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금수저 이야기-119화 (119/143)

〈 119화 〉 빡침 ­ 3

* * *

회의는 계속된다.

“일단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만, 재생 능력은 없는 듯합니다. 거기에 시간이 갈수록 숨이 약해지는 것을 봐서는 얼마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치료해도?”

“예. 마력 무효화 때문인지, 치유의 마력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제로 출력을 늘리면 어느 정도 상처가 치유되는 것과 동시에 신체에 거부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구소의 사람이 말하길 길어도 내일까지라고.”

마력 무효화는 치유의 마력까지 거부한 다라.

골치 아픈 문제긴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녀석들의 군세는 일회용이라는 소리겠지.

“무효화의 출력은 어떻지?”

“측정된 데이터 값에 따라 오차가 있긴 하지만 대략적인 결과로는 큰 변화가 없다고 합니다.”

“즉, 죽기 직전까지 가도 무효화 하는 힘 자체는 큰 변화가 없다는 건가.”

이 부분은 지금까지 얻은 물건으로 조금 더 연구를 해봐야 알겠네. 아니면 다음에 또 만났을 때라던가.

“제일 중요한 건 어느 정도까지 무효화 할 수 있냐는 거다.”

적어도 작위급 귀족 상대로는 통하지 않은 것은 내가 직접 확인했다.

내 말에 지크는 보고서를 펼치며 말하기 시작했다.

“정예 병사, 일반 모험가의 마력은 거의 완벽하게 무효화하는 것 같습니다.”

“그건…….”

그건 좀 위험하군.

물론 기사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니 상대가 힘든 건 아니지만, 만약 그 괴물의 수가 늘어나면 커버가 어렵다는 소리다.

마력 보유자를 가지고 있는 영지의 군대는 강력하지만, 문제가 있다.

수가 부족하다는 것.

만약 그 괴물이 다수의 무리로 성동격서 같은 짓을 벌이면 막을 방도가 애매해진다.

내가 직접 출전하는 거에도 한계가 있고.

“대신 물리적으로 강화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 통하는 건 밝혀졌습니다.”

“검에 마력을 넣는 방식을 말하는 거겠지?”

“예.”

간단히 말하면 오러나 검기 같은 건데.

클로에를 비롯해 기사 같은 타입도 중거리로 공격하는 방식을 선호하기에 그런 타입은 드문 편이다. 애초에 어려운 방법은 아니라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지만, 그걸 쓸 때 중요한 건 백병전 능력인가.

이 부분은 클로에도 이자벨도 괜찮겠지만.

“저라면 출력을 높이는 방식이 더 좋겠네요.”

“그렇겠지.”

트리아나의 말대로 그녀 정도의 마력이라면 차라리 출력을 올리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다.

백병전의 어려운 점은 마력이 가진 특성, 만능성을 생각하면 상대가 어떻게 공격할지 모르는 거다.

하물며 사샤의 말대로라면.

“예. 회복된 사샤양의 상태를 봐서는 상처가 생길 때만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테스트는 아직 하지 않았지만, 상처 때문에 마력의 소실 현상이 일어난다면 한층 더 복잡해지네요.”

“접근전은 어렵다는 건가.”

사샤의 치료도 내가 직접 해줘서 그렇지, 밑에 사람들을 시켰다면 치유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 그것도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한 명 두 명이 아닌 수십, 수백 명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단 최대한 자료를 뽑아. 다음에 또 비슷한 놈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뽑은 자료는……. 일단 아버지, 프란츠 백작님에게 보내고 그 이후는 한 번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전해.”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떡인 지크에 한숨을 쉬었다. 만나면 좋겠지만. 문제는 시간이 없다.

“다음은?”

“네. 짐을 조사했습니다.”

이자벨이 곧바로 보고를 시작했다.

다만 성과는 없다.

“별다른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골치 아프네.”

만약 그걸 숨겼다면, 숨겨도 문제다. 지금부터 그 흔적을 발견할 때까지 성문을 통과하는 모든 놈을 뒤질 수도 없다. 거기에 암호화가 되어 있다면 딱 봐도 알 수 없는 형태라면 더더욱.

“지하실에서도 별다른 성과는 없었습니다. 연구의 흔적을 찾긴 했지만, 그걸로 알 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일단 지금은 더 알 수 있는 건 없고, 나머지는 고문 결과에 따라서인가.

“어떻게 생각하지?”

“…….”

내 말에 다들 침묵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내 사람들은 물론 뮐러의 대부분도 젊은 편이다. 이전 세대 출신이라고 해도 거의 끝자락인 사람들이고 붉은 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조용해진 가운데 트리아나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선대 뮐러 영주에게 연락해봤습니다만, 이전 전쟁에서 붉은 피는 하수인이 아닌 간부급 요인이 사로잡히면 아지트 대부분을 곧바로 파기시킨다고 합니다.”

“……그런 곳이 조직으로서 성립될 수가 없어. 붉은 피니까 가능하다는 건가?”

증오만으로, 혐오와 열등감만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라 가능한 건가. 밑에 놈들은 대부분 일회용 탄환이고.

“설사 그렇다 해도 아예 정보가 없을 수는 없어. 그놈도 목숨 걸고 왔을 건 아니었을 거야. 체내의 마력 반응이나 마정석으로 만든 팔찌를 봐서는 그대로 탈출했을 거고 실제로 내가 곧바로 가지 않았다면 놓쳤을 가능성도 컸지.”

