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058. 던전 탐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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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이다. 나무들은 여전히 앙상한 가지만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으나 군데군데 솟아난 새파란 새순이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살며시속삭이고 있었다.
이날 그린하우스 1학년 1분반 학생들은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C급 던전으로 향했다. 던전 탐사 실습을 위해서.
그들이 향한 던전은 주인 괴수가 토벌되고 자연 소멸만을 기다리는 소멸 예정 던전.
그린하우스에서도 가장 뛰어난 1분반 학생들에게 위험이 될 요소는 거의 없었으나, 담당교수 도소영은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던전의 위험성을 주지시키고 또 주지시켰다.
“다들 주말간 금일 탐사할 던전에 대해 나눠준 자료를 봤으리라 생각하지만, 만전을 기하자는 차원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이번 던전의 개괄과 탐사 실습 방식에 대해 설명하겠다.”
산 중턱에서 일렁이는 폐쇄형 던전의 게이트 앞에서 도소영이 학생들에게 브리핑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던전의 형태. 벽돌로 이루어진 미궁의 모습을 한 던전은 게이트 너머의 커다란 광장을 시작점으로 8개의 독립된 갈림길로 갈라진다.
8개의 루트는 전부 주인 괴수가 자리했던 던전 최심부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1분반 학생 40명은 5인 1개조를 형성해 지정된 루트를 따라 던전을 탐사한다. 목표는 던전 최심부에 놓인 깃발을 회수에서 던전 입구로 복귀하는 것.
어디까지나 평가가 아닌 실습이 목적이기에 모든 행동은 학생의 자율에 맡긴다. 단, 혹시 모를 위기 상황을 대비해 각 조는 비상용 무전기를 지참한다.
허나 무전기가 있다 한들 모든 위기 상황에 인솔교수 혼자서 대처할 수는 없는 노릇.
“……하여 이번 실습에서의 위기 상황을 대비해 경비대 대원분들께서 힘써주시기로 하셨다.”
그 말에 학생들이 공터 반대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시커멓게 칠해진 장갑차량과 각종 화기와 장비로 무장한 일련의 무리가 있었다. 능숙하게 장비를 점검하며 준비하고 있는 그 모습에선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풍겼으나, 학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저, 교수님. 질문……비슷한 거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말한 것은 며칠 전 강하늘과 랭킹전을 치렀던 류진이었다.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 류설과 나란히 서있던 그가 경비대를 보며 미덥지 못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허락한다. 질문해보도록.”
“위기 상황을 대비해 경비대 대원들이 힘써주기로 했다……라는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희들이 해결할 수 없는 위험 상황에서 경비대 대원분들께서도 조금 힘들지 않을까…….”
“요컨대, 못 미덥다?”
그 질문을 빙자한 우려는 기실 1분반 학생 대부분이 공유하고 있는 인식이었다.
그린하우스 경비대는 어중이떠중이 집단이 아니다. 아니다만, 엄선된 엘리트들인 재학생들과 비교하면 당연히 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1분반 학생 대부분이 B급 초인이거나 B급을 목전에 둔 C급인데 반해, 경비대 대원은 높은 자가 C급, 대부분은 D급이며 초인으로서는 함량미달이라 일컫는 E급 초인조차 간간이 섞여있는 실정이었다.
때문에 자기네보다 무력이 떨어지는, 몇몇 학생들의 말을 빌리자면 자기네보다 ‘열등한’ 경비대 대원들이 어떻게 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을 구해준다는 것인가.
류진의 질문은 그러한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우려하고 있는 바는 알겠다. 하지만 안심하도록. 명색이 그린하우스 경비대다. 초인 등급은 다소 낮을 수 있을지언정 그 한 사람 한 사람은 전원 각종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을 훈련을 받은 프로니까.”
“아무리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거기에 더해, 이번 실습에 파견된 경비대는 일반과만이 아니다. 특수대책과도 있지.”
특수대책과. 그 단어의 학생들의 표정이 단번에 달라졌다.
