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경비원으로 빙의당했다-24화 (24/266)

〈 24화 〉 023. 두 개의 기연(5)

* * *

­화르륵!

바깥이 아직 겨울이라 그런가, 요즈음 이 안쪽 날씨도 유독 추웠다. 벽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핀다. 차게 식어있던 공기가 차츰 따스하게 데워진다.

오랜만에 당도한 손님을 그 앞에 앉힌다. 그러자 의자에서 삐걱, 하고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렸다.

아무래도 조만간 다시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나는 손님의 행색을 살폈다.

약관은 넘겼으나 아직 어린 티가 나는 젊은 청년.

몸에 착 달라붙는 저 기이한 내복하며 얇아 보이는데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겉옷을 보고 있자니, 바깥세상의 기술이 새삼 많이 발전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흐음.”

헌데 청년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참으로 기묘했다.

이곳 천지는 전인미답의 마경.

살을 에는 눈보라와 강력한 폭풍은 물론이요, 체내의 기를 어지럽히는 자연지기가 날뛰는 이곳은 제아무리 강력한 초인이라 해도 이 중심까지 다다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터.

내가 이곳에 기거한지 이제 27년. 실제로 그간 이곳에 당도한 네 명의 초인은 하나같이 다른 초인과 궤를 달리하는 강자 중의 강자였다.

허나 눈앞의 청년은 어떠한가. 강자 중의 강자는커녕 한 사람 몫조차 못할 비루한 몸뚱이. 느껴지는 기는 미약하기 그지없고 유약한 눈빛은 도저히 싸우는 자의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저런 자가 어찌 저 눈보라를 뚫고 여기까지 왔는지.

저 불가사의한 의복이 눈보라로부터 그를 지켜준 것인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기이한 일이었으나, 그건 즉 흥미진진한 일이기도 하다는 뜻이었다.

첫 번째로 당도한 이는 가녀린 소녀였다.

두 번째로 당도한 이는 호쾌한 인상의 미청년.

세 번째는 말조차 통하지 않는 이국의 전사였고, 네 번째로 온 이는 말 한 마디조차 듣기 어려운 과묵한 여성이었다.

과연, 다섯 번째로 당도한 이 청년은 어떤 인물일지. 어떤 방법으로 이 마경을 돌파하였고, 무엇을 얻기 위해 자신의 앞에 당도하였는가.

청년이 들려줄 이야기가 무척이나 기대되어, 나는 늙은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린애 같이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

­화르륵.

얼어붙은 겨울의 공기를 모닥불의 열기가 몰아내고 있었다.

그 열기를 온몸으로 만끽하며, 나는 반대편에 앉은 노인을 바라봤다.

노인의 첫인상은 한 자루의 잘 벼려낸 칼날과도 같았다.

노인은 생각할 거라도 있는 듯 말없이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월의 흐름이 여실히 느껴지는 그의 갑옷이 주홍빛으로 빛났다.

아무런 부가기능도 없는, 그저 괴수의 소재를 사용했을 뿐인 중세풍의 갑옷. 마찬가지로 그저 단단하고 날카로울 뿐인 두 자루의 롱소드.

기술의 발전으로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구시대의 유물들. 그것들이야말로 시대에 뒤쳐진 채 바깥과 단절된 노인의 생활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물건들이었다.

노인의 이름은 여인혁.

격동의 시기에 활동했던 1세대 헌터이자 국내 최초의 S급 초인. 수많은 던전을 공략하고 일만이 넘는 괴수를 베어 넘긴, 현재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준 구국의 영웅이었다.

“……이제 보니 많이 다쳤군.”

그렇게 말한 노인이 내게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득! 우드득!

다음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전신의 근육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허나 아픔은 없었다. 오히려 본래 느껴지던 고통마저 차츰 가라앉아갔다.

“……손상된 근육과 내장을 조금 손봤네. 고통이 좀 가셨을 게야. 하지만 완전히 치료한 건 아니니, 이곳을 떠나거든 제대로 병원을 찾아가도록 하게.”

내가 신기하다는 듯 내 몸을 내려다보고 있자, 치료를 마친 노인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허면.”

노인이 말했다. 그의 까만 두 눈이 내 미간을 꿰뚫었다.