즉 알고 있는 정보도 많을 거고, 포획된 사실을 알아차려도 곧바로 자신들의 위치를 이동하는 데는 힘들 거다.

“그리고 이걸 곧바로 이용하지. 이자벨. 트리아나.”

“네.”

“네.”

현재 성 밖으로 사람이 빠져나간 흔적은 없다. 중요한 구역은 전부 기사와 병사들이 순찰 중이고.

“비밀리에 사람을 파견해.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 은밀하게. 니냐와 사샤에게 말해서 사람을 구하고. 적어도 뮐러 영지 안에 있는 놈들의 아지트는 이번 일로 전부 숨어들거나 도망칠 거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수상해 보이는 놈들의 움직임은 전부 찾는다. 물론 완벽하게 처리하기 어렵다고 해도 대부분 잡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저번 전쟁으로 각 마을에 파견된 사람들도 대부분 물갈이가 됐기 때문에 각 마을에서 놈들과 내통하는 놈도 크게 줄었을 거다.

“그리고…… 준비는 지금부터라도 해야지.”

지금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을 생각하면…….

“성의 사람들의 입단속을 철저하게 하도록. 세바스찬.”

“네. 영주님.”

우선 세바스찬에게 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단속부터 관리하도록 하고.

“나를 비롯해 모든 기사와 귀족은 비정기적으로 영지를 순찰한다.”

“영지를요?”

“영주님이 직접 말입니까?”

웅성거리는 주변의 반응에 고개를 끄떡였다.

“물론 내가 움직이는 건 비밀로 할 거니 여기 있는 사람들만 알고 있고, 내 직속 하녀에게 내가 방에 머무르는 것처럼 꾸미게 시킬 생각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평소라면 곧바로 알겠다 할 클로에가 이걸 말하는 건 주변 다른 사람을 위해서겠지. 그런 클로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이 움직인 이유가 있을 거야.”

왜 하필 지금?

인체 실험의 결과물. 저 괴물을, 마력을 무료화하는 능력을 갖춘 괴물을 만들어내는 약만 가져갔다면 우리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가져갔을 확률이 높았다.

“단순히 자료와 입막음이 목적이라면 조용히 사라졌을 거야.”

“일부러 소란을 낼 필요가 있었군요?”

“그래.”

그리고 하필 얼마 후면 이리나의 성인식이 있다. 아직 제대로 된 증거도 없고.

“자세한 건 놈을 심문해서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하겠지만.”

앞으로 있을 일을 생각할 때, 지금 만약 소란이 일어나서 이 땅에 초대된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겨봐라.

골치 아픈 일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잡았다.

“만약 뮐러에 수작을 부릴 거면 한 번 더 하겠지. 더군다나 당장 있을 성인식을 생각하면 보랭 가문부터 시작해 각 지방의 이름있는 명가들이 대거 참석할 거고 그 틈에 수작을 부릴 가능성은 충분해.”

“그렇군요.”

그리고 동시에.

“소문도 퍼트려.”

“소문요?”

붉은 피에 대해서 나 혼자 상대할 필욘 없다.

물론 성실하게 받아들일 사람도 있겠지만, 애초에 나도 가지고 있던 붉은 피에 대한 인식을 생각하면 한 귀로 흘릴 사람도 많겠지.

“놈들이 마력을 무효화하는 병기를 개발했다고.”

“……그건 위험하지 않습니까?”

내 말에 다들 심각한 얼굴이 됐다.

위험하긴 하지.

“근데 내 알 바는 아니지. 이 소문으로 붉은 피라는 조직이 더 커질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사태의 심각성이 커져서 신경 쓸 귀족이 많아지는 것으로도 충분해.”

나 혼자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무슨 목적이든 내 알 바냐. 말려 들어갈 거면 전부 말려 들어가라.

내 말에 부하들의 얼굴이 기묘해졌다.

왜?

“괜찮은 겁니까, 그거?”

“괜찮아. 뭐, 나쁜 마음을 품을 귀족도 생길 거고, 어떻게든 그 병기를 챙겨서 자기들끼리 독자적으로 운용할 귀족도 생기겠지.”

하지만 병기의 개발은 원래 그런 거 아니겠나. 한쪽에서 고성능 병기를 개발하면 다른 쪽에서도 그에 맞먹는 성능을 가진 병기를 개발한다.

전쟁 때야말로 과학의 발전 속도가 제일 빨라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애초에 어쩌면……. 아직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지만.”

놈들은 이 약에 대해 그리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난리를 피울 목적이든 뭐든, 마력을 무효화하는 괴물을 풀어버린 채 그걸 관찰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붉은 피 자체가 귀족이랑 결탁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그러면 차라리 나라 전체의 모든 귀족을 엮어서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내 영지에 손을 쓴 이상, 놈들과의 전쟁은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 그렇다면 놈들의 계획도, 꿍꿍이도 전부 망쳐주마. 유감스럽게 심리전 같은 건 자신이 없으니까 말이지. 그렇다면 차라리 힘 싸움으로 간다.

모든 귀족과 엮는다.

그 혼돈의 끝이 전쟁이라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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