같은 경비대라곤 해도 일반과와 특수대책과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전자가 헌터 길드에 취직하지 못한, 소위 말하는 ‘낙오 초인’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반면, 특수대책과는 중상위 정도 성적의 졸업생이라면 지원을 고려해볼 정도로 인식이 좋았다.
급여나 대우, 사회적 인식이 일반과보다 좋다는 것은 물론이고, 특수대책과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자에게는 공식적으로 경정 계급의 경찰공무원이나 국군 특수부대, 그 외 기타 공직 특채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거기에 더해 여러 길드 관계자와 인맥을 형성하기 쉬운 아카데미 근무자라는 점까지.
그런 여러 요소가 겹쳐 특수대책과의 인식과 위상은 꽤나 높은 편에 속했다. 학생들의 표정이 단번에 달라진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허나 그런 학생들 중에서도 몇 사람, 조금 다른 의미로 눈을 밝히는 자들이 있었으니.
‘특수대책과라고? 그럼…….’
대원들이 자리한 곳을 쭉 훑어보던 류태현이 이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하늘아. 저기 좀 봐봐. 저기 수호 형 있다.”
“오빠가?”
그의 말에 같은 조원인 강하늘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곧 다른 대원들과 던전 내 지도를 살피고 있던 안수호를 발견한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늘 이쪽으로 파견 나온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하늘이 넌 뭐 들은 거 없어?”
“아니? 나도 없어.”
“그래? 이상하네. 형 성격이면 전날에라도 언질이 있었어야 정상인데…….”
류태현은 의아하다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강하늘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로서는 예기치 않게 안수호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스러웠으니까.
‘실습 시작하기 전에 잠깐 시간 되겠지?’
금요일 날 어색한 분위기에서 헤어져서 괜히 주말 동안 연락다운 연락도 하지 못했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얼굴을 보고 이야길 나누면 아직 남아있는 어색함도 조금은 가시겠지.
그렇게 생각한 강하늘이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
“각자 지정 위치는 다 기억했지? 30분 뒤에 실습 시작이라니 알아서들 장비 점검하고 있다가 10분 전에 먼저 던전으로 들어가 있자고. 별 일은 없겠지만 다들 정신 바짝 차려. 특히 거기 신입 너. 긴장해서 쓸데없이 실수하지 말라고. 알겠지?”
“명심하겠습니다.”
특수대책과 9팀 팀장 마르코 잭슨. 2미터에 가까운 거구를 자랑하는 흑인 팀장의 말에 안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위치로 향하는 다른 대원들이 저마다 안수호를 흘긋 바라봤다. 마르코가 9팀 팀장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전원 9팀 대원들이었다.
왜 민채령의 2팀이 아닌 애꿎은 9팀 대원들이 안수호와 함께 하는가……라는 의문은 조금 잘못되었다. 이곳에서 부외자는 저들이 아닌 안수호였으므로.
왜 안수호는 이곳에서 다른 팀 대원들의 눈치를 보며 진땀을 흘리고 있는가.
이야기는 하루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휴가를 하루 연장하고 싶다고?”
늦은 밤. 경비대 특수대책과 당직실. 팔뚝에 당직 완장을 찬 민채령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안수호를 올려다봤다.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길래 뭔가 싶어 불렀더니…….’
상처는 이미 다 나았을 텐데 무슨 일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민채령이 이내 손가락을 따악 튕겼다.
“혹시 강하늘 때문에 그러니?”
많은 것이 함축된 짧은 물음에 안수호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그 반응을 보고 민채령이 과연, 하고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월요일에 있는 던전 탐사 실습. 거기서 강하늘이 위험에 빠질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거지? 휴가를 연장해달라고 한 건 실습 장소에 따라가기 위해서고.”
“대충 맞습니다.”
“강하늘이 위험에 빠지리라 생각한 근거는?”
“근거……랄 건 없습니다. 애초에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확신한 게 아니라 그냥 불안해서 그런 거거든요.”
“……그냥 불안해서라고?”
민채령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흘겨봤다. 허나 그것이 진실이었다. 안수호가 이번 실습을 따라가고자 한 것은 근거 없는 불안감에 기초한 것이었으니까.
