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136.
* * *
품속에서 귀엽게 꿈틀거리는 그녀를 제압하고,
그대로 혀를 쪽쪽 빨며 껴안는다.
바르르 떠나 했더니 이내 버둥거리는 그녀,
저항하지 말라고 강하게 끌어안은 후, 가슴까지 만진다.
“후응…! 후엣…!”
키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가슴까지 만지는 건 아닌지 거세게 버둥거린다.
살짝 놓아주자 곧바로 내 뺨을 후려치고는,
입가를 닦으며 순식간에 열 걸음 정도 물러난다.
“이…이…이…이게 무슨…!”
“오, 손이 좀 매운걸?”
엄청나게 당황했는지 얼굴이 새빨개져서 부들거리는 그녀.
나는 얻어맞은 뺨을 쓸며 여유롭게 그녀에게 다시 다가갔다.
“감히 이게 무슨 짓인가요…! 처음이었는데…!”
화나서 바들거리는 그녀의 턱을 잡고 다시 키스하려고 하자,
그녀가 나를 밀어낸다.
“처음을 이런…!”
“다 니 잘못이야. 꿈에 나와서 감질나게 구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요? 대체 여자를 어떻게 보고 이딴 짓을…!”
“어차피 내 여자가 될 텐데, 상관없잖아? 나 보고 싶었다면서…?”
“이런 건 다 순서를 밟아가면서 해야지 어떻게 이럴 수 있죠? 내 첫 키스가 가슴 쪼물락거리며 하는 변태 같은 키스라니…! 용서할 수 없어요!”
“풉…. 니가 용서 안 하면 어쩔 건데? 너한테 뺨 맞는 건 오히려 포상이라고?”
“불능이 되는 저주를 걸어 주겠어요!”
“…어? 잠깐….”
어버버하는사이에, 그녀는 고운 발로 내 거시기를 후려 찼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끄윽…!”
“여자를 도구로만 보는 당신! 반성하세요!”
“야 이…!”
화가 왈칵 나는데, 너무 예뻐서 거시기 찬 것도 용서가 될락말락…. 아니 용서 못 한다.
덮쳐서 남자의 매콤한 맛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안개가 걷히며 잠에서 깨어났다.
흠칫 놀라 일어나 보니, 에리카의 폭신한 배를 베고 자던 중이었다.
‘물의 도시’ 외곽에 있는 별장.
창밖으로 도시의 세계수가 어렴풋이 보인다.
‘꿈이었나…. 또 꿈이지 젠장…. 근데 꿈치고는 엄청 생생했어.’
그나저나 불능이 되는 저주라니, 하필 저주도 그런 정신 사나운 저주를….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건 사실 이 고기 말뚝 하나 덕이다.
만약 자지가 안 선다면…?
이 세계에서 나에게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나는 설마설마하며 조심스럽게 자지를 세워 보았다.
옆에 잠들은 에리카와 메이의 벌거벗은 몸을 보며, 참으로 오랜만에 스스로를 위로해서 자지를 세워 본다.
“씨팔….”
그런데….
서지 않는다.
저주는 진짜였다.
쌍욕이 순간 울컥 나온다.
혹시나 하고 정력을 잔뜩 끌어올려 보지만,
이제 7000이 넘어가는 정력을 쏟아부어도,
허무하게, 허무하기 그지없게,
내 대물은 시든 바나나처럼 축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아니…! 하….”
정력 자지를 만들어 보니,
정력 자지도 축 늘어진 그대로였다.
순간 머리가 아득해지며, 정신이 혼미해진다.
아니 내 정체성의 절반, 아니 2/3 이상은 자지이다,
하루에 머리보다 자지로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긴 게 바로 나다.
근데 그런 나에게서 자지를 빼면 뭐가 남는단 말인가.
자지야 여전히 달려는 있다.
그러나 자지가 서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저 덜렁덜렁일 뿐.
꿈속의 그 여자.
대체 정체가 뭐길래 이런 저주를 내린단 말인가.
신의 사도인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무슨 죽일 짓을 했다고?
억지로 키스한 게 그렇게 싫었나?
이런 저주를 내릴 정도까지 그렇게 끔찍했나?
이건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톡 건드리면 알아서 다리 벌리는 미녀 엘프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자지가 안 선다?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바라만 보는 형벌과 다를 게 무엇인가.
지독하다.
“이거…. 설마 계속 이대로인가?”
순간 가슴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안 된다.
이건 절대 안 돼.
축제 때 따먹는다고 임신시켜주겠다고 큰소리치며 이미 모집해둔 좆집이 몇 명인데.
