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전 이세계에서 엘프의 노예가 되었다-86화 (86/140)

〈 86화 〉 86.

* * *

난데없이 내가 건넨 따먹겠다는 말에, 셀레시아의 표정이 활짝 핀다.

아니 따먹겠다는데 뭘 저렇게 좋아해..

집정관인 주제에 난이도 이래도 되는 거냐.

신이 보고 있다면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니냐고 따지고 싶다.

"음히힛.. 그렇구나. 그대는 나를 따먹고 싶은 것인가."

뭔가 음습한 엘프녀 자아가 느껴지는 미소에, 나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지.

"응. 솔직히 너 좀 예쁘긴 하거든. 여러가지로 취향은 좀 아니지만."

앞에 것만 듣고 뒤에는 못 들었는지, 셀레시아는 엄청나게 좋아했다.

"그런가.. 후훗.. 그렇구나.. 내가 국가를 위해 소중하게 지켜온 처녀막을 자비 없이 찢어버리고, 애원하는 나를 짓누르며 거침없이 범하고 싶은 것이로구나?"

"야.. 너 진짜.."

"왜.. 왜 그러는 것이냐? 그렇게 부르면 집정관인 이 몸도 좀 무서운 것이다."

"일절만 해라. 일절만."

"아, 알겠느니라."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나를 범하기 위해선, 그대의 정력이 더욱 강해야 할 것이니라."

"정력?"

"그렇다. 그대는 4대 정력왕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니라. 내가 알기론 아마 대지의 정력은 얻었을 것이고.. 나머지 정력왕의 힘도 곧 얻게 될 것이다."

"그거면 되는 거야?"

"그렇다. 정력왕의 힘을 얻고, 나를 비롯한 4대 대공을 여자로 만들어 주는 것이 그대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좀 귀찮은데."

"에..?"

"4대 대공이면, 내가 알기로는 중요한 세계수를 맡아서 관리하는 엘프들이지? 그러면 내가 이 세계 곳곳을 여행해야 하는 것 아냐?"

"그.. 그렇도다."

"귀찮아."

"에..?"

"니네가 오면 안 돼?"

"대..대공을 감히 오라가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니라..!"

"글쎄, 안 될 건 없는 것 같은데? 듣자하니 마력압이라는 것 때문에 남자는 근처에 가지도 못하나 본데, 그러면 너네 대공이란 애들을 여자로 만들어 주는 것은 나밖에 할 수 없는 것 아냐?"

"마..맞도다."

"그럼 내가 부르면 와야 하지 않을까? 여자로서의 기쁨을 원한다면 말이지."

"그.. 그대는 정말이지 광오하구나. 4대공을 손끌으로 부를 생각을 하다니.."

"뭐,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유리한 것 같아서."

"정말이지 오만해..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그대가 싫지 않구나. 무언가 가슴이 두근두근하도다."

"그래서, 어떤데?"

"음.. 아무리 그래도 그건 힘들 것이니라. 맡은 구역을 오랫동안 비울 수 없는 것도 그러려니와, 그대의 현재 정력으로는 지금 4대공중 누군가를 범하기는 벅찰 것이도다."

"그런가? 내 정력이 많이 모자라?"

"내가 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니라. 그리고, 그대가 가진 힘도 아직 대지의 정력 뿐인 것이다. 지금 가진 정력과 대지의 힘으로는, 극상성인 물의 대공 정도는 상대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물의 대공?"

"4대공은 각각 맡고 있는 속성이 있는 것이다. 이 세계를 지키고 있는 마력망은 4대 대공의 각 속성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니라."

"그런 거야? 셀레시아는 속성이 뭔데?"

"나는 영원한 대지의 힘을 관장하고 있느니라. 나를 범하기 위해선 바람의 정력이 유효하겠지만.. 아마 그 외에도 4대 정력왕의 힘이 모두 필요할 것이다."

"흐음.. 순서대로 한 명씩 공략하면서 힘을 늘려야 하는 건가."

"그렇느니라. 이미 다른 4대 대공에게는 편지를 보냈으니, 그대가 마음만 먹는다면 힘을 되찾고 범해지는 일에 도움을 줄 것이니라."

"범해지는 일에 도움을 주다니.. 뭔가 이상하네."

"음.. 마력이 강한 엘프는 임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응."

"그게 일정 선을 넘어버리면, 우리 4대공처럼 마력압까지 생겨버려, 어지간한 남자는 근처에도 오기가 힘들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건.. 좀 불쌍하네."

"그대에겐 말할 수 없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있도다. 우리 4대공은 대대로 공화국과 세계를 지키기 위해 그 몸과 마음을 다 바쳐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존재인 것이니라."

"그런가.."

