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금수저 이야기-37화 (37/143)

〈 37화 〉 불륜 ­ 1

* * *

아버지도 형님도 없는 프란츠 성의 최고 책임자는 누구일까.

일단은 나다.

물론 딱히 영지의 일에 대한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막말로 내가 강제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그걸 막을 사람이 없다.

대신 아버지와 형님이 돌아오면 큰일이 나지만.

“레나. 오늘 밤 준비해.”

“알겠습니다.”

아버지가 전장으로 나간 이상 그 대리로 해야 할 업무가 있다. 물론 그 대부분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인을 하는 것이 전부지만, 그래도 파악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

아버지의 집무실에서 일을 처리하면서 클로에와 지크를 데리고 나머지 잡무를 마저 하는 도중, 잠깐 시간을 내 레나에 오늘 그레이스 누나의 방에 가는 것을 알린다.

“그럼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저녁은 어떻게 할까요?”

“저녁은…… 흠. 그렇군. 난 괜찮으니 그레이스님마저 괜찮으시다면 함께 하는 거로 하지. 어렵다면 혼자 먹는 거로 준비하고.”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레나가 떠난 후, 남은 업무를 마저 하려고 하던 시간에 클로에가 집무실에 들어왔다.

맡긴 일을 끝내고 온 그녀는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보고서는 여기에 있습니다.”

“수고했어”

보고한 후 가만히 서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어울려 주지 못했던가. 날 지켜보는 그녀를 향해 웃으며 의자를 뒤로 빼서 공간을 만들어냈다.

­짝짝!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질까.

빼낸 공간을 가리키면서 손을 뻗어서 허벅지 위를 툭툭 쳤다.

단련한 몸이지만 워낙 아담한 체구라 가벼운 그녀의 체중은 허벅지 위에 올려 안기에 딱 좋은 체형이다. 내 신호에 잠깐 그걸 보던 클로에가 한숨을 쉰다.

“하아.”

“자, 어서 와.”

머뭇거리는 그녀에게 급하다는 듯이 말하자 잠깐 나를 삐딱하게 보던 클로에가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잠깐 머뭇거리던 클로에가 그 상태로 뒤돌았다.

오오.

딱 맞게 수선한 치마가 달라붙어 강조되는 엉덩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대로 얼굴을 박아볼까 하다가 그건 참기로 하고 그 상태로 천천히 숙이려고 하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그대로 잡아 올렸다.

“꺄아!”

“진정하고.”

가볍게 들어 올려진 클로에.

마력으로 강화하지 않아도 들리는 가벼운 무게를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그대로 허리를 껴안으면서 그녀의 등에 얼굴을 묻는다.

­스으으읍!

“……땀 냄새납니다.”

“아니, 향기로운데? 클로에의 향기가 엄청 좋아.”

클로에의 작고 아담하면서도 운동으로 단련된 토실한 엉덩이 감촉이 허벅지 위에서 느껴졌다. 그대로 껴안은 그녀의 가냘픈 몸을 어루만진다.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거슬러 오르는 부드러운 감촉과 허리를 감싼 팔에서 느껴지는 작고 아담한 가슴까지.

그리고 은근히 풍겨오는 향수를 쓰지 않는 그녀의 순수한 향기.

“이제 몇 점이더라?”

“……91점입니다.”

벌써 그 정도가 됐나.

클로에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치맛자락과 스타킹의 감촉이 손등을 간지럽혔다.

사실 그동안 일도 있고 도시 순찰도 가끔 하고, 성문에 있는 검문소에도 들리다 보니 그녀와 논 적은 거의 없었다. 몇 번 장난질은 치긴 했지만….

“읏!”

내 손가락이 클로에의 치마 안 좀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스타킹의 끝나는 부분, 살이 접히는 클로에의 피부에 손길이 닿자 클로에의 몸이 움찔 떨었다.

“그럼 이제 곧 100점이라는 거네.”

“하읏! ……네.”

클로에의 상의 안으로 손이 파고 들어갔다. 클로에의 탄력 있는 복근을 괴롭히다가 가슴 부분까지 손을 집어넣었다.

“지, 지금…… 업무 시간입니다만?”

“바쁜 건 다 했는데, 뭐 어때.”

팬티는 벗겼지만, 아무리 그래도 가슴은 티가 나니까 입게 해뒀다. 가슴을 가리는 속옷까지 도착하자 살짝 빗겨낸 후 작지만 봉긋하게 솟은 감촉이 느껴졌다.

“음?”

“읏!”

가슴 끝 작게 존재감을 나타내는 유두가 솟아오른 것이 느껴졌다.

클로에를 올려다보니 앞을 바라보며 고개를 돌리지 않아 지금 어떤 얼굴인지 보여주지 않았지만, 귓불까지 붉게 물든 것이 보였다.

“뭐야, 벌써 느끼고 있어?”

“하윽! 그, 그만!”

클로에의 다리 사이, 팬티로 감싸져야 할 곳이 뚫린 부분에 넣은 손가락 끝에 닿은 맨살과 습기. 그리고 가슴에 벌써 발기된 젖꼭지까지. 어딜 봐도 느끼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히죽 웃음을 지었다.

“우리 클로에, 엄청 음란해졌네.”

“큭! 으응!”

