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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금수저 이야기-116화 (116/143)

〈 116화 〉 전초전 ­ 4

* * *

그걸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사샤였다.

하나는 그 위치가 유흥가에 가까웠다는 것.

두 번째는 화원에 있는 니냐에서 멀어져 업무의 이야기로 다른 곳에서 돌아오고 있었다는 것.

세 번째는 순수하게 그녀의 재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멈추세요.”

“네? 옙. 알겠습니다.”

마차를 타고 이동하던 사샤는 굳은 표정으로 마차의 문을 열었다.

아주 약하지만, 분명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정신을 집중했다.

“마력이…….”

모험가의 싸움질이라고 하기엔 마력의 파장은 하나다. 거기에 이런 거리까지 퍼질 정도로 마력을 뿌리는 것은 하루 이틀 감금되거나 벌금을 내는 거로 끝나지 않는다.

“먼저 돌아가세요.”

“네? 그렇지만…….”

“그리고 니냐에게…….”

느껴지는 마력의 파동이 있는 위치.

설마 하지만…….

“니냐에 당장 경비대에 연락하라고 하세요. 위치는……”

잠시 방향을 재던 사샤가 인상을 찌푸렸다.

“쥐구멍이라고.”

“네, 넵!”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마부는 곧바로 대답하고 급하게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

잠시 방향을 재던 사샤는 곧바로 마력을 일으켰다. 푸른 마력빛이 그녀를 감싸는 것과 동시에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 * *

“으아아아아아악!”

뜨겁다.

뜨겁다아아아아!

고통, 분노, 공포.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 눈앞에 있는 남자에 손을 뻗었다.

“사, 살려…!”

“흐음.”

나인은 몸이 변형해가는 그것을 내려다봤다.

“성공했다는 연락이 왔지만, 생각보다 상태가 나쁜걸. 개선의 여지가 있겠어. 그러나…….”

나인의 마력이 한 움큼 뿜어져 나왔다.

작은 물방울처럼 뭉친 마력이 천천히 그것에게 뻗어져 나간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는 순간, 마력의 물방울은 펑, 하고 터졌다.

“좋아……!”

실험은 성공이다!

나인은 입가를 비틀었다. 100년 넘는 시간. 퍼플의 염원이 드디어 성공했다!

“이딴 작은 지부에서 성공하다니, 예상치 못했지만, 오히려 이것이 인간의 가능성을 증명하는군! 역시 사람은! 인간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

광기에 가득 찬 눈동자로 그것을 바라보던 나인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기척을 느꼈다.

“벌써 사람이? 기사인가? ……아니, 여기는 외진 구역이야. 아무리 그래도…….”

몸을 숨겨야 할까. 아니면 이 실험체를 조금 더 관찰해야 할까.

잠깐 나인은 고민했다.

어느 정도 수준의 마력 보유자 상대로 물러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곧바로 끝내지 못한다면 기사들까지…… 아니. 귀족이 도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직, 아직은 안돼. 창날은 완벽하지 않아. 좀 더, 날카롭게… 예리해져야 할 시간이 필요해…….”

인간이 아닌, 괴물인 그놈들을 상대하기엔 아직 불완전하다. 더욱더 확실한 타이밍에, 그들이 신이 아닌 단순한 괴물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기에…….

“숨어서라도 지켜볼까……?”

몸을 숨겨서 관찰한다고 해도 걸릴 가능성이 존재지만,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는 정도는 거기에 이 결과물이 어느 정도 할 수 있을까. 그것만은 꼭 보고 싶다.

“으, 으으윽! 흐억!”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는 그것은 이제는 도저히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형태가 되었다. 그것을 바라본 나인은 고개를 끄떡였다.

“너의 마지막만은 지켜보도록 하지, 진정한 인간인 붉은 피를 가진 우리의 형제여! 너의 희생은 이 세계가 새로운 시대가 된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신의 시대에서, 귀족의 시대로. 그리고 시대는 지금! 드디어 인간의 시대가 된다!”

나인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는 진심으로 외쳤다.

“동포여! 잘 있거라!”

나인은 그렇게 외치며, 어둠 속에서 서서히 그 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아무도 없는 지하실에는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한때 인간인 존재가 있었다.

“으, 으으으! 갉! 그그그가가가각각!”

그것은 이제, 인간이 아니다.

괴물이 되었다.

* * *

­콰앙!

“윽?!”

곧바로 목적지에 도착한 순간, 폭음과 함께 집 전체가 무너지는 모습에 사샤는 몸을 멈췄다.

골목길 사이가 순식간에 먼지로 뒤덮였다. 어두워진 공간을 바라보며 사샤는 마력으로 신체 강화를 한 층 더 이끌었다.

“뭐지, 이 마력은?”

부서진 집.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녀의 날카롭게 갈려진 감각에 걸리는 그것은 꿈틀거리며 자그마한 마력을 주위에 퍼트리고 있었다.

“…….”

그 마력.

기분이 나쁘다.

본능적으로 사샤의 발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마력이 기분이 나빠?”

마력이란 결국 마력이다. 거기에 기분이 좋다, 나쁘다는 감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강한 마력에 의한 압박감. 마력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뜨겁고, 차갑게 할 수는 있어도 마력에 감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고유의 특징을 가지는 마력, 예를 들면 바다나 태양처럼 고유의 마력이 된다고 해도 거기서 느껴지는 것은 실제 바다와 태양에게서 느끼는 개인의 감성의 영역이며…….

­꿈틀!

“윽!”

실제로 사람을 불쾌하게 여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죽음, 시체, 저주, 원한……. 그런 마력을 연구하는 자가 있을 수도 있고 그런 마력에는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저건 뭐지?

­꿈틀, 꿈틀!

