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전 이세계에서 엘프의 노예가 되었다-115화 (114/140)

〈 115화 〉 115.

* * *

다섯 자지로 백 명의 엘프 여인을 임신시킨 기적을 일으킨 후,

나는 ‘영원의 도시’를 떠났다.

집정관인 셀레시아는 여정을 철저히 준비했다.

이제 나를 적대하는 위협이 모두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각 기사단에서 차출된 정예병들로 한 개 중대를 꾸려 내 경호를 맡겼다.

집정관이 직접 다른 도시로 간다고 해도 이보다 철저하게 경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출발은 무슨 축제 같았다.

셀레시아가 직접 나서 여행길에 축복을 내리고,

출발 행사까지 손수 준비해 열었다.

집정관이 맡긴 중요한 사명을 완수하러 신의 사도가 떠난다는 소리에,

영원의 도시에 시민들은 나무 위에서 꽃잎을 뿌려 내 무사 귀환을 기원했다.

세계수의 거대한 줄기에서 눈꽃처럼 쏟아지는 꽃비.

나는 내가 안았던 엘프 연인들과 키스를 나누며,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한 명 한 명 일일이 약속했다.

따먹은 첫 엘프, 엉덩이 맴매 매니아. 셀렌디네.

쪼꼬미 거유 반전매력의 다감증. 로리엘.

업소 흑우 에로에로 교감 선생님. 에로리나.

겉은 사납지만 보지 속은 부드러웠던. 레이나.

앞구멍만큼 뒷구멍도 쫀득했던 처녀. 아르피엘.

첫 개목줄의 희생자, 거유마망. 소피엘.

친구 덕에 홍콩 가본 예쁜이. 아리엘.

말더듬이 진짜 음침거유. 세피아.

순진한 시골 소녀. 올리비아.

밀크착유 젖소마망. 신시아.

돌아온 탕아, 문신눈나. 케이트.

왠만한 처녀보다 안 한 시간이 더 긴 준처녀 고대보지. 에이드린.

남성혐오에서 남성극호로, 여신교단 대신관. 헤일리아.

업소중독에서 순정녀로 개과천선한 쪼꼬미 후작. 넬로티아.

임신 안 된다더니 지가 다리로 임신굳히기를 시전한 남성교단 수석신관. 카렌.

먹어도 다시 한번, 추억어린 그때 그 맛 시골 장로. 이레네.

남자 경험은 많지만 진짜 남자는 처음이었던 룸살롱 사장님. 아이린.

그리고 그 외 신성한 교배회 의식에 참석한 백 명의 엘프 미녀들.

생각해보니 진짜 많이도 따먹었다.

그녀들의 보지 주름 하나하나를,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 기억할 것이다.

길가를 가득 채운 엘프들이 내 얼굴이라도 보려고 몰려드는 것을,

기사단은 애써 밀어내서 길을 냈다.

천천히, 내가 탄 마차는 도시를 벗어났다.

그 이후의 여정은 지루했다.

끝없이 펼쳐진 숲길.

가끔가다 너른 평야가 나타나면,

신시아의 시골집 같은 농가가 몇 집 보일 뿐이었다.

주기적으로 보이는 마력탑 말고는,

쭉 뻗은 길과 울창한 숲만이 보이는 경치의 전부였다.

안락한 마차 안,

내 옆에는 세레니아와 이실리아가 같이 타고 있었다.

세레니아는 ‘남성의 신’의 사도의 보조로서,

이실리아는 ‘공화국의 검’으로서 경호를 맡아,

유일하게 영원의 도시에서 나를 따라오게 되었다.

여정은 셀레시아가 철저히 준비한 덕에,

더할 나위 없이 안락했다.

“심심하네….”

거의 덜컹거리지도 않는 마차에 앉아,

세레니아와 노닥거린다.

“세레니아.”

“네?”

“너 맨 마지막에 먹을 생각이지?”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나.”

“어…. 네. 그러고 싶습니다.”

은근히 솔직하게 ‘네’하고 대답하는 모습이 조금 귀엽다.

“역시 그래?”

“마지막까지 제 사명을 다한 후, 그 보답을 조금이나마 받았으면 하고 감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구나.”

“하지만 사도님께서 정 싫으시다면….”

“싫지는 않아. 근데 난 말이야, 세레니아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가끔 정말로 모르겠단 말이지….”

“저는 신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할 뿐입니다.”

“신께서 뭐라고 하시는데?”

“사도님을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요.”

