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경비원으로 빙의당했다-49화 (50/266)

〈 49화 〉 048. 강하늘(7)

* * *

‘……내가 지금 헛것을 보나?’

안수호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원작에선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던 그 강하늘이, 설마 얼굴도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갖은 아양을 떨어가며 스트리머짓을 하고 있으리라고 감히 예상이나 했겠는가.

‘뭔 시발…….’

이 세상이 원작대로의 세상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으나, 도대체 어떤 인과관계에 의해 강하늘이란 캐릭터가 저렇게 바뀌었는지 안수호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편, 당혹감을 금치 못하는 건 강하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야? 저 사람이 왜 우리 집에…….’

당황한 강하늘의 눈동자가 어지러이 사방을 훑었다.

망연자실해하는 안수호의 얼굴. 반쯤 부서지다시피 열린 현관문. 그의 손에 들린 흉악한 스턴브레이드와, 반대 손에 굳게 쥐어진 본래 원룸 현관의 문고리였던 쇠붙이.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이거?’

여전히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강하늘이 안수호에게 무어라 물으려다, 돌연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모니터 쪽으로 홱 돌렸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뭔 상황임 지금? 저거 누구? ]

[ 노블스카이 혼자 사는 자취녀라며 근데 왜 갑자기 남자가 나옴? ]

[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설마남친임? ]

[ 해명해라 해명해 ]

[ 해 ]

[ 명 ]

[ 명 ]

[ 저거누구야? 저거누구야? 저거누구야? 저거누구야? 저거누구야? 저거누구야? 저거누구야? 저거누구야? 저거누구야? 저거누구야? ]

[ 해 ]

[ 명 ]

[ 해 ]

[ 도배 쳐내 ㅅㅂ ]

[ 저거 현관문 박살난 거 아님? ]

“……아.”

안수호의 갑작스런 등장을 목격한 채팅창은 그 전의 몇 배 속도로 갱신되고 있었다. 당황한 강하늘의 눈동자가 뱅글뱅글 돌아갔다.

강하늘은 지금 상황이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으나, 자극에 목마른 시청자들에겐 이 또한 즐거움이었다. 그녀가 곤란해 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자 더욱 신난 시청자들이 채팅의 기세를 더해갔다.

“예? 아, 아뇨! 시청자 여러분! 그, 남친은 아니구요! 그, 제 학교, 아니 직장 관련 사람인데……. 그게, 저기……. 어, 어어어…….”

그녀 자신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했는데 제대로 된 해명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계속해서 물음표가 찍히는 채팅창을 보던 강하늘이 도망치듯 외쳤다.

“오, 오늘은 이만 방종할게요!”

해명을 성토하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무시한 채 강하늘이 방송을 종료했다.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내 그 고개가 다시 안수호에게로 향하고, 그녀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눈빛으로 안수호를 쏘아보았다.

“……이봐요.”

강하늘이 성큼성큼 안수호에게 다가갔다. 한걸음 다가갈 때마다 그녀의 몸에 덧씌워져 있던 아바타가 점점 풀리기 시작해, 마침내 안수호의 앞에 다다르자 그녀의 본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이게. 그, 이게 지금. 도대체 무슨. 하.”

강하늘이 답답하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도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지적해야 할지조차 가늠이 안 될 정도로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그, 연락을.”

그런 그녀를 제쳐두고 안수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역시나 당황을 금치 못한 얼굴로.

“연락을 안 받으셔서, 그, 위험에 처하신 줄 알았습니다.”

“위, 위험이요? 제가? 왜?”

사정을 모르는 강하늘 입장에선 당최 무슨 소리인지 싶었다. 반쯤 열려있던 현관문을 대충 닫으며 안수호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고민했다.

“근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강하늘의 방송 장비.

다음 순간 안수호는 이 원룸에 들어선 순간 품었던 하나의 의문을 입술로 옮기고 있었다.

“……헌터 말고 따로 하고 싶다던 일이 있으시다더니, 설마 그게 인방이었습니까?”

“왜요? 불만이세요?”

“아뇨 불만은 아닙니다. 불만이라기 보다는 그, 의문이죠. 모처럼 초인으로 태어났는데 보통은 적성을 살린 직업을 가지기 마련이니까…….”

