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052. 민채령의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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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수호’의 상태창 ]
이름 : 안수호
성별 : 남성
신장/체중/나이 : 182.3cm/77.8kg/24세
직업 : 아카데미 경비원
소속 : 그린하우스 경비대 특수대책과
보유 초능력 : 검은 연기(D), 마력 흡수(A)
[ 능력치 ]
근력 D+*
민첩 C+*
내구 D
마력 C
기교 C
의지 E
행운 B*
1. <스킬 :="" 아카데미의="" 경비원="">의 효과로 아카데미 부지 내에서 행운이 1랭크 상승합니다.
2. <샛별의 숨소리="">의 착용 효과에 의해 근력과 민첩에 플러스 보정이 붙습니다.
3. <스킬 :="" 아카데미의="" 경비원="">에 의한 경비율 누적에 따라 능력치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현재 잔여 능력치 포인트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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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떠오른 나의 상태창.
능력치 아래에 새롭게 생긴 세 번째 메시지를 보던 나는 주저 없이 포인트를 행운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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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력치 포인트 1을 행운에 사용합니다. ]
[ 행운 랭크가 C에서 B로 상승합니다. ]
[ <스킬 :="" 아카데미의="" 경비원="">의 효과로 아카데미 부지 내에서 행운이 1랭크 상승합니다. ]
[ 현재 행운 랭크는 A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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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랭크 A. 통상적인 ABCD 등급제라면 최고의 랭크이자, 그 위로 S가 있다고 해도 두 번째로 높은 랭크이며, 헌터물 클리셰마냥 SS에 SSS까지 존재한다 한들 결코 낮지는 않은 랭크일 터.
행운은 근력이나 민첩과 같은 능력과 달리 랭크 상승에 따른 변화가 직관적이지 않다. 그 이전에 행운이라는 능력치가 어떻게 내 삶에 영향을 주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첫 능력치 포인트를 행운에 투자한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는 바로 빌어먹을 경비원 스킬의 페널티 때문이었다.
재학생의 ‘정중한 부탁’을 거절할 경우 행운 랭크가 하락한다는 페널티.
무엇이 정중한 부탁인지는 시스템이 결정한다. 즉, 쾌락천마 놈의 마음대로란 소리였다. 만약 놈이 작정하고 날 엿 먹이려고 한다면 별 같잖은 요구마다 정중한 부탁이랍시고 내 행운 능력치를 저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것도 가능하겠지.
기본 C, 아카데미 내에선 B랭크라는 낮지 않은 행운 랭크에도 불구하고 그간 내 삶은 그다지 운이 좋다고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만약 행운이 C 이하로, 가령 D나 E가 된다면 어떤 삶이 펼쳐질까?
‘……상상도 하기 싫군.’
그렇기에 나는 가장 먼저 행운 능력치를 올렸다. 불확실한 메리트를 위해서가 아닌, 앞으로 닥쳐올지 모를 위기에 대비해서.
그것이 행운 능력치를 올린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나 원. 도대체 누가 병문안 선물로 수박을 사온 거니? 그것도 두 개 씩이나.”
지금부터 내가 벌일 위험천만한 짓에 앞서, 일말의 행운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서.
“하나는 강하늘이고 다른 하나는 채소연 겁니다.”
냉장고 안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던 민채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금 의외라는 듯이.
“소연이야 그렇다 치고, 강하늘은 왜 굳이 수박을?”
“어릴 적 감기에 걸렸을 때 부모님이 곧잘 사주시곤 했다고……. 뭐 수박이 환자한테 좋은 음식이라고 하던데요.”
“그래? 그럼 소연이는?”
“……자기가 수박을 좋아해서.”
“그건 몰랐네. 그러고 보니 곧잘 수박 스무디 같은 거 사서 마시긴 하더라.”
민채령이 본인이 사온 과일 음료들을 냉장고에 집어넣다가 내게 한 개를 권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지금 마셨다간 괜히 얹힐 것 같았다. 내가 고개를 젓자 민채령은 자기가 마실 것만 하나 꺼내서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퇴원이 언제라고?”
“내일모레입니다. 몸 상태도 정상이니 당일 바로 출근하겠습니다.”
“뭘 그럴 것까지야. 어차피 목요일이니 이번 주는 쭉 쉬고 다음 주부터 출근해. 너 한 명 없다고 업무가 안 돌아갈 정도로 빡빡하진 않으니까. 게다가…….”
유리병에 든 음료를 호로록 마신 민채령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마치 앞으로 할 말을 신중하게 고르는 것처럼.
“이번에 네가 여러모로 잘 해주었잖니. 내 나름대로의 포상이라고 생각하렴.”
“……강하늘은 어떻게 한답니까?”
