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금수저 이야기-142화 (142/143)

〈 142화 〉 포획 작전

* * *

넓은 땅이다.

모든 길을 지키는 건 한계가 있다.

그리고 놈들이 평소 이용하는 길목을 찾고 배치했다.

사람이 많은 곳은 평민을 배치한다.

자기들이 무엇을 찾는 것인지도 모른 채로 협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트리아나는 재빨리 말을 올라탔다.

“이동한다!”

“네!”

­히이이잉!

맨몸이 빠르지만, 라슨 영지부터 뮐러 영지.

그 모든 거리를 홀로 이동할 수도 없다.

트리아나뿐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녀의 아래에 있는 부하들은 그녀를 따라다니가 지칠 것이다.

영지전이 한참 진행되고 있을 시간이다. 이제 해는 산 너머로 져가며, 동그란 달이 그 몸을 드러내는 밤.

넓은 평야를 달려가는 말들이 이동하는 무리에 가까워지는 한 무리가 있었다. 그들 역시 말을 타고 있고, 다들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트리아나는 곧바로 마력을 집중해 선두를 바라본다.

“트리아나님!”

“사샤!”

“니냐가 사람을 보냈습니다.”

“으음.”

그 말에 트리아나는 고개를 끄떡이며 계속해서 달렸다. 합류한 그들도 자연스럽게 하나로 뭉쳤다.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해도 작전 자체에 허술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놈들이 공격하는 것을 겁먹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귀족들에게 있어서 말도 안 되는 일.

그렇기에 시행했고, 운이 좋은가. 아니면 이것도 최대한 길목을 가려낸 가신들의 노력인가.

“라슨 영지, 도시 라이노에입니다!”

“좋아! 간다!”

3개의 무리로 나눠진 부대는 하나의 소식에 곧바로 뭉치기 시작했다.

라이노에.

라슨 영지의 도시 중 하나. 별다른 특징은 없다. 말하면 아슬란에 가까이 있어서 나름대로 교역이 발달했다는 점.

거기서 발견된 흔적을 따라 놈의 추적을 시작한다.

“역시 놈들의 중심은 상단인 것 같습니다.”

“그래요. 모든 흔적에 상단이 있네요.”

“아무리 그래도 도가 지나칩니다.”

트리아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뮐러 영지에서 남들 몰래 몸을 숨기고 며칠 전부터 영지를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조사했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지만, 이 붉은 피에 엮여있는 상단이 하나둘이 아닌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죠.”

사샤가 쓴웃음을 지었다.

“귀족분들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허술합니다.”

“으윽.”

사샤의 말에 트리아나는 말을 몰다가 낙마할 뻔했다.

깜짝 놀란 얼굴로 사샤를 바라봤다.

“찌, 찔리네요. 정말인가요?”

“트리아나님을 탓하는 게 아니에요. 실제 레오님은 그렇지 않으시고. 하지만… 다수의 귀족이 그렇죠. 자신들을 우러러보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은 좋지만, 그러한 통치를 하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그 정도인가요…?”

“이렇게 말하면 나쁘지만, 이전의 뮐러도 마찬가지죠.”

트리아나는 사샤의 말에 신음을 흘렸다.

유감스럽게도 트리아나는 영지 내 상황에 대해 밝은 편이 아니었다.

아버지와 삼촌의 분란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지내 영지의 상황을 몰랐으니까.

하지만 붉은 피가 그러한 루트를 통해 접근한거라면…….

말이 안되는 것이 아니었다.

트리아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결국, 제대로 통치하지 않았다. 그 한 마디로 뮐러는 끝난 것이었다.

“군림한다는 건 통치해야 하는 거죠. 실제로 레오님은 도시 개혁을 많이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지크님을 중심으로 계속 감사를 시행하죠.”

“그건…… 그렇군요.”

귀족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그들은 영지의 썩은 부분을 파고들면 내부를 계속해서 파먹었다는 건가.

트리아나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놈들입니다.”

“네!”

뮐러의 상단 대부분은 깔끔하게 털었으니 됐다. 교역에서 수작 부리는 놈들은 이제부터 조심하면 된다.

