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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금수저 이야기-11화 (11/143)

〈 11화 〉 모험가 길드 ­ 3

* * *

회담 자체는 금방 끝났다.

딱히 이야기할 주제도 없었고, 그저 길드의 일을 비롯해 궁금한 거 몇 가지 물어보는 것이 전부였고. 앞으로 내가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전부였으니까.

“저희 길드의 이득은 결과적으로 말하면 신용입니다.”

“신용?”

“네. 귀족분들이나 혹은 기사와 연줄이 있는 상회라고 해도 인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거기서 저희가 등장합니다.”

전력.

산적, 도적. 각종 인위적인 재해부터 시작해서 운이 좋다면 자연재해조차 막을 수 있는 마력을 가진 자들.

“저희 모험가들의 신용은 절대 적지 않습니다.”

“흠. 쉽게 믿을 수 있을까?”

비싼 물건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이다.

흑심이 생길 수도 있고, 여행 도중에 등 뒤에 칼을 찌를 수가 있었다.

체코…… 지크 역시 못마땅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자벨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모험가가 없다는 말은 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을 하는 모험가는 결국 얼마 못 가서 잡히고 맙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면 당연히 그 원인을 찾는다.

길드도 찾고, 그 일을 의뢰한 쪽도 찾는다.

수배될 경우 마을에서 사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놈들은 결국 산적이나 도적이 되고.

“마력 보유자가 사고 치면 대부분 형장의 이슬이 되는 건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일은 거의 없다. 혹은 드물다.

있다고 해도 길드 차원에서 조사에 도움을 준다.

길드는 어디까지나 모험가를 도와주는 곳이 아니다. 모험가와 의뢰인을 주선하는 곳이며 어느 쪽이냐면 영지의 편. 아니, 영지의 하위 기관에 불과하다.

“흥. 최고의 방법은 저희에게 일을 의뢰하면 됩니다. 그걸 감수하고 하는 일이니 뒤통수를 맞아도 당연한 일 아닙니까.”

“아, 그거.”

영지 차원에서 지원할 때도 있다.

대규모 상행.

병사들과 기사들이 직접 호위하는 상행으로 대도시 위주로 남부 지방 일대를 돌아다니는 상행.

이때 이 집단의 뒤를 따라 이동하는 상인들이 꽤 있다. 주로 작은 상회나 개인 사업자들은 이렇게 한다.

아니면 영주에게 부탁해서 기사를 파견하는 일도 있다.

일종의 지원 정책이긴 한데.

이자벨이 쓴웃음을 지었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참가하기 힘들고, 후자는 단가가 비쌉니다. 대상회 정도가 아니고서야 감당하기 어렵죠. 아니, 대상회도 어지간한 상행이 아니라면 모험가나 자체 호위 병력을 이용합니다.”

“그렇다고 들었지.”

“당연합니다. 기사가 직접 움직이는 일이니까요.”

단가가 비싼 건 당연하다.

오히려 배달의 민족에서 오토바이가 아니라 장갑차가 배달한다고 생각해봐라.

오는 길에 누가 훔쳐먹거나, 빼먹거나, 쏟아지거나 하지는 않지만, 드는 돈은 장난이 아니겠지.

“그래서 모험가 길드는 주로 다른 길드나 상회 쪽의 주기적으로 하는 거래는 신용할 수 있는 모험가를 대상으로 알선하고, 그 대가로 길드 역시 이득을 받게 됩니다.”

파견 회사 같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낭만이 없네, 낭만이.

“몬스터 사냥 같은 건 안 하나?”

“그런 의뢰가 없는 건 아닙니다. 소규모 소탕 의뢰는 자주 있고, 가끔 던전 탐색도 합니다.”

“던전? 어떤 곳이지?”

예전에 했던 미궁 그리고 용이 생각났다.

추억의 오락실 게임. 한 번도 엔딩을 본 적이 없었지.

“음. 자연적으로 생긴 구조물에 마력이나 여러 이유로 몬스터들이 집단 형성을 하는 곳을 던전이라고 합니다.”

“보통 마정석이 원인이죠.”

마정석.

판타지 세계 특유의 아이템.

광산에서도 가끔 발견되는 물건으로 자연적인 상태에선 마력이 모여드는 효과가 있고, 가공하는 것으로 그 크기에 따라 마력을 저장할 수 있다.

즉, 배터리.

외부 부착의 보조 배터리. 혹은 폭탄.

전략 물자다.

“비싸겠군.”

“네. 그게 목적인 모험가도 적진 않죠.”

만약 운 좋게 마정석을 발견한다.

그럼 복권에 당첨된 것과 마찬가지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없는 일도 아니다.

이거로 가문을 일으켜 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

물론 크기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그걸 들고 도시에 들어오는 행위 자체가 범죄 행위라 조심히 취급하고 있다.

귀족에게는 액세서리 같은 느낌으로 들고 다니지만.

이제는 한 몸 같이 느껴지는 팔찌를 바라봤다. 푸른색의 기묘한 보석이 빛나고 있다.

“…….”

그 시선을 눈치챘는지 이자벨 역시 팔찌를 바라보더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일부러 흔들어봤다.

­짤랑! 짤랑!

“콜록, 콜록!”

“하하하.”

재미있는 여자네.

기침하면서 아직 뜨거운 차를 원샷 때리는 이자벨을 보고 피식 웃었다.

사실 마정석으로 할 수 있는 건 여러 가지 있지만, 솔직히 외부 배터리 이외는 효율이 떨어진다.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지만.

어쨌든 사소한 건 넘어가고.

