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불륜 2
* * *
생전 처음 듣는 클래식 곡……이라는 것도 이상하다.
이 세계 사람들에게는 이게 현대 음악이니까.
연주하는 악기도 현대와는 조금 다른, 그러나 어딘가 비슷한 형태의 악기로 연주하고 있는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 식당을 뒤로하고 나는 지금 정원에 나와 있었다.
오전에 출병식을 끝내고, 나머지 업무를 끝내고 음악을 곁들인 저녁을 그레이스 누나와 함께 하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저녁을 끝낸 후 그레이스 누나에게 신호를 보냈다.
하녀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마력을 이용한 신사, 숙녀들이 서로에게 은밀하게 보내는 귀족들의 연회에서 자주 사용하는 신호. 먼저 자리를 벗어나 상대를 기다리겠다는 제스쳐.
“그럼 그레이스님.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네. 오늘 저녁 대단히 감사했습니다.”
내 신호를 본 누나는 태연한 척하면서도 얼굴을 붉히면서 먼저 일어서는 나를 배웅했다.
이제 여기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상대라면 신호와 함께 건넨 말에 적당히 거절의 말을 꺼낸 후 다음 파트너를 기다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정식으로 초대한 탓에 나나 그레이스 누나나 제대로 된 정장을 입고 꾸민 채로 식사를 했었다. 나는 물론이고 힘껏 꾸민 누나는 아름다운 귀부인의 모습을 한 채로 부채를 움직여 은밀한 속삭임을 전하고 있었다.
누가 들어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대화지만 내 말과 행동에 부채로 제스쳐를 취하면서 은밀히 속삭이는 그레이스 누나와의 커뮤니케이션은 무도회에서나 할 듯한 귀부인과 다른 남자와 은밀한 로맨스를 느끼게 해주는 행동이었다.
실제로 귀족들의 성욕이 얼마 없다고 해도, 없는 것도 아니고 특히나 무도회나 연회에선 낯선 상대로 불장난을 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레이스 누나도 그런 문화를 배운 탓에 내가 보낸 신호에 능숙하게 부채로 은밀한 메시지를 답장한다. 결국 저녁을 끝낸 후 정원에서 만나자는 은밀한 만남이 성사됐다.
사실 저녁까지 먹으면서 이런 시간을 소비하면서 하는 행위에 의미는 없지만…, 이런 사소한 행위에 나와 누나 사이에는 일종의 롤 플레이 같은 역할극에서 주어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줬다.
레나 역시 흥분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라고 말하면 별 말 없이 세팅해줬고.
바스락!
어머니의 취향으로 힘껏 화려하게 꾸며진 정원이지만, 해가 저문 어두운 밤하늘에서 보는 것 또한 남다른 풍경이었다.
그 속에 주위 사람들을 물린 채로 정원 구석진 곳을 향하며 지나가는 길마다 은밀하게 마력을 묻혀 조각상이나 나무들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차단 있는 아주 작은 공간 나무 아래 서 있을 때, 가까이서 느껴지는 기척에 시선을 돌렸다.
달빛이 서서히 빛을 발하는 밤에, 부채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로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서서히 달빛 아래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머나.”
나와 눈이 마주친 그레이스 누나가 눈이 반달처럼 휘면서 웃는 듯한 목소리로… 그러나 부채로 가려져서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분명 미소 짓고 있을 입으로 깜짝 놀라는 척 목소리를 높였다.
“좀 전에 만난 기사님이 아니신가요? 이곳에서 다시 뵙게 될 줄이야. 이런 우연이 있네요.”
“하하. 달밤 아래 풍경 좋은 곳이 있어서 산책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만난 것도 운명이군요, 레이디.”
“어머.”
부채를 접은 채로 툭, 반지를 끼고 있는 약지 손가락 위로 올렸다.
“이런 실례. 아름다우신 분이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제 사죄를 받아들여 주시길, 마담.”
“후훗. 괜찮습니다, 기사님.”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사과하자, 그레이스 누님이 부채를 펼치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소리를 흘렸다.
역할극. 뻔한 연극.
그러나 서로 알고도 모르는 척, 연극을 한다.
연극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그레이스 누나에게 다가간다. 어느새 마주친 눈동자에 피어오르는 것은 불타는 듯한 성욕인지, 애정인지. 이제는 그게 중요할까.
어차피 가족에게 허락받은 사이. 그걸 어떻게 즐길지는 나와 그레이스 누나의 문제니까.
“조금 전 무도회에서 마담과 마주쳤을 때부터 이 마음에 용서되지 못할 감정을 품었습니다.”
“아아, 안됩니다. 기사님. 저는 이미 결혼을 한 몸. 이런 곳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역시 용서되지 못할 일입니다.”
탁!
내 애정을 갈구하는 말에 살짝 이러는 건 잘못됐다며 거절하는 누나지만, 그러면서 가슴 아래로 몸을 끌어안으며 한층 더 강조되게 가슴을 강조하며 몸을 비틀어 대자 그 가슴이 크게 출렁거렸다. 그 몸짓에 더 참지 못해 그 팔을 붙잡고 휙, 잡아끌었다.
“어머나!”
당장이라도 떠난 듯이 몸을 돌리던 누나였지만, 내가 잡고 그냥 이끌기만 하자 곧바로 뛰어오듯이 내게 안겨 들어왔다.
그 풍만한 가슴이 내 가슴에 붙어 압박하자 그 부드러움이 내 심장을 자극했다. 누나의 아래를 감싼 그 드레스에 쌓인 다리도 어느새 내 다리 사이로 휘감으며 더욱더 가깝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겨 온 누나에게서 내가 좋아하는 냄새와 그녀의 살짝 달아오른 몸에서 느껴지는 살 냄새가 내 코끝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이러시면… 안됩니다.”
