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 054. 랭킹전(2)
* * *
카페 스테이트.
그린하우스 내에 위치한 커피 전문점이자, 안수호가 한겨울이나 강하늘을 만나기 위한 약속 장소로 사용했던 장소.
그 한 구석. 홀로 커피를 홀짝이고 있던 안수호는 착잡한 표정으로 마른세수를 하고 있었다.
그 앞에 놓인 스마트폰 화면에는 송출이 중단된 인터넷 방송 화면이 떠올라있었다. 그 옆에 작게 나열된 방송 클립들에는 하늘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발랄한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발랄한 미소를 지긋이 내려다보던 안수호가 이내 매스꺼운 속을 달래며 화면을 껐다.
‘심연에는 더한 심연이 있다……인가.’
문득 떠올린 경구에 안수호가 실소를 머금었다. 그 경구가 강하늘의 방송을 본 그의 현재 심정을 여실히 대변하고 있었다.
강하늘의 방송은, 그녀가 연출해낸 ‘노블스카이’라는 스트리머는 객관적으로 아주 훌륭했다.
준수한 게임 실력에 쉴 새 없이 터지는 재치 있는 입담. 또렷하면서도 특유의 개성이 묻어나오는 목소리. 시청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방송 센스. 거기에 소녀의 귀여움과 숙녀의 성숙함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는 빼어난 외모까지.
강하늘의 방송은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다. 방송 시작 보름 만에 그만한 시청자를 모은 것은 요행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강하늘은 머지않아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스트리머가 될 것이라고, 인터넷 방송을 즐겨보지 않는 안수호조차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그녀의 방송은 재미있었다.
재미있었다, 만.
안수호는 그녀의 방송으로부터 재미와 더불어 여러 복잡한 감정을 함께 느꼈다.
돌이켜보건대 그것은 다소의 오글거림이요. 절로 얼굴이 붉어지는 부끄러움이요. 민망함이었으며, 안타까움이기도 했고, 그 외 기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감정들의 집합체였으며.
한 마디로 말해서 차마 보고 있기에 괴로웠다.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 앞에서 귀여운 척 아양을 떨어대던 강하늘을 보며 안수호는 본능적인 기피감을 느꼈다.
방송 내용만 보면 분명히 재미는 있었다. 재미는 있었으나, 방송을 보는 내내 강하늘의 본래 모습이 아른거려 안수호는 방송에 집중할 수 없었다.
본래 모습이란 비단 외모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본래 그녀의 성격과 180도 다른 말투, 몸짓, 표정……. 그런 것들로부터 안수호는 형언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방송을 하는 건 강하늘인데 왜 부끄러움은 남의 몫인가.
안수호는 강하늘의 방송을 굳이 찾아본 것을 후회했다. 정신적 타격이 여간 심한 게 아니었다.
허나 곧 그 얼굴이 장난스런 웃음이 떠올랐다. 다음에 강하늘을 만나서 방송을 봤다고 말하면 그녀가 무슨 표정을 지을까. 그 반응을 상상하고 있자 방송 시청에 의한 정신적 타격은 어느새 말끔히 사라졌다.
잠시 후.
안수호는 랭킹전 시작 시간에 맞춰 랭킹전이 열리는 제7 경기장에 도착했다.
경기장의 전체적인 형태는 농구 코트와 비슷했다. 학생들이 싸우며 직접 밟는 부분의 면적도 딱 농구 코트 크기였고, 그 주위를 둘러싼 관중석의 형태도 NBA 중계에서 흔히 보던 형태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바닥과 벽을 포함한 모든 내장재가 충격 흡수 패널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과, 관중석과 경기장을 구분하는 두꺼운 강화 유리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 정도.
이른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에는 꽤 많은 관객이 있었다. 그 대부분은 오늘 랭킹전 경기자들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한 같은 학년 학생들이었다.
