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금수저 이야기-140화 (140/143)

〈 140화 〉 술책을 짜다.

* * *

아슬란과 라슨.

두 장소 모두 뮐러와 가까운 편에 속해있다.

그리고 뮐러를 포함해 이 3곳의 사이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

“저희는 물론 아슬란과 라슨. 세 가문은 오랜 세월 악연으로 엮인 가문입니다.”

“과연.”

트리아나가 준비한 뮐러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책을 읽었다.

가문의 역사가 적혀있는 책은 많은 부분에 아슬란과 라슨에 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아슬란은 대대로 교역으로 돈을 벌었던 땅입니다.”

바흔과 교역부터 시작해 남부 지방의 젖이라고 할 수 있는 강을 통해 막대한 교역 수익을 버는 땅.

“뮐러는 땅 자체는 컸지만, 그 3분의 1이 대산맥에 가까워 포기한 땅입니다.”

그런데도 괜히 곡창 지대가 아니다. 남은 땅으로도 충분한 생산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금은 더 많은 생산을 장담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라슨은.”

트리아나가 지도를 가리켰다.

흠.

“숲이 많군.”

“네.”

남부 지방에서도 드문 삼림 지대다.

그 크기는……. 적어도 마을 하나는 넘는다. 그게 여러 곳이 있다.

“이것도 상당히 개척한 건가?”

“네. 그리고 이런 종류의 개척 사업은 나라의 허락이 필요하므로 이쪽 관련으로 수도랑 여러모로 엮이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목줄이라는 거지?”

브람스 왕국은 대부분 평야. 약간의 굴곡, 산이 있지만 다른 나라랑 비교하면 적다. 그건 바흔 왕국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대산맥에서 벌목하는 건? 빡센 일이다……. 몬스터도 엄청나게 튀어나오고 벌목 행위 자체를 침략 행위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형급 몬스터라도 튀어나오면 그 여파만으로 일꾼들이 다 죽을 거다.

“그리고 이 두 영지 중 제일 의심스러운 곳이 라슨이라고?”

“예. 라슨 영지입니다. 하지만 아슬란 영지도 의심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전에 그 상단이 이쪽을 통해서 왔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파견한 기사도 붉은 피의 흔적을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흐음.”

수상한 곳은 두 곳.

하지만 전부 곧바로 확인할 순 없다.

남의 영지에서 난리 피울 수도 없고, 귀족과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놈들에게 대놓고 너네 영지가 수상하다고 할 수도 없다.

이번 회의를 통해 놈들의 위험성을 발표했지만, 그 위험을 실감하는 귀족이 얼마나 될까.

더군다나 라슨은 내 자료를 보고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반응을 보였고 아슬란은 회의 자체 참석하지도 않았다.

“이 두 영지에 대한 다른 정보는 없나?”

“일단 기록된 자료는 있습니다.”

트리아나가 뮐러의 역사에서 아슬란과 라슨이 적혀있는 자료를 통합한 자료를 준비했다.

“진짜 여러 번 싸웠구나.”

“네. 실제로 서로 방계는 물론 가문의 직계까지 노린 적도 많았습니다.”

“진심으로 싸운 적도 많네. 귀족이 직접 나섰다라.”

혈통이 끊길 뻔했다는 거네.

영토도 넘겨줬다가 다시 빼앗거나. 그걸 반복했다는 기록이 많다.

“이 게오르크 분지는?”

대산맥에 가까운 곳에 있는 산이 방패처럼 둘러싸인 곳을 가리켰다.

꽤 여러 번 전투가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뮐러의 가신 중 하나에, 게오르크 가문이 있습니다. 귀족 혈통이었지만, 기사까지 많이 희석된 혈통입니다. 그 가문의 원천인 곳이 게오르크 분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슬란 영지로 되어 있는데?”

“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음, 그 내용도 어딘가에 있을 건데….”

트리아나가 옆에 쌓여있는 자료들을 뒤적거렸다.

“여기 있네요. 아, 네. 맞습니다. 귀족일 때, 게오르크 분지를 지배하던 귀족입니다.”

