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002. 면접에서의 승부처는 강렬한 인상
* * *
소설 속 주인공들이 어딘가에서 깨어나면 으레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낯선 천장이다.’
참 작위적인 묘사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생각을 철회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내가 생각했다.
‘낯선 천장이다.’
천장뿐 아니라 바닥도, 벽도, 가구도,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죄다 낯설었다.
커다란 창문이 나있어 채광이 잘 되는 방 안. 내 옆으로는 정장차림의 남녀가 예의바르게 앉아있고, 맞은편에는 마찬가지로 정장차림의 남녀가 근엄하게 앉아 있었다.
꼭 기업 면접 현장 같은 모습.
“……하여, 꼭 그린하우스의 치안에 이바지하고 싶어 경비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제게 어떤 기대를 거시더라도 반드시! 그 이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아무래도 면접 현장이 맞는 것 같다. 나란히 앉아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멋드러진 포부를 밝히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서, 내가 왜 갑자기 면접 현장에 와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곳에 오기까지의 기억이 없었다. 나는 눈을 감고 곰곰이 기억을 되짚었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장면은,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이 번쩍 하고 빛나던 풍경.
“아.”
이런저런 기억들이 산발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소설 하차. 분노의 5700자 댓글. 이어지는 작가와의 언쟁. 빙의 떡밥. 철골, 트럭, 강도, 그리고 번개.
불안한 기색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야말로 빙의물의 정석다운 전개에, 나는 애써 현실을 부정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꿈인가?”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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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축 ]
[ 당신의 뛰어난 논리(웃음)와 작품에 대한 애정에 감복한 쾌락천마님께서 당신에게 이야기의 흐름을 바꿀 기회를 부여했습니다! ]
[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의 등장인물 에 빙의하였습니다! ]
[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되어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이 세상의 이야기를 바꿔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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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놀란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단번에 주변의 이목이 내게 쏠렸다.
그러나 내 신경은 오직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메세지에 집중되었다.
“안수호 씨?”
눈을 깜빡여 봐도 홀로그램은 사라지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자, 움직이는 시선에 따라 홀로그램이 따라왔다.
곧바로 볼을 꼬집었다. 더럽게 아픈 걸 보면 일단 꿈은 아니다.
“안수호 씨? 괜찮으신가요?”
“에, 예?”
면접관의 부름이 내게 향했다. 그제야 홀로그램 메세지 한복판에 박힌 ‘안수호’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안수호 씨 차례는 아닙니다만, 혹시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멋쩍게 자리에 앉자 옆에서 키득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나 알 바 아니었다. 지금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자, 차분히 생각해보자.’
일단 하나. 나는 아무래도 의 세상 속으로 빙의당한 것 같다.
둘. 내가 빙의한 이 인물의 이름은 안수호다.
셋. 아무래도 좆된 것 같다.
넷.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좆된 게 맞는 것 같다.
소설 빙의라는 이 상황부터가 엄청난 문제지만, 빙의한 캐릭터의 정체 또한 만만치 않은 문제였다.
초인들의 시대의 등장인물, 안수호.
초인들의 시대 등장인물 이름이라면 전부 외우고 있다 자부했건만, 저런 이름은 내 기억에 전혀 없었다.
‘가능성은 둘 중 하나다.’
아직 작중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거나.
혹은, 이름조차 까먹을 정도로 비중이 적은 엑스트라거나.
파직!
그 순간, 짜릿한 감각과 함께 눈앞에 시퍼런 전류가 튀었다.
“응깃?!”
동시에 캐릭터 ‘안수호’에 대한 지식이 머릿속에 해일처럼 밀려왔다.
안수호.
24세 남성.
키 179cm에 몸무게 74kg.
이름은 전혀 달랐지만, 일단 외형이나 나이는 본래의 나 자신과 동일했다.
부모는 둘 다 해외출장중이며, 그 외엔 가족도, 친척도, 친한 친구조차 없었다.
선천적으로 초능력을 타고난 초인이나 랭크는 최하위인 E랭크.