본래 1학년 랭킹전은 그리 인기가 많은 이벤트가 아니다. 한겨울 VS 류태현 같은 빅 매치라면 모를까, 랭킹전을 정식으로 관람할 수 있는 재학생이나 교사진, 그 외 일부 길드 관계자들의 관심은 졸업이 임박한 3, 4학년들의 경기에 치중되어 있었다.
허나 1학년 경기라고 해도 상위 랭커의 경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린하우스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1등부터 꼴찌까지 전원 엄선된 엘리트들.
그런 그들에게 있어 상위 랭커란 졸업 때까지 계속해서 경쟁해야 할 상대. 의욕이 넘치는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상위 랭커의 랭킹전을 관람하며 그들의 전력을 분석하곤 했다.
“어?”
그리하여 지금, 그런 사정과는 하등 상관없는 안수호의 눈에 1학년 중에서도 가장 의욕이 넘치는 재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한겨울 학생?”
“…….”
안수호를 확인한 한겨울이 낮게 혀를 차며 고개를 홱 돌렸다. 상대조차 하기 싫다는 제스처였다.
‘이거 봐라?’
그 노골적인 무시에도 안수호는 굳이 한겨울의 옆자리로 향했다. 그녀의 옆자리는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3칸씩 비어있었다. 경기를 관람하러 온 1학년들 중 한겨울의 옆에 앉을 배짱이 있는 학생은 거의 없었으므로.
“이런 곳에서 마주치다니 이거 참 우연이네요! 한겨울 학생도 전력 분석 때문에 오신 겁니까?”
“…….”
여전히 이어지는 무시. 그 철벽같은 태도에 안수호가 장난스런 웃음을 머금었다.
“어라? 그런데 오늘은 안경을 안 썼군요. 동아리실에서 봤을 땐 분명 쓰고 있었잖아요? 동그란 무테 안경.”
그 순간 지금껏 무시로 일관하던 한겨울이 고개를 안수호에게로 홱 돌렸다. 당황한 한겨울이 무어라 말하려고 입술을 달싹였다.
“아, 혹시 시력이 나쁘신 겁니까? 그래서 추리소설연구회에 가실 때엔 안경을”
“그만!”
외마디 외침과 함께 한겨울이 안수호의 입을 틀어막았다. 재빠르게 주위를 살핀 한겨울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기 지금 듣는 귀가 몇인데 그 이야길 꺼내는 거예요?! 그, 그 이상 말하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용서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일순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안수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겨울이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흘기다 천천히 손을 놓아주었다.
“그러게 사람을 무시하지 말았어야죠. 제가 뭘 잘못했다고.”
“……그쪽이 저번부터 계속 절 스토킹하면서 귀찮게 굴었잖아요.”
“스토킹은 무슨. 제가 뭐 아쉬운 게 있다고 한겨울 학생을 스토킹합니까?”
“그야 저는……!”
“뭐 제가 한성그룹 후계자 콩고물이라도 받아먹으려고 졸졸 따라다닌다 그런 말씀이십니까?”
그 노골적인 반문에 한겨울이 입술을 잘근 씹었다. 안수호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지만 한겨울로선 그런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실상 우연이긴 했으나 우연이라기엔 한겨울과 안수호는 너무 자주 마주쳤으므로.
“……그냥, 계속 성가시게 눈에 밟히니까 그렇죠.”
“그쪽은 아카데미 학생이고 전 아카데미 경비원인데 거 몇 번 마주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겨우 그런 거 가지고 유난은…….”
말끝을 흐린 안수호가 돌연 생각났다며 한겨울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안경은 뭡니까? 난시라도 있어요? 아니면 설마 나름 변장이랍시고 쓴 겁니까?”
“그쪽이 알 거 없잖아요. 그보다 여긴 무슨 일로 온 거죠?”
화난 얼굴로 툭 던지듯 질문한 한겨울에게 안수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랭킹전 경기장에 뭐 하러 왔겠습니까. 랭킹전 구경하러 왔죠.”
“참 태평한 대답이네요. 경비대원은 할 일도 없나요?”
