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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금수저 이야기-77화 (77/143)

〈 77화 〉 준비 ­ 3

* * *

원근감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으하하하! 실례하오. 그대가 프란츠 가문의 차남, 레오릭 프란츠로군!]

거대한, 너무나도 거대한 상어다.

그래.

상어가… 하늘을 날고 있다.

현대에서 봤던 상어 영화가 생각났다. 분명 토네이도 샤크였던가…?

저 붉은 상어는 하늘이 마치 바다라는 것처럼 헤엄치면서 성벽 근처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눈동자가 데구루루 굴러다니며 시선이 마주친 것이 느껴졌다.

다만 워낙 거대해서 진짜로 나를 바라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머나.”

네리아가 살짝 당황하는 기색을 느끼며 나 역시 자리에 일어섰다.

정말로, 생각보다 빨리 와서 놀랬는데, 저런 상태로 이동했으면 이상한 것도 아니군.

“네리아. 손님맞이할 준비를 해.”

“네, 네……. 그, 근데 레오님.”

“뭐야? 왜 그래?”

평소라면 곧바로 움직여야 할 네리아가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혹시 너무 놀란 건가?

네리아를 바라보자 머뭇거리는 네리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손님을 맞이해야 할까요? 차를 준비해야 하나요? 아, 아니면 소금물을?”

“음……. 음.”

잠깐 말이 막혔다.

그건….

“레, 레나에게 말해보도록. 난 나가봐야겠군.”

“아, 네.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레오님.”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네리아를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려 테라스 밖으로 나섰다.

……정말로 뭘 준비해야 하지? 레나는 알려나?

일단 손님을 맞이… 맞이……해야 하는 입장으로서 테라스에서 천천히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보랭만큼은 아니지만, 하늘을 나는 정도는 가능하다. 과연 영지를 통과하면서 나라 하나를 주파하는 윌리엄 백작님만큼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 도시의 위를 날아올랐다.

금빛 마력이 마치 황금 가루를 뿌리는 것처럼 내가 지나간 자리에 흔적이 잠깐 머물며 사라진다.

그 모습을 보는 도시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것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하늘을 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런 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귀족에게 있어서 중요한 일 중 하나.

내가 있으니 안심해라, 이거다.

“그런데 정말로 크군.”

사람이긴 한건가.

도시 위를 꽤 오래 날아 성벽 가까이 도착하니, 붉은색 벽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상어도 여러 상어가 있지만, 흔히 상어하면 떠오르는 생김새다. 즉…….

측면에서 봐야 하나?

[오. 과연. 듣던 대로 멋진 마력 조작이군.]

“듣던 대로?”

내 소문이 바흔까지 갈리는 없을 거고.

아멜리아 공주에게 들었나?

“크흠. 인사드립니다. 브람스 왕구, 프란츠 백작가의 차남. 레오릭 프란츠입니다.”

[반갑소! 황금 사자의 이명은 바흔에서도 유명한 가문이지! 그 가문을 이런 기회로 보게 되다니, 이쪽이야말로 영광이오!]

상어의 눈동자에서 감정을 읽는 건 어렵지만, 진짜 생선 눈동자가 아니다. 눈동자에 느껴지는 진심에 나 역시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일단 아멜리아 공주 말대로 사람은 좋다는 건 진짜인 듯하다. 만약 이게 다 연기라면 그건 그것대로 굉장하겠지.

……사람 맞나?

“바흔의 붉은 상어의 이름 역시 유명하지 않습니까.”

이름 자체는 듣긴 들었으니까.

다만, 인간의 형태가 아니라는 건 처음이었지만. 이 세계 사람들은 진짜로 외모 차별은 거의 없다. 개인의 호불호를 제외하고는.

[그런가! 그렇다면 영광이군!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대의 황금 사자를 만나고 싶었다만, 그대도 나쁘지 않군! 실로 멋진 마력이로다!]

“하, 하하. 아버지와 비교하면 한창 멀었습니다.”

[아니, 아니지. 그 나이에 그 정도면 충분히 대단하오! 그래. 그대, 결혼은 했소이까? 내 손녀가 아직 결혼을 안 했…….]

“샤리네어 공작.”

어휴, 깜짝이야.

갑자기 선보라는 말에 조금 당황했지만 딱 좋은 타이밍에 공주님이 등장했다.

평소……보다 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아멜리아 공주가 나타났다.

단, 혼자가 아니라…….

“처음 뵙겠습니다! 보랭 백작 가문의 이리나 보랭입니다! 그리고 레오릭 프란츠님의 약! 혼!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 유명한 붉은 상어, 샤리네어 공작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듣던 것 이상으로 멋지시군요! 샤리네어 공작님!”

[하하하!나의 멋짐을 아는 아주 현명한 영애로군! 반갑소!한 샤리네어요!]

아직 하늘을 나는 것에 미숙한지, 혼자의 힘이 아닌 이리나의 힘을 빌렸다.

이리나는 새하얀 구름 같은 무언가 위에 올라탄 채로, 거기에 아멜리아 공주를 태우고 하늘을 날아왔다. 그러면서 수상하게 약혼을 강조한 말을 하면서 인사드리는 이리나를 바라봤다. 서로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둘은 구름 위에 타고 있었다.

아멜리아 공주의 바다의 마력은 고유의 마력. 특히나 아무래도 바다라는 특성상 공중에 떠오르는 부분에 있어서 약할 수밖에 없다. 물론 순수한 컨트롤이 뛰어나다면 날 수는 있지만, 공주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닌 듯 했다.