때문에 어지간한 초인은 다 군면제를 받는 세상임에도 육군 병장으로 만기전역했고, 현재는 거의 1년 간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는 반 백수 생활 중.
그러던 중 우연히 작중 배경이 되는 아카데미, ‘그린하우스’의 경비대 공채에 지원하여 이렇게 최종면접까지 왔다……는 게 이 캐릭터의 설정이었다.
그 지식을 통해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안수호는 미등장 캐릭터도, 이름 없는 엑스트라도 아니었다. 그저 빙의를 위해 급조한, 오직 날 엿 먹이기 위해 작가가 만들어낸 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다.
‘하필이면 빙의를 해도 엑스트라 빙의냐.’
주인공까진 아니더라도 하다못해 조연 정도만 되어도 얼마나 좋은가.
쪼잔한 작가의 농간에 부아가 치미는 한편,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아니 근데, 아카데미 경비대 면접이라고?
원작엔 그런 거 없었는데?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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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 입력 완료. ]
[ 빙의 특전 스킬 의 정보를 개방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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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시야 가득 새파란 홀로그램 메세지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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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유 스킬 ]
1. 아카데미의 경비원(등급 : 유니크. E)
당신의 요청을 쾌락천마님께서 들어주시어 아카데미 경비대가 신설되었습니다! 주인공 세대가 그린하우스를 졸업하는 그날까지, 그린하우스 재학생들의 안전과 아카데미 치안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1. 시스템이 제시하는 퀘스트를 클리어할 때마다 경비율이 올라갑니다. 경비율 10% 당 하나의 능력치를 1랭크 상승시킬 수 있으며, 퀘스트를 클리어하거나 경비율이 일정 수치에 다다를 경우 새로운 스킬 효과가 해금됩니다.
2. 그린하우스 부지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판정에 있어서 행운 1랭크만큼의 추가 보정이 붙습니다.
3. 스킬 등급 상승에 따라 해금
4. 스킬 등급 상승에 따라 해금
5. 스킬 등급 상승에 따라 해금
6. 스킬 등급 상승에 따라 해금
1. 경비원인 당신은 그린하우스 재학생에게 먼저 폭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오직 정당방위만이 인정됩니다. (단, 다른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공격은 예외로 합니다)
2. 그린하우스 재학생의 '진심을 다한 부탁'을 거절할 경우 일정 시간 동안 행운 능력치가 1랭크 하락합니다. 이는 최대 3회까지 중첩됩니다.
3. 시스템이 제시하는 퀘스트에 실패할 경우 경비율 하락을 포함한 소정의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4. 또한 그린하우스 재학생이 죽을 경우 해당 재학생의 극중 비중에 따라 페널티가 부과됩니다. 이중 가장 비중이 높은 ‘주요 등장인물’로 설정된 인원이 사망에 이를 경우, 페널티에 의해 당신도 함께 사망합니다. (단, 이러한 페널티는 아카데미 재학생에 한함)
[ 현재 경비율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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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지를 읽어 내려가는 내 얼굴이 차츰 굳었다.
능력치니 뭐니, 그런 부분은 아무래도 좋았다.
‘뭐? 캐릭터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고?’
“이런 시ㅂ.”
자연스레 튀어나오려던 욕설을 가까스로 삼켰다.
좆됐다. 이건 진짜 위험했다.
는 교사도, 학생도, 라이벌도, 동료도, 빌드업하던 히로인마저 전원 평등하게 죽어나가는 희대의 문제작.
매력적인 신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그래서 쟨 언제 죽을까?’를 가장 먼저 걱정해야 할 정도로 캐릭터들이 추풍낙엽마냥 쓸려가는 작품이었다.
퀘스트에서 말하는 주요 등장인물에 정확히 어떤 캐릭터들이 포함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히로인이라면 충분히 그 기준에 부합하리라.
‘가장 가까운 히로인의 사망 시기는 1학년 겨울방학 도중.’