“그래…. 생각해보니 세레니아는 언제나 내 편이었지. 하는 짓도 멍청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다 잘 풀렸고…. 다 네 덕이다. 고마워. 세레니아.”

진심을 담아 솔직하게 칭찬한다.

그녀 아니었으면 사실 어떻게 엘프 미녀들을 이렇게 따먹어 보았겠는가.

내 진심 어린 감사에, 세레니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도님?”

“왜?”

“혹시 어디 아프신 건…?”

“뭐?”

“아니 제 헌신적인 믿음을 항상 몰라주시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뭔가…?”

“시끄러워. 이런 날도 있는 거야.”

그녀들과 이별하며 조금 감상적으로 되어서였을까.

아무튼 내 칭찬을 들은 세레니아는 으쓱으쓱했다.

평소에 약간 맛탱이가 가 보이던 은빛 눈동자가, 오늘은 영롱하게 반짝인다.

“후후훗….”

“그렇게 좋냐?”

“네. 사도님께서 제 헌신을 알아주신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처음은 아닐 텐데….”

“아뇨, 처음입니다.”

“그런가….”

히죽히죽거리는걸 보자니 귀엽긴 한데 묘하게 불안하다.

아니 진짜 불안해할 이유는 하나도 없는데….

뭔가 불안해….

그렇게 생각하는데, 문득 마차가 멈추었다.

“무슨 일이지?”

창문을 열고 바깥을 보니, 이실리아가 정령마를 타고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무슨 일 있나요?”

마차를 호위하는 엘프에게 물으니, 곧바로 대답해준다.

“척후병이 도로에서 트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안개의 마물들이 마력탑의 영향력 안쪽으로 들어오는 건 드문 일인데….”

“트롤…?”

키가 몇 미터나 되고 피부는 바위처럼 질기며 힘은 바위를 부순다는 트롤.

이 세계에 와서 처음 보는 몬스터다.

몬스터가 있다고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들었었지만,

이렇게 직접 마주치는 건 처음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트롤과 싸우고 싶어 할지도 모르지만,

이 세계관에서는 몬스터를 잡는다고 경험치를 주는 게 아니라 떡을 쳐야 경험치를 준다.

한마디로 상대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고로 나는 듬직한 엘프 정예 기사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편하게 마차에서 쉬려고 했는데,

세레니아는 생각이 다른 것 같았다.

“이실리아 혼자서는 힘들 겁니다. 저도 힘을 보태죠!”

어째 신이 나서 방방 뛰는 게 내가 인정해 줘서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어….”

내가 말리기도 전에 마차 문을 박차고 나가는 세레니아.

“흐음….”

텅 빈 마차.

해결이 될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도 괜찮지만….

뭔가 심심하다.

옆에 호위하는 기사의 정령마를 얻어타고, 나도 선두로 향한다.

“오셨습니까.”

곤란하다는 듯 인사를 하는 이실리아.

저 멀리, 마력탑에 거대한 트롤이 몸을 비비고(?) 있었다.

“와아. 저건 뭐 하는 거죠?”

“그…. 사도님께 말씀드리긴 천박합니다만….”

“뭔데요. 알려줘요.”

“안개를 헤매던 발정기의 암컷 트롤이….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 자위를….”

“아….”

허벅지 사이를 단단한 마력탑에다가 비비고 있는 트롤.

자세히 보니 표정도 뭔가 야리꾸리하다.

“저런….”

“이런 문제에는 전문가이시겠지만…. 아무래도 트롤은 안 되시겠죠?”

“아니…. 아무리 내가 막 따먹는다고 해도 저건 무리죠….”

야구방망이 크기의 좆매를 잠깐 저 다리 사이에 쑤셔 박는 상상을 해 보았지만,

생리적으로 무리였다.

난 이세계에 엘프 따먹으러 온 거지 트롤 따먹으러 온 건 아니란 말이다.

아니 하지만 살짝 느낌이 궁금하긴 하다.

그렇다고 해 볼 생각은 없고,

누가 한다고 하면 해 보라고 부추기고는 싶은 정도.

하지만 나 말고 트롤을 따먹을 수 있는 남자가 있을 리 없으니,

수컷 트롤과 말이 통하지 않는 이상 그 감촉(?)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다.

“보통은 결계가 따로 있어 마물이 가까이 오는 것을 막는데…. 어쩌다 고장 난 모양입니다.”

“불운이 겹쳤군요…. 세레니아는요?”

“기사들하고 자세한 상황을 보러 나갔습니다.”

