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게오르크 평야 회전 1
* * *
쿵! 쿵! 쿵!
북이 울린다.
도시 밖 성벽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환호성을 지른다.
자비로운 영주님의 명령 아래에 모인 병사와 기사들의 군대.
그것은 누구나가 열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위엄 넘치는 행군이었다.
그 선두에 있는 거대한 마차.
거대한 마차 위로 내가 올라섰다.
“꺄아아아아악!”
“영주님 만세! 뮐러 만세!”
“태양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꽃잎과 환호성. 이전에 프란츠에서 느꼈던 것을 이번에는 직접 받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뮐러를 천천히 둘러봤다.
나를 보며 비명을 지리는 평민들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이제부터 전장으로 향하는 병사, 용병 그리고 기사들.
그들을 보며 나는 외쳤다.
“황금 사자의 핏줄로, 이제는 태양의 이름으로 이 땅에 내려왔다.”
승리와 번영, 성공을 상징하는 금빛 사자.
이제는 태양에 눈을 뜬 나의 상징은 태양.
“보아라.”
태양을 가리킨다.
“영원히 빛나는 저 태양이 있는 한.”
영겁. 영원히 타오를 태양.
무한에 가까운 수명. 그것을 과연 이 세계의 인간이 알 수 있을까?
나 역시 모른다.
그러니 영원할지어다.
“광명은 꺼지지 않으리라.”
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저 빛.
불꽃이 아닌, 빛이 나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며 그것은 이윽고 작은 태양이 된다.
“출진해라. 나의 병사들이여.”
쿵! 쿵! 쿵!
나의 명령하에 군대가 움직인다.
목적지는 게오르크 분지. 수백의 군대가 거대한 생명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사실상의 선전 포고.
그 이후 우리는 작전을 검토했다.
촤르르르륵!
참모라고 할 수 있는 지식인들이 여태까지 수시로 탐색하고 정찰한 결과로 만들어낸 지도를 펼쳤다.
“이번에 만들어진 지도의 정밀도, 정말 대단합니다.”
그들도 감탄할 정도의 세밀하게 그려진 지도. 기존에 마정석으로 만들어낸 카메라를 활용한 기술을 사용했다. 사진은 아니지만, 그렇게 카메라를 사용해 녹화한 것을 바탕으로 그려진 지도는 등고선을 포함하여 그 근처 출신지의 모험가들을 고용하여 날씨까지 파악했다.
그 지도에 그려진 작은 분지를 바라봤다.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대산맥에서 흐르는 물길 바로 옆에 있다.
“여기가 게오르크 분지군.”
“네. 대산맥에 가깝지만, 대산맥은 아닙니다. 거절 반응도 없죠.”
“평범한 산들이라는 거지?”
“네.”
굴란 산은 대산맥 끝자락에 있고, 그 영향이 적긴 하지만, 대산맥의 기묘한 상태가 적용되는 곳이라면, 게오르크 분지를 감싼 산들은 그저 대산맥에 가까운 것뿐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다고 한다.
“실제 현지의 정찰병들도 특이한 점은 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몬스터는?”
“작은 규모의 집단이 있긴 하지만, 큰 규모는 없습니다. 아슬란에서도 주기적으로 토벌을 한다고 합니다.”
“하긴. 그들도 밥줄이니까 말이지.”
자.
이제 시작되는 전쟁.
전에도 말했다시피 핵전력에 가까운 귀족이 직접 나서진 않는다.
귀족이 직접 나서게 되면 귀족의 손짓 하나에 보병들의 방진은 날아가고 기사들은 귀족의 공격을 몇 번은 막아내도 계속된 공격을 막을 순 없을 거다.
만약 상대가 먼저 귀족이 나선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아슬란 남작이 직접 실력을 행사할까?”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아슬란 가문의 직계와 방계의 수는 적은 편이다.
그들이 나선다면 전쟁의 승패가 확실히 아슬란 쪽으로 기울여지고, 나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아마 트리아나를 곧바로 불러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런 확률은 적다고 판단했다.
“아슬란 영지는 작지만 가진 것이 많죠. 남부에서 드문 농사짓는 땅이 작고, 대부분 교역으로 큰 이익을 얻는 그들에게 게오르크 분지는 그리 큰 땅이 아닙니다.”
“거기에 그들이 전부 나선다고 해도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네. 거기에 저희에게 트리아나님과 이리나님이 계십니다. 현재 그 두 분에 대한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지금, 그 두 분이 올 수도 있다는 가정을 그들은 염려해 둬야 합니다.”
흠.
“하지만 내가 보낸 서신 때문에 꽤 화내고 있을 건데?”
“네. 그래서 우리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방심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날 보는 시선에는 신뢰가 가득하다.
만약의 때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거지?
각오는 하고 있다.
