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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금수저 이야기-132화 (132/143)

〈 132화 〉 찬란한 성인식 ­ 4

* * *

기억에 남는 한복이나 중국, 일본의 전통 옷을 최대한 끄집어냈다.

유감스럽게도 애초에 그런 전통과 연이 없는 생을 살다 보니 복장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없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것을 대충 설명하니까 디자이너들이 알아서 만들어 주더라.

오히려 내 생각보다 더 동양의 신비로움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서 딱히 터치하지 않았다.

그렇게 완성한 옷을 보며 난리 난 애들을 상대하는 것도 곤혹이었다.

“맙소사! 새로운 문화, 새로운 양식! 이것은 사교계의 대혁명입니다! 이 신비로운 분위기! 전혀 다른 복식! 이 근처의 문화가 아닙니다! 백작님의 아이디어입니까?! 아니라면 어디서 찾으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이것은 패션계의…… 아니, 미술계의 혁명입니다!”

“어, 음. 대산맥을 탐험할 때 발견한 흔적이야. 유감스럽게도 전투 때문에 무너져서 지금은 더 찾을 수 없지만.”

“오 마이 갓드!”

사실 완벽히 한복이라고 할 수도 없다.

좋게 말해야 퓨전 느낌 나는 드레스다.

그래도 이리나의 마력으로 잔잔한 바람을 일으켜 그런 연출을 함으로써 주변에 떠다니는 아름다운 비단 천으로 감싼 채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드레스는 나름대로 성공적인 듯했다.

거기에 본인이 타고 다니는 구름으로 주변을 쫙 깔아버리니 복장에 대한 자세한 것은 몰라도 타국의 이색적인 아름다운 인상을 주는 것에는 성공했다. 애초에 본인도 미녀니까. 뭘 입어도 어울리지.

­짝짝짝!

“허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사와도 같군. 과연 남부가 자랑하는 꽃이오!”

아.

일단 여기도 천사라는 개념이 있긴 하지.

이리나의 인사가 끝남과 동시에 일어나는 박수 세례. 연회장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에서 그녀는 당당히 서 있었다.

그런 그녀를 혼자 내버려 둘 수는 없지.

그 무리에서 천천히 걸어나가 그녀의 앞에 서서 허리를 숙이며 손을 뻗었다.

“레이디. 그대의 파트너가 될 과분한 영광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후훗. 물론이지요, 젠틀맨.”

살짝 뻗은 손위로 그녀의 손이 올라온다. 그것을 부드럽게 마주 잡았다.

마주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작은 떨림을 느끼며 그녀의 손을 잡는다.

모든 이의 주목이 쏠린 자리.

당당히 그 자리를 차지한 이상 오늘 그녀의 파트너는 나였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뜨거워진 체온이 그녀가 얼마나 흥분하고, 긴장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가까워지는 서로의 거리에 시선이 마주치자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수고했어.”

내 말에 이리나의 상기된 얼굴에 미소가 퍼지는 것을 보며 손을 꽉 쥐고 무대를 내려왔다.

“참으로 신비로운 등장이었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정말로 아름다운 연출이었습니다. 요즘 사교계에 뮐러 영주의 이름이 퍼지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럴 리가요. 아주 간단한 연출에 불과했습니다.”

서서히 둘러싸기 시작한 귀족들을 상대하면서 2층 구석의 테라스 너머를 힐끔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기척이 없다.

정말로 무대만 보고 사라지네. ……아니, 그래도 등장은 해야지 공작 가문의 손님이 왔다고 사람들에게 알리지.

으음. 어차피 내일 회의에 온다고 했으니까 괜찮겠지만, 괜한 구설에 올라오는 것도 영…….

“실례하겠습니다. 영주님.”

“음?”

때마침 그 타이밍에 세바스찬이 나타났다.

귀족들 사이를 예리하게 파고든 상태로 나에게 다가온 채로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주변을 둘러싸이며 이야기하고 있던 귀족들도 은근히 이쪽에 귀를 기울인다.

“어스레인 가문의 알리나 어스레인님께서 도착하셨지만 오늘은 몸이 편찮으시다고 하십니다. 괜찮으시다면 이번에 있을 회의에 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공작 가문에서 보낸 대량의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그 말에 주변 귀족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정말로 왔군. 지금까지 안 와서 공작 가문과 사이가 안 좋은가 했더니, 역시 아니었군. 귀족들이 속닥이는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면서 태연하게 고개를 끄떡였다.

어쨌든 이렇게라도 알려준 건 고마운 일이지. 크흠.

“이런. 이 자리를 밝혀주셨으면 했지만, 몸이 안 좋다고 하시니 별수 없지. 선물 잘 받았다고 내일 보자고 전해드리게.”

“네. 알겠습니다.”

곧바로 허리를 숙이고 떠나는 세바스찬을 보면서 태연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이런, 여러분. 잠깐 소란이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하, 하하. 아니오. 그럴 수도 있지 않겠소. 그나저나 어스레인 공작 가문도 참가했군요.”

“이전 의식 때 곧바로 돌아가야 하여 제대로 대접하지 못한 일 때문에 신경 쓰였는데, 이렇게라도 왔으니 저로선 다행이지요.”

