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65
* * *
"왜요. 다음이라니까 기대되요?"
나는 싱글싱글 웃으며 놀리듯 속삭였다.
세피아는 놀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으..응.. 기..기대돼.."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에, 가슴이 심쿵한다.
"아.. 왜 이렇게 귀여워요."
나는 팔짱을 낀 세피아를 으슥한 나무 밑으로 끌어당겼다.
마력등에 사각에 있는, 어두침침한 나무 그늘.
나무에 세피아를 밀어붙이고, 도망치지 못하게 벽쿵을 한다.
"..에..?"
바싹 붙는다.
세피아는 남자가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건 처음이었는지,
어리버리하게 올려다보며 몬가몬가하는 표정을 짓는다.
"..뭐 할 것 같아요?"
귓가에 속삭이자, 얼굴이 폭발할것처럼 달아오른 세피아.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눈을 슬쩍 감더니, 입술을 내밀고 발돋움을 한다.
키스를 조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쿡.."
너무 귀엽다.
가슴은 겁나 큰 눈나가.
하는 짓은 왜 이리 귀엽나.
나는 키스를 해 주려다가, 장난기가 발동해 그만..
뽀얀 이마에 그냥 딱밤을 딱 때렸다.
"에..엣..?"
기대한 것 대신 이마에 딱콩 딱밤을 맞은 세피아.
장난친 걸 알았는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자기를 가지고 놀았다고 지레짐작한것 같다.
"왜..왜에..?"
이유를 묻는 그녀.
나는 솔직하게 대답해준다.
"너무 귀여워서요."
그리고 뺨을 붙잡고,
가볍게 키스한다.
아마 처음일 테지
너무 진한 키스보다는,
설레는 가벼운 키스를.
스치는 입술에, 짜릿함이 감돈다.
살짝 겹친 후, 떨어진다.
"아.."
너무 금방이라 아쉬웠는지, 한숨을 쉬는 세피아.
"어때요?"
나는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물어본다.
"자..잘 모르겠어.."
아직 잘 모르겠는 건가.
"하..한 번 더.. 해..해보고 싶어.."
아니,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다시 뺨을 붙잡고, 이번에는 조금 진하게 키스했다.
혀를 넣지는 않지만, 충분히 시간을 들여, 진득하게.
두 번째 키스는, 조금 길었다.
"츄우.."
다시 떨어지려고 하는데, 세피아가 나를 끌어안는다.
'음..?'
애처럼 나를 막 끌어안으며, 딱 달라붙는 세피아.
뭉클한 가슴의 감촉에, 자지가 불끈 고개를 든다.
"아.."
아랫배에 닿는 묵직한 감촉에,
세피아는 깜짝 놀란다.
"이..이거.. 그..그거야?"
"그러면 뭐겠어요?"
"나..나.. 때문에..?"
"정확히는 그 큰 가슴 때문이에요."
"가..가슴?"
세피아는 가슴에 흥분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다.
나는 다시 키스를 하면서, 조금 과감하게 상의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읏..♡"
따끈한 콧바람과 함께,
거칠한 브레지어의 감촉이 손끝에 맴돈다.
크기가 진짜 어마어마하다.
꾹 눌린 밑가슴과 브레지어의 틈을 파고든다.
"흡..♡ 흐읏..♡"
칠칠치 못한 초 거대 가슴을, 마음껏 조물락거리며 키스♡.
처음 당해보는 특수 플레이에, 세피아는 정신이 아찔한 것 같다.
'전혀 저항이 없네..?'
하긴 임신하려고 60만 골드를 냈는데,
저항하면 이상한 일이다.
나는 은근슬쩍 손을 치마 안쪽으로 넣었다.
매끈한 허벅지가 촉촉하게 손바닥에 달라붙는다.
"아읏..♡ 거..거..거긴.."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지자,
세피아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소리내지 말아봐요..♡"
귓가에 그렇게 속삭이며,
허벅지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스치는 손길마다 세포가 깨어나는 듯,
피부에 소름이 돋는 게 느껴진다.
"엄청 민감하네..?"
약올리듯 집어넣은 손아귀를 움켜쥐어
묵직한 가슴을 괴롭힌다.
세피아는 뭔가 못 참겠는지,
씨근덕거리며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다.
'시선이 너무 꼴리네.'
세피아의 시선.
겁먹은 것 같으면서도,
대체 나에게 뭘 더 하려는 걸까 하는 기대가 섞인,
모순되고도 야릇한 시선.
앞머리에 가려 얼핏 보이는 눈동자는,
흥분에 젖어들어 반짝거렸다.
"나..남자가.. 가..가슴..만지는거.. 이..이상해..♡"
"이상하다면서 왜 그렇게 좋아해요?"
