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 〉 포상 1
* * *
콰아앙!
“다 잡아! 저항하면 죽여버려!”
기사랑 비교할 수 없고, 하급 모험가와 비슷한 마력을 가진 병사. 그런 병사도 일반인, 평민과 비교하면 초인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준다.
“으아아아악!”
열리지 않게 막아놓은 문도 거대한 둔기로 때리는 순간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모습을 보며 건물 안의 사람들…… 철수 명령으로 움직이려고 했던 붉은 피들은 곧바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그걸 바라보면서 여기사, 세린 포에나가 바로 검을 휘두르자 쥐새끼처럼 도망치는 붉은 피의 발목이 잘렸다.
“크아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 새끼들, 당장 무릎을 꿇고 대가리 박아!”
“움직이면 쳐 죽인다!”
사실 붉은 피의 악명이 최근 퍼지기 시작했지만, 애초에 힘없는 놈들이 뭉친 곳이다. 당연히 제대로 단련된 병사는 물론이고 정예 병사 하나 상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곳은 정말로 드물다.
습격하기 전 철저하게 살펴본 세린은 영주님이 잡은 흔히 말하는 간부급에 해당하는 자가 없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습격했다.
“그, 그들이 정말로 붉은 피였군요…!”
“일단 이 마을은 이게 끝인 듯합니다만, 앞으로도 주의 깊게 살피시길 바랍니다. 제가 월권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이번 일은 영주님께서 상당히 분노하고 계시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기사님만 믿겠습니다!”
세린의 말에 새파랗게 질린 중년의 남자와 그 뒤에서 겁먹은 얼굴로 보고 있는 촌장은 새파랗게 얼굴을 끄덕였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세린은 남은 일들을 지켜본 후 이 마을의 일이 끝났다고 판단하고 다음 마을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번 일에 대해 위의 생각은 남부 지방의 모든 붉은 피의 척결을 시행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뮐러는 깨끗하게 청소할 생각이었다.
집합 지점에 모인 세린과 다른 기사들은 앞으로의 일정, 계획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마지막 마을로 조심스럽게 잠입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이걸로 자신이 맡은 마을은 끝. 일행 끝에서 뒤를 따라가며 세린은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펼쳤다.
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을 두 개 접었다.
‘특수한 상황에 따른 긴급 편성으로 성의 치안 임무만 2달째로 20점.’
나머지 세 개.
‘이번 붉은 피 박멸 임무로 내가 맡은 마을이 3개니까 30점.’
손가락을 하나, 하나 조심스럽게 접는다.
그렇게 해서 천천히 접은 손가락은 9개. 그렇게 카운트를 하다 보니 나머지 하나가 부족했다.
마지막 마을의 경우는 다른 루트로 움직이는 기사와 합류하니까 이번은 좀 애매하다. 마지막에 펴진 손가락을 보고 세린은 울상을 지었다.
이렇게 되면 다음 특수 임무까지 점수를 얻을 기회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문득 앞을 걷던 기사가 뒤를 힐끔 돌아봐 세린과 눈이 마주쳤다.
세린의 선배에 해당하는 여기사로 프란츠에서 함께 이동한 기사다. 사실 세린처럼 프란츠에서 뮐러로 온 여성 기사들이 꽤 많다.
그럴 수밖에.
공을 세운 기사에게 주는 최고의 포상은 땅이다. 그런 토지를 가지고 부를 벌고, 그렇게 역사를 축적하는 것으로 혈통을 단단하게 다지는 것이 기사의 꿈이다.
그런데 남성 기사들의 최고의 포상이 땅이라면, 여성 기사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역사를 축적하는 혈통의 질을 높이는 최고의 기회. 바로 성은이다.
성욕에 대해 프란츠는 다른 가문보다 더 심한 편이긴 하지만, 애초에 다른 귀족 가문들도 그런 성향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런 적은 편인 성욕을 같은 귀족 상대로 하기도 바쁜데 여기사에게 성은을 주는 기회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의 주군이자 이젠 한 땅의 주인인 레오릭 프란츠는 다르다!
“난 성과를 내는 자, 공을 세우는 자에겐 그에 합당한 보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어느 날 뮐러에 있는 대부분의 기사를 앞에 두고 말한 그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단순히 주군의 말에 충성을 바쳐야 한다며 그대들의 충성심과 열정을 내 편한 대로 부리고 싶지는 않구나. 그렇기에 나는 그대들의 충성심에 성과금을 준비하고자 한다.”
성과금!
정말로 달콤한 마법같은 단어. 그런 영주님 뒤에 있던 클로에가 죽은 듯한 눈으로 영주님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피곤해서 그런거겠지.
어쨌든 성과금이라는 말에 기대에 들뜬 기사들은 영주님을 바라봤다.
“지금부터 임무를 수행하게 될 기사에겐…… 열정 페이라고 하자. 열정 페이를 지급한다.”
열정 페이!
그것은 평상시 업무는 물론 당연한 의무로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주는 포인트가 아니다.