“무얼, 공작 각하가 직접 행하신 일이니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안 왔으면 안 왔다고 뒷말할 놈들이.

그래도 얼굴에는 철벽을 깔아야지.

“그리고 이번에 있을 회의라면…….”

“네. 여러분에게 알린 내용대로, 그것에 대해서입니다만…….”

잠깐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리나를 바라봤다.

방긋방긋 웃으면서 기다려주는 모습이 기특하다.

“굳이 이 자리에 설명할 내용은 아니군요. 어차피 얼마 후면 다 아실 테니 오늘은 이 자리를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내 실례했소. 이리나양. 내 사과하오.”

“아닙니다. 중요한 이야기니 그럴 수도 있죠.”

싱긋 웃으면서 장소의 분위기를 바꾼다.

조용해졌던 음악 소리도 점점 커진다.

성인식은 이제부터다.

* * *

“하아아아! 더워요!”

침실의 문이 닫히고 나서야 숨을 토해내며 소파 위로 완전히 뻗었다.

도저히 숙녀의 소행이라고 할 수 없는 태도지만, 그래도 못 본 척해야지.

오늘을 위해서 점심도 거르고 조금 전까지 있었던 성인식에서도 대부분 와인 같은 음료로 입술만 겨우 적실 정도였다.

“괜찮아?”

“죽겠어요!”

남자랑 다르게 고생하네.

창문을 열어서 바람을 끌어낸다.

시원한 밤바람이 실내를 돌며 그녀의 뜨거운 몸을 식혔다.

……정말 농담이 아니라 뜨거우니까.

“후아. 살 것 같아.”

어느새 소파에 누운 이리나가 자기 몸을 감싼 드레스를 하나, 둘 풀기 시작했다. 애초에 급하게 만든 디자인이고, 디자이너들도 처음 해보는 형식이니 기존의 드레스를 수정한 거라 아마 몸을 꽉 조이는 형식일 거라 꽤 불편하겠지.

­펄럭, 펄럭!

“으으. 시원해라.”

옆에 앉아서 부채로 흔들어줬다.

상체를 감싸던 천이 풀리자 그동안 조여진 가슴이 출렁하고 춤을 추면서 그 모습이 드러났다.

천들 사이에 은근슬쩍 보이는 우윳빛 피부와 선홍색 유두가 은근히 보여왔다.

그리고 덥긴 더운지 목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하나가 또르륵 흐르더니 젖가슴 사이 계곡 사이로 쏙하고 들어갔다.

“여기도 해줘요.”

“너도 참….”

부채의 바람을 즐기던 이리나가 잠깐 날 보더니 슬그머니 다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아예 대놓고 즐길 작정이구나.

“왜요?”

“아무리 그래도 남사스럽진 않냐?”

“남사스럽기는 무슨. 어차피 이제 다들 알 건데요?”

당당하게 말하는 게 정말 뭐가 있나?

내가 이해하지 못하자 이리나는 피식 웃었다.

“정말로 모르셨구나. 아무리 파트너라고 해도 같이 손잡고 퇴장하는데 딱 봐도 그거지.”

이리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새끼손가락을 까딱까딱했다. 이 세계에서 그게 그런 의미냐?

“자, 어서요. 더워요~”

소파에 누운 이리나가 치마를 펄럭거리며 덥다고 외친다.

펄럭이는 천 너머로 그녀의 늘씬한 다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식혀줄 거죠?”

짓궂은 미소를 하는 이리나에 나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은근히 유혹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오늘 아예 날 잡은 것 같은데.

어쩐지.

여기까지 들어오는 것도 원래 그냥 앞까지만 배웅해주려고 했는데, 숨쉬기 힘들다고 안쪽까지 도와달라는 것도 다 이래서였구먼. 주변을 살펴보면 그래서 시녀는커녕 하녀도 없구만.

은근슬쩍 다리를 벌린 상태로 천천히 치맛자락을 올리는 이리나를 바라봤다.

가슴골이 넘칠 정도로 드러나 있고, 아슬아슬하게 유륜이 달빛에 비쳐서 살짝 보일 정도며 치맛자락은 허벅지까지 올라왔다.

성인식에서 춤을 추고, 몸을 꽉 조였던 코르셋과 천에서 막 해방된 몸에 맺힌 땀이 한 방울 흐른다.

그런 그녀와 시선을 마주치자 눈웃음을 짓고 있지만,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자, 자. 어서요.”

으음.

여기까지 왔으면, 남자답게 행동해야겠지.

­드르륵!

“와앗.”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난 내 모습에 이리나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우, 그, 레오님?”

“…….”

아무 말 없이 가까이 다가갔다.

서서히 붉어지는 이리나의 얼굴. 아까까지 당당하게 이쪽을 유혹하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얼굴을 붉히면서 쥐고 있던 치맛자락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근데 그래 봤자, 다리의 노출이 더 나오는데.

“자, 잠깐만……!”

“잠깐? 이렇게까지 해놓고?”

거의 덮치는 모습으로 소파 위까지 올라왔는데, 그걸 이리나가 막았다.

얼굴을 보니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씨, 씻고 오면 안 될까요?”

“……될 리가 있냐.”

그대로 덮쳤다.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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