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84.
* * *
"네? 뭐라고요?"
내가 중얼거리는 걸 얼핏 듣고 반문하는 신시아.
"아, 아니에요.."
"위에 계시지.. 아침을 준비해서 올라갈라고 했는데요.."
"아뇨, 내려온 덕분에 진귀한 장면을.."
"..?"
신시아는 무슨 소리인지 눈치를 못 채고, 다 찬 우유 항아리를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앞서가는 뒷테가,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통통한 엉덩이.
어제처럼 육덕지다기보다는 뭔가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저기 신시아..?"
"네?"
"혹시 살 좀 빠진 거 아니에요? 얼굴도 많이 갸름해진 것 같은데."
"좀.. 그런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니까 몸이 엄청 가볍더라고요."
음.. 아마 이건, 어제 그 농축된 특농밀크를 쮸욱쮸욱 짜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그 진하고 고소한 맛이라면, 유지방이 장난 아니게 함유되어 있을 테니..
'헛! 설마?'
나는 뒤로 다가가, 신시아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앗..♡"
움찔하지만, 내가 가슴을 주물러도 가만히 있는 신시아 마망.
컵은, 반 컵 정도 줄어 있었다.
'조금 줄었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닌데?'
혹시나 하고 허리를 만져보니,
차이가 확 난다.
허리는 엄청 확 줄어 있었다.
진짠가 하고 뒤에서 안아 살짝 들어 본다.
"아.."
..가볍다.
어제에 비해 확실히 가볍다.
대략 8kg정도는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 정도로 젖을 많이 뽑았다는 것이겠지.
근데 이게 대체 엘프인가 젖소인가.
다시 손을 위로 올려, 젖꼭지를 살살 자극해 본다.
"앗..♡ 앙..♡ 아침부터..♡ 이런..♡"
신시아가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바람에, 내 자지가 불록 속아오른다.
"아니,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아서.. 혹시 젖은 계속 나와요?"
"나.. 나오긴 하는데 전보다 엄청 적게 나와요.."
아.
안타깝다.
그야말로 몸을 깎아 빚어낸 젖이었던 것.
그걸 발로 쭉쭉 짜서 시트에 먹여 버렸으니..
"아아.."
"왜..왜 그러죠?"
"이제 못 먹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그, 그리고.."
"네?"
"보.. 보지를 비벼주면 더 나올지도 몰라요.."
"아.."
"임신한 것 같으니 넣는 건 안 되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내 솟아오른 자지에 슬쩍 엉덩이를 밀어붙이는 신시아.
밀어붙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살살 비비는 것이, 참으로 요망하기 그지없다.
나는 옷 위로 젖꼭지를 살살 굴리며, 치마 위로 단단해진 자지를 비볐다.
"하암..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리고 그 순간, 방문을 열고 나오는 올리비아.
나는 뭐 잘못한 것도 아닌데 화들짝 놀라 떨어졌다.
자지가 선 걸 감추기 위해 후다닥 식탁에 앉은 나.
아니, 사실 뭐 감출 이유는 없는데,
나도 뭐랄까 양심이..
아침부터 '니네 엄마랑 했어!' 티를 내기는 좀 그렇잖아?
아무튼 올리비아는 이상한 걸 못 눈치채고 내 맞은편에 앉았다.
"어젯밤엔 제 처녀를 따먹어 주시느라 정말 신세를 많이 졌어요. 감사드립니다."
"아, 아니 뭘 그런 걸 가지고요.."
"잘은 모르지만, 임신한 게 맞는 것 같아요."
"아하하.."
"엄마, 나 임신한 것 같아. 오늘 세계수에 좀 갔다올게."
순간 잠깐 정적이 흐른다.
신시아는 과연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엄마도 같이 가."
"응. 나 임신했는데 엄마도 당연히 가야지."
올리비아는 아마 보호자로 따라가려는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신시아는 아심식사가 담긴 쟁반을 들고 내 옆에(..) 앉더니, 방금 짠 우유를 각자의 잔에 따라 주었다.
"응..? 엄마 왜 거기 앉아..?"
내 옆자리에 앉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올리비아.
상식적으로라면 올리비아의 옆에 앉는 게 맞다.
신시아는 한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사실을 털어놓았다.
"..엄마도 임신했어."
"..에?"
"어제 은총이 좀 남아서.. 엄마의 몸에 마저 풀어주셨거든."