즉 내가 빙의한 시점이 작중 시점이라는 가정 하에, 내 목숨은 길어봐야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스토리가 원작과 달라지면? 그 1년조차 안심할 수 없게 될 테고.
‘왜 하필이면 빙의 특전을 줘도 이딴 개쓰레기 같은 스킬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한 기억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니 무슨 국립 아카데미에 경비원 한 명도 없답니까?’
내가 게시판에 달았던 댓글.
그 댓글을 읽은 작가, 쾌락천마는 분명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정녕 아카데미물에 경비원이 나오는 꼴이 보고 싶으세요?
그럼 어디 직접 해보세요.
라고.
즉 내가 갑자기 소설 속 세상으로 빙의당한 것도, 이런 쓰레기 같은 스킬을 받게 된 것도, 빙의되자마자 대뜸 면접 현장에 오게 된 것도 다 그 알량한 댓글 하나 때문이라는 소리였다.
입술을 잘근 씹은 채, 나는 굳게 쥔 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억울했다. 그리고 뒤늦게 후회가 몰려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딴 댓글 적지 말걸. 아니, 그냥 논쟁 자체를 하지 말걸 그랬다. 그랬다면 대뜸 소설 속으로 끌려온다는 이런 상황과 마주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후회해도 늦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그럼 다음으로 안수호 씨?”
혼자 상념에 젖어있던 사이, 어느덧 내가 답변할 차례가 돌아왔다.
“경비대원으로서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지, 간단히 포부를 말씀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포부고 나발이고 알게 뭐냐.
그렇게 생각한 순간, 새로운 메세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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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튜토리얼 퀘스트 발생! ]
[ 아카데미 경비원으로서의 첫 임무입니다! 면접관들을 단번에 사로잡을 멋지고 강렬한 포부를 밝혀 최종면접에서 합격하세요! 당신이 어떤 답을 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합불 여부가 결정됩니다! ]
[ 면접에서 떨어질 경우 빙의 특전 스킬은 자동으로 소실됩니다! ]
[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특전 스킬이라도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걸요? 부디 건투를 빕니다! ]
[ 면접관이 멋쩍게 웃으며 다음 차례에게 질문을 넘기기까지 남은 시간 : 1분 7초 ]
1)경비율 증가.
2)최종 퀘스트 보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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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떠오른 시뻘건 타이머가 째깍째깍 실시간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포부? 포부가 있을 턱이 있나. 아카데미에 경비대가 있다는 사실조차 방금 알았는데.
고개를 들자 면접관 전원이 이쪽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솔직히 나는 경비대고 뭐고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지만 퀘스트창에 적힌 불길한 메세지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이 세상이 얼마나 막장인지는 그 누구보가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이 비루한 특전 스킬이나마 잘 챙겨놔야만 했다.
'시발, 뭐라고 말해야 하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면접이란 곧 강렬한 인상이 가장 중요한 법. 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평범한 포부로는 부족하리라.
“안수호 씨?”
면접관이 내 답변을 재촉했다. 남은 시간은 30초.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저 사람들이 날 뽑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봤자 답이 나올 리가 만무했다. 면접 경험이라고 해봐야 아르바이트 면접이 전부인 내가 이런 본격적인 기업 면접에서의 요령을 어떻게 알겠는가.
허나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와중에도 타이머는 착실하게 줄어갔다. 남은 시간은 이제 20초. 15초. 10초. 5초.
면접관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간다. 내 다음 사람에게 차례를 넘길 생각이다. 3초. 2초. 1초
'아.'
그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쳤다.
“조금 긴장하신 것 같은데 다음 사람으로.”
“신진우 교수.”
“예?”
“1학년 던전생태학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신진우 교수는 아카데미 소유의 괴수 샘플을 외부로 반출하고 있습니다. 거래 상대는 일본의 헌터아카데미고,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속초항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을 겁니다. 한 번 확인해보세요.”
내 답변에 면접관을 포함하여,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얼어붙었다.
신진우.
