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 129.
* * *
결연하게 따먹히고 싶다는 말에, 에리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대로 하세요. 그럼….”
합격이라고 볼 수 있는 말이 나오자, 다시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마지막은 메이 아이소브 공작. 안경을 반짝이며 엘프 빵집 처녀 실리아에게 묻는다.
“실리아 씨. 처녀로 알고 있는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은가요?”
“두렵기도 합니다마는 그보다도 기대가 더 됩니다. 사도님의 자지! 꼭 맛보고 싶습니닷!”
“진취적인 자세를 인정해드리고 싶네요.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와아아아!”
네 명 모두 합격을 주자,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실리아라는 처녀.
그렇게 보지 않아도 합격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고 싶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사도님의 결정은…?”
“합격입니다.”
내가 짧게 말하자,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처음으로 등장해 처음으로 합격을 받은 실리아는, 울먹거리며 못 믿겠다는 듯이 입가를 막았다.
“제가 합격…!”
감격하는 그녀 뒤로, 처녀 엘프들이 한마음이 되어 소리친다.
“임신! 임신! 임신! 임신!”
그녀들을 보며 기막혀하는 나와 에리카.
어째서 에리카와는 마음이 통하는 것일까….
내가 눈을 찡긋하자 고개를 팩 돌려버린다.
한편 구석에 있던 사회자 엘프 누나가 후다닥 나와, 실리아를 축하해준다.
“첫 번째 처녀부터 합격이라니! 이렇게 기쁜 일이! 먼저 합격하신 처녀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처녀 보지로 임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닷!”
“네. 과연 처음으로 합격하신 분이라 그런지 각오가 남다르네요. 그러면 이어서 두 번째 처녀분 모시겠습니다.”
두 번째 처녀는, 깔끔한 차림의 엘프 미녀였다. 소박했던 첫 번째와는 다르게, 안 꾸민 듯 꾸민 티가 강하게 났다.
“소개를 먼저 한 말씀 들어볼 수 있을까요?”
“네. 저는 힐다라고 합니다. 아버님이 작은 상회를 하나 운영하고 계셔요. 부끄럽지만 모자란 몸으로나마 사도님을 모셔보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러면 각오를 한 말씀….”
사회자가 더 뭐라고 하기 전에, 내가 말을 끊었다.
“불합격. 돌아가.”
“에…?”
다른 심사위원들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내가 그렇게 결정해버리자, 엘프들은 당황했다.
겉으로만 보면 첫 번째 빵집 처녀보다 더 예쁘고 우아한데, 보자마자 불합격이라니?
“너, 업소 자주 다니지? 다른 남자 냄새가 하나도 아니고 여러 명 폴폴 풍기는데 어딜 그런 몸으로 내 앞에서 처녀 운운을 해?”
“엣…? 그…그런…?”
“모르는 척 해봐야 소용없어, 내가 냄새만 맡으면 딱 나와. 음탕한 빗치 냄새가 여기까지 풀풀 나는데 어디서 내숭이나 떨고 앉아 있어?”
“…칫. 들켰나.”
공손해 보이던 표정을 싹 바꾸어, 갑자기 불량해지는 그녀.
“당장 나가. 대체 얼마나 남자를 따먹고 다닌 거야? 어휴, 비처녀 냄새.”
내 말에, 인상을 팍 찡그리며, ‘남자 주제에….’ 어쩌고 하며 무대에서 내려가는 빗치어녀.
팍 혼내줄까 싶었지만, 혼내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참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회장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는다.
“에…. 이거…. 흠…. 두 번째 처녀…. 아니 비처녀 분은 탈락하셨습니다. 과…과연 사도님의 통찰력은 대단하시네요…! 그럼! 이 차가운 분위기를 다시 달아오르게 해줄! 세 번째 처녀는 누구일까요! 나와주세요!”
필사적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사회자의 외침에, 엘프 하나가 오들거리며 나온다.
얼굴이 엄청 걱정스러운 걸로 봐서, 이 엘프 뭐가 켕기는 게 있는 것 같다.
“자…. 그러면 자기소개를…?”
“저도 비처녀에욧! 죄송합니다. 사도님! 감히 비처녀면서 주제도 모르고 이곳에…!”
나는 살짝 킁킁거려 엘프의 향기를 맡아 보았다.
감미로운 유부녀의 농익은 향기.
얼굴은 엣되 보이면서 의외로 속은 음란한 타입이지만, 그래도 남편밖에는 모르는 유부녀가 틀림없었다.