"에 진짜? 와! 축하해! 엄마랑 나랑 동시에 임신한거야 그럼?"
예상 외로 엄청 좋아하는 올리비아.
아.. 여기서도 개족보의 기운이..
"그럼 딸과 동생이 동시에 생기는 거네? 와! 신난다!"
해맑게 웃는 올리비아의 얼굴에선, 한 점의 그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원래 저런 건가 해서 신시아를 보니 아니었다.
얼굴이 체리처럼 붉게 물들어있는 신시아.
지나치게 순수한 올리비아와는 다르게,
그래도 일반적인 도덕관념이나 부끄러움을 아는 신시아는,
진짜 죽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근데 어찌 보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엄마도 같이 임신했는데 이상하지 않니?"
"아냐! 임신 다 하면 좋지 뭐. 근데 그럼 엄마도 한 거야?"
"으..응.."
"엄청 잘 하시지? 엄청 능숙해서 날 잘 이끌어 주시더라고.."
"으...응.. 저기 아침이나 먹.."
"머릿속이 간질간질하면서, 뭐 마려운 것처럼 아래가 욱신욱신 거렸는데, 엄마도 그랬어?"
"어..엄마는 조금밖에 안 쌌어.. 오줌은.."
참고로 지적하자면 조금은 아니었다.
"..에? ..오줌? 오줌을 왜 싸?"
"아..?"
"에..?"
아침식사자리에, 민망한 정적이 감돈다.
나는 최대한 두 모녀와 눈을 안 마주치려고 노력하며, 계란물을 입힌 토스트를 우걱우걱 먹었다.
'빵이 맛있어서 그런가 단순한 요리인데 되게 고급진 맛이 나네.'
"..나중에 설명해 줘 엄마?"
"그..으.. 아냐.. 그런 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래서 아침부터 시트를 빨고 있었던 거구나..?"
"아니 그건.. 젖 때문에.."
"젖이라니..?"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는 신시아.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갑자기 나를 바라본다.
'어떻게 좀 해 주세요..!'
'아니 왜 나한테..'
본인이 자폭하고선 나한테 떠넘기는 신시아.
하지만 거유마망의 제발.. 하는 시선에는 이길 수가 없다.
"그, 올리비아?"
"네?"
"한 번 임신했던 경험이 있으면, 은총을 내리는 게 많이 달라진답니다."
"아.. 그런 건가요?"
"네. 임신이란 남성에게 몸을 바쳐 봉사했다는 성스러운 증거. 처녀가 받는 은총과, 임신경험이 있는 여성이 받는 은총은 좀 차이가 있어요."
"아.. 근데 어제 처녀에 자위라는 걸 몰라야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나는 급조한 설정을 주섬주섬 변명했다.
"아, 그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은총은 올리비아 몫으로 나왔는데, 올리비아가 오랫동안 순결한 몸으로 있어서 좀 많이 내려졌어요. 그 남은 걸 어머님께 마저 내려드린 거죠."
"아하..! 그런 거였군요.."
나도 내가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는데 잘만 이해하는 올리비아.
"역시. 그럼 엄마가 임신한 것도 내 덕분이구나?"
"으..응.."
"아니, 내 덕이 아니지.. 우리 신관님 덕, 아니 '남성의 신' 께서 내려주신 은총이셨지.."
"아.. 예. 그렇죠."
"저, 신관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뭔가요?"
"신관님은.. 평범한 신관이 아니시죠?"
"아.. 나는.."
대답을 하려는데, 창 밖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허름한 농가에 어울리지 않는 호화로운 마차가 멈춰 선다.
"아.."
이별의 기운을 직감적으로 느꼈는지, 신시아와 올리비아는 내 손을 붙잡았다.
"모시러 온 거죠? 평범한 신관은 아니실 것 같았어요.."
안타깝다는 듯 내 손을 붙잡는 신시아.
"역시.. 높은 분이 맞으신 거네요.."
반대쪽 손을 붙잡는 올리비아.
어쩌지도 저쩌지도 못하는 가운데,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시아가, 내키지 않지만 나가서 문을 열어준다.
나를 찾아온 것은, 정보국 요원인 클라리스였다.
클라리스는, 나를 보곤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은총을 내리시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사도님, 집정관님께서 급하게 찾으십니다."
"아니에요. 어차피 다 끝난 참이라.."
사도라는 말에 모녀가 놀란다.
