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전 이세계에서 엘프의 노예가 되었다-60화 (60/140)

〈 60화 〉 60.

* * *

"모..몸을 팔아요? 사도님이요..? 노.. 농담이시죠?"

내 독한 말에 눈꼬리가 파르르 떨린다.

"농담 아니야."

"아니, 어떻게 그런 짓을.."

"걱정 마. 이미 몇 번 해 봤으니까."

"에..?"

"몇 번 이미 해 봤다고."

카렌은 정신이 나가버릴것 같은 표정이었다.

"..몇 번 하다보면 나름 할 만 해.."

나름 좀 충격을 완화한다고 한 말이었는데,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같다.

"사도님이.. 교단의 대표자가.. 창남.. 으윽.. 뒷목이­"

"야야아­ 누가 창남이야! 프라이빗 서비스 프로바이더 (PSP)라고 해줘."

카렌은 내 말에 겨우 넘어가던 고개를 들었다.

"프라이.. 뭐요? 그.. 그건 창남하고 다른 건가요?"

"아니 똑같아. 그냥 좀 고상하게 부른 거야."

"..끄윽.."

* * *

뭐 아무튼 그렇게 됐다.

그래도 기왕 팔 거면 잘 팔아야지.

자고로 뭘 팔 때는, 막 팔면 안 된다.

뭔가 특별하고 대단하다는 느낌을 주면서,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받아먹어야 장사가 되는 법.

게다가 나는 확정 임신이 가능한 세계 유일의 '남성의 신' 의 사도가 아닌가.

포장만 잘 하면, 30만 골드도 무리는 아니었다.

다만 이제 교단 소속이니만큼,

내가 대놓고 돈주면 섹스해주겠다고 하지는 못 하고,

소피엘에게 부탁해서 자선행사(..)같은 걸 열기로 했다.

조건은 하나. 임신할때까지 범해준다.

엘프들 입장에서는 반대로 범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몸값이 100만 골드라는건 알려져 있었으므로,

시작을 10만골드부터 하기로 했다.

섹스 한 번에 10억인 셈이다.

진짜로? 진짜로!

임신이 안 되면 될 때까지 해야 하긴 하지만..

그런데 10만 골드가 끝이 아니다.

경매다.

그것도 한정 경매.

가격을 올려받기 위해,

올해에는 딱 이번만 있는 기회라고 홍보했다.

물론 뻥이다.

올해 안에 따먹어야 할 엘프들이 얼마나 많은데.

원래 한정판이라는게 진짜 한정판이던가.

다 그런 거지 흠흠.

"15만 골드까지는 확실히 나올 것 같은데.. 그 이상은 모르겠어요."

경매를 실질적으로 주관하게 된 소피엘은, 그렇게 예상했다.

"정 급하게 되면 두세명 정도까지는 받아보지 뭐."

나는 각오를 다졌다.

종마짓을 할 각오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일주일 정도 소피엘을 통해 귀족들에게 홍보를 하고 난 후,

경매가 열렸다.

실제 실무는 전부 소피엘이 맡았다.

명목상으로는 남성교단 주최지만..

말만 교단이지 워낙 변변찮아서­

장소도 엘룬드 가문의 저택을 빌렸다.

솔직히 교회로 오라 그러면,

귀족 엘프님들께선 겉모습 보고 도망갈 것 같았다.

아무튼 열린 자선파티.

그렇다. 명목은 자선파티­수익금은 전액 교단의 자선사업에 사용됩니다­였다.

뭐 스스로를 돕는 것도 자선이라면 자선.

우리 교단은 누굴 돕기보다 스스로 돕는게 급해서 말이지­

그렇게 합리화를 하면서, 예복을 갖춰입는다.

노출이 심한 게 좋지 않을까 했지만,

의외로 단정한 차림이 더 야하게 느껴진다고­

소피엘과 아르피엘의 의견에 따르면 그랬다.

나는 무대로 오르며, 각오를 다졌다.

'남성의 신이라는 분께서 준 힘도 있으니.. 이 정도는 해 줘야겠지.'

뭔지는 모르지만, 세레니아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는 느낌이다.

마치 내가 커버를 쳐 줄 것을 알고 멍청한 짓을 벌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소설이라면 개연성따윈 씹어먹은 전개라고 하겠지만, 이건 현실이니까­

분명 알 수 없는 신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겠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소피엘의 낭낭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확정 임신까지 교배봉사를 받을 권리에 대한 자선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사실 조금 걱정은 되었다.

아르피엘, 소피엘, 레이나, 셀렌디네까지 전부 임신시킨 나지만,

모르는 사람이 그걸 보고 임신을 확신할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교단의 위력을 빌려, 남성의 신이 축복을 내리셔서 확정임신이 가능하다­

뭐 대충 그렇게 이야기는 했지만, 진짜 믿을지 아닐지는 모른다.

