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121.
* * *
“이건 뭐 원하는 대로 골라 먹을 수 있으니, 뭔가 애매하구먼….”
테라스에서 엘프 누나들이 연회장으로 오는 것을 보며, 나는 고민했다.
하나같이 예쁜 엘프 눈나들.
모두 하나같이 은총이라는 미명 하에 내 아기즙을 자궁에 받으러 온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문제, 과연 누굴 따먹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계시는 건가요?”
마침 세레니아가 내 표정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음. 누굴 따먹을…. 아니 누구에게 은총을 내려줄지 고민이 되네.”
“모두에게 은총을 내려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모두? 아니 내가 무슨 짐승도 아니고…. 불가능해.”
“교배식에서 100명을 동시에 임신시키신 기적을 행하신 사도님께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요?”
“아니 그건 미리 준비했었으니까 그렇지.”
“그러면 다음에 한꺼번에 은총을 내려주실 수 있도록 제가 오늘 미리 준비하겠습니다.”
“…진짜? 그러고 보니 불가능한 건 아닌가…? 그래도 아무나 안기는 싫은데.”
“그러면 영애들을 골라서 명단이라도 만들어 놓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오늘 많은 분들을 소개받으실 겁니다.”
“아니 내가 무슨 그런 건방진 짓을…. 해도 괜찮을까?”
“사도님, 고민하지 마세요. 일단 하시는 겁니다.”
과연 저지르고 보는 세레니아다운 말이었다.
그러면 오늘은 당장 할 거(?) 몇 명만 고르자,
괜찮은 애들은 명단을 만들어 나중에 한꺼번에 부르면 되는 것이다.
“그럼…. 그래. 해버리자. 오늘은 몇 명만 먹고, 나머지는 모아서 한꺼번에 하는 걸로.”
“네.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조금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다시 들어오는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그렇다. 다 먹으면 되는 걸 왜 고민을 했을까.
내게는 8시간 한정 무제한 정력 따먹기 뷔페라는 능력이 있었다.
8시간이면…. 이제 백작급이더라도 100명은 충분하다.
‘좋아. 그러면 즐겁게 골라 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초대받은 엘프들을 보자니, 시간이 금방 갔다.
나는 주빈으로서 어차피 마지막에 입장이라 좀 느긋하게 있었는데,
뒤늦게, 마차 하나가 도착하는 것이 보였다.
슬슬 연회장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오는 마차에서 뭐가 나올지 궁금해져서 나는 잠시 테라스에 머물렀다.
마차의 문이 열리더니, 모녀로 보이는 엘프 둘이 내렸다.
“아니 왜 그렇게 늦장을 부리니? 이렇게 늦어서야 그분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겠어?”
“아니 다리가 아픈 걸 어떻게 해. 그리고 가 봐야 소용도 없을 텐데 엄마는 왜 그렇게 안달이 나서 난리야?”
엄마로 보이는 쪽은 농익은 금발의 밀프, 딸 쪽은 딱 내 취향인 육덕진 금발이었다.
길쭉한 귀에 갸름하니 귀여운 얼굴이 똑 닮은 두 모녀는,
검은 머리카락이 아닌 걸로 봐서는 하이 엘프는 아니고 일반 귀족 가문인 것 같았다.
어리고 귀여운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글래머라, 모녀 모두 꼴림 지수가 상당했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좀 준비하랬잖아. 내가 못 산다 정말. 이런 때가 아니면 너 언제 임신하려고 그러니?”
“아니 임신은 무슨…. 엄마. 도시의 예쁜 엘프들은 죄다 왔을 텐데 그분이 나 같은 돼지한테 눈길이나 줄 것 같아?”
“돼지는 아닌데….”
보고 있던 나는 테라스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멀리서 봐도 눈에 띄게 육덕진 큰 가슴과 찰지고 떡감 좋은 엉덩이를 가진 그녀.
엘프들 사이에서는 확실히 살집이 있는 편이었지만, 결코 돼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 증거로 허리가 저렇게 잘록하고 얼굴도 저렇게 작은데 돼지는 무슨 돼지인가.
물론 엘프들 사이에서는 마른 게 기본이기에 살이 쪘다고 생각들을 하겠지만….
“그러니까 미리미리 살 좀 빼라니까! 젊은 게 가슴만 디립다 커져가지고, 하아. 이래서 어쩔래?”
“가슴 큰 건 엄마도 마찬가지잖아! 왜 나한테만 그래?”
“엄마는 나이가 있잖니! 게다가 엄마는 아빠 있어서 괜찮아.”
“아빠도 엄마 살 좀 빼야겠다고 하던데.”