“부상 때문에 휴가를 받아서.”
안수호가 셔츠 자락을 슬쩍 올리며 배에 감긴 붕대를 드러냈다.
“류태현한테 들었어요. 저 자퇴생 구하려다 다쳤다면서요?”
“이젠 아니죠. 자퇴는 번복했으니까.”
“그거야 모르죠. 그때 분명 말했잖아요? 낙오자는 뭘 해도 낙오자라고. 습격 때문에 도망치듯 복학한 것 같지만 뭐, 머지않아 다시 자퇴하겠죠.”
“그렇게 생각하시면서 강하늘 학생의 랭킹전은 왜 보러 오신 겁니까? 어차피 곧 자퇴할 거면 굳이 전력을 분석할 필요는”
“전력 분석? 제가 왜요?”
한겨울이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안수호를 흘겨봤다. 그 시선에선 그녀 특유의 오만함이 다분히 묻어나왔다.
“같은 1분반이라고 해서 제가 저 낙오자랑 같은 수준인줄 아세요? 전력 분석 따위 안 해도 정면에서 얼마든지 밟아줄 수 있어요. 여기 온 건 그냥, 싸우는 게 무섭다고 도망쳤던 사람이 꼴사납게 다시 기어 들어와서 무슨 꼴을 보일지 궁금해서 구경하러 온 것뿐이에요.”
‘……성격 개 빻았네.’
질린 표정을 지은 안수호가 고개를 돌렸다. 류태현 앞에선 건방지긴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빙의하면서 한겨울도 더 혐성으로 바뀐 것인가. 그가 그렇게 생각했다.
실상은 원작에서의 한겨울이 류태현 앞에선 그나마 예의를 차렸던 것이고,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는 안수호 앞인지라 본래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지만, 안수호가 그런 내막을 알 리가 없었다.
삐이이이이잉!!
그 순간 경기장 전체에 울리는 마이크 소리.
안수호와 한겨울의 시선이 경기장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설전 아닌 설전을 벌이고 있는 동안 어느새 이번 랭킹전의 주역 두 사람이 경기장 양 끝단에 오른 상태였다.
아, 아아. 마이크 테스트.
그 가운데, 말끔한 스타일의 청년이 마이크를 잡은 채 서있었다.
오늘도 랭킹전 관람을 위해 이 자리에 와주신 재학생 및 아카데미 관계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이번 랭킹전의 심판을 맡은 매니지먼트과 3학년 조형석이라고 합니다!
마치 자기 PR이라도 하듯 경쾌한 목소리로 외친 조형석이 관중석을 향해 꾸벅 허리를 숙였다. 실제로 반 정도는 자기 PR이 맞았다.
그린하우스라고 해서 꼭 헌터지망생만 있는 건 아니었다. 헌터 업계에는 헌터의 숫자보다 그들을 보조하는 인력의 수가 훨씬 많다. 매니지먼트과는 그러한 보조 인력을 길러내기 위한 과였다. 랭킹전의 심판도 그러한 보조 업무의 일환이었다.
오늘 랭킹전의 주역은 바로 이 두 사람! 1학년 1분반 소속 류진 학생과 강하늘 학생입니다! 현재 순위는 좌측의 류진 학생이 19위고 우측의 강하늘 학생이 21위! 허나 이미 두 차례의 랭킹전을 치른 류진 학생과 달리 강하늘 학생은 오늘이 첫 시합이라고 하는군요!
첫 시합이라는 말에 좌중이 가볍게 술렁였다. 학기 초부터 활발하게 경기가 치러지는 상위 분반 학생이 아직까지 경기를 뛰지 않았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으니까.
보유 초능력은 류진 학생이 수류조작! 그리고 강하늘 학생이 아바타 능력입니다! 환경의 제약을 심하게 타는 조작계 능력자와 범용성으로는 손에 꼽히는 아바타 능력자의 대결! 얼핏 보면 류진 학생이 불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류진 학생에게는 강하늘 학생과 달리 앞서 겪은 두 차례 랭킹전의 경험이 있습니다! 고로 속단은 금물! 이 경가의 행방은 아직 그 누구도 모릅니다!
