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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금수저 이야기-113화 (113/143)

〈 113화 〉 전초전 ­ 1

* * *

“으응. 그러니까 뭐라고?”

“네! 축산업입니다!”

축산업.

그거 아마 가축들을 기르는 거였지?

내 시선이 나에게 말한 안경 쓴 청년의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향했다. 지크였다.

“이번 대지의 축복으로 지맥이 예상보다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음. 그렇겠지.”

내가 만들었던 태양의 힘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고 했다. 대지의 축복으로 땅에 깃든 힘이 생각보다 더 좋다는 결과가 곧바로 도출됐다. 기존에 거래한 상단이야 거래 자체는 유지해야겠지만, 이대로라면 거의 1.5배에 가깝게 수확될 예정이라 추가적으로인 거래 루트를 뚫어야 하는데.

“어스레인 공작 각하의 은혜도 있으니, 그쪽 인맥으로 할 예정이긴 했는데….”

“당장 규모 자체는 작습니다! 거래 후 남은 여분으로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 계산이 영 신뢰가 안된단 말이지. 1년 내내 길러야 하니까 개빡센데?

“경험이 있긴 하고?”

“……그건 아닙니다만, 뮐러에는 농사를 비롯한 여러 자료가 많습니다.”

“그건 농사고. 애초에 원래 축산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잖아?”

내 말에 지크가 대답했다.

“대지의 사제분 중 한 분이 말씀하셨는데, 축복받은 대지에서 나온 사료는 기존의 사료보다 더 효율이 높아질 거라고 합니다. 이참에 기존의 축산업의 규모를 키워서 태양의 축복을 받은 대지에서 기르는 뮐러 축산이라는 브랜드를 세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브랜드라……. 이베리코 같은 거?

으음. 확실히 나쁜 건 아니다. 사료가 특별해져서 동물들도 특별해진 다라. 어디까지나 가능할까.

“그럼 일단 해봐. 대신 그 대상을 소나 돼지로 줄이지 말고. 일꾼이 부족하면 사람을 고용해서라도 늘려.”

“알겠습니다!”

자신의 의견이 통했다고 생각하는지, 안경 남자가 활짝 웃으면서 허리를 숙였다. 분명 뮐러 사람이었지?

힘찬 걸음으로 문으로 나가는 안경을 보다가 지크를 봤다.

“요즘 이런 게 많은데?”

단순히 보고서뿐만 아니라 사업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건의사항이 올라오고 있다. 내 말에 지크는 씩 웃었다. 남자가 웃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나빠졌다. 일단 마스크가 어느 정도 되는 거라 어울리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모두 인정하는 거죠. 이제는 이 뮐러의 진정한 주인은 레오릭 프란츠님이라는 것을요.”

“흐응.”

그렇게 태양의 힘이 무서워 보였나?

내 표정에 잠깐 날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뭐, 왜?

“여기에 오고 나서 꽤 시간이 흘러서 다들 알고 있는 겁니다. 레오릭님이…… 영주님이 유능하시다는 것을요. 힘은 이미 두 번이나 경험했으니 모를 리가 없겠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영주님은 충성을 맹세하는데 충분한 분이라는 것을요.”

“그래?”

“네.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곳에 적절하며 합리적으로 사용하시는 주인을 선호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지크는 웃으면서 자리를 떠났다.

흐음.

적절하게 사용하는 주인이라. 그 말에 잠깐 고민했다. 거기에 어울려주는 것은 클로에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마력이 정해지는 거란 결국 어느 이상을 올라갈 수 없다는 겁니다.”

“흠.”

“물론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죠. 훈련할수록 컨트롤이 늘어나고 마력의 크기도 어느 정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지.”

조작 능력이야 극에 다다르면 모를까, 그것도 어느 의미 재능이 필요한 일이다. 태어남과 선천적인 재능. 둘 다 결국은 스스로가 선택할 수 없는 일.

“그러니까 저희 가신들은 영주님에게 충성을 바칩니다.”

“클로에?”

클로에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우리의 주인, 우리의 태양. 고귀하며 영원히 하늘 위에 군림하실 태양이시여.”

그녀의 눈동자에는 내가 어떻게 비치고 있는 걸까. 클로에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영원히 빛나소서.”

* * *

“아아아! 로미! 내 사랑! 저의 거짓된 언어로 태양에 맹세한 죗값을 받는 거군요! 그렇다면 저는 이 목숨으로 죗값을 치르겠어요! 부디 태양이시여! 저는 로미를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은 진실이었습니다! 부디 이 죽음을 증거로써 태양에게 바칩니다! 부디 제 언약을 지켜주시길!”

아직은 공사 중이지만, 어느 정도 정돈된 무대 위에 꽤 많은 수의 사람이 연극하고 있다.

연극 내용은 로미오와 줄리엣. 그것을 조금 비튼 거다. 아니 사실 난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작을 모른다. 대충 내용만 알지. 그걸 적당히 흘리면 이 세계의 작가가 유레카! 라고 외치며 알아서 쓴다.