자지가 안 선다고 그 앞에서 어떻게 나서서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농담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되면 폭동이다.
내가 잡혀있다고만 들었어도 그렇게 모여들었던 처녀들이다.
갑자기 나가서 임신 못 시켜준다고 하면….
절대 그럴 수 없다.
면접 보면서 비처녀라고 쪽을 준 게 몇 명인데,
임신한다고 기뻐하면서 눈물을 흘린 처녀가 몇 명인데,
그 앞에 얼굴을 들고 가오 없이 자지가 안 선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망할 년…. 키스 한 번 했다고 불능으로 만들어버리다니…! 뭐 가슴도 만지긴 했지….’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건방진 여자일수록 정복하는 보람이 있는 법.
발기불능은 좀 가슴이 아프지만,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이다.
“후…. 씁.”
나는 보고 있지도 않을 아름다운 그녀에게 인상을 한 번 팍 써주고 난 후,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걸쳤다.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에게나 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저주로 발기불능이라니….
정말 신뢰하고 신뢰하는 세레니아와 이실리아에게만 털어놓고, 해결책을 찾아 볼 생각이었다.
* * *
침실에서 내가 굳은 표정으로 나오자 이실리아는 긴장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세계수로 돌아가자고 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깨닫고, 이실리아는 되묻는 것 없이 바로 마차를 준비했다.
세계수에 있는 내 처소에 돌아와서, 잠들어 있는 세레니아를 불렀다.
조용한 방 안,
세레니아와 이실리아가 양옆에 앉아있는 가운데,
나는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다.
“자지가 안 서.”
세레니아와 이실리아의 얼굴에 물음표가 뜬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는 것 같은 표정이다.
수많은 여성 엘프를 따먹으면서도 단 한 번도 그런 종류의 문제를 겪은 적 없는 내가,
발기부전이라고 하니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그 말씀은…?”
세레니아는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되물어보았다.
나는 설명 대신, 정력 자지를 공중에 만들어 보여주었다.
축 늘어진 코끼리 코가 덜렁덜렁 떠오른다.
“…!”
세레니아와 이실리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이게 대체 무슨…. 혹시 두 여자와 관련이 있는 건가요?”
이실리아는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들 것 같은 기세로 나에게 물었다.
혹시라도 에리카나 메이가 관련이 있다면, 살려두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냐, 둘하고는 관련이 없어. 꿈에 어떤 엘프 미녀가 나왔는데, 그 미녀에게 키스했더니 화를 내면서 저주를 내리더라고.”
꿈속에서 본 미녀의 생김새를 자세히 설명하자, 세레니아가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사악한 계집 같으니…! 꿈에 드나들 수 있는 걸 보면 평범한 계집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몽마 종류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딴 흉참한 짓을 저지르다니…! 사도님의 자지는 사도님의 것이 아니라 엘프 여성 모두의 것이라는 걸 모르는 무식한 년이군요.”
“아니 내 자지는 내 껀데….”
자지의 소유권을 한번 주장해 보지만, 서지도 않는 자지 달고 있어 봐야 무슨 소용인가.
나는 한숨을 쉬며 해결책을 물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실리아와 세레니아는 잠시 눈을 감고 고민을 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이실리아였다.
“저주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혹시 심리적이거나 신체적인 제약을 거는 저주라면, 약이나 음식으로 해주할 수 있을 겁니다. 정력에 좋은 음식이나 정력제로 저주를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뭐, 한번 시도는 해 볼게. 세레니아는 어떻게 생각해?”
“단순한 저주라면 그걸로 괜찮을지 모르지만…. 사도님의 성체에는 성스러운 힘이 가득 차 어지간한 저주는 튕겨내 버릴 터, 꿈속에 드나드는 걸로 보아, 그 계집년의 잡스러운 술수가 쉽게 해주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 신성력을 이용해서 해주의 의식을 준비해 보겠습니다. 사도님께서 가지고 계신 성스러운 힘과 합쳐진다면, 더러운 저주 따위는 신성력으로 깨버릴 수 있을 겁니다.”
“의식을 준비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며칠 필요하지만…. 축제가 얼마 안 남았으니 어떻게든 내일 안으로 준비해 보겠습니다.”
“알겠어.”
어떻게든 해결방안을 내놓은 둘.
이리스에게도 말을 해 볼까 싶지만 아무래도 망설여진다.
이 둘은 조건 없이 나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지만,
이리스는 본인이 말했듯 자지의 노예.