“고개를 들도록 해요.”
“네…넷!”
“합격입니다.”
“네?”
“비처녀는 안되지만, 유부녀는 괜찮아요. 애는 있어요?”
“아뇨…. 남편하고 오랫동안 노력했는데 생기지 않아서….”
“내가 만들어줄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아무튼 합격.”
그렇게 선언하자, 유부녀 엘프는 굽신굽신하며 고마워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도님!”
이리스는 내 결정이 이해가 안 되는지 고개를 갸웃했고, 세레니아는 무표정이었으며, 메이는 흥미로워했고, 에리카는 ‘저 더러운 자식 임자 있는 거 뺏어 먹는 건 좋다 이거네?’ 하는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경멸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 저 시선….
중독될 것 같아.
에리카를 잔뜩 괴롭혀 자지 넣어달라고 애원하게 만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찔할 지경이다.
“에…. 이게…. 아마 사도님께서 영혼의 순수함을 보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유부녀도 괜찮은 거군요! 그러면 다음 분 모시겠습니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꽤나 건장한 체구의 근육질 미녀였다.
육덕지다기보다는 단단한 느낌의, 조임이 엄청 쎌 것 같은 엘프는,
좀 민망하다는 듯이 귀를 까딱거리면서 나왔다.
“나도 비처년데…. 사도님 곤란하시려나…?”
“하는 일이 뭐죠?”
“그냥 일당 받고 노가다 뜁니다.”
“가끔 업소같은데도 가고 그러죠?”
“아무래도 좀 불끈불끈한 날은 어쩔 수가….”
“내가 진짜 남자를 알려줄 테니 딱 기다려요.”
“…에?”
“합격이에요.”
“진짜요? 이얏호!”
대체 기준이 뭔지 알 수가 없는 심사.
이리스는 ‘이런 분까지 합격이라고요?’ 하는 얼굴로 날 보고 있다.
아니 꼴리게 생겼잖아.
막노동자 엘프 눈나라니.
이런 쎈 눈나가 나한테 안겨 ‘진짜 남자를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옷♡’ 하며 오줌 질질 싸는 거 보고 싶다고….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대충 말을 지어냈다.
“정당한 땀을 흘려 노동하셔서 그런지 영혼이 참 맑네요. 비처녀인 분들 중 이렇게 꼴리는…. 아니 영혼이 맑은 분은 드문데, 아무튼 합격입니다.”
“이야! 사도님 감사합니다앗! 나도 임신한다앗!”
빠이팅을 하며 만세를 부르는 막노동자 엘프 눈나.
확실히 몸 하나로 먹고살아서 그런지, 생명력이 넘치는 느낌이다.
앞에 세 사람을 심사하면서 대충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자,
나머지 심사위원들도 뭐가 뭔지 감을 잡기 시작했다.
다음 차례는 홀몸인, 아이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애엄마였다.
애엄마는 못 참지.
처음 심사를 시작한 것은 이리스였다.
“처녀인가요?”
“아…아니요…. 애가 있으니 처녀는 절대 아닙니다….”
“유부녀인가요?”
“그…그것도 아니에요…. 사별한 지 꽤 되어서….”
“그러면 애엄마는 맞는 건가요?”
“앗…. 네…. 아이가 있어요.”
“그럼 이 조합으로 미루어보면…. 합격일 것 같습니다. 어떨까요? 오빠?”
“음. 맞아.”
굶주림 애엄마만큼 섹시한게 또 없다.
나는 손가락으로 따봉을 만들어 이리스에게 보여주었다.
내 마음을 읽었다는 게 기쁜지 화사하게 미소 짓는 이리스.
나도 마주 미소를 지어 준다.
애엄마의 매력을 알아주다니, 고마운 일이다.
한편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에리카는 ‘지랄을 하네’ 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심사는 쭉쭉 진행되었다.
처녀들은 대략적으로 심사위원들 선에서 정리가 되었고, 특이한 케이스만 내가 좀 개입했다.
초반에는 일일이 정해주어야 했지만, 중후반에는 다들 알아서 잘하더라.
특히 이리스와 세레니아의 적중률이 높았고, 메이도 상당히 우수했다.
에리카는…. 그래도 할 마음 안 드는 일을 열심히는 했다.
참가에 의의를 두자.
그래도 심사를 잘 보고 있었다면 본인도 꽤나 내 취향 범위에 들어간다는 걸 알았을 것 같다.
