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성교육 1
* * *
“으으윽.”
아버지의 집무실에서 나와 아직 문에 서 있던 스벤에 인사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마주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복도를 걸었다.
“공무라.”
일을 배워둔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잡일에 가깝겠지.
아직 경험이 없는 애송이에게 큰일을 줄 이유도 없고.
어쨌든.
교육도 끝났겠다. 뭐라도 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다.
이 세계의 유흥은 거의 술, 도박, 섹스다. 솔직히 여태까지 공부를 했던 것도 할 일이 없어서가 컸다.
이제야 일 하면 시간을 보내긴 하겠지만….
“응?”
다시 내 방으로 향하던 도중, 자주 보는 정원이 보였다.
그 정원 속, 새하얀 꽃들로 가득한 화단 그 중앙에 있는 차를 마실 수 있게 준비된 곳에 사람들이 있었다.
“…….”
멀리서도 보이는 눈에 확 들어오는 금발의 미녀.
그레이스 프란츠. 아이단 형님의 아내.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봤다.
바람이 불고, 꽃잎이 휘날리는 꽃의 정원에 서 있는 그녀가 한폭의 그림 같아서.
서로 잠시 응시하다가,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것으로 그 순간이 끝났다.
나 역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천천히 제 길을 걸었다.
“아씨, 이쁘긴 이뻐.”
괜히 투덜거리면서 공부방으로 향했다.
* * *
“도련님.”
혼자 있는 방에 책을 읽고 있을 때, 메이드장이 왔다.
스벤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다가왔다.
포커페이스는 하인들의 기본 패시브 스킬인가.
“레나. 무슨 일이야?”
스벤이 프란츠 백작가의 모든 일을 관리하는 입장이라면, 레나는 백작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입장이다.
엄밀히 말해 남자 하인은 스벤이 관리하긴 하지만, 평소 다른 일로 바쁜 탓에 레나가 대신 관리하는 일이 많다.
어쨌든 레나가 찾아오는 일은 드물긴 했다.
“3일 후에 있을 일 때문입니다.”
“3일 후? 아.”
그게 벌써 레나의 귀에도 들어갔나?
아니, 레나 입장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인가.
근데 그게 왜?
내 표정에 담긴 의문에 레나가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성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성교육? 아니, 기본적인 건 아는데?”
경험은 없지만, 교육이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러한 책도 있었고.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물과 책은 다릅니다.”
그야 그렇지.
근데 실제? 실물을 말하는 건….
설마?
“에, 뭐야. 설마 하는 거야? 섹스?”
“아뇨. 첫 경험은 그분과 하게 될 겁니다. 오늘부터 할 교육은 실제 실물을 보고 익숙해지는 곳부터 시작합니다.”
“아하.”
실제 여자의 음부를 보고 충격 먹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소리지?
흠.
“괜찮으시겠습니까?”
“나야, 괜찮은데.”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꾸벅. 레나는 그렇게 말하며 잠깐 자리를 비웠다.
읽고 있던 책을 덮어뒀다.
조금 호기심이 피어오른다. 귀족의 성교육이라니. 대체 어떻게 할까.
잠깐 시간이 지난 후, 레나와 다른 하녀 몇 명이 나타났다.
“도련님. 준비를 하겠습니다.”
“으, 응.”
조금 긴장됐다.
내가 얌전히 있자 레나는 이내 하녀들에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녀들이 나에게 인사한 후, 곧바로 소리 없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르륵!
커튼을 치며 방을 어둡게 하며 어디에서 가지고 왔는지 촛불에 불을 지폈다. 어두운 방을 은은한 불빛으로 비추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거기에.
“킁, 이거 향이 나는데?”
“네. 긴장을 푸는 효과가 있습니다.”
레나가 조용히 답했다.
아로마 같은 건가? 이런 것도 있네. 하긴 욕탕에도 자주 뭔가 뿌리긴 했지.
“그럼 도련님.”
모든 준비가 됐는지, 레나가 내 옆에 섰다.