그런데 보랭 가문에 저런 구름을 타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구름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내 시선을 눈치 챈 이리나가 자랑하는 듯이 말했다.

“저 구름을 타고 다니면 즐거울 것 같다고! 어떤가요, 레오님! 레오님도 타보시겠어요? 무척이나 부드럽답니다!”

“음. 부드럽다. 나도 한 마리 가지고 싶다.”

“안돼욧!”

“하하하. 다음 기회에 타보도록 하지. 나도 흥미가 생기니까.”

탐내는 듯 한 아멜리아 공주의 시선에 자신의 구름을 꽉 껴안으며 거절하는 이리나.

아니, 근데 그 구름은 보랭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거라 주고 싶어도 못 주지 않나. 그래도 나 역시 조금 가지고 싶다. 하늘을 나는 건 그렇다 치고, 근두운이라니. 흥미가 생기는게 당연하지.

어쨌든 두 명이 나타난 것에 잠깐 시선을 빼앗겼을 때, 거대한 붉은 상어가 부들부들 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샤, 샤리네어 공작님?”

[오오오오! 아멜리아 공주! 무사했군!]

“음, 할배……. 미안하다.”

[정말이지! 얼마나 걱정했는지! 나뿐만이 아니네. 여왕 폐하는 물론 아프로스 왕자도 얼마나 걱정했는지!]

“……우으.”

거대한 상어가 공중에서 파닥파닥 거렸다.

정말로, 그건 정말로 이상한 광경이었다.

음성이 목에서 나오기는 하지만, 마력의 힘을 빌리고 있기 때문에 외치는 느낌은 들지만, 실제로 그렇게 시끄러운 건 아니지만…….

­휘이이이잉!

­부우우우웅!

“어머나, 난폭한 바람인 것이에요.”

그럴 때마다 거대한 바람이 몰아쳤다. 특히 꼬리 부분이 휘둘러 질 때 무슨 폭풍이 부는 것처럼 바람이 몰아쳤다.

그걸 이리나가 적당히 잠재워서 다행이지, 아니면 내가 직접 나서서 어떻게든 막아야 할 정도였다.

그 거대한 체구를 가지고 조금 전까지 그래도 약간 예의를 지키는 것 같은 태도가 어느새 사라지고 이제는 무슨 손녀를 보는 할아버지처럼 난리를 떨고 있다.

아니, 실제 나이도 그 정도가 되는 건가?

어쨌든 샤리네어 공작의 말을 듣기에는 그녀를 크게 탓하는 건 없는 것 같네.

“으음. 돌아가면 사죄하겠다. 의식은 어떻게 됐지?”

[의식이라면 미루고 있네.]

“음.”

바다의 의식.

대산맥보다 어떤 의미로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바다.

그 중 대형급 몬스터의 접근을 막기 위한 의식.

그 의식의 준비 도중 납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멜리아 공주는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그 의식은 직계인 그대들만이 가능하다. 이미 이전에 한 아프로스 왕자가 또 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하물며 여왕 폐하께서 직접 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무언가 조건이 있는 모양이다.

샤리네어 공작의 말에 아멜리아 공주는 조용히 고개만 끄떡였다.

“크흠.”

일단,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는 모양이고.

헛기침을 둘의 대화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일단 안에서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오, 그렇군. 실례했소.]

“음. 그렇게 하지. 할배. 언제까지 목 아프게 그렇게 크게 있을 거야?”

[음! 그럼.]

오, 역시.

모습을 바꾸는 거구나?

진짜 상어는 아닐 거고, 사람이 동물로 변하는 타입의 귀족도 있을 수 있다.

손녀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역시 실제로는 사람이고, 거대한 붉은 상어로 변하니까 그런 이명이 있는 거겠지?

­사아아아아!

붉은색 마력이, 소금기가 느껴지는 특유의 향이 일순간 상공에 풍겨지면서, 서서히 붉은빛에 휩싸이며 샤리네어 공작의 모습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후우.”

“어머나, 안타까워요. 비늘 하나 얻고 싶었는데.”

얘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리나의 말에 식겁한 표정을 지었다. 공작의 비늘을 뗄 생각이었나?

“그건 넘칠 정도로 많다. 나중에 따로 부탁해서 하나 얻겠다. 떨어진 비늘 때문에 할배의 집은 항상 청소를 하는 하녀들이 많을 정도니까.”

“…….”

“어머! 정말인가요? 고마워요!”

그걸 또 태연하게 답하는 아멜리아 공주 말에 난 조용히 침묵만 지켰다.

일단 비늘 자체는 흔한가 보구나.

“샤리네어 영지의 특산품이다. 부적으로 유명하다.”

……그래.

특산품이구나.

눈을 반짝이는 아멜리아 공주의 시선에 눈을 떼고, 서서히 빛이 줄어들면서 점점 줄어드는 샤리네어 공작을 바라봤다.

할배라고 했으니 꽤 나이 든 사람이겠지.

과연 어떤 사람…….

“어머나! 귀여우셔라!”

[으하하하하! 내 나이 좀 먹었지만, 아직도 수많은 귀부인들에게 한 인기 하지! 이게 다 본 공작의 매력이 아니겠소!]

“…….”

상어가.

상어가 작아졌다.

마치 인형처럼 줄어들고, 만화에서나 본 듯한 그림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인형 같이 모습이 바뀐 공작은 공중에서 파닥거리며 웃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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