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금수저 이야기-43화 (43/143)

〈 43화 〉 검문 ­ 3

* * *

프란츠의 영지는 이 근처 일대에서 제일 넓은 영지다.

대산맥 아래, 언제나 위험이 일상인 이 지역을 아주 먼 옛날부터 우리 프란츠 일족이 해 먹었다, 이 말이다.

그 대신 하루하루가 난리였지만.

그런 프란츠 영지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대산맥. 거대한 괴물들이 넘쳐 흐르는 곳이라 대산맥에 들어가는 사람은 자살 희망자나 진짜 미지를 찾고 있는 모험가, 혹은 질이 아주 좋은 마력으로 인해 자라난 특산품과 마정석을 찾는 모험가들 정도다.

어쨌든 이 대산맥으로 흔히 서부 지방이라고 부르며 지역이 반으로 갈라져 있다. 북서부 지방, 남서부 지방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중에 남서부 지방의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가고 싶다면 3가지 경로가 있다.

하나는 도보.

남서부 지방 사람들이 도보, 즉 진짜로 걸어서 이동하거나 마차로 이동할 때 이용하는 길이 3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프란츠가 갈고 닦은 일종의 고속 도로인데, 정식 명칭은 프란츠대로. 제일 가깝고, 제일 빠르다. 이 대로를 통해 남서부 지방 사람들이 프란츠를 통과해, 보랭을 지나 브람스 수도나,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실제 다른 지역과도 연결되어 유통이 발달한 보랭보다 못하지만, 프란츠에게도 꽤 많은 사람이 지나간다.

응? 나머지 2가지 경로?

죽기 살기로 대산맥 통과하기와 유서 쓰고 바다 건너기가 있다.

적어도 전자는 운이 좋다면 실제 통과하는 사람도 있고, 길잡이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 수명이 짧긴 하지만…….

후자는…….

바다는 육지보다 위험하다. 이 세계의 어업도 멀리 나가지 않고 근방 해역에서만 하고, 그래도 위험해서 위험수당이 꽤 샌 편이다.

그리고 아무리 마력이 있어도 바다 위에서 바다 생물과 싸우는 건 귀족이라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하물며 일반 어부는 그냥 죽었다 해야지.

어쨌든 그러다 보니 프란츠가 목적인 사람도 많지만, 다른 목적을 위해 프란츠를 통과한 사람도 많다. 전에 말한 대규모 상행, 캐러밴이었던가? 본래 사막의 집단을 말하는 듯하지만, 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니 캐러밴이라고 하자.

그 캐러밴이 남부 지방을 돌아다니며 여러 물건을 서로 교역하지만, 남부와 서남부 지방의 사람들이 주로 교환하는 지역이 바로 프란츠다. 아무리 보랭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해도 여기 기준으로 꽤 거리가 있으니까. 직접 교역하기는 어려우니 캐러밴과 일차적으로 교역하고, 그 캐러밴이 남서부 지방의 물건을 남부 지방에서… 특히 보랭에서 주로 거래가 일어난다. 그래도 일단 프란츠에게도 자랑하는 특산품이 몇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저런 거.

“오. 저놈, 저거.”

“긴 목 검은 비늘 거북이네요. 덩치도 꽤 크고…. 제일 중요한 등 껍질 상처도 적은 것 같으니 이번 경매에 비싸게 나오겠네요.”

소 같은 동물이 끄는 마차에 거대한 동물의 사체가 있다. 동물이라고 표현하는 건 잘못됐다. 몬스터라고 해야지. 이 세계에선 마력이 있으면 몬스터고 없으면 동물이라.

“저놈이 중형급이었던가?”

“네. 기사단에서 연락은 없었으니 모험가가 잡았겠죠. 꽤 잡기 어려웠을 텐데. 유명한 클랜인 것 같군요.”

거대한 마차에 실린 동물… 아니. 거대한 중형급 몬스터가 있었다. 체형으로만 보면 전에 말한 대형급 몬스터인 흑마저보다 작지만, 3층 건물 크기로 엄청나다.

