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금수저 이야기-136화 (136/143)

〈 136화 〉 아슬란 영지전 ­ 1

* * *

이 세계의 군대는 생각보다 규모가 더 작았다.

뭐, 내가 아는 군대라고 해봐야 20살이 되면 의무라는 이름으로 2년이라는 세월을 보내야 하는 곳과 삼국지를 만화나 게임으로 조금 해봤다는 것뿐이다.

실제로 중세 시대의 전쟁은 그렇게까지 병력이 많다고 하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많겠지.

아주 약간의 마력이라도 있는 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정예 병사 부대.

그리고 현재 실전에 쓸 수 있는 정예 기사.

그런 그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

단순히 돈이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병사야 최소한의 마력만 있으면 된다지만, 기사들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병기다.

그런 애가 한 명 죽는다고 생각하면 진짜 손해가 장난 아니다. 단순히 무예에 재능이 있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마력이라는 게 억지로 준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장비도 진짜로 괜찮은 건 마정석이 소재로 들어간다. 질 좋은 물건은 구하기도 빡센 물건을 팍팍 써서 만든다.

뭐, 진짜로 좋은 건 귀족이 차지하겠지만.

나의 비서 겸 기사단장을 맡은 클로에는 한숨을 쉬었다.

“이전부터 몰래 매입하고는 있었지만, 역시 이제는 구하기가 어렵군요.”

“그야 그렇겠지.”

원래도 물량이 부족한 물건인데, 최근 남부를 비롯한 왕국 내의 불온한 공기를 상인은 진작에 맡기 시작했다.

진짜 최상급 마정석이야 금지 물품이긴 하지만…….

그래도 적당한 수준의 마정석이나 마석은 시장 가격이라는게 존재하는데, 그 값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남부에선 싸다고 할 수 있는 식량값도 오르고 있으니 역시 다들 눈치채고 있겠지.

그리고 그 도화선을 우리가 터트렸다…… 이 말인가?

재밌네.

“일단 급하게나마 현재 운용 가능한 부대만은 어떻게든 준비했습니다.”

“너희들 거랑 트리아나 것도 준비했지?”

“네. 최우선으로 준비했습니다.”

내 것은 물론 가지고 있고.

프란츠에서 가지고 온 내 몫도 있고, 뮐러 영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들, 상인들에게서 계속 매입하고 있던 것들로 준비했다.

이번 전쟁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트리아나랑 기사들이겠지.

이전 뮐러 상대로 전쟁했을 때는 아버지가 지휘했고, 형님도 있었고… 단순히 실전만 치면 남부 최고라 할 수 있는 금사자 기사단도 있어서 믿고 있었지만, 역시 지금은 조금 불안해지긴 해.

“괜찮습니다.”

“응?”

잠깐 딴생각하고 있을 때 클로에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영주님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내가 하는 생각을 눈치챈 건지 눈빛에서 각오가 느껴지고 있다.

근데 난 그런 걱정 별로 하지 않는데.

­툭.

“명예보단 목숨이지. 내가 전에 말한 것처럼 상처 입는 건 금지라고.”

“……네.”

손을 뻗어 클로에의 뺨을 쓰다듬었다.

클로에가 내 말과 손길에 뺨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였다.

­휙!

“꺅!”

클로에의 작은 몸집은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하지 않아도 가볍게 들 수 있을 정도다.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둘러 들어 올려 허벅지 위에 살짝 올려놨다.

갑작스러운 행위에 놀란 것 같지만 눈이 마주치자 눈빛이 살짝 돌변했다.

“정말로 이해한 걸까?”

“무, 물론입니다.”

클로에의 허리, 배 위로 손을 올렸다.

작고 아담하지만, 기사는 기사. 탄력 있는 복근이 만져진다.

“명령어기면 알지? 자, 내가 이전에 뭐라고 말했는지 복창.”

“……으, 으윽.”

내 말에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머뭇거리던 클로에가 입을 열었다.

“내, 내…….”

“음음.”

꾸욱.

내 어깨 위의 작은 손이 주먹을 쥐었다.

부끄럽지만, 그러니깐 명령이다.

내가 지긋이 바라보자 포기했는지 한숨을 쉬었다.

“사, 상처 입으면……, 내, 내 복근이 말랑해질 때까지……. 계속 임신시켜서 출산해도 곧바로 다시 임신시키신다고……. 평생 밖으로 못 나가게 한다고…… 하, 하셨습니다!”

“잘했어, 클로에.”

클로에의 뺨을 쓰다듬었다.

뜨끈뜨끈하네.

“으으…….”

말랑거리는 클로에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한데, 이렇게 어프로치를 걸면 부끄러워한다. 이 상태로 즐겨버릴까? 그럴까? 할까? 해버릴까?

­똑똑!

“레오님. 이자벨입니다.”

“아…….”

아깝네.

아슬란 영지에 관한 보고겠지. 안 들을 수도 없고.

클로에도 밖에서 들리는 이자벨의 말에 화들짝 놀라면서 내리려고 하는 시늉을 한다.

음…….

“들어와!”

“레, 레오님?!”

당황한 클로에의 엉덩이를 꽉 붙잡았다.

탁탁탁! 어깨를 치고 있지만, 힘없는 주먹에 불과하다.

결국, 포기했는지 내 어깨를 잡고 얼굴을 숙였다.

“실례하겠…….”