“시끄러워. 아빠는 엄마 사랑하니까 엄마의 어떤 모습도 다 사랑해 줄 거야.”
“핏.”
“그보다 제발 좀 너부터…. 그 나이 먹도록 결혼도 못 하고 어떻게 할래?”
“아니 내가 결혼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여기서 또 그걸로 그래?”
“결혼 못 했으면 어떻게든 임신이라도 하라는 이야기지.”
“그게 쉬워?”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니?”
“노력을 나만 하나? 남들도 할 텐데.”
“남들 하는 만큼 안 되면, 남들의 두 배 세 배 할 생각을 하렴.”
“그럼 뭐, 팬티 벗고 다리라도 벌리면서 인사할까?”
“얘는! 진짜 못 하는 말이 없네. 혼난다!”
“아니 그럼 어쩌라고…. 엄마…. 나 진짜 가기 싫어…. 그냥 집에 가면 안 돼?”
“안 돼. 어림없어. 하다못해 갈 거면 그분 앞에 얼굴이라도 보이고 가.”
“만나주기나 할까?”
“노력해봐야지.”
“아 진짜…. 무슨 남자 새끼가 임신을 시키겠다고 난리를 피워서 이게 다 뭐야. 진짜 싫어…!”
임신을 시키겠다고 난리를 피운 남자 새끼인 나는 조금 미안한 마음으로 피식피식 웃으며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아마 엄마가 딸 임신시켜보겠다고 반강제로 데리고 온 것 같은데,
외모에 자신 없는 딸은 잔뜩 짜증이 난 모양이다.
그야 그렇겠지…. 본인은 스스로를 예쁘다고 생각 안 할 텐데, 다른 ‘예쁜’ 엘프들과 억지로 경쟁해야 한다니.
나 같아도 그런 상황은 싫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딸 쪽은 지팡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걸을 때 살짝이지만 다리를 절었다.
이건…. 좋은 치유대상(?)이로구나.
오늘 밤은 너로 정했다.
살짝씩 다리를 절며 걸을 때마다 풍만한 가슴이 출렁인다.
위에서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슬슬 나도 들어가 봐야겠군.”
연회장.
임신이 고픈 적령기의 엘프들이 눈을 부릅뜨고 은총을 받으려는 와중에,
드디어 주빈인 내가 입장한다.
“남성의 신의 사도께서 입장하십니다!”
시종이 큰소리로 외치자, 떠들썩하던 연회장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쏠리는 와중에, 나는 천천히 입장했다.
“어머나…♡”
“멋져…♡”
좌 세레니아
우 이실리아를 대동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연회장으로 입장한다.
쏟아지는 열렬한 시선을 즐기며, 회장의 엘프들을 둘러본다.
다들 임신하고 싶어 몸이 달아오른 적령기의 엘프 처녀들.
한 명도 빠짐없이 날씬하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작은 가슴….
뭐?
뭐야 이거.
웬 쪼꼬미들이 이렇게 바글바글하지.
나는 입맛을 다시다 사레가 들릴 뻔했다.
뭐냐 이거.
‘이거 왜 쪼꼬미들밖에 없어?’
귓속말로 세레니아에게 불평하자, 세레니아는 조용히 대답했다.
‘예쁜 아가씨들만 앞자리에 있는 겁니다. 자세히 보세요.’
그렇다.
이곳은 이미 장렬한 결투장.
그냥 아무렇게나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서열정리가 끝난 상태였다.
제일 예쁜 엘프 처녀들은 입구 쪽에,
좀 떨어지는 처녀들은 연회장에,
제일 떨어지는 처녀들은 야외 테라스 끄트머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예쁜 애 옆에 있으면 못생겨 보이니까, 거리를 둔 결과 외모의 스펙트럼이 펼쳐지게 된 것.
물론 엘프 기준이었다.
시야를 넓혀 보니, 참으로 괜찮은 누님들이 많이 보인다.
쪼꼬미들 뒤에 가려져서 그렇지, 당장이라도 바지를 내리고 싶은 농익은 가슴의 누님들이 나를 멀리서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 곁으로 오고 싶지만, 쪼꼬미들 틈에 있으면 확 튈 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한편 그 절름발이 영애는…. 맙소사.
끝자리에서도 더 끝자리, 2층의 야외 테라스에서 답답해서 투덜거리는 엄마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뭔가 엄마 쪽이 계속 쏘아붙이고, 딸 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걸로 봐서는,
“너는 어떻게 된 게 가까이 갈 생각도 안 하고….”
“아니 내가 저기 끼면 백조들 사이에 오리 새끼밖에 더 돼? 좀 가만히 있어 엄마.”
뭐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한편 내가 드디어 입장하자, 맨 앞줄의 쪼꼬미들이 마구 몰려들었다.