“거기 하나만?”

“네. 산 너머의 평야나 아래쪽도 어느 정도 있지만, 정확히 구별하면 게오르크 분지 일대입니다.”

작은 가문이었군.

실제로 적힌 내용도 그렇고.

“흐음.”

여기를 먹으면 교역에 편하겠는데?

강도 상당히 크다. 배가 오가는데 불편한 곳도 없고. 바흔 왕국의 아멜리아 공주와 인맥을 이용하면 아슬란 영지가 가진 교역권 몇 개를 가지고 올 수도 있다. 아니면 새로 열던가.

애초에 우리가 직접 식량 판매해도 된다. 오히려 중간 유통이 빠진 만큼 마진도 많이 남겠지.

뭐, 기존의 거래처를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안 되겠지만 축복이 생각보다 잘 먹힌 탓에 생산량이 늘어날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아슬란과 라슨.

제일 유력한 곳은 라슨 영지라.

“기습적으로 전쟁을 걸 수도 없고, 제대로 선전 포고를 한 상태로 놈들이 잠복하고 있는 곳까지 도달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진 알 수 없지.”

“거기에 놈들은 자기들 은신처를 간단히 버리고 도망치는데 도가 튼 놈들입니다.”

트리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생각하면 역시 전쟁으로 놈들을 노리는 건 어렵다.

그렇다면.

“놈들도 내가 막무가내로 자기들을 노리는 것 정도는 알겠지.”

“그렇습니다.”

그럼 그걸 노리자.

“여기 게오르크 분지를 노린다.”

“아슬란 남작에게 영지전을 거는 겁니까?”

트리아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 모습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목표는 분지. 도발해서 영지 전체를 노릴 수 있다면 아슬란 영지를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트리아나가 걱정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지는 알고 있다.

들고 있던 자료를 던지고 트리아나를 부르며 내 무릎 위로 손짓했다.

“아, 영주님…….”

“지금은 레오로 괜찮아. 트리아나.”

뺨을 붉히면서 아직도 쑥스러운지 어색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트리아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엔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제 도움인가요?”

상기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트리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을 느끼고, 그녀도 내 손짓에 느끼며 눈을 감았다.

“우리 영지가 영지전을 걸면, 분명히 놈들도 움직일 거야.”

내가 갑자기 걸친 남부 회의나 대놓고 퍼트린 소문으로 놈들의 움직임이 주춤거렸지만, 이제 슬슬 다시 움직이겠지.

그걸 노린다.

“내 아는 아이들을 붙여줄게.”

“니냐, 사샤라는 아가씨들인가요?”

“그래.”

두 명은 실전 경험이 없을 뿐, 능력은 기사랑 비교해도 떨어지진 않는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조금 쓸만한 놈들. 주로 모험가들을 고용한다.

솔직히 질이 좀 떨어지는 게 걱정이지만, 그래도 니냐나 사샤를 붙이고 귀족의 마력을 가진 트리아나를 붙여두면 안전하겠지.

“그리고 아마 내가 영지에서 떠난 사이에 수작을 부리겠지.”

“제가 그것을 막나요?”

“그래.”

사람은 퍼트렸다. 뮐러는 물론 프란츠, 보랭과 연결된 상인들의 도움도 받는다. 물론 내가 직접 한 건 아니고, 은밀히 펼쳐야 하는 작전이니 한두 단계 정도 건넌 상태로 적당히 이유를 대고 있지만.

“아무리 그들이라고 작은 마을에 실험하긴 힘들 거야. 무엇보다 자재를 수급하는데 힘들겠지. 그리고 우리 영지에서 그놈들에게 흘러갔던 물자들의 기반으로 어떤 자재들이 흘러갔는지 파악했어.”

완벽하지 않고, 불안한 곳도 많지만.

대략 몇 군데를 추렸다.

“그 위치가 좀 퍼트려져 있지만, 강행군을 하더라도 이 근처를 순찰해.”

마정석을 이용한 카메라.

그걸 숨겨두고 촬영한다.

단순히 촬영하는 것만 한다면 필요한 마력은 그리 크지 않다.