마지막에 죽은 장면도 원작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대충 가사 상태로 빠졌다가 그걸 착각한 로미오가 진짜 독약 먹고 죽는 건데, 여기는 조금 비틀어졌다.

근데 태양이 엄청 들어가네.

“모르셨습니까?”

“뭐가?”

내 말에 이자벨이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소문이 쫙 놨습니다. 뮐러에 온 새로운 영주가 태양의 화신이라고.”

“하하. 화신이라.”

“하늘에 고고히 떠 있는 태양 그 자체를 불러일으켜 대지의 신이라 추앙받는 어스레인 가문과 함께 축복을 내린 태양신의 사도. 아니면 태양신 그 자체라고. 이미 이 근처에 있는 성소에는 태양을 상징화한 조각상까지 새겨졌다고 합니다. 그것도 정중앙에.”

민간 신앙은 탄압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도들을 정리하는 종교도 없다. 그런 평민들을 위해 각 영지에는 그런 평민을 위한 성소라는 이름의 기도할 수 있는 건물이 있다. 보통 그런 곳의 정중앙에는 그 근처에서 발생한 민간 신앙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자벨의 말은…….

그게 다른 땅에도 퍼졌다는 건가?

“축제를 순회하면서 장사하는 상인이 얼마나 많은데요. 거기에 모험가를 비롯한 유동 인구를 생각하면 남부 지방에는 이제 다 퍼졌습니다.”

“으음.”

“거기에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날 일어난 기적을 태양의 기적이라고 부르면서 많은 병자가 찾아올 정도라 저도 일이 많습니다. 트리아나는 지금 자기 방에서 잠을 못 자고 일하고 있을 겁니다.”

도시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트리아나는 거의 사무실에서 잠자면서 일하고 있다. 미안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나도 일이 많다고.

“의술부터 시작해 문학, 연극, 음악까지. 소문으로만 들으면 거의 인간이 아닌데요? 정말 태양신의 화신입니까?”

“그럴 리가 있나?”

그래도 왜 이런지 알았다.

내가 구경한다는 소문이 이미 퍼졌는지 도착할 때쯤엔 한참 건설이 진행 중일 오페라 하우스가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이거 참. 사단장이 사찰 나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온다고 했으니 뭐라 할 수도 없고.

지금도 연기 중인 배역들이 계속 힐끔거리며 이쪽을 보고 있다. 구석진 곳에 있는 사람은 아예 무릎을 꿇고 기도 중이다.

“이거, 오래 있으면 방해겠지?”

“알고 계시는군요.”

직설적인 말에 상처받았다.

내가 바라보자 쿡쿡 웃는 이자벨이 보였다.

그 날 이후로 행동에 격식이 많이 없어졌다.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는 조심하는 것 같다. 클로에가 꽤 많이 가르치고 있는 것 같고.

“오. 진행 중이네.”

한참 공사 중인 오페라 하우스부터 시작해 도시 전체가 시끄럽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천천히 걸어서 도시를 이동한다. 참고로 변장 중이다.

“대단하네요, 저건.”

걷던 도중 이자벨이 감탄하면서 도로를 바라봤다. 거기에는 기다란 기둥을 세우고 기둥 끝에 달린 곳에서 빛이 나오고 있다.

음. 그래. 가로등이다. 현대 디자인은 아니고, 이 시대에 어울리는 양식으로 만든 가로등.

“저거 전부 마정석입니까?”

“아니, 마석이야.”

일반적인 마석으론 한계가 있으니까 약간의 장치가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도로 전체에 전부 설치라니…….”

“필요 경비지. 빛은 중요해.”

빛은 중요하다.

깨진 유리창 효과였던가? 길 전체가 깔끔한 편이 좋다.

마음 같아서는 한국처럼 골목길 전체에 설치하고 싶지만, 과연 그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지금도 중앙 대로에 겨우 설치 공사를 하는 중이다. 나중에 추가로 공사해야지.

“도난은 괜찮습니까?”

“들키지 않고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일단 대책도 했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신기하다는 듯이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군요. 전부 영주님의 영광 때문입니다.”

“돈 지랄이지.”

공사 중인 건 그뿐만이 아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내성을 중심으로 천천히 도시 전체가 공사 대상이다. 기존의 행정을 재편하고 도시의 구역도 새로 편성한다.

도로 전체를 새로 구성하고, 낡은 건물들은 철거한다. 뒷골목도 그 대상 중 하나로 뒷골목의 조직들에는 미리 말을 해놨다. 거절한다? 그럼 뒤져야지.

당연히 돈도 들고, 시간도 드는 일이니 당장 전부 같이 진행하는 건 아니다. 일단 처음은 내성에 이어진 이 도시의 중앙 도로와 그 근처의 땅부터 시작한다.

오페라 하우스는 내 취미. 이 건물을 중심으로 문화 거리를 구성할 생각이고, 유흥 거리도 따로 구역을 지정하고 있다. 나중에 시간만 되면 성벽도 넓혀서 도시 전체를 더 키워야지.

그래.

영지물 주인공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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