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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금수저 이야기-117화 (117/143)

〈 117화 〉 빡침 ­ 1

* * *

거대한 버섯구름이 솟아올랐다.

“맙소사.”

멀리서 그것을 관찰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마정석으로 만들어진 팔찌를 자신의 팔에 채우고, 조직에서 만들어낸 체내의 마력을 잠재우는 약을 먹어서 마력의 흔적을 최대한 없앤 후, 유리를 가공해 만든 망원경이라고 불리는 물건으로 그 모습을 관찰한 퍼플의 나인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흘렸다.

“작위……. 그것도 고유의 마력이 담긴 마정석을 들고 다닌다고?”

나인은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여기까지 그 여파가 끼쳤다. 난폭한 바람이 주변 일대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저 마력은 폭발에 특화된 건가? 아니면…….”

저 정도의 강력한 마력이 담긴 폭발은 그조차도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그 폭발을 관찰한 그는 순간 몸을 숨겼다.

­화아아악!

날이 밝아온다.

“뮐러 영주, 레오릭 프란츠…….”

밤 12시.

그가 나타났고.

날이 밝았다.

“괴물 놈……!”

* * *

감각이 둔해진 탓에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 거리에서 일어난 마력의 여파와 그 마력의 주인을.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맙소사.”

이자벨이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따라가면 건물 몇 채는 날아간 것 같은 크레이터가 있었다.

“사람은?”

“주, 주위에 크게 다친 사람들 빼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나 역시 한 번 훑어봤지만, 크게 다친 평민은 없는 것 같다. 일단 다행인 건 그렇고.

크레이터의 중심에 있는 불그스름한 구체를 바라봤다.

주황빛이 흘러들어오는 동그란 거품으로 이루어진 마력의 결정체. 그 속에 있는 것은 사샤였다.

“……후우.”

다행인 건 큰 상처는 없어 보인다는 것에 안도의 숨을 흘렸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정신을 잃은 것 같긴 하지만 다른 피해는 없어 보였다.

“그럼.”

스윽.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것.

“끄, 끄륵!”

살덩어리가 부푼 것 같은 기이한 생명체는 꿈틀거리며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원래는 어떤 형상인지 모르겠지만, 전신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구워져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 대부분의 몸체마저 대포라도 맞은 듯이 터져나가고 있었다.

“정리부터 할까.”

­탁!

손가락을 튕기고, 전신에서 마력이 솟구치며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내 마력을 담은 구체는 순식간에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주변을 환하게 밝히기 시작한다.

달빛이 의미 없어지며, 한낮처럼 밝아진 하늘 아래 서서히 빛이 뿌려진다.

“아. 아……?”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몸 위로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그 햇빛이 비치며 사람의 표정이 서서히 풀어주기 시작했다.

“큰 상처도 없고. 죽은 사람도 없고.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끄륵, 까끄극!”

꿈틀거리는 살덩어리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뭐, 죽어가는 게 맞겠지. 신음도, 움직임도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까. 그리고 마력은…….

“뭐야, 이 불쾌한 마력은.”

죽음이나 원한, 저주 같은 부의 감정이 섞인 그런 고유의 마력은 아닌 것 같은데. 생김새부터 시작해서 도저히 자연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단 포획이나 해볼까?”

손에서 피어오르는 마력으로 놈의 움직임을 구속한다. 이거, 사람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치료하면 치료가 되나? 일단 이놈이 이 사태의 원인인 것 같긴 한데. 이대로 성으로 옮겨야겠군. 마력을 사슬처럼 놈의 몸을 묶어 들어 올리려고 했다.

“음?”

괴물의 두꺼운 몸뚱어리를 둘둘 말아서 들어 올리려고 했을 때였다. 놈을 구속한 마력의 족쇄에 미묘한 저항이 느껴졌다. 이건…….

“저항력은 아닌 것 같고.”

하지만 더 자세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놈의 몸통에 직접 건드린 마력의 족쇄에 계속해서 거슬리게 하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저 상태에서도 내 마력을 저항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거랑 뭔가 본질에서 다른 느낌이 든다.

“아.”

그렇군.

족쇄를 이루는 마력의 결속을 약하게 해봤다. 괴물의 몸통을 묶던 사슬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더니 그 형태가 무너지려고 했다.

“마력 무효화라.”

놀라운 능력이긴 하지만, 판타지 세계라면 한 번쯤 나올만한 기술이긴 하다. 나라도 보는 건 처음이긴 한데. 일단 다시 마력의 결속을 강하게 한 채로 묶어놨다. 이 상태가 돼서 약해진 건지, 원래 이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는 아주 약간 거슬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레오님!”

“니냐?”

잠시 놈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을 때 병사나 기사들이 나타나기 전에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니냐였다. 유흥가 근처니 니냐가 가깝긴 하겠지만 이 정도로 빨리 나타나다니.

“꺄악! 사샤…!”

니냐는 주변의 모습을 보더니 당황하다가 붉은 구체 안에 있는 사샤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그, 그렇군요.”

안도의 한숨을 쉬는 니냐는 내가 묶어 놓은 괴물을 바라보고 얼굴을 굳혔다.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곧바로 올 정도면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네. 지금이라면 성에도 보고가 됐을 텐데…….”

