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금수저 이야기-24화 (24/143)

〈 24화 〉 [외전] 샬롯 ­ 1

* * *

어두운 방.

몸을 흥분시키는 향기.

작게 켜진 촛불.

“샬롯.”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손길.

자신을 바라보는 다정한 그분의 눈빛.

“이제, 괜찮지?”

“……네, 도련님.”

드디어, 그분과 하나가 된다.

꿈에서나 상상했던 감동적인 첫날밤.

샬롯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 *

아직 이른 새벽.

아침에 눈을 뜬 샬롯은 곧바로 준비를 끝내고 거울 앞에서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다.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하녀장의 앞에서 추태를 보이기는 싫은 마음도 한 줌, 자신이 모시는 그분, 도련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최대한 단정하게 꾸미고 있었다.

“으음…, 샬롯. 벌써 일어났어?”

“네리아. 일어났구나.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

“아니…. 딱 좋은 시간이니 괜찮아. 하아암!”

거울 너머 침대에서 일어난 자신의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자신과 다르게 조금 더 쉬어도 되는데. 그러나 네리아는 괜찮다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네리아. 자신과 마찬가지로 도련님을 모시는 하녀 중 한 명.

같은 나이로 비슷한 시기에 함께 성에 들어와 지금까지 함께 지낸 친한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서로 못 볼 꼴 다 보여준 사이.

하지만 기지개를 피면서 출렁이는 저 가슴은 용서할수 없다.

“하아아. 그럼 나 먼저 갈게.”

“응. 조금 이따 봐.”

자신의 출근 시간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본 후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샬롯은 방에서 나왔다.

* * *

“좋습니다.”

하녀장 레나.

성의 평민들을 관리하는 상급 시종.

언제나처럼 그분 앞에서 샬롯을 비롯한 여러 하인이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무표정하게 그런 하인들을 바라보며 마지막 체크를 끝낸 레나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낌새를 느낀 샬롯은 안도의 숨을 쉬고는.

“샬롯.”

“네, 넷!”

움찔.

몸을 떨었다.

어느새 눈앞에 다가온 레나 하녀장은 평소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샬롯을 보고 있었다.

“오늘부터 둘째 도련님의 방을 책임지도록 하세요.”

“네?”

순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샬롯이 멍하니 레나를 바라보자 레나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그 모습에 반사적으로 자세를 똑바로 했다.

“네!”

“……흠. 좋습니다. 이제부터 도련님 앞에서 작은 실수 하나 없이 조심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레나의 말에 샬롯은 목을 숙이면서 평상시처럼 대답했다.

평상시처럼?

‘하와와!’

샬롯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혼자서라니! 혼자서라니!

머릿속에서 그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레오릭 프란츠.

프란츠 가의 차남.

누구보다 상냥하시고, 훌륭하신 분.

그분의 손길, 시선, 향기, 목소리까지.

그분의 아침을 혼자 담당한다?

“……대체 어떻게?”

“뻔하지. 그분에게 엉덩이라도 흔들어서 아양이라도 떨었겠지.”

“더러운 창녀 같으니라고.”

“마력도 없는 년이……!”

속닥거리는 주변 소리에 샬롯은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힐끔 주변을 둘러보자 질투가 담긴 시선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다른 하녀들은 물론, 시녀들까지 있었다.

하녀들이야 괜찮지만, 마력을 가진 시녀들까지 자신을 노려보는 시선에 몸이 오싹거렸다.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

지금이라도 거절해야 하나?

‘아니……!’

그럴 순 없었다.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분을 모시는 자리에 드디어 다가선 것이다. 샬롯은 다정하게 모은 손끝에 힘을 주며 정신을 똑바로 차린 후,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눈앞의 레나를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자신의 착각일까.

샬롯을 바라보는 레나의 시선에 미소가 지어진 것 같았다.

“그럼.”

착각이다.

레나의 시선이 소곤거리는 주변을 향하자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정숙하게. 어디가 시끄럽습니까?”

“죄송합니다!”

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도, 레나는 그렇게 말한 후 오늘의 일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직 새벽이라는 시간, 아침에 준비해야 하는 일을 빠르게 정리가 끝난 것을 확인하고 샬롯 역시 움직이려고 할 때, 레나가 그녀를 불렀다.

“그리고 샬롯은 저를 따라오세요.”

“네!”

* * *

“처녀 검사를 하겠습니다.”

“……네, 네?”

레나와 그녀를 보좌하는 시녀만이 있는 방.

그 방에서 샬롯을 부른 레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분께선 당신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그, 그런…….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신다니.”

샬롯은 자신도 모르게 뺨을 붉히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분의 생각만 하면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런 샬롯을 바라보며 레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분에게 어떤 감정을 품는 것은 당신의 마음이지만, 당신의 의무를 잊으면 안 됩니다.”