“자네는 이곳에 어찌 도달했는가.”

눈앞의 노인에게 어설픈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경지에 이른 그의 눈은 감정 변화에 따른 체내 마력의 유동마저 포착하니까.

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그에게 말했다.

나의 능력에 대해서. 탈리스만에 대해서. 샛별의 숨소리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눈보라의 정체에 대해서.

노인은 이따금 과연, 그렇군, 따위의 추임새를 넣으며 내 이야기를 경청했다. 퍽 흥미롭기라도 하다는 듯.

“……그런가. 그런 방법이 있었구먼. 자연지기가 날뛰는 게 문제라면 체내의 기를……. 자네의 말을 빌리자면 그 마력이란 기운을 비운 채로 뛰어들면 된다는 게로군. 실로 놀라운 발상이야. 기가 고갈된 초인은 한없이 약해지지. 범인의 발상으론 그 상태로 저 눈보라에 몸을 던질 생각 따위 할 수 없을 게야.”

몸은 평범하되 발상이 비범하다고. 그렇게 덧붙인 노인이 즐겁다는 듯 웃었다.

“그래서, 자네는 왜 이 마경에 발을 들였는가? 던전의 공략이 목적인가? 그게 아니라면 날 만나러 온 겐가?”

“……여인혁선생님을 만나 뵈러 온 겁니다.”

“내 이름을 알고 있군. 전에 왔던 이들에게 들은 건가?”

“아뇨. 원래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내 대답에 노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내 그 얼굴에 흐뭇한 웃음이 떠올랐다. 마력을 보는 그 눈으로 내 말이 거짓이 아님을 간파한 것이겠지.

“이런 뒷방 늙은이를 아직까지 알아주는 이가 있다니 참 영광이군.”

“뒷방 늙은이라뇨. 선생님께선 모든 초인이 우러러보는 전설적인 존재이시지 않습니까. 선생님께선 모르시겠지만, 선생님께서 이룩하신 업적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을 정도입니다.”

“끌끌끌. 자라나는 아이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배운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썩 기분이 나쁘진 않군.”

이 세상에서 ‘초인 여인혁’의 위상은 어지간한 역사적 위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당장 광화문에만 해도 그의 동상이 새롭게 세워져 있으니.

“그래. 날 보러 왔단 말이지.”

“예.”

“그렇다면 자네 목적이야 뻔하구먼. 태극지체(太???)가 목적인가.”

태극지체.

무협지에나 나올법한 생소한 단어였으나 난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으므로.

모든 헌터의 우상. 최초의 S급 초인. 대한민국 구국의 영웅.

그런 그가 이곳 천지 던전에 30년 가까이 은거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 '태극지체'였다.

“내 초능력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근골정렬’이라고 들었습니다.”

“알고 있군.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지.”

근골정렬. 뼈와 근육의 위치나 모양을 조절하여 신체능력을 향상시키고 부상을 치료하는 능력.

최초의 S급 초인의 능력치고는 다소 소박하게 들리는 능력이었으나, 한평생 동안 연마한 그의 능력은 더 이상 ‘근골정렬’ 따위의 얕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자진해서 이 마경에 발을 들인 이유는, 어떠한 환경에도 지지 않는 완벽한 육체를 손에 넣고 싶었기 때문이네.”

그가 아직 천지던전에 기거하기 전. 그는 전세계의 던전을 돌아다니며 스스로의 육체를 가혹한 환경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는 극한에 이른 자신의 능력으로 가혹한 환경에 버틸 수 있도록 육체를 최적화시켰다.

온 사방이 용암으로 가득 찬 던전으로부터 어떠한 불꽃에도 타지 않는 피부를.

한 모금만 들이마셔도 피를 토하는 독안개로 가득한 던전으로부터 만독불침의 경지를.

강력한 중력이 지배하는 던전으로부터 수백 톤의 무게조차 버틸 수 있는 단단한 뼈와 근육을.

던전의 가혹한 환경은 곧 그의 육체를 진화시키는 원동력이었다. 온갖 마경을 돌아다닌 그의 육체는 어느덧 인간이라 할 수조차 없을 경지에 이르렀다. 그것이 구국의 영웅으로 불리는 그의 강함의 비결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 귀에 들린 하나의 소문.