사족 보행에 목이 길쭉하고, 등을 덮는 껍질이 특징인 놈. 어째서 거북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물 근처에 서식하는 놈으로 다른 건 둘째치고 생명력 하나는 대단해서 잡기 어렵고, 시간을 끌면 주변 다른 몬스터들도 몰려와서 잡기 어렵다. 그래도 다른 소재도 나쁜 가격은 아니지만, 어쨌든 저 껍질이 비싸게 팔린다. 엄청 단단해서 여러 곳에서 쓰인다. 그래서 상처가 적은 게 제일 중요하고. 그래도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따로 있다.

저놈의 고기가 꽤 맛있다. 특히 등껍질 밑 꼬리 쪽 고기를 이용한 스테이크가 장난 아니지. 아무리 귀족이라고 해도 물량이 없으니 자주 먹기도 어렵고. 뭐, 다른 맛있는 고기를 그만큼 많이 먹긴 하지만.

잠깐 바라보니 주변에서도 사람들이 몰려 왔다. 안 그래도 복잡한 성문 앞이 더욱 복잡해졌다. 조금 멀리서 천천히 바라봤다.

“하하하하! 우리 거대한 독수리 날개 클랜에 의뢰하면 이 정도 몬스터쯤은 충분히 구할 수 있다고!”

거대한 체구의 남자가 기세등등하게 소리 높여 외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거대한 마차가 이끄는 선두의 작은 마차에 확실히 날개가 그려진 깃발이 있었다. 주로 소수로 활동하는 모험가들이 다수가 된다면 그때부터는 상징을 나타내는 깃발을 들고 다니는 클랜을 칭할 수 있다.

저 거북이 정도면 저렇게 큰소리칠 정도는 될 거다. 칭찬에 짠 클로에도 꽤 괜찮다고 말하는 거 보면 각이 나온다. 실제 주변에서도 환호성을 지르고 있고.

성문 앞에서 저런 짓은 비매너라 보통은 병사들이 주의를 시키긴 하는데, 저 정도 급이면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기 쉬운 놈은 아니니, 눈요깃감으로도 괜찮아서 내버려 두는 것 같다.

실제로 주변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저 남자와 비슷한 복장의 모험가를 빼도, 일반인이나 상인들도 몰려와서 구경 중이고.

저게 바로 프란츠의 특산품……라기보단 대산맥의 특산품이다. 대산맥 아래라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소형, 중형급 몬스터가 넘쳐 흐르는 편이라 그놈들 목적의 모험가들이 모여 오고 가끔, 아주 가끔 대형급 몬스터도 시장에 풀리는 편이라 몬스터의 소재가 필요한 상인들도 자주 찾아온다. 실제 대산맥과 가장 가까운 도시가 있긴 있지만, 저 정도 급이면 프란츠에서 경매하는 게 제일 비싼 편이고.

그나저나 저 정도 놈을 잡는 클랜이라. 이자벨을 불러올 것 그랬나? 바로 물어보면 됐는데.

다친 사람도 있고, 실려 가는 놈도 있지만 아파하면서도 웃고 있는 거 보면 죽은 사람은 없거나, 있어도 적겠지. 중형급 몬스터를 저 정도 피해로 잡았다는 건 진짜로 실력도 있는 거고, 꽤 유명한 클랜이겠지.

흠 거대한 독수리 날개 클랜이라.

“그러고 보면 동물 자체는 못 그리던가?”

“네? 당연하죠. 귀족 사칭입니다. 목 날아가요.”

뭘 이상한 걸 물어보냐는 듯이 말하는 클로에의 말에 헛기침했다.

이 세계의 주요 귀족 가문의 상징이 동물인데, 프란츠가 황금 사자라고 하는 것처럼 주로 마력 색과 동물을 정한다. 그렇다 보니 클랜도 그와 비슷하게 동물을 상징으로 삼기도 하는데 동물 전체를 묘사하는 건 금지되어 있다. 단, 지금처럼 독수리의 날개같이 동물의 한 부위를 묘사하는 건 허락되는 편인데, 대신 색깔은 금지되어 있다.