"사도..!"
"아앗..!"
나는 마지막으로 올리비아와 신시아의 손등에 키스를 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올리비아. '남성의 신' 을 공경하는 마음을 굳게 간직하도록 해요. 신시아. 그대의 모성은 참으로 아름답고 존경받을 만한 것이었어요. 둘 모두 임신의 은총이 내렸으니, 아이를 잘 낳고 기르도록 해요."
약간 근엄하게 이야기를 하니, 신시아와 올리비아는 고개를 꾸벅 숙인다.
"사도님..! 기적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이는 잘 키우겠습니다..!"
"감사드려요..! 잊지 않을께요..!"
"아니에요, 두 분의 애틋한 마음이 기적을 부른 것이에요. 그럼 저는 이만."
작별을 하고, 농가를 떠났다.
울먹이는 둘을 뒤로하고, 마차에 탄다.
무정한 마차는, 타자마자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후우.. 여기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어요?"
맞은편에 앉은 클라리스가 대답을 해 준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정보국 요원들이 경호를 계속하고 있어요."
"그런가.. 전혀 모르겠는데요."
"그보다.. 취향이.. 역시 전에 이야기하신게 맞는 거죠?"
"왜요?"
"아니.. 좀 가슴도 크고, 나이도 든 분을 좋아하신다고 했던 것 같았어요.."
"맞아요, 클라리스도 꽤 내 취향인데."
"감사합니다."
"속을 모르겠는 것만 빼면 말이에요. 난 순진한 처녀가 좋더라구요."
클라리스는 특유의 속 모를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조금 안타깝네요. 어떤 면에서는 다행이지만.."
"음.. 전혀 안타까워 보이지 않은 표정인데.. 뭐, 그건 됬고, 집정관이 찾는다구요?"
"네. 세피아 라 페아 영애를 임신시켰다는게 공식으로 확인이 되서 보고서가 올라갔어요. 세피아 영애 한 명 뿐만이 아니라, 엘룬드 백작영애, 엘룬드 백작, 그리고 다른 여러 일반 엘프들도 임신시켰다는 걸 확인했고요."
"아.."
"상부에서, 사도님의 능력을 확인하고 주목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집정관께서 호출하시겠죠.."
"내가 그 정도인가요?"
"상급귀족엘프들은 정말로 임신이 어렵거든요.. 저는 사실 설명해드릴만한 위치는 안 되서.. 자세한 것은 집정관님께서 직접 설명해 주실 거에요."
"아 네. 집정관.. 그런데 집정관이면 높은 사람이죠?"
"공화국의 정점이자, 4대 대공 중 한 분이세요. 들어본 적 없으신가요?"
"자세히는 몰라요, 알겠지만 난 다른 차원에서 왔거든요."
"아, '안개가 보낸 방랑자' 셨죠..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음.. 세계를 안개로부터 지켜주는 게 세계수인건 아시나요?"
"뭐 마력망인가 하는 건 들었어요."
"네. 지금 세계에는 모두 16그루의 세계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1 세계수, 5 세계수, 9세계수, 13세계수 네 그루가 전체 마력망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그렇군요."
"그 네 그루의 세계수를 관리하는 분들이 4대 대공이시고, 그 중에서도 모든 세계수의 중심이 되는 '영원의 세계수' 를 관리하시는 분이 공화국의 정점이신 집정관, 셀레시아 라 에티에넬 님이시죠."
"셀레시아 라 에티에넬.."
"네. 공작위 이상 가문부터는 가문명 앞에 존귀어인 '라' 가 붙거든요."
"흐음, 집정관은 예쁜가요? 아, 엘프니까 당연히 예쁘려나."
이 질문에는, 철벽미소를 유지하던 클라리스도 잠깐 표정이 허물어졌다.
"어.."
"예쁜가 해서요. 표정이 왜..?"
정말 기묘한 표정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그런 방면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아무튼 본 적은 있지 않나요?"
"먼 발치에서.. 한 번 정도요."
"어때요?"
"하이엘프치고는 드물게 백금발이셨고.. 다른 건 딱히 기억에 남는 게.."
"가슴이 컸나요?"
"..어.. 음.. 잘.."
클라리스는 말을 흐리며 눈을 슬쩍 피했다.
정말 잘 모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하아. 됐어요. 직접 보면 되죠 뭐."
"아, 네.. 도움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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