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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금수저 이야기-4화 (4/143)

〈 4화 〉 가족 회의 ­ 3

* * *

“대충 이야기가 끝났다면, 다음으로 넘어가지.”

잠깐 형수님을 놓고 형제간의 우애가 두꺼워지는 장면이 있었다.

아버지의 말에 서로 바라보던 시선을 돌렸다.

형수님 말고 다음 이야기가 있었나.

아, 전쟁의 이야기군.

“이번 전쟁에서는 아이단도 참여한다.”

“형님도?”

아이단 형님을 보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미리 정해진 거였군.

그래도 위험하지 않나? 아니,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위험해 보이는 상황은 아니긴 하지만.

“나도 레오릭. 네 나이쯤에 처음으로 전장을 경험했지. 지금은 매우 평화로웠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네.”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에는 전쟁을 계속했었다고 했다. 특히 아버지의 경우엔 태어났을 때부터 전쟁한 중간에 태어나 계속해서 전쟁의 시대를 살아오셨다.

아버지가 좀 나이가 들었을 때, 간신히 왕실의 혼란이 잦아들고 각 지역의 중심 세력이 들어서면서 점차 평화로워졌다고 한다.

이 세계의 귀족, 내가 편하게 백작이니 자작이니 말했지만 조금 뜻이 다르다. 애초에 지구의 귀족에 대해서 잘 모르고.

땅이 있는 귀족의 권력은 강하다. 몬스터부터 시작해서 외부의 위험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특히 개인이 강한 힘을 가지는 세계라서 더욱 그럴 수도.

그 때문인지 지금도 왕실과 멀리 떨어진 곳에는 아직도 귀족 간의 다툼이 심하다고 했다. 지금 계획처럼 뮐러를 완전히 집어삼키는 데 성공하면 차후 문제가 있더라도 왕실의 체면만 세워주면 되는 일이고.

거기에 나중에 문제가 생길 명분을 없애면 최고고.

“오히려 늦었지. 괴물들을 상대하는 것과 사람을 상대하는 건 다른 이야기니깐.”

“그래. 그래서 이번 전쟁에는 나도 참전하기로 했다.”

으음.

그래서 그레이스님의 이야기가 나온 거구나.

쉬운 전쟁이라고 해도 시간이 걸린다. 후계 문제의 경우 예민하니까….

“형님이 지휘하는 겁니까?”

“설마. 아버지의 곁에서 보고 배우는 정도에 불과해.”

“물론 부대 하나는 맡길 생각이다.”

뭐어. 그래도 위험하지는 않겠지.

아무리 운이 없다고 해도 마력으로 몸을 보호한 상태면 눈먼 화살에 당할 이유도 없고.

“그리고 뮐러의 땅을 얻게 되면 그 통치를 아이단에게 맡길 생각이다.”

“네?”

형님을?

아무리 그래도 여기에 있는 게 좋지 않나.

내 시선이 형님에게 향했다.

“후계자 수업 중 하나야.”

“으음.”

그래도 차후 이 땅을 다스리려면 여기에서 배우는 게 좋지 않나.

“물론 계속은 아니야. 전쟁 후 혼란스러운 영지를 다스리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하셔서.”

“그건, 그렇네요.”

음? 잠깐만.

이번 일은 단독으로 끝내는 일이 아니다. 보랭 가문과 합작이라면 그만한 대가가 있어야 한다. 뮐러 자체는 보랭과 먼 편이니 직접적인 통치는 어려울 텐데.

“그럼 보랭 가문에게 줘야 할 건 뭡니까? 이대로면 뮐러의 땅은 저희가 먹는 것 같은데.”

“뮐러의 땅이 맞다.”

뮐러를?

통치하는 건 형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설마 분할 통치는 아니겠죠?”

그거 골치 아플 것 같은데.

내 말에 아버지가 고개를 흔드셨다. 그리고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응?

아버지의 시선에 형님에게 고개를 돌리니 형님도 조용히 미소 지으셨다.

“뮐러 가문은 우리 프란츠가 먹는다. 당분간 그 통치를 아이단이 하겠지만, 상황이 좋아지고 별문제가 없으면, 뮐러의 책임자에 너를 앉힐 생각이다.”

“……네?”

제가?

뮐러를?

통치?

“아, 싫은데.”

“싫다고?”

“아하하하하!”

내 말에 아버지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이단 형님은 크게 웃었다.

뭐? 왜?

귀족으로서 권력은 지금도 충분하다. 차남의 의무라고 할 수 있는 내정 일이나 자식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놀고먹고 다 할 수가 있다.

이 얼마나 행복한가.

그걸 버리고 다른 땅에 가서 일하라니.

“아, 귀찮잖아요.”

“하하하. 그럴 줄 알았어.”

“아니, 만약 제가 반기를 들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걸 지금 내 앞에서 말하는 거냐? ……훗.”

아버지도 어이가 없는지 웃으셨다.

뭐, 이길 확률은 없겠지만.

그래도 차남이라는 입장에는 그런 가능성도 염두에 둔다고 배웠는데?

“너를 믿기 때문이다.”

“으으음.”

아버지 말에 쑥스러워졌다.

머리를 긁적이니 아버지의 눈썹이 올라갔다.

이런 흐트러지는 버릇을 싫어하셔서 금방 손을 내렸다.