"우리가 세상에 나오는 과정은..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느니라. 만약 그대가 우리를 범하고 임신까지 시킬 수 있다면.. 우리가 여자로서의 기쁨을 알게 되는 건 둘째치고서라도, 이 비극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심해?"

"많이 심한 것이다. 엘프들의 상식으로는 용납할 수 없을 만큼.."

"대체 어느 정도길래?"

"음.. 이런 건 이야기하면.. 하지만 어차피 그대는 우리 4대공의 지아비가 될 존재니.. 모르는 것도 이상하겠지.."

"지아비..는 일단 넘어가고, 대체 어떤데 그래?"

"아까도 말했지만, 마력이 일정선을 넘어버리면, 그대가 가진 기적과도 같은 힘이 없이는 임신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것이니라."

"그렇지. 그건 알겠어."

"하지만 공화국의 마력망을 지키기 위해선, 그 마력이 일정선을 넘는 엘프들, 그러니까 흔히 조율자(코디네이터:Coordinator)라 불리는 엘프들이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겠지.."

"엘프들은 영혼을 세계수에서 받지만, 마력의 최대량 자체는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점이 있느니라. 그래서.."

"그래서..?"

"조율자 수준에 거의 근접한 엘프들, 그러니까 마력은 조율자 급으로 많지만 아직 남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엘프들에게, 최대한 아기를 많이 낳게 하는 것이니라.."

"그 말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이 없이 그러는 거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점이 많은 것이다."

"아.."

"공화국을 위해서 하는 일이지만, 괴로워하는 남성과 여성이 많느니라."

"이런."

"그러나 그런 방법까지 쓰는데도, 조율자 급은 그 수는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아마 그것은 신들이 사라져버린 이 세계의 섭리 때문일 것이니..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 세계는 결국 안개에 뒤덮혀 종말에 다다를 것이니라."

"이거 좀 부담되는데..?"

"음. 그대의 책임이 막중한 것이다!"

"좀 걱정되는걸."

"그, 그래도 너무 걱정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아도 괜찮느니라. 공화국이 반드시 그대에게만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보고 있고.. 남은 신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악한 자가 연구중인 성유물을 몽땅 털어가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거 혹시 국립중앙박물관인가가 털렸다던 그거야..?"

"아, 그대도 들어본 적 있나 보구나. 큰 사건이었지.. 아마 그대를 발견한 클라리스가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도다."

아. 세레니아가 여기서 또..

대체 우리 교단의 대신관님께서는 안 끼는 곳이 어디인가..

어딜 봐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흠흠.. 그렇구나."

들어보니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았다.

본인은 따먹히고 박히고 싶어하지만, 주변 상황이 만만치 않은 것.

왜 이렇게 난이도가 낮은가 했더니, 전혀 아니었다.

아마 극상성인 순서대로 4대 대공을 따먹으며 정력왕들의 힘을 모은 후에야,

이 애틋하고도 귀여운 건방진 암컷 쪼꼬미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따먹어 줄 수 있겠는가? 번거로운 일인 건 알지만, 그대 말고는 믿을 자가 없구나.."

"걱정 마. 눈물 흘리면서 멈춰달라고 할 때까지 따먹어 줄 테니까."

"읏..♡"

"뭐야 그 표정은."

"그.. 그 말을 들으니 자궁이 자큥자큥하노라.."

"심장이 두근두근하는게 아니고?"

"아니다. 자궁이다. 확실한 것이다."

"단호하네.."

"아, 그리고.. 아마도 4대 정력왕의 힘을 모두 모으고 나를 범하게 된다면.. 아마 그대는 그 순간 영생을 얻게 될 것이다."

"뭐? 영생?"

"확실하지는 않지만, 신성을 완성한다면 화신으로서 최소한 일반적인 하이엘프의 수명은 얻게 될 것이니라."

"뭐야.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나 백년이고 이백년이고 오래오래 살면서 엘프눈나들 따먹고 싶단 말야."

"에.. 본인의 고귀한 몸은..?"

"그건 뭐, 덤 같은 거고. 우와, 영생이라니. 아르피엘이 좋아하겠는데?"

"덤.. 본인의 아름답고 고귀하고 존귀하고 완벽한 육체가.. 덤.."

"너무 슬퍼하지 마. 그래도 따먹어줄 만은 하니까. 그리고 네 몸이 딱히 싫은 건 아냐. 그냥 내 취향이 다리쭉쭉가슴빵빵 풍만한 눈나를 좋아하는 걸 어쩌겠어..?"

"으.. 어째서 그대는 그런 특이한 취향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아.. 그러고보니 다른 4대 대공은 어때?"

"엣..?"

"설마 다 너 같지는 않을 꺼 아냐?"

"..어.. 음.. 그게.."