“몬스터……?”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 골목길. 거기에 이미 폐허가 된 집과 엉망이 된 바닥. 그리고 지하실로 보이는 풍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것은 부풀어 오른 살덩이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저건 몬스터?”

니냐와 함께 겨루어보거나 레오릭 프란츠와 연결된 이후로 그의 부하인 클로에에게 실전에 대한 가르침을 받긴 했으나 결국 그녀는 실전 경험이 적다.

즉, 미지의 무언가와 대치할 때. 그리고 그것이 마력을 가진 것이라면 조심해야 하는 것은.

의외성이다.

­푸슉!

부풀어 오른 살덩이에서 솟구치는 무언가. 날카로운 가시가 솟아나 사샤를 향해 찔러왔다.

“윽!”

신체를 강화하고 있던 탓에 무의식적으로 몸을 비틀어 피했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팔을 스치는 가시는 자그마한 상처를 냈다. 가까스로 피한 뒤 물러난 사샤는 곧바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아니, 끌어올리려고 했다.

­우우우웅!

“마, 마력이…?”

몸에서 피어오르는 마력의 빛이 커졌다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건…….

“출력이 낮아지고 있어? ……상처에서!”

사샤는 곧바로 팔에 새겨진 작은 상처를 바라봤다. 작은 출혈에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그 상처에서 마력이 흘러나와 공중으로 녹아들고 있다. 처음 겪어보는 기이한 현상에 당황하고 있었다.

“꾸륵, 끄르륵!”

“큭.”

그렇게 상처에 한눈 판 사이, 그것이 다시 일어났다.

거대한 덩어리가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출력이 저하됐지만, 전투에 지장이 되는 정도는 아니다. 다시 한번 마력을 일으키며 괴물을 바라봤다.

­꿈틀!

꿈틀거리는 살덩어리가 또다시 한번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마차 정도로 거대하진 그 움직임은 징그러웠고, 기분이 나쁘다. 거기에 빵처럼 부풀어 오른 덩어리에서 튀어나온 것은…….

“팔? 다리? 설마…… 사람?”

­쿠우웅!

순식간에 덩어리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와 대지를 박찼다. 덩치에 맞지 않는 재빠른 움직임. 이번에는 미리 대비한 사샤는 재빨리 땅을 박차고 뒤로 물러났다.

­콰아아앙!

사샤가 있던 자리에 괴물의 거대한 몸집이 그대로 처박혔다. 그 타이밍을 노려 사샤의 붉은 눈동자가 선명한 푸른빛에 물들기 시작한다.

“하아아앗!”

손끝에서 모여드는 마력. 상상하는 것은 독을 품은 붉은 꽃잎. 마력은 주인의 의지를 받들었다.

­화아아아악!

허공에 퍼지는 마력은 이내 붉은 꽃잎의 형태로 흐트러진다. 꽃잎이 마치 바람에 몸을 맡긴 듯, 두둥실 허공을 아름답게 수놓기 시작한다.

마치 꽃비가 내리는 광경.

꽃잎이 스쳐 지나간 벽은 날카롭게 잘린 자국이 새겨진다. 이 수많은 꽃잎 전부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녀를 수호하는 방패이며 동시에 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칼날이 된다.

“으윽!”

평소보다 강하게 소비되는 마력에 사샤는 인상을 찌푸리고 손을 흔들었다. 그 손짓에 따라 꽃잎은 마치 하나의 생물처럼 괴물을 향해 날아간다.

“끄르윽! 까끅끄윽!”

괴물은 마치 이성이 없는 것처럼 또다시 몸을 꿈틀거리며 사샤를 향해 날아갈 듯 몸을 움직였다.

“찢어져 버려!”

그 움직임을 읽고 있다. 꽃잎의 덩어리는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괴물을 향했고.

“……어?”

꽃잎이 사라졌다.

점점. 괴물에 가까워질수록. 꽃잎 하나하나가 바스러지듯이 가루가 되어 사라져간다. 꽃잎의 형태를 이루는 마력이 흐트러지고, 결국 형태를 유지하지 못해 허공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콰아아앙!

“크윽!”

흐트러지는 마력의 지배력에 당황하면서 어떻게든 피했지만, 지척까지 가까워진 살덩어리에서 또다시 가시가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푸슉!

“늦었……!”

…………레오님!

눈앞까지 튀어나온 가시. 당장이라도 그녀를 꿰뚫을 것 같은 그것을 바라보면서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은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이었다.

­키이이이잉!

사샤의 목걸이에 달린 푸른 보석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붉은빛이.

* * *

어두운 골목.

거대한 굉음과 건물이 무너지는 사태에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소란을 깨닫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밤이라서 많은 사람이 없었다는 것. 남아있던 몇 없는 사람도 재빨리 몸을 피신했다.

“도, 도망쳐!”

­쿠우우웅!

가까스로 도망친 사람들이 뒤를 돌아봤을 때,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건물이 무너지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벼, 병사들을 불러야…….”

단순히 모험가들이 싸우는 일이 아닐 것이다. 겁을 먹은 사람들이 병사를, 기사를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떠들고 있을 때였다.

­키이이이잉!

굉음이 골목길을 중심으로 퍼졌다.

“아아아악!”

“귀가! 귀가아아아아!”

그것은 인간이 받아들이기 힘든 거대한 소리. 만약을 대비해서 평소 마력 보유자들의 전투에 휘말리지 않게 하는 대피 훈련으로 침착하게 어느 정도 거리를 물러났지만, 그런 거리에서, 두 손으로 귀를 막아도 파고드는 그 소리에 귓가에 피를 흘리며 사람들이 쓰러져갔다. 자신의 비명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골목길을 향해 시선을 돌렸을 때.

­­­­­­­­­­­­­­­­­­­­­­­!

거대한 버섯구름이 솟아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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