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경비원으로 빙의당했다-15화 (15/266)

〈 15화 〉 014. 그녀가 강한 이유.

* * *

일섬(一?).

단 한 번의 휘두름.

그 일격에 안수호는 자신의 초능력을 실어 날렸다. 고작해야 검은 연막을 뿌리는 게 전부인 자신의 비루한 초능력을.

허나 탈리스만이 흡수한 방대한 마력은 그 보잘 것 없는 초능력을 전혀 다른 능력으로 탈바꿈시켰다.

탈리스만의 마력은 그로 하여금 보다 많은 양의 연기를, 보다 진하게 응축하여, 보다 빠르게 뿜어내게 했다.

얼핏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변화.

허나 단번에 수만 리터 규모의 기체를 생성해내어, 이를 대기압의 수십 배로 응축하여, 가히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뿜어낸다면.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연막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간단한 과학 이론이다. 제아무리 가벼운 기체라 해도 압도적인 질량과, 밀도와, 속도를 지닌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연막' 따위로 치부할 수 없을 파괴력을 지니게 된다.

안수호가 휘두른 검의 궤적을 따라, 시커먼 탁류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방사형으로 휘몰아쳤다.

­콰아아아아앙!!!

검은 연기에 닿은 모든 것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온 사방의 공기가 떨리며 요란한 굉음이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허나 일격의 여파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손에서 해방된 연기가 일제히 몸을 부풀렸다. 주변 대기와의 기압차에 의해 순식간에 연기가 폭발적인 기세로 팽창했다.

­콰아아아아앙!!

두 번째 굉음과 함께 천지가 떨렸다. 허나 검을 휘두른 안수호의 주변은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뭐가 되었든 결국 그 자신의 능력이었다. 종횡무진 휘몰아치는 연기의 방향을, 범위를 안수호는 완벽하게 컨트롤해냈다. 덕분에 광범위한 공격 범위에도 불구하고 쓰러진 지예원과 채소연에게는 일말의 여파조차 전해지지 않았다.

빈 공간을 찾아 사방으로 솟구친 검은 연기에, 그의 앞에 펼쳐진 밤하늘이 더욱 검게 물들었다.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안수호가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그 순간, 휘몰아치던 연기가 일제히 사라졌다.

드러난 옥상의 풍경은 이전과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

옥상 바닥은 완전히 가루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아래 얼기설기 서있던 기둥은 죄다 무너져 내렸으며, 건물 외벽에는 거대한 균열이 살벌하게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암살자의 모습은 없었다. 검은 폭풍을 정면으로 받아낸 그는 시체조차 남기지 못했다.

유일하게 남은 흔적이라곤 건물 외벽에 흐릿하게 묻은 벌건 핏자국뿐.

‘……이게 내가 한 짓이라고?’

얼떨떨한 심정에 그가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탈리스만에 박힌 푸른 보석이 여전히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슈오오오오오.

그가 의식을 집중하자 주변의 마력이 탈리스만을 통해 그의 체내로 흘러드는 게 느껴졌다. 모든 걸 쏟아내어 공허하던 그의 체내에 차츰 마력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 마력이란 힘이 바로 초인의 강함의 원천이다.

마력이 고갈되면 초능력을 사용할 수 없으며, 신체 능력 또한 약해진다. 허나 인류는 아직 마력의 개념을 알지 못했기에, 일선 초인들조차 그러한 현상을 체력이니 초능력의 특성이니 하는 애매모호한 잣대로 판단하곤 했다.

그런 상황이니 당연히 마력 회복 수단이란 게 있을 리가 없다.

한 번 소진된 마력은 자연적으로 회복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 사실에는 강한 초인이든 약한 초인이든 예외가 없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마력흡수’라는 능력을 각성한 그를 제외하고.

허나 제아무리 탈리스만이라 한들 만능은 아니었다.

­울컥.

“커흡?!”

안수호의 입 안에서 비릿한 핏덩이가 터져 나왔다. 목구멍을 타고 역류하는 피와 함께 알싸한 아픔이 가슴께에 퍼지기 시작한다.