“자퇴 번복하고 엊그제 정식으로 복학했어. 수업도 열심히 듣는 중이고. 임무 성공이야. 이로써 저번 실수는 벌충한 셈이네.”
“왜.”
스멀스멀 올라오는 긴장감에 잠시 숨을 삼켰다. 순간 그냥 물어보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이번 사건에는 원작 출신 빌런인 나주용이 엮여 있었다. 고로 이번 일에 민채령이 어떻게 엮인 건지. 그녀의 입장이 도대체 어떠한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했다.
“왜 제게 아무런 설명도 안 해준 겁니까?”
“설명이라니?”
“제게는 단순히 강하늘의 자퇴를 막으라고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만약 습격 가능성이나 자세한 배후 사정을 알려주셨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 습격은 나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태야. 나도 모르는 사실을 어떻게 네게 설명해주겠니?”
‘역시 이렇게 나오는군.’
명백한 시치미였다. 일리아나조차 하루 만에 파악한 사실을 민채령이 파악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애초에 여일로 급하게 출장 일정을 잡은 것부터가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고.
그럼에도 그녀가 이렇게 시치미를 뗀다는 건 즉, 이번 사건에 얽힌 배후사정이 내게 알려져선 안 되는, 혹은 알려주기 싫은 내용이란 뜻이리라.
그렇다면 만약.
내가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든다면, 그녀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팀장님께서도 모르셨다고요?”
“그래. 나도 깜짝 놀랐어. 다행히 네가 우연찮게 강하늘과 같이 있어서 봉변을 면했”
“그럼 여일로 출장은 왜 가신 겁니까?”
“뭐?”
민채령의 표정이 흠칫 굳었다. 허나 곧 평정을 회복한 그녀가 싱긋 웃으며 되물었다.
“여일의 장학재단이 스카우트 목적으로 강하늘한테 접근했으니까. 아무리 자퇴를 신청했다곤 해도 아직 우리 아카데미 학생인데, 뛰어난 인재를 대놓고 빼가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잖니?”
“하지만 그건 경비대가 관여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팀장님께서 여일로 찾아가신 건 다른 목적이 있었기 때문 아닙니까? 가령…….”
평정을 가장했던 민채령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그녀의 시선이, 싸늘하기 그지없는 시선이 내 미간을 꿰뚫는다.
“……가령, 여일그룹이 불법인 다중능력 연구를 목적으로 강하늘에게 접근했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여일을 찾아가신 것 아닙니까?”
“…………하.”
내 확고한 물음에 민채령이 헛웃음을 뱉었다. 그녀의 얼굴에 남아있던 일말의 가식마저 벗겨진 순간이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그쪽에서도 알 사람만 아는 대외비인데.”
“지금 중요한 게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쓸데없는 대답은 삼간다. 이쪽의 정보를 굳이 넘겨줄 필요는 없다.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판단의 재료를 주어선 안 되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왜 제게 전부 설명해주지 않은 겁니까? 기왕 제게 임무를 내리실 거, 관련 내용을 다 설명해주셨으면 좋았을 거 아닙니까.”
“…….”
“팀장님. 저 죽다 살아났습니다. 진짜로 죽을뻔했다고요.”
갈비뼈 4대 골절에 신장과 비장 부분 파열, 소화기 내 내출혈, 전신에 걸친 타박상과 자잘한 미세골절까지.
곧바로 경찰이 도착하여 빠르게 병원으로 후송될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다면 제아무리 초인이라 한들 죽을 수도 있는 부상이었다. 특히 내 경우엔 내구 능력치가 거의 바닥 수준이기도 하고.
내 불만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민채령이 놀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내가 이런 불만을 제기할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겠지.
내가 제기한 불만은 일의 전후사정을 파악하고 있어야만 품을 수 있는 불만이었으므로.
“물론 팀장님께도 생각이 있으셨으니 사정을 숨기셨겠죠. 제게 들키면 곤란한 사정이 있으실 수도 있죠. 하지만 팀장님, 저희는 지예원을 숨기기로 한 그 시점부터 이미 한 배를 탄 사이 아니었습니까?”
여명단 단원의 은닉은 국가내란죄. 그만한 죄를 공유한 우리 사이에 굳이 정보를 숨겼어야 했냐고. 나와 민채령이 아직 그렇게 돈독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나는 굳이 그 점을 들먹이며 둘 사이의 관계를 강조했다.
“제가 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알려줬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최소한의 정보라도, 위험을 알고 대비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라도 쥐어주는 게 그토록 두려우셨습니까? 제가 이제 와서 새삼스레 팀장님이 불법적인 일에 발을 담갔다고 신고라도 할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억울한 건 알겠지만 그쯤 하지 그러니? 슬슬 조금 건방지게 들리네?”
