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007. 지예원(1)
* * *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주길 원해?
그 말을 들은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일에 민채령을 끌어들인 게 과연 잘한 일일까?
나는 민채령에 대해 아직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내가 아는 그녀라고 해봐야 지난 보름간 그녀가 내게 보여준 모습과, 직장 선배들의 단편적인 평가가 전부였으니까.
까놓고 말해 그녀가 내 적이 아니리란 보장도 없었다. 제아무리 경비대 사람이라 한들 정체가 빌런일 수도 있는 거고, 설령 아니더라도 나중에 나와 대립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시점에서 내가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상대가 그녀밖에 없었으니.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애써 눌러 담았다. 나중 일을 지금 걱정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지금은 우선 눈앞의 퀘스트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나는 민채령에게 현 상황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여명단이 조직의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암살자를 보냈다는 것.
그 배신자가 바로 아카데미 재학생인 지예원이라는 것.
조직을 배신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런 그녀를 회유한다면 수수께끼에 싸인 여명단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고.
마지막 말은 민채령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였다. 단순히 ‘지예원이 재학생이니 지켜야 한다.’ 정도로는 그녀가 생각하기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테니까.
과연.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네. 조직의 배신자만큼 내부 정보를 캐내기에 좋은 상대도 없으니까.
다행히 민채령은 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심장을 옥죄던 긴장감이 조금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우선 그 지예원이라는 학생이 지금 어디 있는지부터 알아내서 신병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겠네. 혹시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니?
“아뇨. 모릅니다.”
그럼 내 쪽에서 찾아볼게.
“직접 찾으시는 겁니까? 아니면.”
당연히 부하한테 시키는 거지. 왜, 불안해?
“예.”
걱정하지 마. 너에 대해선 말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내 부하들은 한 명 빼고 다 입이 무겁거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나로서는 이쪽 사정을 아는 자가 최대한 적었으면 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그 입이 가벼우신 한 분께는 아무쪼록 이번 일에 대해서 비밀로 해주세요.”
아, 그건 이미 늦은 거 같은데?
“예?”
그 입이 가벼운 한 사람. 지금 바로 네 옆에 있는 걔거든.
그 말에 채소연을 돌아봤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마조마하던 그녀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와 눈을 마주쳤다.
“아.”
그 어설픈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걱정하지 마…라고는 못하겠네. 그래도 내가 잘 말해두면 괜찮을 거야. 워낙 입방정이 심하긴 해도, 날 무서워해서 내 말 하나는 철썩 같이 지키려고 하거든.
“뭐 하나만 여쭤 봐도 됩니까?”
그래.
“왜 굳이 채소연한테 제 감시를 시킨 겁니까?”
사람이 어떻게 잘하는 일만 하고 살겠니? 못 하는 일이라도 익숙해질 때까지 해봐야 실력이 늘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해서 그 아이한테 시킨 건데…….
전화기 너머에서 깊은 한숨이 들려왔다.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젓는 그녀의 모습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설마 이렇게 어설플 줄은 몰랐지. 그렇게 들키지 말라고 일렀는데.
“좀 심하게 어설프긴 했죠.”
이 참에 한 번 물어보자. 언제 처음 감시가 붙은 걸 알았어? 분명 나한테 처음 항의하러 온 게 저번 주 수요일이었지? 그때 알아차린 거니?
"아뇨. 팀장님께 말씀드리는 건 좀 늦었지만, 감시 자체는 팀장님 만나 뵌 다음날에 바로 알아차렸습니다."
즉 바로 들켰단 소리네?
하도 어이가 없었는지 그녀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런 그녀에게 측은한 감정이 들었다.
……하여튼. 그 지예원이라는 학생은 이쪽에서 찾아볼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아마 내일 점심쯤에는 결과가 나오겠지. 그때 다시 내가 연락할게.
“제 쪽에서 연락할 땐 어디로 하면 되겠습니까?”
연락은 내 쪽에서만 할 거야. 내 연락처를 알고 싶거든 내 밑으로 들어오.