"모..모..몰라..♡"
"에잇♡"
내친 김에 허벅지를 만지던 손을,
팬티 속으로 쑥 집어넣는다.
"흐읏..♡"
속옷 안은, 벌써 끈적해져 있었다.
"우와.. 엄청.. 뭐 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희롱하듯 둔덕을 지나, 촉촉한 샘을 쓰다듬었다.
손을 빼서 보란 듯이 세피아의 앞에 보여준다.
손가락에 애액이 묻어, 마력등에 희미하게 반들거린다.
"일 끝나고 바로 온 거죠?"
"으..응.."
"킁킁킁킁."
내가 손가락을 모아 향기를 맡자,
소피아는 죽고 싶을 듯이 부끄러워한다.
진한 딸기 요거트 향기.
과일향과 우유향이 섞여, 매력적인 향기가 난다.
"아..으.. 마..맡지마..!"
부끄러운지 달려드는 세피아.
나는 양 팔을 잡고, 세피아를 나무에 밀어붙였다.
"왜요? 부끄러워요?"
"으..응.."
"앞으로 더 부끄러운 짓도 많이 할 건데?"
"아..앗..!"
나는 손가락을 뗐다 붙였다 하며, 끈적한 액체를 보여주었다.
"이거, 이 끈적한 게 뭔지 알아요?"
"아..으.."
"말해봐요? 뭔지는 알 거 아니에요?"
"으..여..여자가.. 흐..흥분하면 나오는.."
"그러니까 그게 뭔데요?"
"애..애액.."
"맞아요. 세피아가 내 키스를 받고 엄청나게 흥분해서 질질 흘려 댄 애액이에요."
"그..그..그렇게 말하지 마.."
"왜요? 싫어요?"
"시..시..싫어.."
나는 브레지어 안쪽으로 깊숙히 파고들어,
손가락으로 유두를 꾹 쥐어짜며 말했다.
"몸은 싫어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아읏..♡"
커다란 가슴에 걸맞지 않게 귀여운 유두가,
강렬한 자극에 순식간에 딴딴해지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세피아의 몸이 오싹오싹 떨리며, 자궁이 큥큥, 자큥자큥한다.
몸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한다.
세피아도 스스로 알았다.
몸이 다르다.
전과는 다르다.
불이 붙은 것 같다.
미지의 감각이 밀려 들어온다.
남자를 원한다.
눈 앞의 남자를.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이건..! 아.. 안 돼..!"
더 이상은 하면 안 되는 짓이었다.
적어도 세피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세피아는 나를 그대로 팍 밀치더니,
후다닥 뛰어 공원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그리곤 대기하던 마차를 잡아 타고 가버렸다.
진짜로?
진짜로!
아니 진짜..
"하아..?"
어이가 없어 순간 어안이 벙벙하다.
"진짜 도망갔네?"
좀 심하긴 했다.
첫 경험이 야외인 건 좀 자극적이긴 하다.
그래도, 하다못해 훨씬 어린 소피엘도 즐겁게 했는데,
다 큰 눈나가 쫄아가지고선..
그래도 이해 못 할 건 아니다.
"아무래도 심리적인 게 좀 크려나.."
세피아는,
여러가지로 위축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자신을 꾹꾹 억누르며 살다가,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 잠들어있던 욕망을 발견하고,
감당할 수가 없어 도망친 게 아닐까?
항상 누군가가 원하는 대로 했을 세피아가,
이번처럼 무언가를 강렬하게 원한 것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자기 욕심대로
자기 원하는 대로
자기 맘대로
자기 욕구대로
그렇게 하는 것을 아마 죄악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세피아.
그런 그녀를, 해방시켜주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욕망으로부터,
성욕으로부터,
세상의 상식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것.
아 물론 목줄은 차고. 흠흠.
"흐음.. 일단은 시간을 좀 주는 게 좋으려나.."
내가 한 짓은, 욕망이라는 물을 가둔 거대한 댐에 균열을 낸 것.
이미 물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으니,
더 공략하지 않아도 얼마 못 가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은 밀 때가 아니라 당길 때.
괜히 더 공격해 들어갔다가, 경계심만 끌어올리면 곤란해질 것 같다.
마치 암고양이처럼,
다가가면 도망치지만,
가만히 있으면 궁금해서 다가올 것이다.
'이것 참..'
참으로 번거롭게 하는 눈나가 아닐 수 없다.
"귀찮긴 하지만.. 60만 골드나 받았으니, 그만두기도 뭐하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60만 골드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아니 중요하긴 한데,
세피아를 그것 때문에 따먹으려는 건 아니었다.
세피아는, 따먹혀야 마땅한 존재이다.
그 커다란 가슴을 가지고 세상에 난 이상, 그것은 진리라 해도 좋다.