굳이 근거를 찾자면 쾌락천마가 그를 지지리도 싫어한다는 것 정도가 있겠으나, 민채령에게 그렇게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
제아무리 통찰력이 뛰어나다 한들 그러한 진실을 유추해낼 순 없었다.
“……습격이나 납치 같은 걸 걱정하는 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번 1분반 실습에는 9팀 대원들이 파견되기로 했으니까. 나라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강하늘을 외부로 내보내진 않아. 누구랑 다르게 말이지.”
금요일에 있었던 두 사람의 데이트를 넌지시 암시하는 말이었다. 안수호가 멋쩍게 어깨를 으쓱이자 민채령이 나긋나긋한 어조로 말했다.
“9팀이 경비를 맡았으니 적어도 외부 습격에 대해선 안심할 수 있어. 팀원도 팀원이지만 팀장이 마르코니까.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너도 잘 알고 있지?”
“예. 제 인사이동 때 적극적으로 찬성해주신 분이라 들었습니다.”
“그게 다야? 그 외에는?”
“그 외라뇨?”
무얼 묻는 거냐는 그 표정에 민채령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다른 팀과의 교류가 적다곤 해도 마르코에 대해선 알고 있을 거리 생각했기에.
“9팀장에 대해서 아는 건 그게 끝이니? 그 인간의 초능력이라든가 경력이라든가……. 설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허나 민채령의 예상과 달리 안수호는 특책과의 다른 팀 대원들에 대해선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특책과에 온 지 이제 3주가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외부인처럼 겉돌고 있었다.
“예. 딱히 교류도 없고 굳이 알아보려 하질 않아서요. 마르코 팀장이 어떤 사람이기에 그러십니까?”
“그 남자는”
말끝을 흐린 민채령이 잠시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이내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말로 설명해서 뭐하겠니. 궁금하면 네가 내일 직접 가서 확인해봐.”
“……직접 가서 말입니까?”
“내일 1분반 실습 경비 임무에 너도 투입시켜줄게. 자잘한 수속은 오늘 밤중에 내가 처리하면 되고. 어차피 휴가를 연장해 달라 한 것도 실습에 따라가기 위해서였잖아? 그렇게 해도 상관없지?”
“그래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안수호로선 마다할 필요가 없는 제안이었다. 어찌되었든 그의 목적은 1분반의 실습에 따라가는 거였으니까.
다만 한 가지 의문인 것은 민채령의 태도였다. 저번 문답 이후로 민채령은 자신을 경계하고 있을 터.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협조적인 태도로 나오는지 안수호는 조금 이해되지 않았다.
“기대되네.”
“……뭐가 말입니까?”
“내일 실습 현장에서 무슨 사건이 터질지 말이야.”
그런 그의 의문에 답해주듯 민채령이 즐겁다는 얼굴로 미소 지었다.
“넌 단순히 불안해서 따라가는 거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일을 돌아보면 네가 가는 곳엔 늘 사건이 일어났잖니? 그럼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
“하하…….”
그 말에 안수호가 멋쩍게 웃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정말로 사건을 몰고 다니고 있었다. 그를 싫어하는 쾌락천마가 그를 잠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으므로.
‘제발 이번엔 아무 일도 없었으면…….’
이번엔 또 무슨 일이 터질지 노심초사하며 안수호가 식은땀을 한줄기 흘렸다.
***
그리하여 현재.
‘외부 경비 업무를 경험해봐라.’라는 취지로 9팀에 합류한 안수호는 낯선 대원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서있었다.
“수호 씨. 잠깐 괜찮을까요?”
그런 그에게 접근하는 여성 대원이 있었다. 9팀의 부팀장인 정아영이었다. 안수호가 속한 2팀으로 치면 이태호의 위치에 해당하는 대원.
“예. 무슨 일이시죠?”
“조금 긴장한 것처럼 보여서요. 첫 외부 임무라 어쩔 수 없겠지만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돼요. 위험 상황이 그리 자주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상황은 일반과 대원들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되니까. 우리가 나설 일은 거의 없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번 던전 탐사 에피소드는 고작 3화 분량의 단발성 에피소드.
