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창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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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꾸며진 창관의 거리.
더러운 인상이 있는 장소지만, 실상 그리 더럽지는 않았다.
상당한 세금을 내는 곳이고, 실질적으로 영지가 관리하는 곳이기도 한 이곳은 대부분 여행객이 자주 들리는 곳이다 보니 청소부터 시작해 가도의 정리까지 상당 부분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이 세계의 창관은 불법이 아니니까.
특히 여기, 붉은 꽃의 화원이라는 창관은 꽤 특수하다.
자기 부담으로 건물과 그 근처 지역에 돈을 투자해서 마차를 이용하는 것에 부담이 없고 전체적인 금액이 상당히 비싸다고 하지만, 일류의 모험가라면 부담 없는 금액.
상인들부터 시작해 거리의 유지들을 초대하고 접대하는데 특화한 창관. 여기에 다니는 창녀들도 기본적인 예의범절은 배우고 있다고 하던가.
그러면서도 근처 분점을 여러 가게를 만들어서 싼 가격으로 창녀들과 가볍게 잡담을 즐길 수 있는 주점부터 시작해 입이나 손, 가슴만 이용하는 곳부터 특수한 플레이만 즐길 수 있는 여러 테마의 가게를 운영하는 이 일대의 큰손.
사실상 창관 거리 중 제일 큰 조직이기도 한 붉은 꽃의 주점의 마담, 베아트리체는 자기 입장은 상관없다는 듯이 나에게 공손히 몸을 숙이며 인사했다.
아름다운 외모도 돋보이지만,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현재 만난 여자 중 제일 큰 가슴이 어쩔 수 없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스 누나를 넘는, 거유(巨?)라는 단어를 넘어선…… 폭유(??)! 징그러울 정도는 아니고, 딱 적당한 내 취향의 거대한 가슴이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에 반응해 무대 위의 발레리나처럼 아름답게 출렁거리며 춤을 췄다.
특히 가슴 윗부분에 찍힌 점도 매력적이다. 눈가에도 점이 있는데, 몸에 점이 많은 체질일까? 과연 몸 어느 부분에 어디까지 찍혀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미리 말하지만, 일부러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허리 부분이 꽉 조인 드레스라 가슴이 더욱 강조된 것도 있어서 시선이 절로 가슴에 갈 뿐이다.
본인도 자신의 매력을 잘 아는지 숨기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가슴 펴서 당당하게 서 있고.
하지만 이 세계에서 와서 늘어난 것이 훔쳐보는 시선이다. 특히 마력을 이용한 훔쳐보기는 아버지에게도 들키지 않을 정도로 은밀성을 가지고 있다. 클로에에게 장난치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사람에게 눈치채지 않게 그녀의 몸을 훑어봤다.
머리카락을 올려 단정하게 묶었다. 힘껏 치장한 반짝이는 액세서리도 고급품이고, 머리카락 아래로 드러난 목선은 여자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숨길 필요도 없다는 그런 자신감. 외모에 어지간히 자신이 없으면 저렇게 못 드러내지. 화장도 창녀라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진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러웠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이 입술의 립스틱인데, 오히려 외모와 분위기에 어울려서 보기 좋을 정도니까. 특히나 나이가 있을 것이 분명한데, 얇은 화장에도 주름 하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성숙한 매력이 물씬 느껴졌다.
베아트리체도 꽤 나이가 있다고 들었다. 확실히 붉은 꽃의 화원에 관한 서류에서 본 것 같은데, 꽤 오래전부터 창관에서 일했다고 했나. 순수하게 나이로 따지면 어머니보다 연상이 아닐까.
그런데도 외모는 충분히 현역으로 보일 정도다. 지금도 꽤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보고서에는 지금도 가끔 VIP들이 오면 손님 대접을 한다고 하나.
허리를 편 베아트리체의 겉모습에서 창녀라는 싼값 나는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단순한 창녀가 이 위치에 올라오는 것도 대단한데, 행동 하나하나에 귀족 못지않은 예절과 기품이 느껴졌다.
“후후.”
베아트리체와 눈을 마주치자 서로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흥미로운 눈으로 보고 있지만, 과연 그녀는 어떤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걸까.
“이 누추한 곳에 프란츠님이 직접 오시다니, 본 화원의 크나큰 영광으로 삼겠습니다.”
“천만에. 오히려 화려한 꽃들을 보니 아름다운 낙원에 온 것 같군.”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란츠님.”
예절 교육은 제대로 하는 지, 주위의 다른 여자들, 창녀들은 조심스럽게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하나 같이 예뻐서 눈이 즐거웠다만. 성의 사람들과 달리 노출도 많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나랑은 반대로 지크는 여기에 만족했는지 불만스러운 표정이 사그라졌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프란츠님. 이쪽으로 오시길 바랍니다.”
“그래.”
베아트리체가 마지막으로 나서며 안내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인원은 이 화원의 주인이자 마담인 베아트리체와 그녀를 보조하기 위해 남은 2명.
그 2명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베아트리체를 닮은 금발의 2명. 베아트리체와 마찬가지로 선홍빛 눈동자가 인상적인 여자들.
한 명은 짧고 한 명은 길게 정리한 머리카락과, 풍만한 신체를 가진 미녀들. 무표정하게 베아트리체 뒤에서 살짝 고개를 내려 깐 채로 대기하고 있는 둘이 보였다.