레나를 보다가 앞을 보자 좀전까지 준비한다며 움직였던 하녀들이 조용히 나를 보며 내 앞에 서 있었다.
“마음에 드는 하녀가 있습니까?”
“…여기서?”
“네. 여기 있는 아이들은 전부 제가 확인을 걸친 아이들입니다. 혹시 다른 아이를 원하시면 저에게 말씀해주길 바랍니다.”
레나의 말에 다시 하녀들을 바라봤다.
대략 10명의 하녀가 있었다. 그 중에는 가끔 지나가다가 본 하녀도 있고, 처음 보는 하녀도 있었다. 키가 작고 큰 아이부터 가슴의 크기까지 다양했다. 공통점이라면 얼굴은 괜찮다는 것.
하긴 하녀로 일했다는 것만으로 성 아래 사람에겐 일등 신붓감이라고 했던가.
“음.”
하지만 이렇게 성적인 시선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아이부터 시작해서 찬찬히 훑어봤다. 하나 같이 전부 이쁘긴 했다. 누굴 골라도 상관없긴 하네.
“한 명 골라야 해?”
“몇명이라도 괜찮습니다.”
하. 내가 이렇게 여자를 골라 먹는 입장이 될 줄이야.
귀족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다. 마력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야.
찬찬히 하녀들을 살펴보다가 눈에 익은 2명으로 정하기로 했다.
“그럼, 샬롯이랑 네리아로.”
“알겠습니다. 샬롯, 네리아.”
“네, 넷.”
“네!”
내 말에 레나가 두 하녀를 부르자, 두 명이 앞으로 나왔다.
조금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뺨이 살짝 붉혀있었다.
일단 싫어하는 건 아니라 다행이네. 아무리 나라도 강제로 매일 얼굴 보던 애들이 싫은 표정 지으면 상처를 받으니깐.
근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졌는데.
하녀들을 보니 날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
뭐야. 뭐가 문제야? 내 낌새를 눈치챈 레나가 잠깐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 소리에 하녀들이 등을 바짝 세웠다.
“왜 그래?”
“도련님. 하녀들의 이름을 외우고 계시는군요.”
“아. 그거? 그게 이상한가?”
“상급 하인이 아닌 이상 귀족분에게 이름을 불리는 경우가 없으니깐요.”
레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의 하인 취급은 근처의 돌과 같았다. 소설에서 보는 것 같이 막 잔혹하게 다루는 게 아니라, 그냥 돌이나 도구 같이 냅두고 없는 사람 취급하며 필요할 때 부르는 정도.
스벤이나 레나 정도의 상급 하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는데.
“샬롯이랑 네리아는 매일 내 방에 들어오는 아이들이지? 자주 봐서 알아. 매일 아침 침대 정리해주고 차를 넣어주는 아이들이잖아.”
“네.”
“외우는 게 당연하지.”
전에 한 번 이름을 물어봤을 때 깜짝 놀라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이제는 대충 알겠다.
샬롯이랑 네리아를 보니 뺨을 붉히면서 바닥을 보고 있었다. 딱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역시 평소 호감도 작업을 해놓길 잘했다.
잠깐 시간이 지나고 나머지 하녀들이 방을 나왔다.
“그럼 도련님.”
어둡고 조용한 이 방에 이제 남은 사람은 나와 레나. 그리고 샬롯과 네리아. 단 4명이었다.
묘한 향기가 피어나는 방에서 레나가 조용히 말했다.
“성교육을 시작하겠습니다.”
* * *
사락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방에 울려퍼졌다.
나 역시 조금 긴장된 상태로 조용히 두 명을 바라봤다.
이 세계에 딱히 메이드 복이라는 것은 없지만, 사용인들이 주로 입는 복장이 있었다. 특색은 딱히 없지만 하늘하늘거리는 치맛자락이 보기 좋았었다.
그런 옷을 입은 두 명이 내 앞에 서 있었다.