­털썩.

지면에 반쯤 엎드린 그가 요란하게 속을 게워냈다. 순식간에 바닥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갑작스런 토혈에 당황한 순간, 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 보유 초능력 ]

1. 검은 연기(D)

­신체에서 검은 연기를 생성, 조종합니다. 생성한 연기는 30분에 걸쳐 서서히 사라지며,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임의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또한 랭크가 올라감에 따라 생성하는 연기에 다양한 물질적 특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2. 마력 흡수(A)

­탈리스만을 착용한 오른손을 통해 주변 사물이나 대기로부터 마력을 흡수합니다. 이때 사용자는 일시적으로 본인의 한계 이상의 마력을 체내에 보유할 수 있습니다. 단,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마력의 흡수 및 사용은 그에 상응하는 반동이 따릅니다.

===

‘단,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마력의 흡수 및 사용은 그에 상응하는 반동이 따릅니다.’

그 글귀를 읽은 순간 안수호는 이 갑작스런 토혈의 원인을 알아차렸다.

그야, 내구력 E랭크인 몸으로 요란하게 날뛰었으니 반동이 오지 않을 수가 없겠지.

‘……하다하다 기연에까지 장난질이냐.’

주인공이 사용할 땐 이런 반동 따위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그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날고 기는 주인공과 자신의 비루한 몸뚱이를 어찌 같은 선상에 두겠는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그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싸움에서 승리했다.

허나 변하는 건 없었다. 채소연과 지예원은 여전히 죽어가고 있었고, 퀘스트 클리어 알림은 울리지 않았다.

‘역시 저격수까지 처리하는 게 클리어 조건인가.’

저격수가 제 발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날 리는 없다. 그렇게 생각한 그가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을 꺼냈다.

설령 퀘스트는 실패로 끝나더라도, 설령 채소연이 결국 죽더라도 지예원만은 어떻게든 살려야 했다.

앰뷸런스를 부르면 자연스레 이번 사건이 경찰이나 외부에 알려지겠지만, 그 부분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 순간.

­철컹.

쇠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옥상 난간에 시커먼 그림자가 자리했다.

안수호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남서쪽 난간. 검은 판초를 뒤집어 쓴 사내가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손에는 시커먼 총신의 라이플이 들려 있었다.

그 순간 안수호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저격수다.’

저 사내야말로 채소연을 저격한, 퀘스트 클리어 조건에 들어가는 또 한 명의 암살자일 것이라고.

설마 저쪽에서 와주리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마침 잘 됐다며 그가 검을 쥔 채 일어섰다. 아니, 일어서려고 했다.

­털썩.

허나 누적된 부상과 탈리스만의 반동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그의 몸은 이미 한계였다.

제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그 모습을 보며 저격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본래 그는 안수호가 뿌린 연막의 방해 때문에 다른 건물로 이동 중이었다.

허나 갑작스레 울린 폭발음과 함께 건물이 무너지고, 먼저 건물로 향했던 동료와 연락이 되지 않자 상황을 살피기 위해 서둘러 달려온 것이었다.

밤하늘을 가르는 검은 참격을 보며 내심 긴장한 그였으나, 막상 와보니 적으로 보이는 이들은 하나같이 전투불능이었다. 쓰러진 채소연이나 지예원은 말할 것도 없고, 유일하게 의식이 있는 안수호도 일어서는 것조차 할 수 없었으니.

“민철이 녀석은 폭발에 휘말려 날아간 건가.”

동료의 안위가 걱정됐지만 확인은 나중이었다.

우선은 남아있는 적부터 확실하게 죽인다.

그렇게 생각한 그가 라이플을 겨눴다.

­철컥.

목표는 유일하게 의식이 있는 안수호.

자신을 노리는 존재에도 안수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계에 다다른 그 몸은 싸움은커녕 일어서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빌어먹을!’