트리아나는 잡생각을 떨치며 말을 타고 달려가면서 품속에서 지도를 꺼냈다.

사샤가 말한 목적지는 그리 먼 편은 아니지만.

“말로는 늦을 수 있겠네요.”

“그럼 달릴까요?”

“…….”

사샤의 말에 트리아나는 잠깐 말을 멈췄다.

지도를 보고 알 수 있는 남은 거리와 일행의 체력과 마력의 상태를 보고…… 결정했다.

“앞으로 30분만 더 달리고, 말에서 내립니다. 그 이후론 신체를 강화해서 직접 달려가겠습니다.”

“지휘하실 건가요?”

귀족의 지휘.

영지전의 지휘처럼, 자신의 부대에 마력을 강화하는 방법.

하지만…. 그것이 마냥 쉬운 기술이 아니었다. 하물며 아직 제대로 합도 맞추지 않은 부대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트리아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유감스럽지만 제힘으로는 아직 그 정도로 힘을 다룰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말을 타고 30분.

실제로 전력 질주하는 말의 속도를 생각하면 짧은 거리는 아니다.

사샤는 곧바로 뒤의 부하에게 명령을 전달하고 말을 달리는 것에 집중했다.

* * *

푸른 빛이 솟구친다.

­콰아앙!

숲속에서 터져나가는 폭음 속에 겁 없이 니냐는 곧바로 달려들었다.

달빛만이 비추는 어두운 밤하늘.

니냐의 손이 활짝 펼치자 그녀의 의지에 반응하듯이 푸른 마력 빛이 허공에 물들며 그 형태를 바꾸어간다.

휘날리는 것은 붉은 꽃잎.

“방어는 맡기세요!”

니냐가 외치며 양손으로 마력을 쓰는 순간, 수십, 수백의 꽃잎이 하늘을 유영한다.

화려한 모습과는 다르게 닿는 것만으로 강철조차 잘려나가는 날카로운 꽃잎들의 춤.

니냐의 부하들 근처를 떠돌아다니며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잘라내는 절대적인 공격력을 가진 방어막.

“돌겨어어어억!”

부대를 3개로 나눈 지금, 니냐가 가진 부대의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연락은 끝났다.

자신이 할 일은 하나. 시간을 끄는 것.

니냐의 눈동자가 푸르게 물들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기사다!”

“어, 어떻게 하죠?!”

당황하는 부하를 이끄는 것은 퍼플도 마찬가지였다.

선두에 선 남자, 로브를 입고 있던 남자는 이를 악물며 맞은 편에 달려오는 놈들을 바라봤다. 우리의 움직임을 예상한 것처럼 움직이는 적들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따라와라!”

수는…… 적다.

마력은 선두에 있는 자는 기사급이지만 나머지는 그렇게 대단한 놈들은 아니다. 그렇다면.

“전원, 전투 준비!”

“……큭. 알겠습니다!”

간부, 에이트의 말에 은신을 위해 어두운 옷을 입고 있던 퍼플들은 곧바로 옷을 벗으며 무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수가 적으면서도 덤비는 것으로 보아 지원군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최대한 빨리 해치운다!”

“네!”

­키이이잉!

퍼플의 눈동자가 푸르게 물들기 시작했다.

­쿵!

“으아아악!”

어쨌든 시간을 끌어야 한다.

밤하늘, 푸른 빛의 잔영이 흔들리며 폭발, 폭음이 솟구친다.

그 먼지 바람이 솟구치는 가운데, 마력을 신체에 두른 남자가 혼란스러운 전장을 빠져나오며 주위의 마력을 탐지하며 니냐를 바라봤다.

“찾았다!”

“큭!”

동시에 시선이 마주쳤다.

“네가 기사급 마력 보유자군! 죽어라!”

“칫!”

니냐는 곧바로 손을 휘둘렀다.

“꽃잎을 회수하겠어요! 무리하지 마세요!”

“네!”

곧바로 꽃잎을 불러온다.