“죄, 죄송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아뇨. 말했다시피 당신의 자유입니다. 거기까지 터치하지 않습니다. 다만 주제를 알아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샬롯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평민인 자신의 주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분의 곁에 함께 있기만 해도 행복할 뿐이었다.

레나는 그런 샬롯을 보고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떡인 후, 앞서 말한 처녀 검사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부터 둘째 도련님의 곁에서 일하게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성교육이 있었던 그 날 이후, 둘째 도련님 곁에서 일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었다.

그 시간은 은밀하게 점점 늘어났고, 그분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고 있던 자신들에게는 행복한 일이지만, 그것을 알아차린 다른 사람들, 특히 시녀의 시선이 점점 험하게 바뀌었었다.

원래라면 귀족을 직접 시중드는 일을 하는 것은 시종이며, 많은 시종 특히 시녀들은 그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력도 없는 평민인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명확하게 내려진 정해진 것도 아니었고 네리아와 함께여서 괜찮았지만 이젠 정식으로 곁에서 지내는 것을 허락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두 명은 모르겠지만 레나가 남몰래 두 명을 보호한 것도 있었다.

“앞으로 기상 시간에 맞춰 둘째 도련님을 담당하게 되는 일을 맡게 됩니다. 이후 네리아에게도 따로 말하겠지만 이제부터 귀족분을 모시는 일에 대한 교육도 같이 받게 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일반적인 하녀의 예의가 아닌, 귀족을 모시는 시녀의 예절에 대한 교육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아직 비밀이지만, 차후 둘째 도련님은 이 성을 떠나 다른 곳에 가시게 됩니다.”

다른 곳….

처음 알았다.

샬롯이 레나를 바라보자 레나는 한 장의 계약서를 꺼냈다.

“이건 그때를 위한 계약서입니다. 이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면 이젠 더 일반 평민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샬롯이 멍하니 계약서를 바라봤다.

일반적으로 평민이 하녀로서 성에서 일할 때 본 계약서랑은 달랐다. 내용이 조금 더 길고, 추가된 내용도 많았다.

“비밀 보장은 물론이고 앞으로 휴일이라고 해도 성 밖에서 외출하는 것도 제한됩니다. 또…….”

레나가 차분히 앞으로 생길 의무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레나의 말이 샬롯은 자세히 들리지 않았다.

저 계약서에 사인하게 되면 앞으로 쭉 함께……!

“하아.”

“꺗, 죄송합니다!”

레나가 한숨을 쉬자 반사적으로 사죄한 샬롯에게 고개를 흔들었다.

“대충 이해했으면 본론으로 넘어가서, 처녀성 검사를 하겠습니다.”

“처, 처녀입니다!”

“알고 있습니다만, 그분의 곁에서 있고 싶다면 해야 할 필수적인 검사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레나의 말이 끝나자 주위에 있던 시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렇게 해야 그분의 곁에 머물 수 있다면…! 샬롯 역시 자세를 잡았다.

“으으….”

몇 가지 확인을 끝내고 나서야 샬롯은 벗었던 팬티를 다시 입으며 치마를 정리했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든 샬롯을 보며 레나는 평상시처럼 입을 열었다.

“마지막 확인입니다.”

“네….”

다시 진정이 될 때를 기다려 레나는 마지막 확인이자, 의무를 강조했다.

“앞으로 그분 곁에서 지내는 이상, 순결을 지켜야 합니다.”

“순결이요?”

설마.

처녀로 쭉 지내라는 소리?

샬롯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꿈에 그리는 그분과의 첫날밤에 대한 기대감이 머리에 스쳤다. 비록 하룻밤의 장난이라고 해도 샬롯은 그 추억만 얻을 수 있다면 상관없었는데….

“그런 뜻이 아닙니다.”

“죄, 죄송합니다!”

레나의 한심한 것을 보는 시선에 샬롯은 창피해졌다.

“그분 곁에서 지내는 동안 다른 남자와 만남은 삼가야 합니다. 만약 연인이 생긴다면 미리 알려주세요.”

“여, 연인이라니! 그런 건 절대…!”

“알겠습니다. 조용히 하세요.”

“죄송합니다!”

레나는 그게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만약 그분과 동침하게 되면… 아이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이야기입니다. 만약 자신의 아이라고 생각한 것이 다른 사람의 아이였다면…….”

레나의 차가운 목소리에 샬롯은 소름이 돋는 것을 꾹 참았다.

말하고 싶은 것은 알았다.

하지만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샬롯은 레나와 시선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이야기하겠습니다.”

“좋습니다.”

하녀라는 입장에서 전속 시녀에 가까운 특수한 입장이 되는 것에 대해 지켜야 할 일이나 해야 할 일에 대해 교육을 받은 샬롯은 레나와 헤어진 후, 이제 입장이 조금 달라진 자신의 처지를 기억해내고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눈앞의 문을 바라봤다.

도련님의 방에 도착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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