“아, 엇갈렸나 보군. 좋아. 일단 당장 아는 거라도 말해봐.”

니냐는 고개를 끄떡이며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과연.”

전에 말한 남자의 흔적을 찾았고,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도중에 성 밖에서 들어온 쥐새끼까지 찾았다고.

그리고 그렇게 설명하는 사이 클로에를 비롯한 성의 병사들까지 전부 도착했다.

“일단 이 근처를 폐쇄하고 사람들을 물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떡인 클로에가 병사를 지휘하며 주변에 배치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니냐를 바라봤다.

“그 쥐새끼는?”

“지금 여관에 있다고 합니다. 또 걸릴 놈이 있을까 싶어서 계속 감시 중입니다.”

“사람 붙여줄 테니까 붙잡아.”

“예.”

좀 퀭한 얼굴에 부스스한 걸 보면 자다가 온 것 같은데. 미안하네, 트리아나. 내 말에 곧바로 기사들을 이끌고 떠나는 것까지 확인했다.

“그리고 그 건물이 어디라고?”

“……건물이 무너져서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제가 알기론 저기 중앙에 있는 건물입니다.”

마지막으로 니냐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폭발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긴 한데, 워낙 위력이 강해선가 건물은 아예 무너져버렸다. 그래도 단서 전부가 없어지진 않았겠지.

­우웅!

손짓으로 이 근처에 떨어진 건물 파편들을 공중으로 들어 올려 치웠다.

“음.”

엉망이 된 장소를 보면 이건 나중에 따로 밑에 사람들을 시켜서 알아봐야겠다. 하지만 놈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중요한 단서는 없겠지.

건물 파편을 치우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팟!

빛으로 주변을 밝히며 천천히 걸어갔다. 나머지 아이들은 주변 경계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고 있어서 니냐가 조심스럽게 따라오고 있었다.

“엉망이네요.”

“그래. 쓸만한 단서도 얻기 힘들겠어.”

한바탕 난리를 피웠는지 제대로 된 물건이 없다. 애초에 위에서 일어난 큰 충격의 여파가 여기도 끼쳤고…. 남아있는 도구들을 보면 뭔가 있었던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 부서져 있고, 마력도 쓰지 않고 물리적으로 부순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료가 없다.

“하지만.”

하나 이상한 점이 있다.

저 괴물이다.

저 괴물이 갑자기 나타났을 리가 없고, 만약 오래전부터 여기에 있었다면 괴물을 가두고 있을 우리 같은 게 있어야겠지.

그런데 그게 없다는 건.

“니냐. 놈이 접선하고 나서 계속 여기에 머물렀나?”

“예. 하수인으로 보이는 놈들이 빠져나오긴 했지만, 목표물은 계속 이 건물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력으로 주변을 살펴본다. 비밀 통로 같은 것도 없다. 즉.

­고오오오오!

그대로 하늘로 치솟았다.

밝은 태양 아래 낮처럼 환하게 밝혀진 구역을 내려다봤다. 병사와 기사가 일정 구역을 통제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나 때문에 놀란 모습이 보였다.

그들뿐만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곳을 바라보며 구경하던 사람들 나를 바라본다. 그 중엔 내 모습에 무릎을 꿇으며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고.

“흠.”

조금 전에 살폈을 때, 마력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지만. 수상한 흔적이 없는 건 아니다. 목표물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도 이상하고. 차라리 그 괴물이 원래는 목표물이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놈들이 인체 실험을 했다는 건 유명하지 않나.

­우우우웅!

내 몸에서 솟아오르는 마력.

거대한 태양에 마력을 집중한다. 주변을 밝히며 치료하던 힘을 거둔다.

정신을 집중한다.

밤이라고, 달이 떴다고 감각이 둔해졌다. 하지만 마력을 무효로 하는 저 괴물에게 압도적인 힘으로 잡는 거랑 똑같다.

압도적인 힘 앞에선 무의미하다.

손가락으로 태양을 가리켰다.

내 손길에 따라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심장처럼 거대해진 태양이 두근거리며 박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는 구역을 벗어나 도시 전체를 낮처럼 밝히는 태양의 빛이 도시 이곳저곳에 흩뿌려지고 있다.

“빛이 있으라.”

대형급 몬스터, 미식가의 은신 능력을 무효로 했을 때와 방식은 똑같다.

빛이 있으면, 밝아진다. 태양 앞에서 숨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도시에 뿌리고 있다.

그 빛줄기 하나하나가 나의 새로운 팔, 새로운 귀, 새로운 눈이 되는 것처럼. 나의 감각은 점점 확장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찾았다.”

시선이 향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놈을 발견한다.

건물에 남긴 아주 작은, 아주 희미한 마력. 낮이라고 해도 정신을 집중하지 못했으면 찾지 못할 정도로 너무 희미한 마력. 적어도 단순한 모험가 수준은 뛰어넘었다. 천부적인 마력이 아닌, 단련으로 얻은 능력. 그렇게까지 단련한 솜씨는 인정하지만.

“일단 죽기 직전까지 죽어라.”

­콰직!

거대한 빛의 기둥이 놈의 위에서 내려찍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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