“알고 계시네요. 건방진 건 저도 압니다. 그렇지만 하도 억울해서 이렇게 말이라도 해야겠습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재빠르게 뛴다. 민채령의 시선이 날 훑을 때마다 그 부위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기백이, 기세가 그녀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도대체 무슨 사정 때문에 제가 죽을뻔했는지. 억울해서라도 알아야겠다고요.”
허나 나는 반드시 오늘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했다. 그녀의 오판으로 인해 내가 죽을뻔했다는 이 상황이 아니라면 내가 언제 그녀와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겠는가.
그녀가 사정을 밝혀준다면 좋다. 밝히지 않더라도 최대한 정보를 끌어낸다. 약간의 단서라도 있으면 추후 일리아나를 통해 그녀의 뒤를 캘 때 도움이 될 테니까.
“……팀장님이 정 절 믿지 못하시겠다면 좋습니다. 말씀해주시지 않으셔도. 하지만.”
나는 두 눈을 똑바로 그녀에게 맞췄다. 억울하다는 호소는 이쯤 했으면 충분하다. 이제는 그녀에게 적절한 거래를 제시할 때다.
“이미 한 배를 탄 사이인데 굳이 서로 간을 보며 뒤를 캘 필요는 없잖습니까. 팀장님께서 절 일회용 장기말이 아닌 장기적인 부하로 두고 싶으시다면, 적어도 그만큼의 신뢰를 제게 보여주십쇼. 저 역시 그 신뢰에 보답할 테니.”
일견 감정에 기댄 호소처럼 보이는 말이었으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당신이 숨기고자 하는 뒷사정,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알아내지 못할 것도 없다. 고로 차라리 여기서 스스로 밝혀라. 그리하면 나 역시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일하겠다.
말 그대로 거래 제안이었다. 나는 민채령이 이 제안을 승낙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점쳤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통해 내가 가진 정보력을 이미 입증해낸 뒤였으니까.
“……이번 일의 뒷사정에 대해서 네게 말해주지 않은 건…….”
내 제안에 고민하던 민채령이 곧 살며시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이 맞아. 네가 이번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면 했어. 네게 조금이라도 정보를 쥐어주면 그걸 토대로 내 민감한 부분에 접근할 수도 있으니까. 바로 지금처럼.”
“……그럴 거면 아예 제게 이런 임무를 내리지 않았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강하늘이 자퇴해버리면 여일의 접근을 막을 표면적 이유가 없어지니까. 내가 여일에 담판을 지으러 간 거와는 별개로 강하늘을 설득할 사람이 필요했어. 그런 일엔 네가 제격이라고 생각했거든. 나름 머리를 굴릴 줄 아니까 성공하진 못하더라도 시간 정도는 벌어주리라 생각했지.”
그 판단이 화근이 되어 이렇게 됐지만. 그렇게 덧붙인 민채령이 작게 혀를 찼다.
“설마 아무런 정보도 쥐어주지 않았는데도 네가 혼자 여기까지 알아낼 줄은 몰랐어. 여일의 다중능력연구는 어지간한 정보력으로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 아니거든.”
민채령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 일리아나조차 김요한 장학사와 나주용 소장이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것만 알아차렸을 뿐, 다중능력 연구에 관한 사실은 알아내지 못했으니까. 다중능력 연구에 관해 알아낸 건 순전히 내가 원작 소설을 읽었던 덕분이었다.
“여일과는 별개로 나도 다중능력연구에 나름대로 관련된 부분이 있거든. 강하늘의 자퇴를 막으려던 것도 그것 때문이야. 귀중한 샘플을 남한테 빼앗길 수는 없으니까.”
역시 민채령도 민채령대로 강하늘을 노리고 있었는가.
“그럼 제게 이번 일의 사정을 설명하지 않으신 건…….”
“내가 다중능력 연구에 관여하고 있다는 걸 네가 알게 되는 걸 원치 않았으니까.”
그 대답을 들은 순간 ‘새삼스레?’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중능력 연구는 나라에서 금지한 불법적인 연구. 그야 그런 연구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남이 아는 게 꺼려지기야 하겠지.
하지만 나와 민채령은 이미 그것보다 더한 범죄를 공유한 사이 아닌가. 여명단 단원이었던 지예원을 도와준 것은 물론이고, 간부인 유현호의 은닉마저 알고 있으니까.
내가 그 사실을 말하며 그럼에도 굳이 내게 그렇게 극단적으로 정보를 숨길 필요가 있었느냐 묻자, 민채령이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너와 내가 이런저런 범죄를 공유한 건 맞지만, 이번 일은 그런 자잘한 범죄와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깊은 음지와 관련이 있거든.”
“……예?”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명단 간부를 은닉한 사실보다도 더한 범법이 도대체 뭐가 있길래?
“뭐 정부에서 국가주도로 다중능력연구라도 하고 있답니까?”