'백두산 천지에 열린 던전은 제아무리 강한 초인이라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환경을 자랑한다더라.'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그는 지체하지 않고 천지던전으로 향했다. 협회나 길드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채, 단신으로 천지던전에 입성한 그는 주먹구구식으로 던전의 마력 폭풍에 정면으로 맞섰다.

한평생을 갈고 닦은 육체였다. 허나 아무리 튼튼하다 한들 결국은 초인의 육체. 체내 마력과 체외 마력의 반발에 의한 반동은 제아무리 그라 한들 극복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극복할 수 없을 터였다.

“막무가내로 버티고 또 버티다 보니, 어느 날 부터인가 몸이 조금씩 편해지면서 던전 전체에 휘몰아치는 자연지기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네. 내 능력이, 이 육체가 결국에는 이 마경의 환경에도 적응하게 된 것이지.”

근육이 끊어지면 근육을 이었다. 뼈가 부러지면 뼈를 붙였다. 내장이 곤죽이 되면 억지로 붙들어 매었다.

실패 앞에서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이번에 실패했다면 다음 번엔 보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 될뿐. 비록 육체는 스러질지언정 그의 정신은 단 한 번도 굴하지 않았다.

목숨을 건 적응 과정을 수십, 수백 번을 반복한 끝에 그의 몸은 마침내 천지 던전의 마력 폭풍에 적응해냈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적응일 뿐. 완벽한 극복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완벽한 육체를 추구하며 그는 매일같이 천지던전에 드나들었다. 그리고 3년 정도 지났을 때엔 아예 던전 안에 집을 짓고 기거하기 시작했다. 있는 거라곤 차가운 눈덩이밖에 없는 척박한 곳이었으나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장은 없었다.

“게이트 너머에 어째서인지 제법 넓은 숲이 펼쳐져 있더군. 겨울 숲이긴 하지만 짐승도 많고 신기하게도 나무에 열매도 맺혀있었네. 그걸 보고 ‘아, 이 정도면 아예 여기 눌러앉아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

던전의 마력 폭풍에 완벽하게 적응하는 날까지 이곳에 기거하며 육체를 갈고닦자고.

그렇게 다짐한 그는 때때로 게이트 너머에서 사냥감이나 장작을 구해오는 걸 제외하면 하루의 대부분을 폭풍 안에서 지냈다.

던전의 마력 폭풍을 정면으로 받아내고, 육체가 스러지면 잠시 나와 망가진 육체를 치료하고, 육체가 다 회복되면 다시 마력 폭풍 안에 몸을 던진다.

그러한 생활이 올해로 28년째.

참으로 긴 삶이었다고 회상한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2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난 저 폭풍을 완벽하게 극복해내지 못했네. 하지만 한없이 완벽에 가깝게 극복해내긴 했어.”

날뛰는 자연지기로부터 자유로운 육체. 체외의 기와 체내의 기가 조화를 이루는 경지. 그러한 의미에서 그는 스스로의 경지를 태극지체라 불렀다.

“그리고 내 초능력의 강점은. 내가 이룩해낸 육체의 진화를 다른 이의 몸에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지.”

그의 초능력의 대상은 비단 자신만이 아니었다. 좀 전에 내 몸의 근육을 조정해서 치료했듯,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나의 비루한 육신조차 그가 한평생 갈고닦은 ‘태극지체’로 바꾸어낼 수 있겠지.

“하지만 난 자네에게 태극지체를 전수해주지 않을 것이야.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일세.”

노인이 건틀렛에 싸인 손가락을 폈다.

“우선 첫 번째. 나는 스스로가 한평생을 걸쳐 이룩해낸 경지를 공짜로 남에게 퍼다 줄 정도로 착한 양반이 못 돼. 우연히 찾아온 나그네에게 자신의 모든 경지를 전수하는 은둔고수 따위 질 떨어지는 무협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지.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네.”

“그리고 두 번째. 설령 내가 태극지체를 전수하고 싶다 하더라도 자네의 몸이 버티지 못할 걸세. 그간 찾아왔던 초인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자네는 특히 심하군. 필시 초인으로서의 격은 평균보다도 한참 아래, 거의 밑바닥 수준이겠지.”

