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금수저 이야기-85화 (85/143)

〈 85화 〉 대산맥 ­ 4

* * *

“그래서 저를 부르신 이유가…….”

잠깐 장소의 분위기가 진정되고, 제대로 의자에 앉은 말튼에게 차를 준비했다.

차를 마시고 어쨌든 성과가 없는 일로 부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 말튼이 안심한 표정으로 내가 입을 여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마력의 파장을 보내는 거 말이야.”

“아, 마력파 말입니까?”

“그래. 마력파.”

마력을 전파처럼 이용할 수 없을까.

그 생각으로 만들어낸 기술이다. 애초에 마력을 일종의 파장으로 다루는 기술 자체는 존재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종의 텔레파시나 메시지 같은 느낌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걸 마정석에 각인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일단 마력파를 일정 방향으로 조사하는 것에는 성공했습니다.”

마정석에 축적한 마력을 일정한 파장으로 계속해서 조사하는 것. 이거만 잘 연구하면 라디오를 비롯한 무전기 같은 전파를 이용한 현대 과학을 따라잡을 수 있다.

다만 마력과 전파는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애초에 아예 다르다. 그걸 비슷하게 사용하려고 하면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어디까지나 현대 과학의 물건을 마력을 이용해 다른 원리로 구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나 사용자에 따라 그 힘의 특성이 바뀌는 마력을 이용한 과학은 당연히 불안전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만들어냈던 카메라, 드론 등 각종 기술 역시 엄밀히 말해 내 마력을 이용한 흉내에 불과하니까.

“다만 그 실험에 사용한 마정석이…….”

말튼이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아, 뭘 말하는지는 알겠다. 그래서 오자마자 무릎을 꿇었구나.

“이번 실험에만 서른 개 이상의 마정석을…… 그…….”

“서른 개?!”

윽!

클로에가 말튼의 말에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마정석의 품질이나 크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실험에 쓰이는 마정석은 어쨌든 일정 이상의 품질이 되는 물건을 써야 했다.

클로에가 기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말튼도 그걸 아는지 우물쭈물하더니 나와 클로에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미쳤습니까! 안 그래도 공방에 들어가는 예산이 얼마인지는 아십니까?”

“그, 그렇지만 꼭 필요한 실험이었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레오릭님의 말처럼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겪는 것으로 오히려 수많은 이론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크윽!”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더라.

어쨌든 말튼의 말처럼 실패든 성공이든 여러 실험을 진행하라는 건 내가 직접 허락한 일이다. 들어간 예산도 아버지의 허락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클로에처럼 영 마음에 안 드는 사람도 있긴 하지. 지크도 싫어하고. 내정을 맡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예산이라는 건 있어도 있어도 부족한 거니까.

클로에도 잘 알고 있으니 입을 꾹 닫고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말튼 역시 그걸 뒤늦게 알아차리고 입을 닫았다. 공방의 연구소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신분이나 직책도 클로에가 위거든.

“뭐, 진정해. 일단 실험 실패에 대해서는 말튼이나 다른 연구원들을 탓할 생각은 없어.”

“그, 그렇습니까.”

“쯧.”

안도의 한숨을 쉬는 말튼과 그런 그를 노려보는 클로에를 진정시킨다. 이야기를 진행하자.

“지금 대산맥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여러 가지 보고를 받고 있다. 그 여러 사건에 대해서 그 주범을 우리는 최소 중형급에 어쩌면 대형급 몬스터로 추정하고 있다.”

“대, 대형급 몬스터요? 큰일이군요.”

내 말에 멍한 얼굴로 말하는 말튼의 모습은 자신과 관계없는 어디 먼 곳에서 큰일이 일어났다는 얼굴이었다. 뭐, 자기 주변에 일어나지 않은 사고 소식을 들은 사람은 다 이렇겠지.

“거기에 그놈의 특성은 은밀형으로 예상한다.”

“은밀형이라면, 숨는 것이 특기인 놈들을 말하는 거군요.”

마력을 비롯한 자신의 모습이나 기척까지 숨기는 놈들.

솔직히 덩치 큰 놈은 오히려 상대하기 쉽다. 내가 겪은 건 아니지만 책 같은 곳에서 기록된 대형급 몬스터는 하나 같이 괴이한 놈들이 많다. 단순히 하늘을 나는 것에 끝나지 않고 날개에서 모든 것을 부식시키는 가루를 뿌리는 놈이나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도까지 미사일 같은 것을 발사해서 궤도 폭격을 일으키는 놈들까지.

대산맥 안쪽의 생존 경쟁에 탈락하는 놈들이 튀어나오는데, 그 예시가 저렇다니. 정말로 위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거기서 마력파 기술을 이용할 생각이다.”

“네? 마력파 기술을요?”

그 말에 말튼의 눈빛이 바뀌었다.

이제까지 옆집의 백수 아저씨같이 흐리멍덩한 눈이었지만, 순식간에 홱 바뀌면서 눈이 돌아갔다.