“초인이라고 꼭 싸우는 일만 하란 법은 없잖아요? 그리고 전 이게 적성을 살린 일인데요?!”

강하늘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녀의 몸이 다시 조금 전의 하늘색 머리카락의 미소녀로 변했다. 인터넷에서 ‘노블스카이(NovelSky007)’라는 이름으로 스트리밍을 할 때 그녀가 취하는 디폴트 아바타였다.

변신을 마친 강하늘이 두 팔을 활짝 벌려 보이며 안수호에게 물었다.

“자, 어때요?”

“……뭐가 말입니까?”

“이 모습, 제가 심혈을 기울여서 커스터마이징한 프리셋이거든요. 예쁘죠? 귀엽죠? 눈에 확 들어오죠?”

그 당당한 물음에 안수호는 멋쩍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강하늘의 아바타 모습은 여성적인 매력이 물씬 묻어나오는 외형이었다. 이목구비는 그녀의 본래 얼굴을 베이스로 조금만 수정을 가했지만, 원판이 나쁘지 않았던 덕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미녀의 반열에 드는 수준이었다.

앳되면서도 묘하게 성숙한 얼굴은 귀여운 소녀스러움과 성숙한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동시에 뽐내고 있었으며, 맑은 물빛 머리카락과 눈동자는 신비롭고 이지적인 느낌을 더해주었다.

강하늘이 취한 모습은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호감을 주는 보편적인 미인상임과 동시에 그녀만의 개성이 톡톡히 묻어났다. 그녀가 아바타 외모 조정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장점이라곤 이쁜 얼굴밖에 없는 스트리머가 수십만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실체도 없는 3D 아바타가 헤헹거리는 영상이 수백만의 조회수를 뽑아내는 세상이에요. 그리고 제 초능력은 인간 형태기만 하면 어떤 아름다운 모습으로든 외형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죠. 예쁜 상판떼기만 걸어두고 게임만 조금 해도 돈이 복사가 된다는데 왜 마다하겠어요? 능력 덕에 신상이 털릴 일도 없고.”

그야말로 리얼 버튜버라며 뽐내듯 말하는 강하늘의 모습이 안수호는 낯설기만 했다.

강하늘은 이런 캐릭터가 아니다.

비록 단역 빌런 캐릭터긴 했지만, 강하늘이 가진 초인으로서의 향상심만은 진짜였다. 비뚤어진 사고와 열등감에 점철되었다곤 해도 그녀는 일류 헌터로서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던 캐릭터였다.

헌데 지금 눈앞의 현실은 어떠한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제 재능이 일천하다 비관하며 아카데미를 자퇴하고, 초인으로서의 자부심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스스로의 초능력을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밖에 보지 않는 그 모습은.

아무리 이 세상이 원작 소설과 다른 점이 있다곤 해도 섣불리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변화였다.

“물론 제가 헌터가 되면 돈은 스트리머짓보다 더 벌 수 있겠죠. 사회적 명예도 따라올 거고.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목숨 내놓고 일하긴 싫거든요?”

“모든 헌터가 현장에서 싸우다 죽는 건 아니잖습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헌터는 제 명에 못 살고 요절하는 게 사실이잖아요. 애초에 직업 통계에 사망률이 버젓이 있는 시점에서 이미 아웃이거든요?”

안수호는 그 말에 무어라 반박할 수 없었다. 만약 그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그 역시 경비대 같은 위험한 직업은 택하지 않았을 테니까.

“제가 그린하우스를 자퇴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그린하우스는 허구언날 여명단 같은 범죄조직의 테러 목표로 들쑤심 당하잖아요? 그런 곳을 다니다간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랄 거예요.”

“그런 테러를 막으라고 저 같은 경비대 대원이 있잖습니까.”

확실히 원작에서의 그린하우스는 매일같이 범죄와 테러의 타깃이 되곤 했다. 허나 경비대가 새롭게 생긴 이 세상이라면 다르다. 그런 심정을 담아 안수호가 그렇게 말했으나, 강하늘은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나 뀌어댈 뿐이었다.

“경비대……라고 거창하게 말씀하셔도 사실 못 미덥거든요. 보나마나 별다른 역할도 못한 채 뚫릴 게 뻔하니까.”