“사도님! 실례지만 소개를 드리고….”
“아니 제가 먼저 실례지만 소개를….”
“무례하게 이게 무슨 짓들인가요! 다들 물러나세요! 제가 먼저….”
무질서하게 내 앞으로 몰려드는 쪼꼬미들.
물론 난 관심 없었다.
하다못해 좀 수줍어하기라도 하면 몰라.
막 들이대는 작은 가슴 쪼꼬미는 전혀 취향이 아니었다.
게다가 뭔가 자기는 예쁘니까 당연히 먼저 말을 걸어도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좀 재수 없었다.
저기 뒤쪽에서 큰 가슴에 손을 대고 말 걸 기회가 오기나 할까 오매불망 기다리는 암컷팡팡 암팡마려운 누님들을 보라.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가.
그에 비해 이 밝히는 쪼꼬미들은 진짜….
“비켜!”
“너야말로 비켜!”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너야말로 나 누군지 알아?”
“알면 어쩔 건데 이년아!”
“뭐 이년? 이게 어디에다가 대고!”
“사도님은 내꺼야!”
“이년은 지가 어디 사도님 맡겨놓은 줄 아나?”
“뭐? 늘어진 가슴 단단하게 묶고 온 게, 숨은 쉬어지냐?”
“어리게 보이려고 로리화장 떡칠한 년이 누구 가슴을 흉봐?”
“이년이 죽고 싶냐?”
“너야말로 죽고 싶냐?”
아. 보라. 저 추악한 가짜로리들의 싸움을.
안 그래도 떨어진 성욕이 정말 심연 속으로 하한가를 치며 수직 하강한다.
늘어진 가슴이고 뭐고 있지도 않구만 평면도형끼리 입체라고 욕하고 앉아 있다.
로리화장이고 뭐고 어려서 피부 반들반들한 년들이 떡칠 화장이라고 욕하고 앉아 있다.
내 취향은, 30살 초반의 결혼하고 싶고 임신하고 싶어 애가 타서 야하게 화장한,
약간 거칠한 피부의 큰 가슴 전문직 여성이라고….
왜 꼭 어린 것들이 더 어려 보이게 화장하는 걸까.
차라리 아르피엘처럼 가볍게 자연스럽게 화장하면 몰라….
‘나 어려요.’라고 주장하듯 연분홍빛 립스틱을 박박 바르고 온 걸 보면 애새끼 같아서 성욕이 팍 식는다고….
큰 가슴에 짙은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야한 차림이지만,
다리 벌리는 건 부끄럽게 생각하는,
그렇지만 너무나도 임신하고 싶어 하는 누님이 대꼴이라고…!
차마 그렇게 말은 못 하고 속으로 분을 삭이는 중에,
죄다 이백 살 이상인 짭로리들은 지들끼리 장갑 던지고 결투 신청하고 난리가 났다.
진짜 못 봐주겠다.
다들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해서인지 자존심만 다들 엄청나다.
이거 좀 더 열이 오르면 날 납치하기라도 할 기세다.
보다 못한 이실리아가 나서서, 칼집에 든 검을 바닥에 쿵 찍는다.
“사도님 앞에서 무슨 짓들이십니까!”
검에 담긴 정순한 마력이 텅 퍼지자, 장갑 벗고 드잡이질하던 추한 로리들이 진정했다.
진정이라기보다는 압도적인 무력에 겁을 먹었다고 해야 맞겠지….
아무튼 이대로 두면 다시 싸울 것 같아서, 나는 짧게 말했다.
“줄 서.”
엘프는 대체로 교양있고 시민의식이 뛰어난 종족이다.
일단 선택권을 가진 내가 줄을 서라고 이야기하자, 로리 할망구들이 줄을 쫙 선다.
“내가 먼저예요!”
“새치기하지 마요!”
그나마도 제대로 못 하는 애새끼들이 좀 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을 텐데, 퇴짜 먼저 맞고 싶어서 새치기까지 하나.
난 새치기한 건방진 로리들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했다.
“조용히 하고 그냥 좀 줄 서.”
한 번 더 그렇게 타이르자, 나름 줄이 생긴다.
나는 한숨을 쉬고, 의자를 가져오게 해서 건방진 자세로 앉았다.
따먹어달라는 엘프가 그야말로 줄을 선 상황.
남자로서 이런 때 건방져지지 않으면 언제 건방을 떨겠는가.
“한 명씩, 순서대로 소개해 봐.”
명령이 떨어지자, 차가운 정적이 연회장 안에 맴돈다.
이제 순서를 다투는 건 둘째 일이고,
다들 자기소개를 어떻게 할까 겁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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