“그것도 맞긴 한데. 그거보다 더 민감한 내용이야. 적어도 나에겐.”
여명단 간부의 은닉보다, 정부 주도의 불법 연구보다 더욱 민감한 사실.
그게 도대체 무엇인지 나로선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저 민채령이 입을 열기를 기다릴 뿐.
허나 민채령은 날 빤히 바라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알려고 하지 마. 다쳐.”
“……그렇게까지 운을 띄워놓고 핵심은 말해주지 않는 겁니까?”
“그래.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민채령이 돌연 내 손등 위에 살포시 자기 손을 겹쳤다. 이상하리만치 차가운 피부의 감촉이 손등을 타고 짜릿하게 전해져왔다.
“말했지? 이번 일의 뒷사정은 내게 아주 민감한 내용이라고. 세간에 밝혀지는 순간 그간 내가 쌓아온 모든 지위와 관계가 송두리째 무너질 정도로 민감한 부분이지. 말하자면 나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어.”
“가장 큰 약점……말입니까?”
“그래. 동시에 내 역린이기도 하지.”
민채령이 내 손등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아플 정도는 아니지만 압박감은 분명히 느껴질 정도의 강도. 무언의 경고였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네가 나조차 상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 약점을 알아낸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위협을 배제할 거야.”
“……절 죽이겠다는 소리로 들리는군요.”
“죽일 수도 있고, 단순히 죽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을 쓸 수도 있겠지.”
살인멸구보다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니 나로서는 상상도 되지 않았으나, 민채령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것일 터.
‘설마 이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민채령이 이번 일의 뒷사정을 숨기려고 한 건 그녀 나름대로 켕기는 점이 있기 때문이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그녀가 역린이라고 부를 정도의 사실과 관련된 내용일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이걸 뜻밖의 수확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해야 할지.
“헌데 그런 사실을 왜 제게 말씀해주시는 겁니까?”
“네가 이미 나름대로 냄새를 맡은 것 같으니까. 그리고 현명하게도, 멋대로 내 뒤를 캐기 전에 내게 먼저 이렇게 거래를 제시했으니까.”
그렇기에 하는 경고라고. 민채령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번 사건에 관해선 사과할게. 나 때문에 죽을뻔한 것에 대해선 나름대로 보상을 해줄게. 그러니 이 이상 내 뒤를 캐려고 하지 마. 네게 신뢰를 보이라고 했지? 이 경고가 바로 그 신뢰야. 네가 내 경고를 잘 알아들을 거라 믿기에 경고로 끝내는 거야. 만약 아니라면…….”
죽음보다도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내 손과 발을 자르려고 하겠지. 그 노골적인 협박에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가 이 이상 멋대로 팀장님의 뒤를 캐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어차피 민채령의 뒤를 캐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으니 나로선 손해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크나큰 이득이었다. 강하늘과 다중능력연구와 관련된 부분이 그녀의 가장 큰 약점이란 걸 알아냈으니.
적어도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아무래도 저희 사이가 조금 더 돈독해진 것 같군요.”
“네가 하기에 달렸지. 앞으로 더욱 돈독해져서 둘도 없는 파트너가 될지, 아니면 철천지 원수가 되어 서로의 목을 노릴지. 네가 하기에 달린 거야.”
“제가 팀장님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적어도 아직은.
민채령이 내게 도움이 되는 한, 그녀가 내게 있어서 배제해야 될 위험요소가 되지 않는 한 나는 그녀의 충실한 부하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가까운 미래든 먼 훗날이든 그녀가 내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면…….
‘그때는 좋든 싫든 대립해야겠지.’
언젠가 민채령과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나는 작은 목소리로 민채령의 상태창을 열람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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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채령’의 상태창 ](52화)
이름 : 민채령
성별 : 여성
신장/체중/나이 : 171.9cm/54kg/27세
직업 : 아카데미 경비팀장
소속 : 그린하우스 경비대 특수대책과
보유 초능력 : 절대방어(A)
[ 능력치 ]
근력 A
민첩 A
내구 A
마력 A
기교 A
의지 A
행운 A
[ 보유 스킬 ]
1. 근접 격투(커먼. A)
2. 화술(레어. A)
3. 위압(유니크.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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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A. A. A. 전부 A로 도배되어 있는 무지막지한 능력치.
비루한 능력치를 아티펙트빨로 커버해 턱걸이로 특책과에 들어온 나와 달리, 특수대책과 팀장으로서 한 점 부족함 없는 완벽한 상태창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적으로 만나게 되면 꽤 골치 아프겠어.'
그런 미래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나는 민채령을 바라보며 애써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러자 민채령 역시 내게 미소 지었다.
우리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가식적인 미소를 주고받았다.
그로부터 이틀 후.
그린하우스 지구병원에서 퇴원한 나는 곧바로 강하늘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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