그렇게 말한 강하늘의 태도는 확신에 차있었다. 마치 직접 미래를 보고 오기라도 한 것처럼.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근거는…….”

마땅한 대답을 찾으려 입술을 달싹이던 강하늘이 이내 지긋지긋하다는 듯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녀가 신경질적인 태도로 안수호를 노려봤다.

“지금 중요한 게 그게 아니잖아요! 당신,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남의 집에 멋대로 쳐들어온 거죠? 심지어 현관문까지 망가뜨려놓고! 분명 아카데미고 헌터업계고 다 관심 없다고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왜 굳이 집까지 찾아온 거죠?!”

“말씀드렸잖습니까. 연락이 되지 않아서 강하늘 학생이 위험에 처한 줄 알았다고.”

“도대체 그 위험이 뭔데요?!”

“설명하자면 깁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강하늘 학생에게 접근했던 장학재단은 사실­”

­똑똑똑.

그 순간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현관으로 향했다. 그때 들려온 차분한 목소리.

­강하늘 학생? 혹시 안에 계신가요?

“하아, 진짜 귀찮아 죽겠네!”

그 공손한 말투에서 상대를 짐작한 강하늘이 성큼성큼 현관으로 걸어갔다. 귀찮은 방문객을 쫓아내기 위해서.

그 순간.

­띠링!

===

[ 사건 발생까지의 남은 시간 : 00시간 00분 03초 ]

===

‘뭐?’

갑작스레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

동시에 강하늘이 신경질적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어?”

“오!”

강하늘이 얼빠진 표정으로 방문객을 올려다봤다.

문 앞에 있던 자는 차분한 정장차림의 장학사가 아닌, 호쾌한 인상의 금발 미남이었다. 활동성을 중시한 탱크톱 옆으로 보기 좋게 솟은 어깨 근육이 굵은 핏줄을 과시했다.

“만나서 반가워!”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직후 그의 손아귀가 강하늘의 목을 틀어쥐기 위해 맹렬한 기세로 파고들고­

­파지지직!

동시에, 안수호가 휘두른 스턴 블레이드가 시퍼런 전류를 내뿜었다.

“으, 으따따따땃?!”

남자가 깜짝 놀라며 물러섰다. 동시에 안수호가 강하늘의 몸을 감싸 안은 채 방 안으로 도망쳤다.

“아야야야, 따끔한데! 근데 뭐야 쟨? 분명 여자 혼자 있다고 하지 않았나?”

검게 그을린 오른손을 휘휘 털면서 남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를 그와는 대비되는 차분한 인상의 흑발 남성이 뒤따랐다.

“의뢰인이 가드가 붙어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범용 스턴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걸 보면 보안업체에서 고용된 경호원 같습니다만…….”

“단순 납치랑 전투는 단가가 다르잖아! 단가가! 진수 너, 그 샌님한테 확실히 추가금 받아내라고! 알겠지!”

“걱정하지 마시길. 이미 협의된 사항이니까요.”

“그거 다행이네!”

“다, 당신들 누구야?”

안수호의 품에 안긴 강하늘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묻자 금발 남성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안녕! 나는 허성찬! 여기 얘는 내 파트너 유진수! 둘 다 의정부 쪽 슬럼에서 청부업 일을 하고 있어!”

“잠깐! 뭘 쓸데없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겁니까!”

“알잖아! 나 여자애들한테는 친절한 거! 게다가 저 여자애 딱 내 타입이거든! 거기 너, 강하늘이라고 했나? 순순히 우리를 따라오지 않을래? 너도 아픈 건 싫잖아?”

“예, 에? 어어?”

강하늘이 혼란스러워하는 한편, 안수호는 스턴 블레이드를 겨눈 채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나주용이 고용한 청부업자들인가.’

안수호는 나주용의 부하 연구원이 전일 의정부 슬럼으로 향했다던 일리아나의 말을 떠올렸다.

‘설마 했는데 정말 강하늘의 납치를 위해서 슬럼에서 청부업자를 고용했을 줄이야…….’