그럼 경기 시작에 앞서 규칙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경기 시간은 10분! 한쪽의 의식을 잃거나 전투불능에 빠질 경우, 장외로 나가거나 스스로 패배를 시인했을 경우 그 시점에서 경기는 종료됩니다! 그 외 기타 세세한 규칙은 재학생 랭킹전 범용 규칙을 따릅니다!
또한 경기는 심판인 저의 판단에 따라 임의로 중단될 수 있습니다! 편파 판정은 걱정하지 마시길! 랭킹전 심판은 랜덤으로 결정되고 저는 이 후배들과 일면식도 없으니까요!
그럼 설명은 이쯤으로 하고, 카운트다운 후에 류진 대 강하늘의 랭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양 선수 준비하시고!
심판의 호령에 따라 류진이 지참하고 있던 20L들이 물통의 마개를 열었다. 그가 초능력을 발동하자 안에 담겨있던 물이 스멀스멀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류진의 초능력 수류조작은 주변의 물을 조작하는 조작계 능력. 물질을 다룬다는 점에선 한겨울의 발화능력이나 안수호의 검은 연기와 비슷하지만, 류진은 자체적으로 물을 생성해낼 수 없었다. 때문에 그는 랭킹전 규정에 정해진 양의 물을 사전에 지참한 채 경기장에 오른 것이었다.
조형석의 말대로 조작계 능력자는 환경의 제약을 심하게 탄다. 허나 류진은 전혀 괘념치 않았다. 경기가 시작된 이상 오로지 승리를 위해서 내달릴 뿐. 그렇게 다짐하며 류진이 주변에 물을 두르며 자세를 낮췄다.
‘아, 어떡하지.’
한편, 강하늘은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음에도 가만히 서있는 채였다. 류진과 달리 그녀에게선 어떠한 투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 이길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싸우기 싫은데.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냥 기권하면 안 되나? 아니면 시작하자마자 장외로 달려?’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었다. 랭킹전에서의 어뷰징은 학칙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징계를 받지 않으려면 그녀의 의지가 어떻든 심판과 관객이 납득할만한 시합 내용을 보여야만 했다.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기왕 이렇게 된 거 이참에 초능력이나 시험해봐야겠다.’
마침내 카운트다운이 1에 이르렀을 때, 그녀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능력을 발동했다.
화르륵!
흐릿한 불꽃 이펙트와 함께 그녀의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언뜻 한겨울과도 비슷한 그 모습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한겨울이 작게 혀를 찼다.
때앵!
마침내 경기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린 순간, 류진이 있는 힘껏 손을 휘둘렀다.
쏴아아아!
지면을 쓸듯 뻗어나간 물이 강하늘의 앞에서 크게 솟구쳤다. 수많은 갈래로 갈라진 물이 채찍처럼 강하늘의 측면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그 물의 채찍을 향해 강하늘이 손을 뻗었다. 동시에 그녀의 손에 자그마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하.”
그 보잘것없는 불꽃을 보며 한겨울이 코웃음쳤다.
다음 순간.
콰아앙!
새된 충격음과 함께 강하늘의 몸이 기역자로 꺾였다. 경기장을 주르륵 미끄러진 강하늘이 가까스로 장외로 나가기 직전 몸을 멈췄다.
‘아, 그냥 장외로 나갈걸.’
일순 후회가 밀려온 강하늘이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채찍에 정통으로 맞은 팔에 아릿한 아픔이 느껴졌다. 허나 그뿐이었다. 뼈가 부러지지도, 근육이 찢어지지도, 하물며 살이 멍들거나 까지지도 않았다. 류진의 공격은 어디까지나 견제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 견제조차 막아내지 못한 게 문제지.