“긴급이 필요한 임무, 특수한 잠입 임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임무. 물론 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할 수 있는 임무가 아니지만, 그렇기에 솔선수범. 모든 걸 각오하는 열정을 가진 채로 임무를 수행하는 기사들에게 열정 페이를 지급한다.”
그렇게해서 모은 열정 페이가 100점이 되면 작은 포상이 주어진다.
“물론 평소의 업무에 대해서도 공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이건 그거랑 전혀 다른 문제로 평소의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오히려 처벌해야 마땅하니까. 그것을 알도록 하고. 어쨌든 이 열정 페이를 100점 모으는 자에게 주는 포상으로는 그대들이 원하는 것을 한 가지 들어주도록 하지.”
뭐든 들어주는 건 아니다.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과한 요구는 거절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세린은 손을 들었다.
“그래. 뭐지?”
영주님, 레오릭 프란츠의 시선이 향해질 때 두근거리는 가슴을 참고 세린은 외쳤다.
“소, 소원에는 성은이 포함됩니까?!”
순간 모든 기사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그건 포상으로는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세린에는 믿는 것이 있었다.
한때 동기로 지금은 상관이라고 할 수 있는 클로에와는 사적으로 자주 만나는 사이다. 그녀가 평소 자주 떠들고 다니지 않고, 오히려 숨기고 있지만 제일 친한 친구로서 동기로서 그런 흔적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제일 큰 증거로는 측근이 된 시점부터 같이 속옷을 사러 간 적이 거의 없다!
이전부터 소문은 있었다.
영주님, 레오릭 프란츠의 성욕이 어마무시하다는 것은!
조용해진 이 일대에 영주님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지는 것을 보고 얼굴을 붉혔다. 곧바로 숙이고 싶지만 애써 참고 시선을 마주쳤다.
살짝 지은 미소와 아름답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 마치 예술품을 보는 것 같은 주군의 아름다운 외모에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때 클로에는 식은 눈으로 자신의 주군을 바라봤다. 분명 그 상황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랑 다르겠지. 클로에는 한숨을 참았다.
“그것도 가능하겠지.”
“꺅!”
“어마나!”
순간 세린을 비롯한 여기사들이 비명을 지르려다가 입을 막았다. 계산적인 부분이 없다곤 할 순 없지만, 여기사들은 물론 영지의 모든 여자에게 있어 레오릭 프란츠는 그야말로 지고의 예술품이자 누구나 가슴 속 꿈꾸는 이상의 남자라고 할 수 있다.
평민인 하녀들의 이름조차 외우고 다니며 자상한 배려는 물론 시선이 마주치거나 미소를 지을 때마다 쓰러지는 하녀도 나올 정도! 최근 뮐러의 하녀들 사이에도 한 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서로 숙덕거리는데, 당연히 여기사들 사이에서도 그 입장이 낮을 리 없다.
어떻게 한 번이라도 가까이 모시고 싶다는 여기사부터 혈통 이런 거 상관없이 그저 하룻밤을 꿈꾸는 여기사까지. 그 인기는 엄청났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마치 짐승처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쓴웃음을 지으며 끝을 향해 가는 순간.
“저기…….”
마지막으로 어떤 한 남자 기사가 손을 들었다. 머뭇거리면서 약간의 기대감을 담은 눈빛으로 레오릭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포상으로 당사자가 아닌 가족…… 그러니까 아내도 성은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 상황에 따라서지?”
레오릭은 진심으로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대답했다.
* * *
선배가 세린을 향해 가리키더니 손을 쫙 펼쳤다.
‘너 100점 다 모았어?’
세린은 고개를 흔들고 9개만 펼쳤다.
‘90점이요. 선배는요?’
히죽.
선배가 웃으면서 손을 펼쳤다.
‘100점이지롱.’
아, 너무 부럽다!
세린은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10점 더 얻을 방법이 없을까. 물론 영주님은 어디까지나 보너스라는 개념으로 모든 소망이 이루어질 순 없다고 했다. 그걸 고려하고 너무 과한 것은 금지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으득!”
영지 끝자락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 공을 세울 것도 없고. 일단 보이는 붉은 피는 전부 때려잡아서 이 분을 삭여야겠다.
세린은 그렇게 이를 악물며 마을에 잠입했다.
* * *
“뭐지, 이 가루는?”
세린은 이상한 가루를 바라봤다.
꽤 화가 나서 들이박았는데, 이상한 걸 주웠다.
기를 쓰고 숨기려던 붉은 피의 팔을 자른 후, 가루가 들어간 병을 주웠다.
기묘한 빛이 나는 가루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아주 불쾌했다.
“……찬스?”
공인가?
뭔가 특별한 가루인 건 확실하다.
즉, 공을 세웠다는 이야기.
세린의 눈이 빛났다.
“더 철저하게 뒤져야겠어! 야! 뭐들 하냐! 먼지 하나 놓치지 않고 전부 다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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