10만골드.

10억이다.

확정적으로 임신시켜준다는,

그 허황된 이야기를 믿고 10억을 내라는 소리다.

나는 정력자지라도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지만,

오히려 값싼 속임수라고 생각할 거라고 만류당했다.

직접 몸으로 경험해봐야 그 위대함(?) 을 알 수 있다나 뭐라나­

내가 나오기 전까지,

아르피엘과 소피엘, 레이나와 셀렌디네까지 와서,

열심히 약을 팔았다.

대충 무대 뒤에서 듣기로는 뭐

'애를 가지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는데, 사도님을 만나고 내인생이 달라졌다­'

'엄청난 정력으로 순식간에 임신시켜주셨다­ 믿어라­'

'어떤 남자에게서도 맛볼 수 없는 상상을 초월한 쾌감­'

뭐 이런 정력제라도 파는 것 같은 느낌으로 약을 팔고,

10만 골드로 임신하면 정말 싼 가격이라도 약을 또 팔고,

올해 마지막 기회라며 끝까지 약을 팔고,

그리고, 나를 등장시킨 것이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너머로, 시선이 느껴진다.

"저게 그 남자래?"

"보기엔 그냥 젊고 육덕진데.. 얼굴은.. 뭐 보통인가?"

"보통보다는 살짝 떨어지는 것 같은데."

"왜, 저 정도면 괜찮지."

"그런가..?"

웅성거림이 느껴진다.

왜.

내 얼굴이 뭐 어때서.

잘생겼구만.

아르피엘도 소피엘도 엄청 잘생겼고 매력적이라도 인정했다.

뭐 사실 둘은 내가 해를 달이라고 해도 인정해줄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그.. 그러면 10만 골드부터 입찰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

소피엘의 경매 개시 선언을 들으며­

나는 두근거리며 자세를 곧추세웠다.

고추 세운게 아니고, 허리를 빳빳하게 했다는 뜻이다.

레이나에게 배운 대로, 엘프들에게 품격있게 보이는 자세.

누군가­

제발­

입찰을 해줘­

그렇게 속으로 기도하는데,

소피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앞으로 나와서 외쳤다.

"오..오..오..오! 십만..! 골드..! 내.. 내가.. 입..입..찰 하..할 게요..!"

엑.

50만 골드?

뭐냐.

두렵다.

뭔가 두렵다.

아무리 임신이 하고 싶다고 해도,

제정신이라면 그 돈을 이렇게 꼬라박지는 않는다.

이건 말하자면, 엄포였다.

내꺼니까 손대지 마! 하는..

"오십만 오천.."

누군가 소심하게 오천 골드를 올리자, 목소리의 주인은 다시 소리쳤다.

"유..유..유..육..! 십만..! 고..고..골드..!"

듣다보니까, 이게 흥분해서 그런 게 아니라,

어째 원래 말을 좀 더듬는 것 같았다.

뭐지 대체?

설마 엄청난 폐급인가?

나 누구한테 따먹히는 거야?

한편 자선경매장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방금 전 의도는 분명했다.

니가 얼마를 입찰하든, 난 오지게 돈지랄을 해서 상회입찰을 할 것이다­ 하는.

전에 이런 장면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근데 액수가 너무 어마어마하다.

나는 재빨리 사회를 보는 소피엘에게 손짓을 했다.

대체 어디서 온, 얼마나 맛이 간 년인지, 얼굴이나 좀 보자.

스포트라이트 하나가 움직여, 낙찰자를 비춘다.

단정한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어마어마했다.

가슴이.

일단 가슴이 진짜.

대단해.

허리도 잘록하고 엉덩이도 크지만,

가슴이 진짜.

소피엘보다 더 커­

일단 가슴을 충분히 보고 난 후,

다른 곳도 눈에 들어왔다.

새카만 검은색 머리카락,

거의 눈을 가릴 정도로 길게 내린 앞머리,

쏟아지는 시선에 어찌할 줄 모르는 담갈색의 눈동자.

그리고 그 맑은 눈 아래, 너무나 섹시하게 박힌 눈밑점 하나.

좀 음침해 보이는, 빅빅빅젖의 육덕진 엘프눈나였다.

'미치겠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거의 자동으로 시선을 슥 피한다.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고,

자존심도 낮고,

대인관계도 불편해 한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야 말을 더듬는다면 아무래도 그렇겠지­

'존나 괴롭히고 싶어엇!!!'

그런 주제에 저런 몸이라니­

육체적으로 성적으로 괴롭혀달라고 애원하는 것만 같았다.

한편 오예스땡큐베리머치인 나와는 다르게,

회장의 엘프들은 좀 소름끼쳐하는 분위기였다.

"쟨 저러지 않으면 무리지­"

"쯧쯧.."

"남성분이 불쌍해.."