샬롯은 갈색 머리카락의 검은 눈동자를 가진 소녀였다. 작은 체구에 맞게 가슴도 아담한 편이고, 키도 그리 큰 편은 아니었다. 매일 아침 침대를 정리하면서 낑낑거리는 모습을 가끔 한 번씩 보곤 했다.
네리아는 붉은 머리카락에 주황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소녀였다. 내 식기를 담당하는지, 무언가 마시거나 먹을 때 주로 그것을 들고 오는 것이 네리아였다. 이 세계의 차는 너무 써서 내 입에 맞지 않았는데, 오랫동안 내 차를 끓여온 네리아는 내 입맛에 맞게 달달하게 잘 끓이는 편이었다. 샬롯보다 한뼘 더 큰 키에,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가있었다.
그 두명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역시 판타지 세계라는 말이 나왔다.
저런 머리카락과 눈색이 자연적으로 나오려나?
“그럼 도련님.”
“응.”
레나가 나와 둘 사이에 섰다.
“3일 후에 있을 첫날밤의 순서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런 것까지 일일이 정하고 시작하는구나.
하긴, 부부 사이라고 해도 같은 방을 쓰는 일은 거의 없지. 아버지와 어머니도 각방인 걸로 알고 있다.
“우선 도련님께서는 그날 저녁부터 준비를 하게 되실 겁니다.”
“저녁부터?”
“네.”
귀족 간의 결합은 그 정도로 중대사라고 한다. 횟수 자체가 달에 1번 있을까 말까하다고. 그 정도로 성욕이 없었나? 형님은 큰일이었나보네.
레나가 천천히 순서를 설명해줬다. 일단 몸부터 먼저 씻고, 옷을 준비한 다음 안내를 받고 그레이스님의 침실로 향하게 된다.
내가 준비하는 사이 그레이스님 역시 준비를 한다고 한다. 자세한 건 알려주지 않지만.
“침실에 들어서게 되면 그레이스님이 침대 위에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너무 서두르지 않게 품격을 지키시며 침대에 다가가시면 됩니다.”
간단한 예절. 어떻게 행동할지 대충 알려주는 걸 들었다. 뭐, 특이한 건 없었다. 그냥 예의 없이 행동하지 마라, 상대를 존중해라. 그 정도.
그렇게 말한 후 갑자기 레나가 무언가 들어올렸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실크옷.
아니, 저런 것도 있어? …아니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중세 시대의 옷이라고 하기엔 옷감이 좋긴 했지만. 판타지 세계 개쩌네.
“그레이스님은 이런 종류의 옷을 입고 계실 겁니다.”
“어, 어어.”
솔직히 처음 봤다. 이거 란제리라고 하던가. 그거 맞지?이걸 입고 있으면 속이 다 비칠 것 같은데.
“이때 눈을 돌리는 것도 예의에 어긋납니다. 평소처럼 대해주셔야 합니다.”
“평소처럼?”
“네.”
아니 어떻게.
으음, 그레이스님의 그 풍만한 가슴이 완전히 보일 텐데.
“단지 이때 상대의 가슴과 음부에 시선을 보내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래?”
“네. 성욕을 느낀다는 걸 뜻하는 신호입니다.”
아.
그렇군. 직설적이네.
그렇게 말한 레나가 여태까지 가만히 서 있던 둘을 바라봤다.
“그럼 한 번 착의해보겠습니다.”
“…샬롯이랑 네리아가?”
“네. 이런 종류의 여성 속옷의 벗기는 법 또한 필수 매너입니다. 귀족 남성이 여성의 속옷을 풀 수 없다고 하는 건 상대에 큰 모욕이 됩니다.”
벗길 줄 모른다고 하면 밤일 하기 싫다라는 뜻이 된다고 한다. 큰 모욕이라고 하며 절대 해선 안된다고 레나가 주의를 줬다.
레나가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자 샬롯과 네리아가 천천히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드디어 벗는구나! 나도 모르게 두 명을 빤히 바라봤다.
샬롯과 네리아는 내 시선에 뺨을 붉히면서 옷자락에 손을 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