상대가 귀족이면 나 역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대형급 몬스터 ‘미식가’ 때는 은신 타입으로 직접적인 전투 능력 자체는 떨어졌고, 전개될 때까지 시간이 걸렸던 포식만 조심하면 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쳐들어가고 싶지만, 전쟁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선전 포고가 바로 그 일환이다. 이건 무시할 수 없다. 무시하면 진짜로 좇된다. 아슬란이 아닌 다른 영지가 기습으로 뮐러를 쳐들어온다고 해도 왕실에서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없고, 그 영지들을 비겁하다고 욕할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도 착실하게 선전 포고를 하지 않았는가? 명분도 억지에 가깝지만 어쨌든 만들긴 만들었다.
“전쟁 장소는?”
“평야입니다.”
참모가 지도의 두 부분을 가리켰다.
“첫 번째로 평야. 아니면 산입니다.”
현재 진군하고 있는 루트가 평야. 그 앞에 있는 산을 넘으면 곧바로 게오르크 분지가 나오며, 그 안쪽에 도시와 강이 있다.
“상대는 평야를 지정했습니다.”
“자신감 있나 봐?”
병력은 아슬란 남작이 더 많겠지. 그래서 평야를 지정했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다지 밀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병사와 기사의 수는 엇비슷하겠지요.”
백작 작위를 받았지만, 이전에는 작위가 없었고, 뮐러의 기사들도 내전으로 인해 그 수가 줄었다.
프란츠 영지에서 따라온 기사가 있지만, 그걸 더해서 병력은 비슷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대로 뚫고 게오르크 분지까지 도착한다면 일단 저희의 목적을 이룰 수는 있습니다. 산 역시 작은 산이기에 넘어가는 일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장소를 지정해서 싸우는 게 사실이냐고 물어본다면, 사실이다.
영지전이거든.
이게 나라와 나라의 싸움이라면 선전 포고를 한 후 제대로 된 전쟁이 시작한다. 귀족을 포로로 사로잡으면 깔끔하게 보내주는 일도 많다. 여기 귀족들은 많이 야만적이거든.
근데 이게 영지전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같은 나라 사람끼리 그러는 건 매너가 아니라는 소리가 있다.
물론 전쟁에 패배하면 일족 전체가 끊기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런 명예 따윈 개나 주라고 하는 귀족도 많지만, 그건 전쟁 후반의 이야기고.
우리는 차후 명분이 생기지 않게 깔끔하게 이겨야 한다.
뭐? 게오르크 분지의 명분?
모르겠는데. 정당한 명분 아닌가?
“이번 전쟁에 걸린 것은 어디까지나 게오르크 분지의 소유권입니다. 영주님께서 원하시는 아슬란 영지 전체는 아마 힘들 것 같습니다.”
“알고 있어. 계속 도발했지만, 안 걸려오네.”
게오르크 분지야 반 억지로 영지전에 데리고 왔지만, 과연 그 이후까지는 쉽게 걸리지 않네.
물론 그대로 전쟁을 이어도 되겠지만…….
“어려울 겁니다. 주변은 물론 수도에서 중재에 나설 겁니다.”
“게오르크면 충분해.”
내가 억지로 강행해서 그런가. 정치질로 계속 시비가 걸려온다. 아무리 나라도 한 손으로 열 손을 감당할 수 없고, 프란츠와 보랭도 이번 전쟁에 대해 손을 써주긴 하지만, 작정하고 여론을 만들고 있다.
아슬란 영지 전체를 손에 얻는 순간, 나는 이 일대의 제일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교역부터 시작해 식량까지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니까, 그들로서는 절대로 막고 싶겠지.
그래도 게오르크 분지로 충분하다.
얻기만 하면 산을 뚫어서라도 길을 만든다. 대산맥 근처라는 게 좀 불안하긴 하지만, 감당할 수 있다.
아멜리아 공주와 인맥을 이용해 교역권을 가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게 이렇게 말하니까 이기면 엄청나게 이득이 많은 것 같지만, 패배할 경우 잃는 것도 엄청나다.
강제로 명분을 만들어서 영지전을 하는 거니까.
“그럼 평야의 회전에 대한 작전을 설명하겠습니다. 기로 경.”
“음. 그럼 영주님. 이번 회전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참모는 물론 근처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도 서서히 말하기 시작했다.
클로에나 이자벨은 조용히 듣고 있다.
이런 종류는 지식도 지식이지만 경험도 중요하다. 직급은 그들이 높지만, 이번만큼은 후배로서 조용히 듣는 태도를 보인다.
“……로 움직입니다.”
“……으음. 별다른 작전이 아닌 것 같은데?”
오히려 정공법이 아닌가.
딱히 속임수도 없는.
내 말에 중년의 기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원래 강한 자에겐 복잡한 계획, 손이 많이 필요한 술책은 필요 없습니다.”
“으응?”
“복잡한 작전이라는 것은 한 번 실패하면 모든 것이 망가집니다. 전쟁은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그런가?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똑같이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다.
그래. 이건 나도 경험이 없으니까 너희들 말이 맞겠지.
“거기에 영주님의 가호가 있는 한, 저희는 패배하지 않습니다.”
씩 웃는 중년의 기사.
너무 자신만만한 말이라서 불안해졌지만.
전문가의 말을 신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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