원작 초반에 등장했던 엑스트라 빌런.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해 급하게 투입되고 급하게 아웃된, 빌런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단역에 불과한 캐릭터.
그러나 비중이 적더라도 그가 한 행위는 아카데미에 대한 명백한 범죄이자 배반 행위. 즉, 아카데미 경비대가 처리해야 할 일이었다.
‘쥐뿔도 없는 내가 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원작 지식을 이용한 탐정 노릇. 빙의물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클리셰 중 하나였다.
"안수호 씨?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시죠?"
"말 그대로입니다. 신진우 교수는 몇몇 가치 있는 괴수 샘플을 몰래 외부로 빼돌리고 있습니다. 명백한 범죄 행위죠."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셔도."
"믿기지 않는다면 한 번 확인해보시죠. 만약 확인하셔서 제 말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때는 부디 절 채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절 뽑아주신다면 아카데미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이처럼 그 누구보다 빠르게 색출해내겠습니다."
“하, 하하하하…….”
내 호기로운 선언에 질문한 면접관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아마 당황스럽겠지. 최종 면접까지 올라온 면접자가 이딴 개소리를 해대고 있으니.
그렇지만 분명 인상만은 강렬하게 남으리라. 게다가 이토록 강하게 주장하면 못 미덥다 해도 시험 삼아 확인 정도는 해볼 터. 그들이 신진우 교수의 범죄를 알아차린다면 날 뽑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이거, 참 재미있는 답변이네요.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서.”
“잠깐만요. 과장님.”
그 순간, 잠자코 있던 여성 면접관이 그의 말을 끊었다.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자, 타이트한 근무복 차림의 여성이 날 쏘아보고 있었다. 목에 걸린 사원증이 가슴 굴곡을 따라 완만하게 호를 그리며 늘어져 있었다.
“안수호 지원자. 지금 그 발언,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 화제에 대한 질의응답이 길어지는 건 이쪽에서도 바라는 바였으므로.
“안수호 지원자가 방금 한 발언은 저희 아카데미 교수에 대한 명예훼손입니다. 면접장에서 할 발언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저기, 민채령 팀장.”
“과장님은 가만히 계세요. 이건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닙니다.”
민채령이라 불린 여성 면접관이 매섭게 날 노려봤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제 말은 전부 사실이니까요.”
“즉, 지원자의 말대로 마지막 주 목요일에 속초항에 가면 신진우 교수가 샘플 밀반출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뭘 근거로 그렇게 확신하는 거죠?”
“근거는 있습니다.”
일부러 뜸을 들였다. 보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그러다 이내 활짝 웃었다. 보다 내 인상이 뇌리에 깊게 박히도록.
"다만, 알려드리는 건 출근하는 날로 하죠."
"예?"
"나름 영업비밀이라서요. 아무한테나 알려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하.”
내 상큼한 답변에 민채령이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금치 못했다.
“……좋습니다. 마침 3일 뒤가 마지막 주 목요일이네요. 만약 지원자 말이 사실이라면, 제가 책임지고 지원자를 최종 합격 시켜드리죠.”
“아니, 민채령 팀장. 일반과 과장은 난데 자네가 왜.”
“과장님은 조용히 계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과장이라 불린 면접관이 똥씹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야기하는 것만 들어보면 직급은 그가 더 높아 보이는데, 어째 그녀에게 쪽을 못 쓰고 있었다.
“말씀 감사드립니다.”
“감사는 무슨. 변호사 선임할 준비나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변호사는 범죄를 저지른 신진우 교수가 선임해야겠죠.”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며 민채령이 기가 차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제 발언은 이상입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과장이라 불린 남자가 분위기를 수습하며 서둘러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다음 차례로 넘어가든 말든 민채령은 오직 나만 노려볼 뿐이었다. 그 시선에 싱긋 밝은 미소로 답해주자, 어지간히 부아가 치미는지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던 펜이 와그작 부서졌다.
사흘만 지나면 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에 당혹감이 서리리라.
그 모습을 상상하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히 나흘 뒤.
경비대로부터 한 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