책상을 짚고 있던 클로에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긴장으로 굳은 클로에의 목덜미에 키스했다.

­쪽!

“히약!”

새하얀 피부에 붉게 물든 자국이 보였다.

마력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며칠 동안 남을 자국이다. 그 자국을 혀로 핥자, 클로에가 몸을 살짝 떨었다.

“당분간은 힘들지만…, 이제 곧 성은을 내려야겠는걸.”

“으읏! 하아…….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응. 그래. 아, 그리고 오늘은 그레이스님과 용무가 있으니 당분간 업무는 맡길게.”

“……그럼 내일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일?”

“네. 내일 아침도 그레이스님과 함께 하시겠습니까?”

으음, 그렇군.

전에는 곧바로 방을 나왔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클로에도 대충이나마 설명했기 때문에 나와 그레이스 누나와의 관계를 알고 있다.

그런 클로에가 말하는 건 아침에 곧바로 나올 것이냐, 아니면 더 함께할 것이냐. 그런 문제겠지.

어디까지나 내 역할은 종마다.

형님을 대신해 그레이스 누나에게 씨앗을 제공하는 역할로 선을 넘은 과한 행동은 좋지 않다. 임신이 되면 곧바로 끊겨야 하는 관계인 건 확실하고. 그걸 잘 알고 있으니까 저번처럼 아침에 일어난 후에 곧바로 방에서 나왔다.

사실 아이단 형님이 정말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 귀족 세계에 이런 일이 드문 편이 아니라고 해도, 자기 여자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는 걸 기분 좋게 생각할 남자가 어디 있을까.

……시골에선 마력 보유자가 여자와 자려고 하면 여자보다 남편들이 더 좋아한다고 들었긴 했는데.

어쨌든 형님도 그런 걸 말하고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내가 아는 형님이야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니 괜찮다 싶긴 하지만… 일단 다른 사람도 있으니 그 날 이후 그레이스 누나에게 그다지 다가가지 않은 것도 있으래서였다.

하룻밤에 임신할 확률은 낮겠지만, 부적절한 관계다 보니 한 번 관계를 맺은 후에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다시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그사이가 굉장히 길었다.

때마침 전쟁 준비도 있고, 나도 업무를 시작하다 보니 더욱 시간이 없던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지금은 형님도 전장으로 떠났고, 그레이스님과 시간을 가져도 나를 방해할 만한 사람이 없다.

즉, 이 때가 타이밍.

“……그래. 그런 거로 하자. 내일 업무는 할 수 있는 건 너와 지크가 알아서 정리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내 말에 작게 대답한 클로에의 반응이 시원찮았다.다.

……음, 이 녀석.

“설마 질투하냐?”

“하?”

……아무리 그래도 하?는 아니지 않나? 조금 상처받았다.

아니, 그래도 이 정도면 좋은 상사에 좋은 남자가 아닌가?

너무한 거 아니냐고, 젠장.

* * *

그 사람도 정말.

클로에는 조금 전에 있었던 대화에 한숨이 나오는 것을 참고 집무실에 나와서 흐트러진 옷을 정리했다. 삐뚤어진 하의를 정리하고, 풀렸던 상의의 단추를 다시 잠갔다. 문 앞에 있는 하녀들이 은근히 바라보는 시선을 애써 모르는 척하며 대충 옷을 정리한 후 긴 복도를 걸었다.

­또각, 또각!

걸을 때마다 울리는 구두의 소리. 그리고 아직도 조금 낯선 팬티 아래의 싸늘한 공기에 피부 끝이 예민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여기는 성에서도 깊숙한 부분이라 인기척이 드문 게 그나마 클로에의 위안이 되고 있었다.

‘질투하고 있냐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건네는 자신의 주인이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정리한 금발,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신비롭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 입가에 걸린 희미한 웃음. 언제나 근엄한 프란츠의 귀족답지 않게 항상 여유를 부리며 장난을 잘 치는 주인의 모습이 떠올렸다.

장난기 서린 그 말에 클로에가 입술 끝을 깨물었다.

‘질투하고 있지.’

성은을 내려준다면서 여태까지 몸을 내버려 두고 있다. 마치 맛을 보는 듯이 몸은 애무해주면서 선을 넘지 않았다. 지금도 달아오른 몸이 애달프게 남자를 바라는 것이 느껴졌다. 처녀로서 너무나 음란해진 자신의 몸에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기사로서, 충성을 맹세한 상대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지금의 이 관계도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가깝게 다가가지 않고, 멀어지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윽…!”

클로에는 조금 전에 주군인 레오릭 프란츠가 어루만진 곳에 손을 올렸다. 지금도 만져주고 있는 듯한 따뜻한 감각이 피부 위에 느껴지는 것 같았다.

“……칫. 일이나 끝낼까요.”

붉게 물든 얼굴로 들뜬 숨을 내쉬며 몸을 애타게 만지는 여자의 모습은 음란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이 없는 복도에서 한 짓이긴 하지만 누가 봤다면 창피함으로 끝나지 않을 모습에 클로에는 혀를 차면서 아직도 자기 안에서 꿈틀거리는 여자의 욕망을 참으며 오늘도 주군을 위해 나머지 업무를 끝내기 위해 움직였다.

* *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