어쩌다 세상을 잘못 만나 저렇게 억눌려 있지만,
나는 세피아가 야하고 섹시한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저런 거유에 눈밑점은 반칙이지?
길가에서 봤어도, 어떻게든 작업을 걸었을 것이다.
그런데 60만 골드나 내고서 임신시켜달라고 한다.
복잡하고, 까다롭게 굴어도 얼마든지 이해해 줄 수 있었다.
하긴 벌리라는 족족 다리를 벌리는 것도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 * *
한편 그날 밤,
세피아는 더없이 푹 잠들었다.
사실 정신은 하나도 없었다.
업무에 시달리다가,
데이트라고 뒷골목의 고깃집에 가고
흉악한 언냐들에게 험한 일을 당할 뻔 하고
첫키스
섹
그건 안 돼
근데 그거 하려고 돈도 냈는데
근데 그런 더러운(?) 마음으로 달라붙듯이 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
아이를 만드는 건데 그렇게 마음대로 하면 안 되지..?
아니, 원래 이런 건 그냥 마음대로 하는 건가?
몰라
알 수가 없어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려나
누가 그런 걸 가르쳐 줘?
다 싫어
다 좋아
의식은 엉망진창으로 복잡했지만,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은 탓에,
너무너무 피곤하고 졸렸다.
도망치듯 집에 도착해서 침대에 눕자마자, 그대로 곯아떨어진다.
복잡한 일은, 마음속 깊숙한 곳의 무의식에 맡겨 두고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아'
'아무렇게나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거 다 해'
'섹스섹스키스섹스♡'
무의식이 뒤엉키며,
추잡하게 뒤엉킨 생각들이 말끔하게 정리되어간다.
야한 것은 더러운 게 아니었다.
야한 것은 그저 야할 뿐,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더럽게 만드는 것이다.
야한 것은 괜찮다.
가끔은,
야한 것도 좋다.
뭐, 맨날 좋으면 안 되겠지만.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 * *
아침에 눈을 뜨자, 머릿속은 전에 없이 맑은 느낌이었다.
몸에 생기가 넘치고, 정신에 날이 서 날카롭다.
이상할 정도로 활력이 넘친다.
"뭐지..?"
스스로 생각해도 특이할 정도였다.
방문 밖에서, 시종이 문을 두드렸다.
"일어나셨나요? 슬슬 준비하셔야 하는데"
출근할 시간이 다가왔나 보다.
정신을 못 차리고 너무 푹 잔 것일까?
그래서 이렇게 상태가 좋은지도 모른다.
"아, 방금 일어났어요. 바로 준비할 테니까 걱정 말아요."
순간, 문이 벌컥 열리고 시종이 눈이 왕방울만해져서 쳐들어왔다.
"왜..왜? 무..무슨 일이에요?"
"바, 방금 말을 안 더듬으셨는데..?"
"에..?"
세피아는 잠깐 정신이 아찔했다.
방금 말을 안 더듬었나?
기억은 확실하지 않았지만,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내..내..내가.. 마..말을 안 더듬었나..?"
"아..!"
의식하는 순간,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그러나 잠깐이지만, 뭔가 바뀌었던 것 같긴 했다.
"자..잠깐이지만 분명히..!"
시종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듯, 확실히 못박는다.
"이..이..이상하네.."
세피아도 잠깐이지만 더듬지 않았던 것을 확신했다.
이상한 일.
알 수가 없었다.
뭔가, 뭔가 바뀌어 가고 있었다.
정체되어 있던 자신에게 산들거리는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이 세피아를 어디로 이끌고 갈 것인지,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 * *
한편 나는, 그날 밤 세피아가 도망친 이후로 시쭈그레해져서 돌아왔다.
뭐, 이유야 이해가 간다지만
사실 차인 거나 다름없어서
여기 와서 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 살짝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오빠, 무슨 일 있었나요?"
눈치빠른 아르피엘이 그렇게 물어본다.
아, 참고로 나는 아직까지 엘룬드 저택에 머물고 있다.
이제는 임신시종이 아니라 손님으로서다.
교회는.. 보수공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나마 제일 좋은 방이 카렌과 세레니아가 쓰는 방인데,
내쫒고 달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아무튼 여기저기 다니거나, 그냥 평소에 지내기 편한 점도 있어,
한동안 엘룬드 가에 계속 머무르는 중이다.
아무튼 신경써주는 아르피엘이 고맙기는 하지만,
세피아와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히 다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습격받은 것도 말하긴 좀 그렇고..
"그냥, 일이 좀 잘 안 돌아가서."
그냥 그렇게만 말해도, 아르피엘은 무슨 일인지 대충 눈치를 챈 것 같았다.
밑도 끝도 없이, 갑작스럽게 새로운 제안을 한다.
"오빠. 저하고 학교 안 가 보실래요?"
"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