말을 마친 노인이 의외라는 듯 눈을 치떴다. 태연한 내 태도에서 내가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파해낸 것이리라.

“꼭 이럴 줄 알고 왔다는 표정이구먼?”

“저도 선생님과 같은 생각이라서요. 은둔고수가 무상으로 경지를 전수하는 일은 말 그대로 무협지 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죠.”

“그 말은 진심인 것 같은데 묘한 기색이 느껴지는군. 무언가 내게 숨기는 속뜻이라도 있는 것 같은데?”

그 말에 나는 멋쩍게 웃어보였다. 그야, 이 세상이야말로 바로 그 소설 속이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 못하니까. 헌데 눈앞의 노인은 그 뛰어난 눈썰미로 그러한 속사정이 있음을 어느 정도 간파해낸 모양이었다.

“태극지체씩이나 되는 건 처음부터 원치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선 분명 그간 이곳을 방문한 초인들에게 가르침을 전수해주셨을 텐데요.”

“가르침은 무슨. 저마다 신체에 흠결이 있는 부분을 조금씩 손봐줬을 뿐인지. 무언가 기대한 바가 있어 저 눈보라를 뚫고 왔을 터인데 빈손으로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제가 원하는 게 바로 그겁니다.”

모든 환경을 극복한 완벽한 육체 따위 알 바 아니었다. 그런 세계관 최강자급의 힘을 대뜸 내놓으라고 할 정도로 난 양심이 없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 최소한의 마지노선. 초인으로서 1인분만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육체였다. 쾌락천마가 부린 농간을 극복하기 위한 필요최저한의 개선.

내 대답에 노인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오랜만에 하는 대화가 즐거운 것인지, 이 대화 내내 노인은 입가에서 웃음기를 지우지 않았다.

“허어. 제 분수를 안다 칭찬해야할지. 아니면 향상심이 없다고 꾸짖어야할지.”

“제 분수도 알고 향상심도 있습니다. 초인이라면 누구나 강해지고 싶어 하기 마련이니까요.”

“그건 그렇지. 허면 날 만나러 이곳까지 온 자네의 향상심은 어디까지인고?”

노인의 눈이 날카로운 안광을 띠었다. 이 자리에서 거짓된 각오를 읊었다간 그의 실망을 면치 못하리라.

“저는…….”

그렇다면 오직, 진실을 말할 뿐.

“세상을 바꾸고 싶습니다.”

갑작스레 온갖 드리프트를 전개한 이 세상의 전개를 바로잡고 싶다. 그것만은 틀림없는 진심이었다.

그 진심어린 대답에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허나 그것도 잠시, 이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호탕한 웃음이 그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하하하하! 과연, 그 자그마한 몸으로 진심으로 천하를 논하는가!”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만면에 웃음일 띤 그가 덥썩 내 어깨를 붙잡았다.

“좋다. 본래 육체의 수준이 수준이니 내 많은 것을 바꿔주진 못하겠지만, 최소한 앞으로 성장할 발판은 마련해주도록 하지.”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쾌락천마의 농간 때문에 스타트라인보다 한참 뒤에서 시작한 인생. 남들과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다면 충분히 족했다.

“마음에 드는군. 언젠가 경지에 이르렀을 때 다시 한 번 찾아오게나.”

그 말이 끝난 순간, 짜릿한 감각과 함께 전신의 근육이 요동쳤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흐흐, 흐흐흐흐!”

허나 입에선 고통에 찬 비명 대신 희열에 찬 웃음이 새어나왔다.

‘쾌락천마 이 빌어먹을 자식아. 지금도 보고 있냐?’

고개를 치켜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그 너머에 있을 하늘을. 이윽고 그 어딘가에 있을 이 세상의 신을 노려보았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네 마음대로는 안 될 거다!’

네가 아무리 날 방해한다 하더라도, 어떤 농간을 부리더라도, 어떤 치졸한 짓거리를 일삼더라도.

기필코 그 모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내고 반드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고야 마리라.

뼈와 살이 분리되는 고통에 어금니를 꽉 깨물며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2월 28일 금요일.

마침내 시험의 날 아침이 밝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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