“저를 용서하시길. 신이여. 괜찮습니다, 마담. 이 일을 아는 건 나와 당신. 그리고 저 달빛만이니까요.”
“아아, 그런.”
뻔한 레퍼토리를 말하면서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누나 역시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로 나를 올려다봤다. 내 품에 있는 누나의 허리에 팔을 감싸며 힘을 주자 점점 내 몸에 달라붙는 그레이스 누나.
마지막으로 얼굴 아래를 막고 있는 부채를 잡은 손마저 내가 붙잡자 힘없이 부채가 땅에 떨어졌다.
서로 열렬하게 바라보며 뜨거운 시선을 교환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누나의 입술에 키스했다.
“쪽…!”
처음은 단순한 입맞춤.
그렇게 곧바로 고개를 들어 올리자 누나가 나를 얄밉게 바라봤다.
“이런, 마담. 왜 그러신지?”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죠?”
“하하하. 당연히 아닙니다.”
누나가 삐질까 봐 곧바로 다시 입을 마주쳤다.
“음, 쪽…! 츄릅, 츄웁! 하아, 좀 더…!”
“마, 담…… 아니, 누나…. 츕, 츄릅!”
“쪽, 쪼옥, 츄읍! 레오…!”
이제 완전히 하나가 된 채로 서로의 입을 잡아먹을 듯이 키스한다. 누나의 얼굴을 붙잡고, 입술을 깨물고, 혀로 입술에 발라진 립스틱을 핥아먹으며 그대로 작고 아담한 입안에 집어넣어 누나의 안을 핥고, 삼킨다.
누나 역시 작고 아담한 혀가 마중 나와 하나로 얽히며 서로의 타액을 교환한다.
“츄릅, 쪽! 쪼옥, 춥! 츄읍, 츄릅!”
서로 키스하며 거의 한 몸이 돼버린 몸이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그러면서도 누나는 내 목에 팔을 두른 채로 떨어지지 않고, 나 역시 누나의 볼과 허리를 붙잡은 손에 힘만 줄 뿐, 그대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털썩!
“꿀꺽, 츄릅! 춥!”
“하아, 레오, 레오!”
나무 아래 마력으로 푹신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누나는 몰랐을 텐데 반응조차 안 하고 내 목에 달라붙어 내 타액을 삼키고 있다. 뭐, 이런 것도 남자의 매너니까.
숨찬 호흡을 진정시키기 위해 살짝 떨어지자, 그사이 축 늘어난 타액을 핥으며 그레이스 누나가 입가에 묻은 침을 핥으며 다시 키스해오는 누나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하윽, 레오!”
한 손으로도 조를 수 있을 정도로 가녀린 목덜미에 뱀파이어가 키스한 듯이 붉은 자국을 표시했다. 원래라면 언제든 남편이 찾아올 수 있으니 이런 자국을 조심해야겠지만, 누나의 남편은, 내 형님은 오늘 지금 성에 나가 다른 땅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건 제 표식입니다, 누나.”
“하앙! 레오…. 이 장난꾸러기 아이 같으니라고.”
내가 한 행동에 누나는 싫은 기색 없이 꺄르르 웃었다.
“……그럼 표식을 거기에만 할 거야?”
“후후. 누나도 참. 음란하다니까.”
색기에 미친 여자가 거기에 있다. 입가에 짓는 미소가 한 층 더 요염해진 누나의 말에 다시 누나의 몸에 입을 가져다 댔다.
쪽!
허리에 감긴 팔에 힘을 주며 끌어당겨, 반쯤 들어 올린 채 누나의 턱 아래에 붉은 키스 자국이 남게 강하게 빨아들여 키스한다.
“하아.”
내 키스 하나에 몸을 움찔 떠는 누나의 몸에 한 번 더. 계속해서 키스한다.
귀 아래. 목덜미에 하나 더. 누나의 목 뒤에도. 목 아래 쇄골에도 한 번, 드러난 양쪽 어깨에도 계속해서 키스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하읏! 아앙! 하아, 하앙…!”
키스할 때마다 몸을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누나의 몸이 마치 악기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반응에 더 신나게 입 도장을 찍고 있을 때, 목덜미에서 가슴으로 흐르는 땀방울 하나를 발견했다.
할짝!
“하윽!”
가슴의 계곡에서부터 그 새하얀 피부에 혀로 핥아 오르면서 누나의 땀방울을 핥아 마신다. 약간의 짠맛과 함께 느껴지는 피부의 감촉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누나를 바라보니 이미 흥분으로 힘껏 상기된 표정과 함께 촉촉해진 눈동자를 나를 보고 있었다.
“이런, 마담. 더워 보이시는군요.”
“하윽, 기사님…!”
물컹!
단단한 드레스 위에서 가슴을 주무르자, 두꺼운 천에도 불구하고 주무르는 형태로 모양을 달리하는 누나의 풍만한 가슴. 그 가슴을 감싸는 드레스의 끈 위로 손을 올렸다.
“아, 거기는 안됩니다…, 기사님! 저, 저는 전장에 남편이 있는 몸입니다! 흐윽, 이 이상은…!”
더 이상 이러면 안 된다는 말로, 나를 거부하는 누나지만. 뜨겁게 날 바라보는 눈으로 가슴에 있던 손을 힘없이 늘어트리더니 그대로 가슴을 오픈하는 행동에 내 손은 거리낌 없이 드레스를 묶고 있던 끈에 닿았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몸은 솔직하시잖습니까, 마담! 제가 그 뜨거운 몸을 식혀드리겠습니다!”
“아아, 안돼!”
출렁!
상체를 감싼 드레스를 고정하는 끈을 풀자, 드레스가 흐트러지는 것과 동시에 그 풍만한 가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오, 내 고향. 한 달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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