자지가 힘을 잃은 지금도, 나에게 고분고분할 거라는 확신은 생기지 않았다.
세레니아는 분노로 부들거리며 주먹을 피가 나오도록 움켜쥐었다.
“추잡하고 더러운 년 같으니…. 지가 못 먹는다고 다른 사람도 못 먹게 하는 짓거리를…!”
“너무 욕하지는 말고. 나쁜 여자 같지는 않았는데.”
“사도님께서는 너무나 자비로우십니다. 그런 사술을 쓰는 잡스러운 여자…! 저와 혹시라도 어디서 저와 만날 일이 생기면 혼쭐을 내주겠습니다! 흑발에 녹안이라고 했던가요? 검은 머리카락이라면 하이 엘프일 텐데, 어쩌면 이 도시에 살고 있는 귀족일지도 모릅니다.”
“아냐, 뭔가…. 그녀는 좀 다른 것 같아.”
“…다르다니요?”
“뭔가 설명은 잘 못 하겠지만, 아무튼 그래.”
그렇게 둘에게 각각 해결책을 맡기고 방으로 돌아왔지만,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아니 이게 뭔데 대체?
이제 하늘에서 자지를 비 오듯 내리게 할 수 있게 되어서,
거의 반쯤은 신이 된 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발기불능이라고?
뭔가 이상하다.
뭔가 잘못되었어.
이건 이 세계의 법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나는 엘프를 따먹는다.
그것이 이 세계의 법칙이었다.
그런데 이제 서지 않는다니….
그녀를 다시 만나면 따지고 싶었다.
키스한 게 그렇게 싫었느냐고.
혹시 다시 꿈을 꾸면 그녀가 나올까?
애원하면 저주를 풀어 주지는 않을까?
그렇지만 애원 따위 할까 보냐.
자지는 죽었지만 가오는 죽지 않았다.
다시 만나면 다짜고짜 두 번째로 키스를 할 테다.
에리카처럼, 제발 넣어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괴롭혀 주마.
그러면 알아서 저주를 풀어 주겠지?
그렇게 당돌한 생각을 해 보기도 하지만, 자지가 서지 않는다는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자지가 서지 않는다.
정력왕의 힘을 가지고서도 자지가 서지 않는다.
그녀는 대체 정체가 뭘까.
그러고 보니 나는 그녀의 이름도 아직 몰랐다.
그녀를 만난다면 꿈에서나 만날 수 있을 텐데.
아무리 뒤척여 봐도 잠이 안 온다.
혹시나 싶어서 혼자 자지를 만져 봐도,
전혀 설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감촉이 없는 건 아닌데,
마치 온 우주가 내 자지가 서는 걸 거부하는 느낌이다.
과장이라고 하겠지만 정말로,
정력을 쏟아부어도, 바람 빠지는 느낌만 들 뿐 자지가 서지 않는다.
“하아….”
답답하다.
일단 해결책은 나와 있으니, 그래도 시도는 해 보자.
하지만 그것도 아침이 밝아와야 할 수 있다.
나는 마력등을 켜고, 장식용 서가에서 아무 책이나 뽑아 들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졸려질 때까지 아무거나 읽을 생각이었다.
이럴 때 읽을 것은 지루하면 지루할수록 좋다.
원래대로라면 잠이 안 오면 대충 근처 엘프를 안으러 갔었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
마침 손에 잡힌 것은 ‘여신교단’의 경전.
이쪽 세계에서는 성서 비슷한 포지션의 책이다.
좋다. 지루할 것 같은 책이다.
요 근래 ‘남성의 신’의 지위도 많이 올라오긴 했지만,
그건 여신교단의 지원이 있어서일 뿐,
여신교단 자체의 위상은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그야 엘프를 만든 엘프의 여신이었으니,
엘프들에게 그 위치는 다른 신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무 장을 펼치니 여신의 찬가가 나온다.
헤스티아.
엘프의 여신이자, 숲의 여신이자, 봄의 여신.
순결한 처녀신이자 엘프의 창조자.
그 생김새는, 어떤 엘프보다도 아름다운 흑발에,
어떤 숲보다 푸르른 진한 초록색으로 영롱한 눈망울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순간, 냉철한 두뇌가 끔찍한 통찰력을 발휘한다.
“…설마…?”
설마 내가 강제로 첫키스를 빼앗은 상대가.
여신은 아니겠지?
흥이 올라 입술 쪽쪽 빨면서 가슴도 주물럭거렸는데(엄청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었다),
그게 이 세계에 유일하게 남아있다는 엘프의 여신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제발 아니어야 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