안수호가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탈리스만을 발동했다. 신경이 끊어지는 것 같은 격통과 함께 그의 손아귀에 대기 중의 마력이 모여들었다.

‘한 방에 끝낸다!’

안수호가 앉은 채로 블레이드를 뽑아들었다. 동시에 저격수가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총성보다는 폭발음에 가까운 굉음.

총구가 요란한 화염을 뿜으며 육중한 20mm 탄환을 뱉었다. 음속의 세 배 속도로 날아간 총알이 순식간에 안수호의 미간으로 짓쳐들었다.

그 순간.

­터엉!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요란한 불똥이 튀었다.

“……어?”

“어?”

저격수와 안수호의 탄성이 겹쳤다. 갑작스레 둘 사이에 끼어든 인영에 두 사람 모두 당황을 금치 못했다.

“…………내 가슴에 총알 박아 넣은 게 너였구나?”

익숙한 목소리에 안수호가 고개를 들었다. 분명 목소리는 익숙했으나, 눈앞에 있는 자의 모습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덕분에 재생하는 데 한 세월 걸렸네. 어디서 비겁하게 기습질이야!?”

“……채소연?”

“뭘 누구냐는 표정으로 보고 있어? 내가 나지 그럼 누구라고?”

“그 모습은 어떻게 된 거야?”

안수호를 돌아보며 이죽거리는 채소연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우선 키가 20cm가량 자랐다. 앳된 얼굴도 다소 성숙하게 변했다. 견갑 근처까지 오던 머리카락도 허리께까지 늘어져 있었다.

본래 채소연의 모습이 어린 여학생이었다면 지금 그녀의 모습은 완연한 성인.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의문을 품은 안수호의 시선이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다.

그녀의 가슴에는 시뻘건 핏자국이 흥건했다. 허나 표정이나 행동거지나 고통스러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안수호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상처는 괜찮아? 분명 가슴이 뚫리지 않았­.”

“야, 그래! 말 한 번 잘했다. 야! 너 포션 가지고 있다며! 그런 게 있었으면 바로 나한테 써야할 거 아니얏!”

억울함과 실망의 감정을 담아 채소연이 그에게 소리쳤다.

한편, 그런 두 사람으로부터 20여 미터 떨어진 곳.

저격수는 멀쩡하게 떠드는 채소연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분명 가슴을 관통했을 텐데.’

첫 저격에 발사된 탄환은 분명하게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다. 제아무리 초인이라 해도 죽음에 이르렀어야 할 치명상이었을 터.

‘설마 저 여자도 재생능력자인가?’

자신의 동료처럼 재생 관련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죽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는 있다.

이해할 수는 있으나, 그가 품은 의문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방금 내가 쏜 총알은 어디로 간 거지?’

분명히 그는 안수호의 미간을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고작해야 20미터 거리. 숙련된 저격수인 그에게 있어선 결코 빗나갈 거리가 아니었다.

피한 것인가. 혹은 막거나 튕겨낸 것인가. 만약 막거나 튕겨냈다면 누가? 무슨 방법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에 그가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아니, 그래. 포션 값이 거의 어지간한 집값보다 비싸니까 선뜻 사용하기 꺼린 건 이해한다 쳐. 근데 지예원 쟤가 다치니까 곧바로 쓰려고 하더라? 너 나보다 오늘 처음 만난 범죄자가 중요해? 왜, 쟤 기절했을 때 샤워시켜주면서 볼 꼴 못 볼 꼴 다 보니까 그새 정이라도 들었나봐?”

원망 섞인 목소리로 안수호를 비난하는 채소연. 그런 그녀의 가슴을 노리고 저격수가 라이플을 겨눴다.

­철컥.

‘뭐가 어떻게 됐든 놈들이 대화에 정신 팔린 지금이 기회다.’

적을 앞에 두고도 여유로운 저 태도가 미심쩍었으나, 저격수는 고민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쿠웅!

­터엉!

다음 순간, 저격수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채소연이 저격수를 돌아봤다. 분명히 가슴에 총탄이 박혔을 그녀는 아픈 기색조차 없었다.