“아, 여기 있네요. 010○○○○○○○○. 지금 화면에 표시되고 있는 이 번호가 팀장님 번호 맞죠?”
…….
정적.
……그,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지금 어떤 자세로 전화하고 있니?
“평범하게 스마트폰 귀에 대고 전화하고 있는데요.
소연이가 들고 있는 게 아니라?
“예. 그냥 스마트폰 째로 넘겨받았습니다.
걔가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줬어?
“예. 아무렇지도 않게.”
……옆에 소연이 좀 바꿔줄래?
“지금 옆에 없는데요.”
…….
다시금 정적.
아니, 자세히 들어보니 얕게 떨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두렵거나 추위에 의한 떨림이 아닌, 깊은 빡침에 의한 떨림이었다.
‘그러고 보니 남한테 함부로 자기 연락처 안 준다고 그랬었지.’
번호를 노출시키지 않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민채령 말마따나 채소연이 폰을 대신 들어줘도 되고, 뭣하면 화면을 엎어둔 채 스피커폰으로 전화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채소연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민채령도 차마 채소연이 그렇게까지 생각이 없을 줄은 몰랐겠지.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중얼거림이 전화기 너머서 작게 새어나왔다.
…………소연이 바꿔줘.
“예.”
나는 성큼성큼 채소연에게로 향했다. 내가 다가가자 그녀가 불안한 눈치로 호다닥 내게 달려왔다.
“팀장님이 뭐라셔? 나 안 혼내신대?”
“바꿔 달라십니다.”
“어?”
채소연이 불안한 기색으로 전화기를 넘겨받았다.
“채소연 전화바꿨습.”
……소연아?
“네, 넵!”
민채령이 무어라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했다. 워낙 말소리가 작아서 내겐 들리지 않았지만, 삽시간에 납빛으로 물드는 채소연의 낯빛 덕에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뚝.
이윽고 통화가 끝나고, 채소연이 실이 끊긴 인형마냥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괜찮습니까?”
“……라며.”
“예?”
“안 혼날 거라며! 안 혼날 거라고 했잖아! 흐끅! 근데 이게 뭐야! 엄청, 엄청 혼났잖아 이 거짓말쟁이야!!”
채소연이 원망스러운 눈으로 날 올려다봤다.
아니 이게 내 탓인가?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내가 잘못한 건 없었다. 그녀가 혼난 건 순전히 그녀의 업보 탓이었다.
“흐에에에엥!”
아예 목 놓아 울기 시작한 채소연. 보고 있기 안쓰러워 등이라도 토닥이려고 하자 그녀가 매섭게 내 손을 내쳤다.
“저리 가! 다 필요 없어 이 나쁜 놈아!”
아무래도 그녀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듯 했다. 하긴, 다 큰 처녀가 울고 있는데 옆에서 빤히 지켜보는 것도 창피하겠지.
여기선 그녀의 말대로 자리를 비켜주는 게 최선이리라.
“흐윽! 흐끅! 흐에에엥…….”
나는 곧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녀의 울음소리도 차츰 작아져갔다.
“가란다고, 히끅! 가란다고 진짜 가냐 이 나쁜 놈아아아아…….”
멀리서 들린 그녀의 중얼거림은, 때마침 모퉁이를 돈 탓에 잘 들리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일입니까?”
쓰레기를 버리러 집을 나선 나는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채소연과 마주쳤다.
어제 일 때문인지 채소연은 눈시울이 빨갛게 부어있는 채였다.
복장은 경비대 근무복도 트레이닝복도 아닌 평범한 사복.
겨울인 것 치고 다소 얇은 차림인 건 초인인 덕에 추위를 잘 느끼지 않기 때문이리라.
‘차라리 어제 이렇게 입고 오지.’
지금도 그 핑크색 트레이닝복은 무슨 생각으로 입은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놓고 물어보면 상처받겠지?
“이제 숨어서 감시하는 건 대놓고 포기한 겁니까?”
“……팀장님한테서 연락이 왔어. 지예원을 찾으셨대.”
“빨리도 찾았군요. 그래서 어디 있답니까?”