아버지가 잠시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말했다시피 보랭이 이번 도와주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통치에 대해서다.”

“그게 이유라면…… 설마 이니스양입니까?”

“음.”

내가 이니스 보랭과 결혼한다고 해도, 딱히 이니스에 무슨 권력이 생기진 않는다. 물론 친가에 대해 작은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애초에 그런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보랭이 작은 가문도 아니고.

……그럼 설마.

“……아니죠?”

“뮐러의 성을 계승할 생각은 없나?”

“하으아으아.”

귀찮을 일을 시킬 생각 만만이구먼!

* * *

축 처진 등을 보이며 집무실에서 떠나는 레오릭의 모습을 보며 아이단은 싱긋 웃었다.

여전히 재밌는 동생이다. 귀족으로서 드물게 명예나 권력에 욕심이 없다. ……성욕의 경우엔 하녀들 상대로 그런 눈을 했다고 들었지만, 예전부터 봤다고 스벤에게서 들었지만 그걸 참을 정도의 인내심이 있다.

귀족으로서 드물고, 프란츠 가문의 혈통으로 생각해도 드물다. 차기 후계자이자 장남인 자신에게는 믿음직한 동생이지만.

“하아. 저 아이는.”

아버지가 오랜만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았다.

“뭐, 좋지 않습니까?”

“조금 더 욕심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버지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이단 역시 그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욕심을 내는 동생이라면 이렇게까지 믿을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보아하니 여자에 관심도 많은 것 같고, 차세대 기사는 꽤 풍족해질 것 같습니다.”

“……그래. 요즘 상황이 상황이니 너무 신경을 안 쓴 것 같군. 조금 일찍 교육해야 했던가.”

그 동생은 한적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 것 같지만.

이제는 뮐러 때문이라도 고생하겠군.

“가신들은 어떻습니까?”

“음.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은 상황이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가문의 힘은 팽창해왔지만, 그 반동으로 자리가 좁아졌지.”

“이 이상 위에 자리가 없죠.”

모든 부하를 보살펴줄 방법은 없다. 상황도 없고, 자리도 없다.

보상도 한정되어 있다. 금으로 기뻐하는 가신들이면 모를까, 명예나 혹은 땅을 원하는 가신들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부족하다.

오히려 지금까지 이 땅은 너무 빠르게 커왔다.

아이단과 레오릭처럼 이전 세대의 후손들이 이제 어깨를 펼 때가 됐다. 그렇지만 지금의 프란츠에 그 정도의 자리가 없었다.

“전쟁 세대들이 아직 정정하단 말이죠.”

“날 말하는 거냐?”

아버지의 말에 아이단이 웃었다.

“아직입니다, 아직. 저는 조금 더 배워야 해요.”

“흠.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넘치는 인재들을 쓸 장소가 부족하면, 그 장소를 만들면 그만이다. 뮐러를 눈여겨본 이유 중 하나였다.

"이제 레오릭이 움직여야 하니 너도 눈여겨본 사람은 있겠지?”

“그야, 그렇죠.”

인재는 많을수록 좋지만, 아무래도 겹치거나 이미 오랜 시간 자신을 보살핀 가신이 있다. 당연히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요즘 인재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그 녀석의 젖 형제들도 나쁘지 않았죠. 꽤 재치가 있다고 한스가 말했습니다.”

“한스가? 그 정도면 괜찮겠군. 조금 더 굴려야겠어. 뮐러에 갈 때 데려가야 하니.”

죽겠군, 그 애들.

쯧쯧. 아이단은 레오의 젖 형제들에 불쌍함을 느꼈다.

“그나저나 괜찮습니까? 어디까지나 저희 프란츠 백작 가문의 직속으로 둬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굳이 통치할 사람을 보낼 필요도 없다. 가신을 보내 대리 통치도 충분하다. 뮐러를 보상으로 하면 열심히 할 가신들은 넘치고 흐른다.

레오는 이대로 이 땅에서 머물며 내정을 맡아도 나쁘지 않다.

“보랭 가문과 동맹을 맺을 기초……라고 하면 되겠지.”

“보랭과 입니까.”

보랭 가문 자체는 오랜 세월 알고 지냈다. 굳이 이 이상 친하게 지내는 것도 좋지 않다. 다른 가문들과 알력을 생각하면.

적어도 아이단의 생각에는 그러했다.

아이단의 생각을 대충 눈치채고 있었는지 아버지, 에이번 프란츠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요즘 왕실이 소란스럽구나.”

“……으음.”

왕실.

브람스 왕국. 이 나라의 이름.

그리고 고작 반세기도 안되는 이전 반란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웠던 이유.

“설마?”

“아니, 그건 아니다. 역적의 피를 이은 자는 이젠 없다. 하지만…….”

에이번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불길하다.

“윌리엄도 동의했다. 조금이라도 아군을 늘릴 생각이다.”

“그래서 레오입니까.”

“음. 이니스양과 결혼을 통해 새로운 귀족의 피를 잇게 할 생각이다.”

“동맹의 상대로 나쁘진 않군요.”

새로운 귀족의 피.

핏줄에 서린 푸른 피. 새로운 피로서 나쁘지 않다.

그 근처에 견제할 다른 귀족도 없고.

아이단은 턱을 쓰다듬으며 앞으로의 정세에 대해 생각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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