붉은 꽃잎이 니냐를 중심으로 멤돌기 시작하는 걸 보며 에이트는 비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다수를 상대하는데 편한 마력 운용이군.”

에이트의 눈동자가 뒤를 바라봤다.

꽃잎에 닿으면 베인다. 접근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 방어를 믿고 돌격하는 놈들 상대로 피하기도 어렵다.

기사라고 해도 방어에 신경 써야 할 정도로 날카롭다.

하위의 조직원들은 기껏해야 일반적인 마력 보유자. 기사급 마력의 저것을 제대로 방어하는 것은 상당한 집중이 필요한 일이고, 그런 상태라면 제대로 싸울 수 없겠지.

“하지만! 겨우 꽃잎으로 날 어떻게 상대할 셈이지!”

에이트의 외침과 함께.

그의 전신에서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콰아앙!

“나의 증오! 나의 근본! 나의 불꽃은 모든 것을 멸절한다!”

마력을 분사하는 것을 이용한 고속 이동. 동시에 휘둘러진 푸른 불꽃에 휩쌓인 검이 니냐가 만들어낸 꽃의 방패를 찢겨냈다.

“막무가내를!”

“보아라! 이게 바로 나의 분노다!”

­콰직!

에이트의 검이 꽃의 방패를 찢었다.

아니, 부쉈다는 것에 가깝다.

검에 몰아치는 마력의 폭풍은 에이트가 얼마나 검에 마력을 집어넣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니냐가 뿜어내는 마력으로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꽃잎이 차곡차곡 쌓이며 방패의 형태를 만들어냈지만 에이트의 검에 허무하게 져가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앗!”

­콰앙!

“크흐윽!”

허무하게 찢어지는 꽃의 방패에 니냐는 급하게 신체를 강화해 거리를 벌렸다.

동급의 마력이 아니다. 단순히 실력 차이가 아닌…… 마력의 격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준귀족급 마력이라니! 어째서 붉은 피에……!”

“날 귀족이라고 부르지 마라!”

경악하면서 외치는 니냐를 보며 반박하는 에이트의 전신에 마력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푸른 빛이 서린 눈동자로 니냐를 바라보면서 에이트는 검을 들었다.

“이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지. 평민치고 상당한 재능이지만, 우리를 막는다는 것은 결국은 혐오스러운 푸른 피의 개이겠지. 네 목숨을 받아가마.”

“미안하지만 그렇게 쉽게 당해줄 순 없죠!”

“훗.”

­키이이잉!

울부짖는 마력.

에이트의 검이 흔들리는 순간 폭발적으로 치솟는 마력이 검 끝에 모이는 순간 곧바로 내려친다.

눈앞까지 다가온 칼날. 시간을 끌기 위해서라도 멈출 수는 없었다. 니냐는 최선을 다해 방패를 만들었다.

­콰직!

아주 잠깐.

방패는 칼날을 막았다.

그러나 그 순간 꽃의 방패는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칼날은 순식간에 눈앞까지 다가온다.

그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건 사랑스러운 그분이 내려주신 신의 가호.

사샤의 경우로 충분히 적의 공격을 막는 것은 물론, 상당한 피해를 줄 수가 있다.

‘아니, 안 돼!’

그러나 그분의 마력을 여기에 쓰는 것은 위험했다. 그 특징적인 마력은 시간이 지나도 곧바로 사라지지 않겠지. 이 장소는 변경이라곤 하나 라슨 남작의 영지. 그렇기에 함부로 쓸 수는……!

‘레오님…!’

니냐는 눈을 감았다.

­채앵!

“큭!”

손끝에서 느껴지는 강한 저항력. 그것을 느낀 에이트는 그대로 뒤로 물러나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곳을 바라봤다.

그 정면.

남색의 마녀가 거기에 있었다.

“……귀족급? 큭!”

“그런 당신은 준귀족급 마력……. 방심하지 않겠습니다. 다들, 가세요!”

어느새 도착한 사샤는 니냐를 부축하며 물러난 것을 보며 트리아나는 앞을 바라봤다.

트리아나 뮐러의 눈동자가 남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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