“따로 이야기는 들었던가?”

체코… 아니었지.

지크를 힐끔 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이자벨이 침을 삼키는 모습이 보였다.

“프란츠는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뭐, 미리 이야기했으니 알아서 하겠지만. 내가 이번에 찾아온 일은 이제부터 내가 관리하게 됐기 때문이다.”

“네.”

이자벨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차근차근 일의 대화를 시작했다.

“대산맥에 관한 의뢰는 점점 줄이도록.”

“네. 조절하겠습니다.”

“뮐러에 대한 의뢰는 보고하도록.”

“네. 지금 은밀히 조사 중입니다.”

“다른 수상한 의뢰는 없었나?”

“네. 여태까지 확인한 바 별다른 특수한 의뢰는 없었습니다.”

흠. 여기까지는 문제없고.

하긴. 형님도 한 번 확인했었겠지.

“외부에서 들어온 모험가들은?”

“전부 확인하고 있습니다. 최근 외부에서 들어온 모험가 수는 크게 변동이 없었습니다.”

“서류를 보니 원래 꽤 있는 것 같은데.”

“프란츠 영지는 예로부터 대산맥 인근에 있는 영지 중 제일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몰려오는 경황이 있습니다. 이곳 말고는 보랭 영지뿐인데 보랭은 대산맥과 거리가 있다 보니 이 땅에 몰리는 일이 많습니다.”

흐으음.

남부 지방에서 제일 발전했다고 자부하기에 생기는 일 중 하나가, 사람이 몰려오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 모여서 생기는 이득이 더 크니 다 고려하고 있지만.

“모험가라.”

뮐러뿐만 아니라 다른 영지에서 자신의 가신 중 마력이 조금 적은 기사는 모험가로 신분을 바꿔 다른 영지에 몰래 들어가는 일이 없지는 않다.

우리도 하고 있고.

“뮐러가 그럴 경향은 없어 보이긴 하지만.”

“네. 실제로 뮐러에서 오는 모험가는 수가 적어지고 있습니다. 있는 모험가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빠져나왔다는 말도 있습니다.”

내분으로 인한 전력 때문인가.

좀 더 상황이 안 좋아지면 모험가를 강제로 징용하겠지.

애초에 뮐러뿐만 아니라 다른 영지도 신경 써야 했다.

아직 눈치 못 챌 거로 생각하지만.

“다른 영지에서도 별다른 건 없지?”

“네. 지금까지는.”

대충 서류에 있는 내용과 바뀐 건 없나.

몇 가지 더 확인했지만, 문제 있어 보이는 건 없긴 하군.

“그럼 마지막으로 괜한 사고가 없으면 좋겠다. 알겠지?”

총력전도 아니니 모든 병력이 빠져나가는 건 아니지만. 괜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

괜한 사고를 치지 말고, 아랫놈이 사고 치지 않게 잘 해라.

즉, 그런 뜻이다.

“네. 유념해두겠습니다.”

“음.”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서 이자벨 역시 일어서서 허리를 숙였다.

이제 슬슬 갈 생각이지만.

­저벅, 저벅.

조용해진 공간.

천천히 이자벨 곁으로 다가갔다.

허리를 숙인 채로 인사하는 이자벨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읏.”

크게 움찔하며 몸을 떠는 이자벨.

천천히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잘 단련된 신체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오늘은 수고했다.”

“네, 네.”

긴장감으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숙여 천천히 귓가에 가까이 다가갔다.

숨을 멈추는 기척이 느껴졌다.

성의 사람들과 다른 살내음이 느껴졌다.

“꽤나 마음에 들었어.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네?”

툭툭.

마지막으로 어깨를 두드려준 후 집무실을 나섰다.

닫힌 문 너머 넘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 건 착각인가?

* * *

“뭔가…. 몸이 너무 안 좋아 보이던데. 몸에 좋은 거라도 보내줄까? 아직도 나이도 젊은데.”

“아뇨, 저건……. 크, 크흠. 이젠 괜찮을 겁니다. 그리고 저 나이가 젊진 않죠.”

“뭐?”

……아니. 젊은 편 아닌가?

모험가라서 그런가 스타일도 좋고. 흉터 자국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자세한 나이는 모르지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면 여자로서 늙었죠.”

“그런가?”

“아이에게도 안 좋습니다.”

성인이 되면 남자든 여자든 거의 바로 결혼하긴 해서 나랑 관점이 다르긴 하지.

그때 아이가 생기거나 늦어도 20대 초반에 생기니깐 30대면 이미 애 딸린 유부녀가 대부분이긴 하다.

마력 보유자는 나이가 들어도 젊어보이는 편이라 이자벨 역시 흉터를 빼면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먹힐 정돈데.

그걸 감안해서 20대 후반이라고 추측하는 거고.

“역시 여자는 젊고 순산형이죠.”

체코…… 아니, 지크의 얼굴을 봤다.

진심이었다.

“그래….”

* * *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르르.

모여드는 하녀들에 눈을 깜박거렸다.

“준비?”

“네. 오늘 밤을 대비해 준비할 것이 있습니다.”

모험가 길드를 다녀오고 마저 서류를 살펴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하는 일이 많았다.

현실과 비교하면 설렁설렁해도 되는 정도지만.

네리아가 준비한 차를 마시고 있을 때, 레나가 나타났다.

“준비라니, 무슨 준비?”

아직 해도 안 졌는데?

“섹스할 준비입니다.”

말 좀 가려서 하자.

하녀들 얼굴 빨개진 것 봐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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