마력탑에 몸을 비벼대는 암컷 트롤 쪽으로 기사 몇 명과 세레니아가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뭐 소리치고 그러나 싶더니, 세레니아가 손에 든 지팡이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진다.

빛을 받은 트롤의 몸이, 회색으로 굳으며 점점 석화되어갔다.

트롤은 몸이 돌로 변하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발버둥 쳤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팔다리 전부 돌로 변한 상태에서,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제자리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정도.

돌덩이로 변한 주먹이라 위력은 대단하겠지만, 움직일 수 없으니 세레니아와 기사에게 닿을 리가 없다.

문제는….

마력탑에는 주먹과 발길질이 닿았다는 것.

발정기의 암컷이라 그런지,

오붓한 시간을 방해받아서 그런지,

돌로 된 주먹이 깨져 부서질 때까지 분노해 날뛰었다.

껑껑 하는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마력탑의 기둥이 아작난다.

“어어….”

마력탑이 흔들거리자 이실리아의 표정이 굳는다.

“비상! 비상! 비상마력장 발생장치를 켜도록! 사도님! 어서 마차 안으로!”

잠시 후, 쿵 소리와 함께 마력탑이 쓰러졌다.

동시에 사방에서, 천천히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마력망 바깥에 있는 것들은 모두 안개에 삼켜진다고 했다.

내가 처음 이 세계에 온 것도 이 안개를 통해서였다.

“이런….”

“사도님, 위험합니다. 들어가시죠.”

“알겠어요.”

마차로 돌아오니, 한참 후 풀죽은 세레니아가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뭐 꼭 너 탓은 아니지만….”

“트롤이 너무 흥분한 탓에….”

“하긴…. 어쩌면 피할 수 없었던 일인지도 모르지….”

“네….”

“뭐…. 발정난 트롤을 봤으니 좋은 구경한 셈 치자. 근데 많이 위험한 건 아니지?”

“네. 다만 오늘 밤은 안개 속에서 야영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안개 속에서?”

“네.”

“그러면 몬스터 같은 게 나오는 거야?”

“아마도…. 마물이 습격해 올 것 같습니다.”

“이런….”

평소라면 안전한 길이지만, 마력탑이 붕괴된 탓에 하룻밤을 안개 속에서 보내게 된 우리.

과연 어떻게 될까 싶었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아무 일도 없었다.

셀레시아는 정예를 가려 뽑았다고 했다.

나를 호위하는 기사들은 정예를 넘어 괴물이었다.

일단 가장 무서운 것이,

그냥 일반 중갑 기사, 그러니까 갑옷을 갖춰 입고 근접전투에 전문인 기사가,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 마물을 활로 쏘아 맞힌다.

안개에 흐릿하게 형체가 보일까말까 하는 정도인데도,

쐈다 하면 백발백중이었다.

정찰 소대는 장거리 무기를 더 잘 다룬다고 하는데….

덕분에 안개 속에서 마력장 발생기를 켜놓고 야영을 하는데도,

별로 위험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캠핑이라도 온 것 같아 좀 즐거울 정도.

물론 외곽에서는 고블린이니 안개 늑대니 하는 마물들이 습격했다는 모양이지만,

내가 볼 틈도 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이거…. 이세계 모험도 높으신 분 입장에서 하니 별로 재미가 없네….”

그렇다.

몬스터.

위험.

이런 건 나하고 거리가 멀었다.

몬스터가 오든 말든 무진장 강한 엘프 기사님들이 지켜주고 있으니,

나는 천막에 누워 꿀잠을 즐길 수 있었다.

새벽.

어디선가 작게 들려오는 물소리에, 나는 잠에서 깼다.

천막 밖으로 나오니, 진영 안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천막을 친 외곽에는 기사들이 불침번을 서는지,

은은한 주홍빛 마력등이 안개에 번져 몽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물소리가 어디서 들리는 거지…?”

야영지 근처에 강이라도 있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는데,

과연 조그만 개천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다.

흐릿한 달빛과 은은한 마력등 아래,

한 엘프가 개천에서 몸을 씻고 있었다.

“어….”

아무리 안전하다고는 해도 몸을 씻을 정도로 느긋한 상황은 아닌데,

대체 누가 야밤에 몰래 목욕을 하고 있나 봤더니,

어떤 엘프였다.

밤물결 같은 검은 머리카락이 물방울에 젖어 매끄러운 몸에 달라붙었는데,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검은 머리카락이면 이실리아나 세레니아는 아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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