‘역시 안 되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불꽃을 보며 강하늘이 혀를 찼다. 화력이 약해도 너무 약했다. 물과 불이라는 상성을 극복하려면 한겨울처럼 극강의 화력으로 찍어 눌러야 하는데 강하늘에겐 그만한 화력이 없었다.
‘그럼 다음으로 가볼까.’
다음 순간 강하늘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허리까지 오던 머리카락이 짧은 단발로 변함과 동시에 그 색도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변했다. 그녀가 가진 두 번째 프리셋, 가속 능력을 지닌 아바타였다.
통통.
제자리에서 가볍게 뛴 강하늘이 지면을 박찼다.
파앙!
그녀가 있던 자리를 류진의 물 채찍이 세차게 때렸다. 날카롭게 벼려진 채찍들이 맹렬하게 강하늘의 뒤를 쫓았으나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흐음.”
침음성을 흘린 류진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가 조작하던 물의 형태가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거의 종잇장 수준으로 얇아진 수검(??)이 낭창거리며 강하늘의 사방에서 쇄도했다.
순식간에 전후좌우를 매우며 다가오는 수많은 칼날들.
강하늘은 가속 능력을 살려 그 사이를 빠져나가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피슛!
가까스로 칼날의 감옥을 빠져나온 그녀의 몸에 순식간에 자잘한 생채기들이 새겨졌다.
허나 류진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힘겹게 칼날을 피한 강하늘의 앞에 기다리고 있던 건 류진 본인의 주먹이었다. 어느새 가까이 접근한 그가 칼날을 피하느라 무방비해진 강하늘의 옆구리를 있는 힘껏 후려쳤다.
“꺄흑!”
둔탁한 격통에 중심을 잃은 강하늘이 가까스로 거리를 벌렸다. 그 뒤를 류진이 조종하는 물이 맹렬하게 뒤쫓았다.
“……그럼 그렇지.”
그 광경을 보며 한겨울이 턱을 괸 채 중얼거렸다.
저럴 줄 알았다. 저런 수준이니 싸우는 게 무섭다며 자퇴한 것일 테지.
제 나름대로 강하늘에 대한 결론을 내린 한겨울이 안수호를 바라봤다. 강하늘의 자퇴를 번복시키기 위해 다쳐가면서까지 그녀를 지킨 이 경비대원은, 과연 강하늘의 저 추태를 보며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한편 안수호는 얼굴 가득 의문을 띄운 채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약해져도 너무 약해졌어.’
습격 때 봤던 발화능력은 물론이고, 지금 강하늘이 보이고 있는 가속 능력 역시 눈에 띄게 약해졌다. 본래 원작에서 강하늘이 보인 속도는 그 류태현조차 애를 먹을 정도였으나, 지금 그녀의 속도는 샛별의 숨소리로 2배 가속한 안수호보다 다소 느린 수준.
물론 그 정도도 빠른 속도긴 했다. 허나 1분반 초인으로선 함량 미달이었다.
‘저 정도면 1분반은커녕 중위권 순위도 유지 못 할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강하늘을 저리도 약화시킨 것인가. 원작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만큼 차이나는 그 모습에, 안수호가 강하늘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상태창.”
어디까지나 강하늘의 현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행동.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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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하늘’의 상태창 ]
이름 : 강하늘
성별 : 여성
신장/체중/나이 : 161cm/47.3kg/20세
직업 : 아카데미 재학생
소속 : 그린하우스 헌터과 1학년 1분반
보유 초능력 : 아바타(E)
[ 능력치 ]
근력 E
민첩 D
내구 E
마력 E
기교 B
의지 E
행운 D
[ 보유 스킬 ]
1. 슬로우 스타터(유니크. S)
2. 연심의 벚꽃(레전더리.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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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다음 순간 그의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의 내용에 안수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또 뭐야?’
빙의 직후 자신의 능력치를 연상케하는 비루한 능력치와, 그와 대조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S랭크의 스킬들.
그 기묘한 조합에 안수호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