒤쳐지는 건 불가피했다.빠르게 거리를 좁히기 위해 가속 아바타를 두른 상태였지만, 계속되는 진동에 발걸음이 몇 번이고 꼬였다.
“하늘아!”
“야 미친! 너 어디가?!”
뒤늦게 류태현이 강하늘을 향해 달려갔으나, 그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쿠르르르르릉!
커다란 굉음과 함께 미궁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공교롭게도 딱 류태현과 강하늘 사이의 천장이.
“꺄, 꺄아아아악!!”
강하늘의 비명이 사토 속에 묻혀 멎었다. 통로를 꽉 막아버린 벽돌 더미로 류태현이 달려들었다.
“강하늘!! 대답해!! 너 괜찮아?!”
무너진 벽돌을 파헤치며 그가 외쳤다. 그러나 그가 벽돌을 치우는 속도보다 천장과 벽이 무너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한 번 무너진 미궁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의 주위로 점점 무너져내린 낙석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강하늘!! 대답하라니까!!”
“류태현 이 멍청아! 지금 죽으려고 작정했어?!”
그를 쫓아온 류진이 다급하게 그의 어깨를 잡았다.
“하늘이가 이 안에 갇혔어! 당장 꺼내줘야 한다고!!”
“저렇게 꽉 막혀버렸는데 어떻게 꺼낸다는 거야! 일단 네 몸부터 챙기라고!”
“그렇지만”
“그렇지만이고 자시고! 이대로 있다간 너까지 깔린 다니까?!”
류진의 말에 갈등하던 류태현이 크윽 하고 신음을 흘렸다. 미련이 남은 듯 낙반을 바라보는 그의 어깨를 류진이 다시 한 번 꽉 쥐었다.
“……알았어. 얼른 나가자.”
잠시 고민하던 류태현이 곧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렇게 답했다. 표정이 어두운 건 류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얼굴에 착잡한 감정이 떠오른다.
두 사람이 다시 통로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사방팔방에 떨어지는 낙석들. 쩌저적 커다랗게 금이 가는 바닥. 그 풍경에 그들의 얼굴에 떠올렀던 착잡함이 점차 다급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쿠르릉. 쿠르르르르르…….
이윽고 그들이 던전 초입의 광장으로 나왔을 때, 그제야 겨우 지진이 멈췄다. 무릎을 짚은 채 숨을 고르기도 잠시, 곧 사방에서 다급한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구급함 가져와! 빨리!”
“3조 한겨울 학생! 3조 한겨울 학생 없습니까?!”
“여기는 브라보 원. 여기는 브라보 원. 브라보 투, 쓰리, 세븐 순차적으로 등장 바란다. 다시 말한다. 브라보 투, 쓰리, 세븐은 순차적으로 등장 바란…… 이런 빌어먹을!”
"각 조 조장 맡은 학생들한테 무전부터 돌려!"
광장에는 그들처럼 급하게 미궁을 빠져나온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 사이를 경비대 대원들이 부리나케 뛰어다니고 있었다.
“괜찮습니까?!”
곧 두 사람을 발견한 경비대원이 그들에게 달려왔다.
“8조 류태현 학생하고 류진 학생 맞죠? 다친 곳은 없습니까?!”
“예. 저희 둘 다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자신들이 달려온 통로를 보며 류진이 입술을 잘근 씹었다. 류태현이 분하다는 듯 바닥을 쿵 밟았다.
부르르 떨리는 그 어깨에서 사정을 짐작한 경비대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같은 조의 강하늘 학생은…….”
“……저 안에 갇혔습니다.”
힘겹게 대답한 류태현이 반쯤 막혀버린 통로 입구를 바라봤다.
그 얼굴은 착잡한 감정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
그 시각, 헌터 협회 산하 게이트 관리국 강원도 지부.
수십 개의 모니터가 늘어선 상황실 안에 새된 경고음이 울려대고 있었다.
“인제군에서 강력한 게이트 펄스 발생! 종류는 침식형! 추정 규모 A급 이상입니다!”
“이런 씨부랄! 또 A급이야?! 이번 달만 도대체 몇 번째야 이게!”
모니터 요원의 외침에 지부장이 부리나케 그 앞으로 뛰어왔다. 지도 한 가운데 붉게 떠오른 광점을 보며 그가 외쳤다.
“당장 정확한 좌표부터 따서 근처 길드에 긴급 연락 돌려! 주변 민간인 대피시키고! 그쪽 군부대랑 연락해서 정확한 던전 규모부터 파악하라고 해!”
“예, 알겠습니……. 어? 지, 지부장님?”
“왜 또 새끼야!”
“방금 펄스 발생지 좌표를 땄는데, 이게 그, 일주일 전에 공략된 소멸 예정 던전이 있는 위치입니다.”
“그게 뭐! 비슷한 위치에 게이트 연달아 생기는 게 그리 드문 일도 아니잖아!”
“아뇨, 아닙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는 지부장에게 모니터 요원이 다급하게 외쳤다.
“근처가 아니라 완전히 같은 장소라고요! 발생 지점의 좌표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뭐?”
그 말에 반쯤 몸을 돌렸던 지부장의 눈이 다시 모니터로 향했다. 그 얼굴에 점차 불안한 기색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소수점 뒤의 여섯자리까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이건, 이건 던전 안에 새롭게 던전이 생겼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요!”
그 소란에 주변에 있던 다른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했다. 던전 안에 던전이 또 생겼다는 전례 없는 일에 관리국 직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한복판에 선 지부장마저도.
“……이런 씨벌.”
벌써 30년 가까이 게이트 관리국에서 일해온 그의 감각이 경종을 울려댔다.
“본부로 보고 올려. 지금 당장.”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