눈동자를 굴리며 뭐라 말을 못하는 셀레시아.

이 반응.

정확히 딱 아까 클라리스가 보였던 반응이다.

"야.. 아니지? 그래도 하나 정도는.."

"아.. 한 명, 아니 두 명은 그대가 보기에도 괜찮을 것이니라!"

"두 명..? 확실해?"

"아.. 아마도.."

"야, 솔직히 불어. 다 쪼꼬미들 아냐?"

"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대가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하기를 바라노라!"

어버버하며 다급하게 손짓발짓을 하는 셀레시아.

사실 쪼꼬미도 엄청 싫지는 않은데, 너무 당황하는 것 같아 귀여웠다.

내가 나서서 먹고 싶지 않을 뿐이지, 제발 먹어달라고 바치는 건 얼마든지 먹을 수는 있단 말씀이야..

쪼꼬미 주제에 건방지게 구는 건 용납이 안 되지만,

셀레시아 정도로 귀엽게 나대는건 충분히 봐줄 수 있었다.

보면 하는 짓도 귀욤뽀짝하고.

약간 자뻑기질도 있는 게 보고 있으면 재밌었다.

한마디로 저 정도라면 대평원 쪼꼬미여도 OK!

하지만 굳이 이 사실을 말해서 셀레시아를 안심시켜주고 싶지는 않았다.

"이거 영 수상한데."

"하..하지만 대공들은 다들 아름답고 고귀한 존재인 것이다.. 엘프들 사이에서는 그렇다.. 그.. 그리고 사실 육체적인 특질은 존재를 구성하는 데 극히 일부가 아닌가 하고 본인은 생각하는 것이다."

집정관이라고 하시는 분이 어버버하시는 것이, 좀 많이 귀엽다.

"야. 너무 쫄지 마. 내가 다 따먹어 줄게."

"그.. 그럼.. 그대를 믿어도 되는 것인가?"

"엉. 나만 믿어."

"음..! 그대가 그렇게 말해준다면 안심이다."

"그러면.. 뭐 바로 그 '물의 대공' 인가 하는 애를 따먹으러 출발하면 되는 거야?"

"아.. 그전에, 이 '영원의 도시' 에서 끝마쳐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뭔데?"

"그대도 알고 있겠지만, 그대를 노리는 자가 있다."

"아, 뭐 암흑가를 지배하는 어쩌구 하는 그거?"

"그대의 생각보다 이 일은 복잡한 것이니라. 일단, 클라리스는 몰라도 나는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가 없는 것이다."

"에? 어째서? 집정관이잖아?"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이 일은, 그대가 나서서 해결해야만 진정으로 해결이 될 문제이니라."

"그래? 뭐가 있긴 한가 보네?"

"음. 아무래도 여기저기 여행하는 중에 철저하게 경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터이니, '영원의 도시' 에 있을 때 위협의 뿌리를 뽑아 놓고 여정을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정도야? 난 그냥 뒷골목에서 한가닥 하는 정도인 줄 알았는데, 전국구로 노는 친구인가 보네."

"그 이상이다. 아마 이 방을 나서는 순간, 그대에 대한 정보가 본격적으로 퍼질 것이니라."

"그건 본격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지?"

"그러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그대가 나서야 궁극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문제.. 나는 음지에서 도움을 주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느니라."

"흠.. 그래?"

"물론 그대의 목숨이 위험하거나 안위가 위태로울 때에는 가차 없이 개입할 것이지만.. 그런 일은 최대한 삼가고 싶구나."

"뭐야. 그 정도로 엄청나? 설마 그 흑막이란 걸 공개적으로 건드리려면 내전 같은 거라도 벌여야 하는 거야?"

"..진짜로 그렇게 될 지도 모르는 것이다."

"에? 진짜?"

"현재 공화국은 마력망을 유지하기도 버거운 상태이니라. 만약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국가가 분열되거나, 대의회의 핵심 귀족들이 이반하거나 죽어버리면, 공화국의 존망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건 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쉽지는 않겠지만, 그대가 지닌 신성한 힘에 의지하면 의외로 쉽게 풀릴 지도 모르는 것이니라. 클라리스와 남성교단, 그리고 그대가 은총을 베풀었다는 여성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 그리고, 혹시나 정말 위급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대비해, 경호원을 한 명 붙여 주려는 것이다."

"경호원?"

"그러하다."

"예뻐?"

예쁘냐는 말에, 셀레시아는 썔쭉하니 입을 내밀었다.

"..그대는 정말이지 너무한 것이니라.. 정실인 나를 앞에 두고 어찌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어어.. 아니 야 잠깐, 니가 언제부터 정실이었어."

"물론 지금은 아니고 예비인 것이니라."

"아니, 예비도 아닌데.. 넌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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