“원주.”
그렇게 말한 채소연이 엄지손가락으로 바깥을 가리켰다.
“바로 출발할 거야. 얼른 준비해서 내려와.”
원룸 건물 앞 도로에는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진한 분홍색으로 도장된 대형 세단 한 대가 서있었다.
‘분홍색 엄청 좋아하네.’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 기묘한 센스의 차를 보고 있자 채소연이 물었다.
“왜?”
“…혹시 분홍색 좋아하십니까?”
“응. 귀엽지 않아?”
“어…….”
무어라 반문하려던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게 본인 취향이라는데 어쩌겠는가. 취향은 존중해줘야지.
준비를 마치고 내려온 나는 그녀와 함께 자동차에 탑승했다. 대형 세단의 널찍한 운전석에 탄 채소연의 모습은 꼭 아버지 차를 몰래 뺏어 탄 중학생 딸내미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런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뭐.”
“혹시 운전하시기 힘드시면 제가 대신 운전해도.”
“됐거든요?!”
채소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자동차를 출발시켰다. 일순 긴장했으나 걱정과 달리 그녀는 부드럽게 차를 몰아 대로변으로 나갔다.
“……지예원은 지금 원주에 있는 모텔에서 투숙 중이래.”
시선을 전방에 주시한 채 채소연이 말했다.
“모텔 말입니까? 지금 시간이면 이미 체크아웃하고 나가지 않았겠습니까?”
“어제 밤에 모텔에 들어간 이후로 주변 CCTV에 나오는 모습이 찍히지 않았어. 아마 대낮에 움직이는 걸 경계하는 거겠지. 일단은 쫓기고 있는 입장이니까.”
“오히려 일반인들이 돌아다니는 대낮이 안전한 건 아닙니까?”
“여명단 놈들이 그런 걸 신경 쓰는 족속들이라면 그렇지.”
하긴, 정부 청사를 상대로 대놓고 테러를 벌이는 조직이 고작 일반인들 시선을 신경 쓰지는 않겠지.
“지예원이 묵고 있는 건 몇 호실입니까?”
“703호.”
“용케도 알아냈네요.”
“헤헷. 영세한 모텔 컴퓨터 해킹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닌걸!”
채소연이 자신만만한 태도로 어깨를 으쓱였다. 꼭 자기가 한 것처럼 말하는 그 태도가 조금 아니꼬웠으나, 그냥 그러려니 했다.
‘괜히 뭐라 했다가 또 울고불고 난리치면 나만 귀찮지.’
그 뒤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도로를 달리길 두 시간.
우리 두 사람은 마침내 지예원이 묵고 있는 모텔 앞에 도착했다. 세련된 서체로 쓰인 '피아모텔'이라는 상호가 우리 두 사람을 반겨줬다.
그 상호를 본 순간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채소연이랑 같이 들어갔다가 신고당하는 거 아니야?'
사복 차림의 채소연은 높게 쳐줘야 고등학생. 얼핏 보면 중학생이나 그 이하로도 보이는 외견이었다. 반면 이쪽은 건장한 20대 청년. 괜한 오해를 사기에 딱 좋았다.
허나 채소연은 제 외견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는 눈치였다. 차에서 내린 그녀가 뒷좌석에서 낑낑대며 커다란 트렁크를 꺼냈다.
“올라가기 전에 이것부터 챙겨.”
“이게 뭡니까?”
“우리 장비. 너 지금 완전 맨몸이잖아.”
채소연이 트렁크 속 내용물을 꺼내며 하나씩 설명했다.
“일단 제일 먼저 B형 디펜시브 코트. 그리고 이건 초인진압용 테이저 건이랑 스턴 블레이드고. 초인용 진정제가 든 마취총, 그리고 마지막으로 뇌파스캔식 폭탄목걸이. 범죄자가 이걸 차고 초능력을 사용하려고 하면 뇌파를 스캔해서 목걸이 안에 든 폭탄이 그대로 펑.”
“아니, 잠깐. 잠깐만요.”
점점 흉악해져가는 물건들을 보며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저희 지금 뭐 전쟁이라도 하러 갑니까?”