딸인가?
베아트리체가 움직이자 뒤의 두 명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할 때 두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흠칫, 몸이 잠깐 멈춘 것이 보였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베아트리체를 따라 다녔다.
흠. 마력 보유자군.
“들어가지.”
“네.”
따라온 기사들은 건물 밖에서 경비. 네리아는 마차에서 대기하고 클로에와 지크는 호위를 겸하며 따라오고 있다.
이자벨?
“……혹시 저도?”
“음.”
힐끔.
내가 고개를 끄떡이자 이자벨이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앞에 나서던 베아트리체가 몸을 돌려서 이자벨을 바라봤다.
“어머. 이자벨님도 계셨군요.”
“오랜만입니다, 베아트리체님.”
그때야 시선이 마주친 듯 베아트리체와 이자벨이 서로 인사하지만, 서로 진작 알고 있지 않았나?
“요즘 모험가들 때문에 일이 다사다난하다고 들었는데, 여기에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이자벨님.”
“베아트리체님만큼 많겠습니까. 관리하는 가게가 한두 개가 아닐 텐데요……. 아, 그러고 보면 이제 몸도 옛날처럼 현역도 아닐 건데 이 시간까지 깨어있으시고, 이제 나이도 나이니 체력이 괜찮으신지 걱정되는군요. 몸에 좋은 약이라도 찾아서 드릴까요? 의뢰 비용은 싸게 해드리겠습니다.”
“호호호. 괜찮아요, 이자벨님. 몸에 좋은 건 매일 먹고 있으니까요. 그런 이자벨님도 이제 예전처럼 날아다니는 것도 힘드실 텐데 슬슬 모험가 일을 쉬어야 하지 않을까요? 모험가라고 칭하기엔 이제 나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뀌셨다고 들었는데. 어머, 그러고 보니 결혼도 아직이신가요? 노산은 힘들답니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웃으면서 서로 담화하는 게 참 보기 좋네.
서로 하악거리며 싸우는 고양이가 생각났다.
“쟤네 왜 저리 사이 나빠?”
“글쎄요?”
지크는 관심도 없는지 넋 놓고 있었다. 나도 얘는 포기했고.
클로에에게 시선을 옮겼다. 클로에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모르죠.”
그래. 그럴 줄 알았다.
베아트리체 뒤에 있는 두 여자를 바라보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멀뚱거리자 그때야 정신을 차렸는지 베아트리체가 허리를 숙이며 사죄했다.
“어머, 실례했습니다.”
“아니, 아는 사이였군.”
그렇긴 하겠지.
주요 창관 고객이 모험가고, 무슨 일이 터지면 둘이 자주 만날 거고. 거기에 치안 업무 때문에 자주 봤을 거고.
“호호. 무뢰한들이 자주 날뛰는 편이라서, 그쪽 관련으로 자주 봤습니다.”
“배우는 거라곤 싸움밖에 없는 놈들이 술과 여자가 있는 곳에 조용하겠습니까? 어쩌다 보니 자주 얼굴을 봅니다.”
예상대로 자주 만나나 보다.
“자기 책임이라고 하지 않았나?”
“보통 싸움이야 상관없습니다만…….”
이자벨의 표정이 똥 씹는 그것으로 변했다.
“마력 보유자들이 이성을 잃고 싸우면 골치 아파지죠.”
두 여자를 힐끔 바라봤다.
꽤 준수한 마력을 체내에 품고 있다.
“경비는 괜찮은 것 같은데?”
건물을 한차례 훑어봤다.
저 두 명 말고도 마력 보유자들이 몇 명 있었다.
내가 알기론 가게 같은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곳에 마력 보유자들이 모험가처럼 고용된 게 아니라 정직원으로 일한다면 세금이 높아지는 거로 알고 있는데.
“세금이 꽤 나갈 텐데.”
“호호호. 고객님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꼭 필요한 경비죠. 그리고 세금도 잘 내고 있답니다.”
“음.”
베아트리체는 숨긴 것은 없다는 듯이 자신 있게 말했고 지크가 고개를 끄떡였다. 지크가 준 서류를 보면 꽤나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 같고. 확실히 제대로 된 사업으로 보인다.
거대한 상회라면 경비를 책임지는 직책이나 최측근 경호원 정도나 마력 보유자로 일하고 있지, 이런 건물 하나에 이 정도로 다수의 마력 보유자라. 확실히 돈을 벌긴 버나 보군.
뭐, 신고만 확실하게 하고 그만한 세금만 잘 낸다면야.
확실히 서류상에 적힌 인원이…….
“딱 맞아 떨어지는군.”
“……호호. 투명한 기업 운영이 저희 창관의 자랑스러움이죠.”
잠깐 마력으로 건물을 중심으로 이 구역 전체를 살펴봤다.
내가 말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베아트리체의 안색이 살짝 흔들렸다. 뒤의 두 명도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베아트리체의 경우 일반인이라 그렇다 치고, 마력을 운용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게 꽤 큰 충격이었나보다.
뒤의 두 명의 기척이 흔들리는 걸 느꼈는지 베아트리체가 앞으로 나서며 건물에 안내하기 시작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음.”
이제야 드디어 들어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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