“그래도 사자의 문양은 안 보였는데.”

“클랜에 대해서 알고 계시기는 하십니까?”

“……크흠.”

어허. 저놈 참. 맛있어 보이네.

“하아. 뭐, 이 근방에서 사자를 칭하는 대담한 놈은 없겠죠. 그래도 좀 떨어진 곳에 가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

사자가 내가 아는 그 사자가 아니지만. 일단 백수의 왕 같은 느낌의 동물이 맞다. 사자 비슷하게 생겼고. 단지 저 긴 목 검은 털 거북이라는 걸 보면 실제 내가 아는 사자랑 많이 달라 보이겠지만.

유감스럽게 그림으로 보긴 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일단, 대형급 몬스터라 대산맥 깊숙한 곳에 아주 예전에 목격했다는 정보만 있을 뿐이다.

“근데 계속 여기에 있을 겁니까?”

“음. 그렇지.”

눈요기로 괜찮은 것을 봐서 잠깐 구경 좀 했다. 멀리서 내리기 잘 했네. 저기 근처에 갔으면 나 때문에 분위기 망칠 것 같고.

그레이스 누나와 함께 즐겼던 주변 시선을 차단하는 그 마력 조작을 운용해서 기척을 죽이고 성벽 아래에 다가갔다. 성문의 수많은 인파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여기서 일하는 병사나 기사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당연히 부대 단위로 운용되고 대기하고 있는 건물이 간혹 수상한 사람을 잠시 잡아두는 곳이기도 하다.

성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그 건물에 천천히 다가가자 미리 연락해 문 앞에서 대기하던 기사가 내 마력을 느끼고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인사드립니다! 세린 포에나입니다!”

“음. 반가워.”

곧바로 예를 취하는 여기사에게 손짓으로 바로 편하게 하라고 전달했다. 거리가 있다고 해도 괜히 주변 시선을 끌어도 귀찮고.

그때, 클로에가 잠깐 멈칫거리는 게 느껴졌다. 아는 사인가?

내 시선에 클로에가 머뭇거리다가 세린 포에나라는 여기사를 바라봤다. 여기사는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동기입니다.”

“아, 동기.”

“네! 클로에와는 동기로 같은 방을 썼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외치고 있는데, 자기가 뭘 말하는 건 알고 있을까? 같은 방을 쓰는 건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클로에가 뒤에서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이 클로에의 동기라는 여기사, 세린이었나? 뭔가 많이 긴장한 것 같네. 하긴 클로에라면 어쨌든 신참일 거고. 나랑은 인연이 없을 거고. 아니다, 전에 테스트에 참가했었나?

“그때는 아쉽게도 불참했습니다.”

“그래?”

“네. 임무가 있어서 자리를 비웠었습니다. 하지만 실력은 저에게 뒤지지 않는 뛰어난 기사입니다.”

그나마 동기라고 챙겨주는 거려나.

클로에의 말에 세린을 살펴봤다. 사실 실력이라고 해도 내가 검술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마력을 파악하는 정도다. 마력 양 자체는 클로에와 비슷하다.

클로에가 빈말하는 성격도 아니고, 나름 유망한 기사겠지.

“클로에가 그리 말하는 거면, 실제로 유망한 기사겠네. 프란츠를 위해 오늘도 수고하고 있군.”

­툭툭.

어깨를 치며 수고했다고 위로했다. 잠깐 이거.

아니 이거, 내가 직접 하니까 왠지…….

내가 일병 때 갑자기 찾아온 높으신 분들이 수고했다고 하는 그런 느낌인데.

힐끔 세린을 바라보자 식은땀을 흘리며 허공에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런 젠장.

내가 그런 놈들과 같은 위치라니. 잠깐 허무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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