아무래도,

원래 세계로 생각해보자면,

이 눈나는 어마어마한 폐급으로 취급되는 것 같다.

근데 뭐, 가슴이 뱃살이라고는 하는데..

눈나 배는 살짝 통통할 뿐이다.

허리는 잘록하고.

한마디로 섹시 그 자체인 육덕미녀다.

거기에 음침한 성격에 말까지 더듬는다고?

완전 조교 최적화 아닌가?

난 좀 신이 나서 무대에서 내려가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밝게 인사를 건네자, 음침눈나는 고개를 팩 돌린다. 부끄러워 하는 건가?

"가..가..가..가까이..오..오..오..오지마..! 나..나..난 나..남자가.. 싫어..!"

이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그럼 섹스를 어떻게 하려고?

"나.. 나.. 남자들도.. 날.. 시.. 싫어하는.. 거.. 다.. 알아..! 너..너..너도.. 마..마찬가지겠지..!"

아..

이거 그거다.

남자들이 자길 싫어하는 걸 아니,

그보다 먼저 자기가 남자를 싫어하면 된다는..

한마디로­

인기 없는 남자의 흔하디 흔한 방어기제­

'난 여자가 싫어! 그래서 여자들이 날 싫어해도 상관없어!'

하는­

그거의 남여역전판­

초딩이냐­

"너..너..넌.. 날... 이..이..임신..만 시..시켜주면 돼..! 그..그..그걸로.. 끄..끝이야!"

아.

실제 임신만 시켜주면 된다고 해도.

이렇게 거리를 둘 필요는 없다.

자고로 인간관계라는 건, 엮이면 어떻게든 도움받고 도움주고 그런 것.

성인들이 뭐 별 것도 아닌 것 같이 하면서도 괜스래 친한 척 구는 것은,

다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는 속셈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는 소피엘보다는 조금 어린 것 같은데­

그 정도도 못 한다는 건­

최소한 남자에 대해서는, 진짜로 폐급 of 폐급이라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자면, 하이퍼 울트라 강철의 처녀­

원래 세계로 치면 에픽 몬스타 동정 아저씨­

정도가 아닐까.

아, 저 눈나 처녀라는데 내 100만 골드를 걸어도 좋다.

진심으로.

"..이..일단 낙찰자가 나왔습니다..!"

시간이 지났기에 그 눈나를 낙찰자로 선언하는 소피엘.

이거 괜찮나­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뭐랄까, 아니, 정말로.

이건 받으면 안 되는 종류의 손님이 아닌가­ 하는.

물론 난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저 눈밑점만 봐도,

성적으로 괴롭힐 아이디어가 모락모락 솟아난다.

눈나는 시선을 받는게 부담스러웠는지,

바로 품속에서 마도 수표를 꺼내 싸인을 했다.

"여..여..여..여..여기!"

소피엘에게, 집어던지듯 수표를 건네고, 도망치듯 떠나는 눈나.

'에? 잠깐잠깐잠깐잠깐..'

진짜 이대로 가나? 싶었는데, 진짜 나가버렸다.

아니 이름은 알려줘야지?

그냥 돈만 주고 가면 어떻하라고?

진짜 폐급이네 저거.

저건 '진짜' 다.

아마 이 상황­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이 너무나 힘들었겠지.

내 예상으로는 경매도 엄청 큰 맘 먹고 나왔을 것이다.

"소피엘, 혹시 누군지 알아..?"

"저도 잘.. 하이엘프 같기는 한데.. 아! 수표에 이름이 있어요."

수표에 적힌 이름은, 세피아 라 페아.

소피엘이 말하기를 페아 가문은 공작가라는 모양이다.

페아 공작가에 저런 사람이 있다는 소식은 못 들었으니,

아마 방계쪽의 일원이 아닐까 싶다고.

"공작가라면 대단한 거야?"

"네. 엄청요."

"하긴 그러니까 60만 골드를 그자리에서 써 냈겠지..?"

"..네에.."

소피엘은 좀 질린 듯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인물됨이나­

행동이나­

그보다는 임신을 위한 절박함이라고 해야 할까­

시종을 두는 것도 아니고, 섹스 한 번에 60만 골드를 쓴다.

순진하거나, 아니면 뽕 뽑을 자신이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조금.. 뭔가 안타깝네요."

"세피아? 라고 했나? 그 여자?"

"네에.."

"음. 그 점이 근데 좀 좋은 것 같아."

"예..?"

"아냐. 그나저나 참. 정신도 없네. 최소한 주소는 알려주고 갈 것이지.."

"그러게요. 귀족가이니 알아보려면 못 알아 볼 건 아니지만.."

"많이 부끄러웠나봐."

"부끄..러워요..? 저게요?"

"응."

"글쎄요.."

소피엘은 의문스러워했지만,

난 확신했다.

저건 '찐' 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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