‘……말도 안 돼.’

저격수는 분명하게 보았다. 자신이 방아쇠를 당긴 직후, 채소연의 가슴에서 샛노란 불똥이 튀기며 총탄이 튕겨나간 것을.

“…….”

채소연이 답답하다는 듯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던졌다.

그 순간.

­뿌득! 빠드득!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녀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드러난 손목에 거친 비늘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선 날카로운 손톱이 자라나고, 머리에선 진한 남색 뿔이 돋아났다. 두 눈동자는 밤을 밝히듯 샛노랗게 빛났으며 동그랗던 동공이 세로로 길게 찢어졌다.

이윽고 변화를 마친 채소연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그 모습이야말로 그녀의 초능력의 정체였다.

용인화.

변형계 초능력 중에서도 전세계에 단 아홉 밖에 존재하지 않는, 가장 강력한 괴수로 알려진 드래곤의 모습을 취하는 초능력.

신체 변형에 따른 기본적인 신체능력의 향상은 물론, 강력한 방어력과 뛰어난 재생력, 감각의 확대, 비행 능력, 심지어 드래곤의 전매특허인 포효와 숨결까지.

인간의 몸에 용의 힘을 깃들게 하는 명실상부 최강의 초능력.

그 압도적인 초능력이야말로 민채령이 그녀를 자신의 팀으로 스카웃한 이유였다.

‘이런 미친.’

그 광경을 본 안수호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원작에 등장했던 용인화 능력을 지닌 캐릭터는 하나같이 세계관 최강자로 거론되는 강자들뿐이었으니까.

‘저 얼빵이 능력이 용인화라고? 그게 말이 돼?’

그렇기에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얼빵한 채소연이, 마음속으로 짐짓 무시하고 있던 그녀가 사실은 세계관 최강자급 무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한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건 저격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그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 안수호와 달리 그의 경우엔 눈앞의 용인이 아군이 아닌 적이었으니까.

­철컥.

덜덜 떠는 손으로 그가 라이플을 겨눴다. 통하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당할 순 없으니.

“흥.”

허나 용인의 무위는 그마저도 허용하지 않았다.

­스팡!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채소연의 신형이 사라졌다.

직후 그녀가 나타난 곳은 저격수의 등 뒤.

부지불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녀의 주먹이 무방비하게 노출된 저격수의 등에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앙!!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옥상 바닥에 꽂혔다. 그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균열이 퍼져나갔다.

“커, 헉!”

자신이 뭐에 당했는지도 모른 채 저격수가 의식을 잃었다.

그 순간.

­띠링!

===

[ 퀘스트 클리어! ]

[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훌륭하게 여명단으로부터 지예원을 지켜냈습니다! 아카데미 경비원으로서 보인 당신의 눈부신 활약에 진심어린 박수와 찬사를 보냅니다! ]

[ 퀘스트 클리어에 따라 다음 보상을 제공합니다. 보상 획득 및 상세 정보를 확인하려면 보상 탭을 활성화하세요! ]

<보상/>

1)경비율 증가 3%(현재 경비율 5%)

2)중급 회복 포션

3)<스킬 :="" 아카데미의="" 경비원="">등급 상승

===

“허.”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안수호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가슴 안쪽에서부터 억울한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목숨을 걸고 싸웠다. 죽음을 각오했고 몇 번이나 죽음을 직감했다. 필사적으로 발버둥친 끝에 가까스로 암살자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이게 말이 돼?’

헌데 그게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게 말이 되냐고 시발.’

그의 싸움도, 고난도, 역경도, 그 끝에 이룩해낸 승리도.

채소연이 제대로 싸웠다면, 그녀가 첫 저격에 당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녀의 선에서 순식간에 정리될 일이었다.

“야! 내가 말했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싸움 하나는 자신 있다고!”

그런 그의 심정도 모른 채,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리며 배시시 웃는 채소연.

그런 그녀를 보며 그가 생각했다.

‘개연성 좆박았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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