정예 병사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

“연락이 오면 곧바로 그 현장을 급습한다.”

내 생각에 놈들이 이번에 쓸 무기는 마력을 무효하는 그 괴물도 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세린이 발견한 그 가루.

그것도 쓸 것 같다.

“그 가루라면…….”

“실험을 해보긴 했는데.”

현재 연구소에서 파악하기론 몬스터들을 유인하는 가루라고 했다.

“그건…!”

경악한 표정을 짓는 트리아나.

그래.

“대산맥을 이용할 수도 있어.”

솔직히 그러다 대형급 몬스터라도 끌고 온다면 어쩔 셈인지 궁금하지만.

“저만으로 가능할까요?”

“솔직히 말해서 아직 놈들의 발명품은 미완성으로 보여. 괴물도 그렇고, 이번에 쓸 거로 생각되는 가루도 그렇고.”

하지만 놈들은 이 이상 기다리진 않는 것 같다.

아마 강제로 품어온 증오심이 이번에 발명된 그것들이 기폭제가 되어 터진 거겠지.

“네가 해야 할 건 놈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먼저 사로잡는 거야. 실패하면 아마 큰 타격을 입겠지.”

어쩌면 영지전 도중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내 말에 심각한 표정을 짓는 트리아나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괜찮아. 너라면 할 수 있어.”

트리아나는 감각이 뛰어나다.

재능이 있다.

가문의 혈통을 벗어나서 본인, 개인의 재능이 뛰어나다.

가문이 패배해, 영지를 빼앗겼지만. 그녀의 힘은 줄어들지 않았다.

단순히 혈통의 마력은 강하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상할 정도로 홀로 강해진 공작 가문이 이상할 뿐, 영지를 가진 작위 귀족은 같은 작위를 가진 귀족이랑 비교하면 한 단계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자주 말했던 신앙심, 충성심 등 귀족이 지배하는 평민들이 가지는 정신적인 힘이 그것이다.

그리고 트리아나, 그녀의 뮐러 가문은 프란츠에게 패배하고 이 땅의 주인은 내가 되었다.

영지에서 얻는 정신적인 힘은 상당수 나로 바뀌는 건 나도 느끼고 있지만, 아직도 뮐러 가문의 이름이 이 땅에 존재하고 있다.

그마저도 빼앗으려면 땅의 이름을 바꿔야겠지만, 나는 그것을 바꿀 생각은 없다.

“딱히 노린 생각은 아니지만, 앞으로 전쟁하면서 내 영지는 점점 커지겠지.”

“정말요?”

“어라?”

꽤 진심이었는데.

내 말에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짓는 트리아나의 입술을 쭈욱 당겼다.

“아프프프픗!”

“어쨌든 그렇게 되면 여기 뮐러를 다스리는 사람이 필요해지겠지. 그리고 나는 그 역할을 너에게 맡기겠다.”

“아푸아요……… 어? 저, 저알이가여?”

아직도 입이 당겨서 이상한 발음이 됐지만.

내 말에 눈이 동그랗게 뜬 트리아나를 바라봤다.

“물론. 당장은 아니고, 이 작전이 잘돼서 아슬란이나 라슨의 땅 일부분의 정복한다고 해도 당장 나의 중심은 이 도시야.”

“그, 그건 알고 있습니다.”

너무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는 트리아나.

그녀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그땐 네가 이 땅의 주인이 되겠지. 그리고…….”

“그리고?”

기대 어린 얼굴을 보며 웃었다.

“너와 내 혈통의 아이가 그 땅을 이어받겠지.”

“……레오님.”

내 말에 살짝 흥분한 채로 트리아나의 손이 내 바지로 향했다.

평소보다 더 흥분한 트리아나를 상대로 그 밤을 지새웠다.

만족한 얼굴을 짓고서야 침대에서 잠든 그녀를 보며 나 역시 잠에 빠졌다.

약간 불안한 작전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를 믿고 있다. 거기에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라슨 영지에 대한 명분이 생긴다.

내 피해가 극심해지는 것을 제외하며 나쁘지 않다.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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