던전 크라이시스로 인해 폐허가 된 의정부의 슬럼 지역. 범죄의 온상이 된 그곳은 돈만 주면 뭐든지 해주는 청부업자들의 주요 활동지였다. 허성찬과 유진수 역시 그런 청부업자 중 한 사람이었다.

‘역시 민채령의 개입 때문에 강경책을 꺼내들었군.’

안수호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만약 그가 위험을 감지한 게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강하늘은 손 쓸 새도 없이 저 둘에 의해 납치당했을 테니까.

안수호가 오른쪽 포켓에 끼워두었던 볼펜형 수신기를 꺼내들었다. 그것을 두 사람에게 잘 보이게 내보이고는 뚜껑 부분의 버튼을 보란 듯이 눌렀다.

“저건 설마…….”

낌새를 느낀 유진수를 향해 씨익 웃으며 안수호가 낮은 목소리로 고했다.

“통신 기능이 달린 볼펜형 수신기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내가 있는 위치로 경찰병력이 급파되게 되어있지. 5분이면 이 주변이 경찰차로 가득 찰 거다.”

블러핑이었다. 수신기를 누른 순간 일리아나가 곧바로 경찰을 불러주긴 하겠지만 경찰의 도착까지는 최소 10분에서 15분은 걸릴 터.

안수호로서는 부디 적이 이 블러핑을 듣고 물러나주길 바랐으나…….

“그렇습니까? 그럼 5분 안에 당신을 쓰러뜨리고 도망쳐야겠군요.”

“타임 어택이라니 두근두근하는데!”

전혀 물러설 기색이 없는 두 사람을 보며 안수호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

‘이길 수 있을까?’

슬럼의 청부업자는 단순 뒷골목 출신 양아치부터 전직 헌터까지 그 실력이나 강함이 천차만별이었다. 두 사람은 그중에서도 나름 상위에 속하는 강자였다. 강한 초인으로 알려진 강하늘의 납치를 위한 인선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안수호 역시 그 사실을 알아차렸으나 그 얼굴은 마냥 어둡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그에겐 강하늘이라는 든든한 아군이 있었으니까.

“강하늘 학생. 함께 싸웁시다.”

“예, 예?”

“저들은 당신을 납치하러 온 청부업자들입니다. 필시 강한 자들이겠죠. 하지만 저들은 저의 존재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2대2 싸움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할 겁니다.”

한겨울과 류태현에게 패배하긴 했어도 강하늘은 객관적으로 강한 초인이었다. 기술이나 센스는 다소 부족할지언정 단순한 신체적/능력적 강함이라면 일선 헌터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으리라.

그러한 판단에 따라 안수호는 이 싸움이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생각했으나.

“……못 해요.”

“예?”

“못 한다고요. 저는 못 싸워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혹시 법 때문에 그런 거라면 걱정할 거 없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무조건 정당방위로 들어가니까­”

“아니, 못 싸운다구요! 싸움 자체를 못 한다니까요?!”

강하늘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외쳤다. 숫제 눈물까지 흘리면서.

“싸움 자체를 못 한다니……. 그야 전투 경험이 없어서 불안한 건 이해합니다만, 지금은 어떻게든 싸워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 어떻게든이 안 된다고요! 저 엄청 약하단 말이에요!”

고개를 갸웃한 안수호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엄청 약하다니……. 당신 1분반 학생이지 않습니까?”

“1분반은 맞아요! 1분반은 맞는데! 원래는 강했는데, 그, 하여튼 지금은 약해졌어요! 부, 불꽃이나 가속 같은 부가능력도 하나도 못 쓰고, 아바타를 둘러봤자 근력만 조금 세지는 게 고작이라고요……!”

강하늘의 다급한 외침. 그 순간 안수호의 뇌리에 몇 가지 단어가 스쳤다. 원작. 변경점. 그리고 쾌락천마.

‘쾌락천마 이 개새끼가……!’

안수호는 단번에 상황을 이해했다. 원작의 강하늘은 강했다. 하지만 이 세상의 강하늘은 약했다. 그가 숱하게 겪어온 원작으로부터의 변경점. 쾌락천마가 부린 농간이 또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이라고.

“약해졌다고?”

한편,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허성찬이 방긋 웃으며 자세를 낮췄다.

“그럼 나야 좋지!”

다음 순간,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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