방에 들어온 이자벨이 인사하면서 고개를 들고 내 모습을 발견했다.

잠깐 말을 멈춘 이자벨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업무 시간입니다, 레오님. 클로에 좀 편하게 일하게 해주세요.”

“애정 표현인데?”

“일이 쌓였다고요.”

“알겠어, 알겠어.”

하지만 어차피 지금은 보고를 들을 시간이니까, 일 안 하잖아?

내 품으로 쏙 들어온 클로에의 감촉을 즐겼다.

“……아슬란 영지에 관한 보고입니다.”

“그래. 말해봐.”

내 말에 다시 표정을 고친 이자벨이 능숙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좀 익숙해진 듯한 모습이네.

처음엔 제대로 말하는 것도 어려워했는데. 역시 재능이 있어.

“상당히 분노하고 있는 듯합니다. 뒤늦게 모험가를 비롯한 병사들을 소집하고 있습니다.”

“모험가야 그렇다 쳐도, 인제 와서 병사들을 모아봤자 쓸모없을 것 같은데.”

피해만 늘어날 뿐이지.

잔챙이들이 늘어난다고 해도 정예 기사 하나만은 못하다. 중요한 것은 질. 마력이라는 이름의 상식을 벗어나는 힘을 사용하는 평등이 애초에 불가능한 세계에서…….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닐 텐데.

­뭉클!

클로에의 엉덩이 감촉을 느끼면서 보고를 들으니 스트레스가 확실히 줄어드는데. 이게 그 애니멀 힐링?

인간도 동물이지.

“뭐, 없는 것보다는 낫긴 하겠지. 그래서 트리아나는?”

“예정한 대로 이동했습니다.”

이번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트리아나. 나를 제외하고 귀족을 상대할 수 있는 전력. 기사들도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피해가 심할 테니까 말이지.

“이리나를 보낼 수도 없으니까 말이지. 그녀가 잘 해주겠지.”

“네.”

이리나는 아직 손님 입장이고……. 내 아래에서 활동하려면 역시나 당장은 좀 그렇지. 그래도 뮐러에 그녀가 있다는 것만으로 성의 방어는 확실히 보장되는 것은 심리적으로 확실히 안정감이 있다.

그 보고를 듣다가 내 어깨 위로 고개를 묻은 클로에가 작게 속삭였다.

“저라도 가능했습니다만…….”

불만이 조금 섞인 느낌이다. 이자벨도 고개를 끄떡이면서 자신감을 보여주지만.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아직은 안돼.”

“……네. 죄송합니다.”

“송구스럽습니다.”

기사들이 귀족을 상대하는 전투법은 아주 오래전부터 연구해오고 있다. 귀족과 기사 사이는 확실한 차이가 있지만, 엔진 출력의 차이가 있다고 해서 빠른 차가 레이스에서 우승하는 것만은 아닌 것처럼 그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다만 피해가 극심할 뿐.

그녀들을 보면 생각한다.

이 세계는 잔혹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재능이 뛰어나도.

출신, 혈통의 한계가 지구보다도 뚜렷하다.

“트리아나에겐 철저하게 감시하라고 전해.”

“네.”

이자벨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걸 보면서 품에 안겨있는 클로에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신호를 보냈다.

“……그거 하지 마시죠?”

“아, 응. 미안.”

좀 선 넘었나?

차가운 말투에 시무룩해졌다.

“수도에서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무시해.”

호구도 아니고.

애초에 영지전은 귀족의 권한이다.

뭐, 적당히 뇌물을 바치면 모르겠지만,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아슬란 영지를 집어삼키는 건 수도는 절대 바라지 않을 거다.

“무시로 일관해. 지들이 뭐해줬다고 말을 들어야 해? 귀족 작위도 애초에 필요 없어.”

“그, 그렇군요.”

클로에나 이자벨이나 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강한 힘의 가진 지방의 세력이란 건 원래 그런 거다.

“그리고 중간에 막아주는 분들도 계시잖아? 그렇지, 이자벨?”

“네. 프란츠와 보랭, 두 곳 전부 긍정적인 답변이 왔습니다.”

좋았으.

예상대로 도와주기로 하셨군.

별로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으로 믿는 건 아니지만, 다른 귀족과 비교하면 신뢰할 수 있지. 거기에 정당한 대가도 준비해놨고.

문제라면 이걸로 뮐러의 창고는 텅텅 비었구만.

“그래도 아슬란 영지만 얻는다면 대산맥 쪽의 길은 우리가 차지한다. 그 이득은 엄청나겠지.”

아슬란 영지.

뮐러보다 더 서쪽에 있고, 대산맥에서 라이니아 호수로 흐르는 물길과 근접한 땅이라 수많은 교역이 이루어지는 땅 중 하나.

그 수혜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특히나 이번에 명분이 되는 게오르크 분지는 그 물길과 직접 연결된 곳 중 하나다.

문제가 있다면 대산맥에 가까운 편이라는 것이지만, 거기는 투자라고 생각하자.

치안만 안정되면 많은 이득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쪽을 기반으로 삼으면 새로운 교역 루트를 만들 수 있다.

최고는 아슬란 영지를 삼키는 것. 차선은 적어도 게오르크 분지만이라도 얻어야 한다.

그렇다면…….

“아멜리아 공주에게 보낸 편지는?”

“네.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크.

내가 투자한 바흔 주식이 떡상한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