“전쟁은 아니지만 싸움은 하겠지. 상대는 배신자이긴 해도 여명단이잖아? 경비대 대원증 보여주며 따라와 달라고 해도 순순히 안 따라올걸?”
무슨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그녀가 물었다. 나와 그녀의 인식 차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지예원을 지켜야 하는 퀘스트 대상으로만 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와 싸우게 되리라는 가능성을 무심코 간과하고 있었다.
하지만 채소연 입장에서 지예원은 배신자라 해도 범죄 조직의 일원. 전투를 경계하고 대비하는 게 당연했다.
“……그건 그렇군요.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안이한 태도를 반성하며 그녀가 건넨 장비들을 몸에 걸쳤다.
‘싸움이라.’
긴장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 인생에 싸움이라고 해봐야 초등학생 때 친구놈 하고 주차장에서 치고받고 한 게 전부였다. 아, 복싱 교실에서 3분 내내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한 스파링도 싸움이라면 싸움일까.
불안한 마음에 채소연을 쳐다봤다. 어느새 착용한 장비들을 능숙하게 점검하는 그녀의 모습은 퍽 믿음직스럽게……보이지는 않았다.
“그, 혹시 지원병력은 없습니까?”
내 물음에 채소연이 불만스러운 태도로 반문했다.
“없어. 네가 팀장님께 그랬다며. 되도록 조용히 처리하고 싶다고.”
“그건 그렇습니다만 저희 둘로 되겠습니까? 혹시 모르실까봐 말씀드리는 건데 저 약합니다. 하도 약해서 군면제도 못 받고 일반인마냥 군대도 다녀왔어요.”
“걱정하지 마.”
채소연이 날 바라보더니 씨익 웃었다. 그녀가 자신만만하게 평평한 가슴을 쭈욱 폈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싸움 하나는 잘하거든? 나만 믿고 따라오셔!”
히힛, 하고 웃은 채소연이 성큼성큼 모텔 안으로 들어섰다.
그 작달막한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제 그녀가 보여주었던 온갖 추태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저번이 마지막 기회라 하셨단 말야. 히끅! 또 들킨 걸 티, 팀장님이 아셨다간, 나, 나 진짜 잘릴 지도 몰라아…….'
'제, 제바알. 이렇게 빌게에. 제발 한 번만 봐줘어어…….'
'안 혼날 거라며! 안 혼날 거라고 했잖아! 흐끅! 근데 이게 뭐야! 엄청, 엄청 혼났잖아 이 거짓말쟁이야!!'
'저리 가! 다 필요 없어 이 나쁜 놈아!'
'흐윽! 흐끅! 흐에에엥…….'
'가란다고, 히끅! 가란다고 진짜 가냐 이 나쁜 놈아아아아…….'
시야에 아른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불안감이 더욱 심해졌다.
자기만 믿으라고? 믿을만한 모습을 보여줘야 믿든 말든 하지.
‘망할. 모르겠다.’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녀를 따라 모텔로 들어섰다.
[ 사건 발생까지 남은 시간 : 1일 8시간 3분 17초. ]
***
한편 그 시각.
안수호와 채소연, 두 사람이 목표로 한 피아모텔 703호.
엉망진창으로 어질러진 모텔 방 안,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지예원이 퀭한 눈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뚜르르르르르.
테이블 위에 놓인 스마트폰이 공허하게 울렸다. 차가운 화면에는 '통화 시도 중'이라는 메시지가 무미건조하게 떠올라 있었다.
뚝.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 퀵보이스로 연결되며 통화료가…….
이어지는 안내음성에 지예원이 통화를 종료했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음울한 기운이 더욱 짙어졌다.
'……39번.'
39번. 그녀가 통화를 시도하고 실패한 횟수.
이쯤 되면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으리란 걸 짐작할 수 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듯 40번째 통화 버튼을 눌렀다.
'민아야. 제발, 제발 좀 받아.'
뚜르르르르.
어두운 모텔 방 안, 공허한 전화음이 다시금 울리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