클로에도 조금 놀랐는지 움찔거리며 약간 물러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에 대해서 보고서를 받았지만, 그렇게 조사한 마력파를 다시 재관측하는 것에는 성공했다고 하던데?”

“네! 일반적으로 조사한 마력파는 그대로 사라집니다만, 마정석에 마력 술식을 각인시키는 것으로 조사한 마력파를 일정 시간 유지시키는 것으로 물체에 부딪힌 뒤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반사되서 되돌아오는 마력파를 측정시키는 것까지 성공했습니다.”

말튼이 말하는 것은 내 예상과 일치했다.

말했다시피 난 이과가 아니라 자세한 이론은 모르지만, 레이더라는 것은 전자파를 뿌려서 되돌아오는 것을 관측해서 어느 정도의 거리에 어떤 물체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정도밖에 모른다.

아마 현재는 이런 기초적인 원리로 만들어진 레이더는 쓰지도 않겠지. 다만 그 발상만은 훔쳐오자.

“즉 반사되는 마력파. 그걸 반사파라고 부르자. 그 반사파가 되돌아오는 시간이나 어떤 형태로 돌아오는 것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내 말에 말튼과 클로에 모두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나야 레이더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 바로 알아차리겠지만, 이 세계에는 멀리 있는 마력을 느끼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런 식으로 탐색하는 것에 대한 발상이 없다.

재차 말하지만 이런 기술을 개발한 가문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같은 속도로 마력파를 계속해서 뿌리고 관측한다면…….”

“가까이 있는 물건은 더 빨리 반사되고, 멀리 있는 물체는 당연히 거리가 있으니 반사되는 반사파가 돌아오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옳지.”

그들의 말에 씨익 웃었다.

마력 레이더의 개발이다.

“오오. 다, 당장! 당장 실험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잠깐만. 잠깐 진정해 봐.”

당장 일어서서 외치는 말튼을 말린다.

연구에 대한 열정은 인정하지만, 내가 말한 것처럼 레이더를 곧바로 만들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당장 되돌아오는 반사파의 시간을 계산해서 정확한 거리를 계산하는 것은 어떻게 할 건가? 이 세계엔 컴퓨터는 없다. 결국, 사람이 직접 계산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정확도도 낮겠지.

거기에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할 수밖에 없고, 그 계산식이 확실한지 증명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내 말에 말튼도 진정했는지 표정이 풀어졌다.

“그, 그렇죠. 하긴 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겠죠. 그런데 지금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면 그 말했던 마력파를 이용하는 방식…….”

“마력 레이더라고 부르자.”

“레이더? 기묘한 단어군요. 흠. 하지만 입에 딱 달라붙는 것이 나쁘지 않습니다. 과연 레오릭님. 뛰어난 작명 실력입니다.”

그래.

고마워.

후. 이게 이세계 전생자의 숙명인가.

하지만 이세계에는 저작권이 없지. 기존의 기술이나 이름을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을 듯싶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아까 말했던 은밀형 대형급 몬스터에 대해서다.”

“음, 설마 마력파와 반사파를 이용해 숨어있는 몬스터를 찾으실 생각입니까?”

“그래. 당장 정확한 위치라던가 크기 등 복잡한 계산까지 필요한 걸 측정할 생각은 없어. 중요한 건 그 위치에 무언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다.”

“음, 과연.”

내 말에 말튼의 고개가 끄떡였다.

“하지만 현재 마력파는 도시 외곽 지역에서 실험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대산맥은 예전부터 밀도가 높은 마력으로 일반인은 쉽게 지쳐서 기절할 정도로 마력이 밀집된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제대로 마력파를 관측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힘들겠지. 그 또한 실험을 계속해야겠지만 일단 당장은 내 마력을 이용할 거다.”

마력의 밀도가 높다면 압도적인 마력의 질로 상쇄한다.

내가 직접 대산맥을 돌아다니면서 관측하기엔 대산맥은 너무 크다.

“레오릭님이 직접 나서신다면 가능하겠군요. 그럼 반대로 이번엔 대산맥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거기에 존재하는 수많은 장해물과 동물, 몬스터들을 생각하면 마력 레이더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요?”

“좋은 지적이야.”

현대의 구식 레이더가 실제로 그런 곳에서 제대로 기능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마 힘들지 않았을까? 실제로 마력 레이더라는 발상은 도출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애초에 도구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힘으로 마력을 제어하는 세계다. 현대 세계에도 특정 사람이 전파를 비롯한 힘을 자유자재로 쓴다면 과연 지금 같은 기술이 발달할 수 있을까?

다만, 당장 중요한 건 실제로 레이더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대형급 몬스터를 찾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

“우리가 상대하는 건 대형급으로 추정되는 몬스터지.”

일정 범위에 뿌리는 마력파.

그것도 나의 마력을 이용한 마력파의 자극을 맞고도 아무 반응이 없을 수 있을까?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