쪼꼬미는 처녀인 주제에 건방진 게 제맛이다.
에리카는 쪼꼬미라기엔 좀 그렇고….
준쪼꼬미? 숙성 쪼꼬미?
나름 특유의 매력이 있는 몸매였다.
아무튼 첫날 하루종일 이어진 심사에서, 선발된 처녀는 이백 명 남짓.
이미 귀족 영애들 백 명을 뽑아놓은 상태였기에 이게 가능은 할까 싶었지만, 나는 문제 없었다.
오히려 다음 날에 이백 명 정도 더 뽑자고 했다.
보니까 아주 매력적인 엘프들이 많더라고….
이리스는 좋다며 처녀들이 좋아할 거라고 했다.
아무튼 그렇게 심사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이실리아와 함께 시내로 나왔다.
아무래도 엘프를 안은 지 좀 된데다가,
선발한다고 꼴리는 엘프 처녀들은 잔뜩 보다 보니,
너무 꼴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마차를 타고 모 저택으로 향한다.
거기서 나는 그녀를 안을 생각이었다.
그녀가 누구냐고?
바로 엘리나 에델라인.
도시경비기사단장인 그녀와는,
임신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미리 에리카 전에 써먹을 생각인 작전을 연습(?)도 한번 해볼 겸,
그녀를 따먹으러 온 것이다.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갑옷을 입은 그녀가 앞으로 나와 한쪽 무릎을 꿇고 나를 맞이했다.
“사도님!”
“음. 엘리나.”
“갑옷을 입고 대기하라고 하셔서…! 무슨 일이신지요! 어떤 일이든 제 한 몸 안 아끼고 사도님께 바치겠습니다!”
그렇다. 나는 미리 편지로 그녀에게 갑옷을 입고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엘리나는 내 부탁을 충실하게 들어준 것이었다.
“몸 바친다라…. 아주 좋은 자세네요. 사실 그게, 여기사 플레이가 하고 싶어서요.”
검을 허리에 차고 잔뜩 긴장하고 있던 엘리나는 조금 당황했다.
“에…? 여기사 플레이요…?”
“네. 붙잡힌 엘프 여기사 플레이.”
“뭐 싸우거나 그런 건 아닌가요…?”
“침대 위에서 싸우게 되겠네요.”
“어…. 그러면 검은 놓고 올까요?”
“아뇨, 현실감 있게 허리에 차고 있어요. 아니, 사로잡혔으면 차고 있으면 안 되겠구나. 놓고 와요.”
“어…. 네….”
“황당하게 해서 미안해요.”
“아, 아닙니다! 세나리엘의 다리를 고쳐주신 것도 그렇고…! 저에겐 감사할 것들 뿐입니다!”
“아…. 친척이라고 했죠? 맛있…아니 착한 아이였어요.”
“네. 엘프 최고의 치유마법사도 뼈가 조각나 더이상은 고칠 수 없다고 했는데…. 제가 감히 그런 성액을 몸에 받으려고 하는 게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서…성액은 좀 과한 것 같은데…. 뭐 그렇게 보자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네. 혼신의 힘을 다해 사도님을 만족시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아요. 기대할게요.”
엘리나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서자마자, 엘리나는 침대 모서리에 두 손을 가져다 댔다.
묶인 건 아니지만 묶인 척을 하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상당히 연기력이 좋았다.
“큭…! 죽여라! 나에게 무슨 짓을 할 생각이냐!”
안 그래도 강한 인상이라 살기를 품고 그렇게 소리치니 진짜 살벌하다.
이렇게 열심히 해주는데 내가 대충하면 그것도 미안한 법.
나는 엘리나의 턱을 붙잡고 사악하게 웃었다.
“크크큭…. 내가 무슨 짓을 할 거냐고? 차라리 죽였으면 낫다고 생각할 치욕을 줄 거다.”
“에델라인 가문의 명예를 더럽힐 셈이냐! 난 절대로 굴하지 않는다!”
연기인지 진짜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엄청 실감 난다.
이거 혹시 머릿속으로 상상해본 적이 있는 거 아닐까?
합리적 의심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굴하지 않는다고? 흐흐흐.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바지를 내렸다.
수정포가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크읏…! 크고 멋져…!”
“응?”
“아, 죄송해요. 너무 멋져서…. 다시 하겠습니다. 사도님.”
“아 네. 그러세요.”
“크읏! 그 더러운 물건으로 무슨 짓을 할 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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