사건이 본래 전개대로만 흘러간다면 정아영의 말대로 특책과가 나설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원작에서 아무 일이 없었다 한들 이번에도 그러리란 법은 없다.
그렇기에 안수호는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손에 들린 대괴수용 가우스 라이플의 묵직한 무게감이 오늘따라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오빠!”
그때, 죄어오던 긴장감을 단번에 날리는 상큼한 외침이 들려왔다.
안수호가 고개를 돌리자 강하늘이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그에게 총총 뛰어오고 있었다. 그녀 역시 던전 탐사를 대비해 각종 장비와 파우치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채였다.
“오늘 이쪽으로 오시기로 했으면 언질이라도 주시지 그랬어요. 뜬금없이 대원분들 사이로 오빠 얼굴이 보여서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나도 갑작스레 정해진 일이라서. 경황이 없어 연락을 못했네.”
“헤헤. 오늘 저희 실습 현장 경비 때문에 오신 거죠? 오빠가 여길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하네요. 이번에도 무슨 일 터지면 꼭 저 구해주셔야 해요?”
무슨 일이 터지는 걸 전제로 하는듯한 말에 안수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일이 안 터지길 바라야지.”
“아하하하. 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이놈에 세상은 가만히 있어도 사건이 알아서 줄줄이 쳐들어오더라고요. 오늘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네요.”
묘하게 공감되는 말에 안수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 말대로 이 세상은 도무지 그를 가만히 놔두질 않았으니.
“맞다. 오빠 태현이랑도 아는 사이라면서요? 저 이번에 태현이랑 같은 조 됐거든요. 주말에 어쩌다 오빠 이야기 나오니까 걔가 되게 반가워하던데요?”
“주말에 조원들끼리 만났다고 했지? 근데 거기서 내 이야기가 왜 나와?”
“제 사정을 설명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나오더라고요. 근데 오빠 이야기가 나오니까 태현이가 오빠보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얼마나 치켜세우던지 아세요? 자기 같은 학생이랑 다르게 프로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나? 어찌나 칭찬해대는지 옆에서 듣는 제가 다 민망할 지경이었다니까요?”
“아하하. 그래?”
안수호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그 류태현이 자신을 칭찬했다니 어째 기만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물론 류태현 본인은 아무런 악의도 없이 순수하게 안수호를 칭찬한 것이겠지만, 류태현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는 안수호로서는 불편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안수호와 달리 강하늘은 이렇게 안수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보였다. 뭐가 그리 신났는지 열심히 입을 놀리는 강하늘을 보고 있자, 안수호의 입가에 걸렸던 쓴웃음도 어느새 흐뭇한 미소로 변했다.
“하여튼 얼굴 봐서 되게 반가웠어요! 전 이제 조원들하고 실습 준비하러 가볼게요. 오빠도 열일하세요!”
“그래. 너도 실습 열심히 해.”
손을 휘휘 휘두르며 멀어지는 강하늘.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안수호에게 정아영이 넌지시 물었다.
“분명 저 학생이 저번 납치 미수 사건의 피해자였죠? 꽤 사이가 좋아보이네요?”
“뭐, 이래저래 엮일 일이 많았으니까요.”
그렇게 대답한 안수호가 문득 고개를 돌리자 정아영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시죠?”
“수호 씨가 지금 몇 살이라고 했죠?”
“24입니다.”
“그래요?”
대답을 들은 정아영이 무표정하게 흐음, 하고 침음성을 흘리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지나가듯 툭 뱉었다.
“다행이네요. 4살 차이면 도둑놈 소리는 안 들을 테니.”
“예?”
“시간 다 됐어요. 슬슬 던전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벙찐 표정의 안수호를 뒤로한 채 정아영이 털레털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도둑놈은 무슨.”
뒤늦게 정아영의 말을 이해한 안수호가 볼멘소리를 뱉었다. 자기랑 강하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줄 아냐며.
“…….”
언젠가 그런 사이가 될 가능성이 0은 아니라 해도, 적어도 지금은 결단코 아니었다. 뚱한 얼굴로 장비를 챙긴 안수호가 정아영을 따라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파직!
직후, 푸르게 빛나던 게이트에 일순 붉은 전류가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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