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37.
* * *
"그래.. 구석구석 다 잘 씻었냐?"
"네! 준비 다 됐어요."
"..그래 보이기는 하는데.. 잠깐 일로 와 봐."
나는 세레니아를 끌고 샤워실 안으로 들어갔다. 샤워실은 끔찍했다. 배수구가 거의 막혀 물이 조금씩 꼴꼴꼴 내려가고 있는데, 그 주변에 고인 물에서 시궁창 냄새가 났다.
"웨윽.."
속이 메스꺼워서 헛구역질을 하는데 세레니아가 부끄럽다는 듯 허허 웃었다.
"좀 오래 안 씻다 보니.."
"너 진짜 뭐냐?"
"괜찮아요. 이제 깨끗합니다."
말은 깨끗하다고 하지만 별로 믿음이 안 갔다. 겉이 저렇게 상했었는데 속은 멀쩡할까. 나는 그대로 세레니아를 안아올려 거꾸로 돌렸다.
"흐에엑?"
"가만히 있어. 킁킁킁"
허리를 거꾸로 딱 잡고 보지냄새를 조심스럽게 맡아 보니.. 향긋한 비누향만 났다.
"어..어때요? 잘 씻었죠?"
속까지 잘 씻은 건 맞긴 한데 뭔가 비누향이 찝찝하다. 나는 샤워기로 몇 번 행궈냈다.
"아.. 아읏..!"
"이상한 소리 내지 마라. 킁킁킁."
"왜 자꾸 냄새를.. 깨끗하다니까요.."
나는 미심쩍게 보지를 바라보며 살짝 맛을 보았다. 약간 쌉싸름한 비누맛이 났다.
"흐음.. 괜찮은 것 같긴 한데."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속을 씻긴 후 그대로 세레니아를 들쳐업고 침대로 향했다.
"이제 걔하고 하게..?"
쭉 뻗어있던 로리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한 컵 따라 마셨다.
"응. 별로 내키진 않지만.."
"난 좀 쉰다."
로리엘은 다시 탈진해서 쭉 뻗었다. 나는 그 옆에 있는 침대에 세레니아를 집어던졌다.
"으왁."
"하자."
"근데 원래 남자분이 이렇게 적극적..이세요?"
"엉."
난 빨리 끝내고 싶었기에 바로 세레니아를 덮쳤다.
"흐흣.. 흐힛.. 나..남자다.. 이게 얼마만이야.."
'아 진짜. 할 맛 안나게 만드네..'
대충 가슴을 잡고 주무르자 세레니아는 금방 젖었다. 나는 심드렁하게 허벅지를 벌려 삽입을 하려고 했다.
"자, 잠깐!"
"왜?"
"마음의 준비를 조금만.."
"그런 거 없어."
나는 극대자지를 그대로 세리니아의 보지에 밀어넣었다.
"으그읏..!"
아랫배를 관통하는 뜨거운 감촉에, 세레니아는 전율했다.
"아그읏..!"
몸을 비틀며 시트를 움켜쥐는 모습은 다른 여자였다면 상당히 자극적인 것이어야 하겠지만, 세레니아 같은 경우는 첫 인상이 있다 보니 뭔가 막 달아오르진 않았다. 그래도 흥분은 꽤 됐지만.
"계속한다."
나는 짧게 말하고 그대로 허리를 쳐올렸다. 아직 덜 젖은 보지는 귀두가 질벽을 긁어낼 때마다 애액을 울컥 뿜어냈다.
"아흣! 아윽!"
"좋아?"
세레니아는 이게 몇년만에 맛보는 자지인지 환장을 하며 허리를 뒤틀었다. 그 모습은, 야하기는 했지만 뭔가 좀 깼다.
'이상하네. 눈나들하고 할 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똑같이 굶주렸지만, 눈나들에게는 뭔가 기품이 있었다면, 세레니아는 한없이 싸보이는 느낌이었다.
"아흣!"
"벌써 가는 거야?"
내가 허리를 세차게 쳐올리자, 세레니아는 이를 악물었다.
"아읏..! 나와..!"
"그래.. 빨리 싸고 끝내자. 나도 싼다."
세레니아는 날카롭게 소리쳤다.
"나왔! 나와요옷!"
"알겠다니.. 컥.."
보짓물이 나온다는 줄 알았는데, 자지 끝에서 뭔가 단단한게 밀고 나왔다. 따끔한 느낌에 서둘러 고추를 뺴 보니, 다행스럽게도 멀쩡했다.
"뭐야?"
"나와으으응흣..!!"
세레니아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뭔가를 낳았다. 이걸 뭐라 표현할 수가 없는데, 진짜 보지에서 뭐가 나왔다.
"미친.."
뭔가 보니까 그것은 엄지손가락만한 주황색 보석이었다.
"씁.."
물방울 모양으로 날카롭게 커팅된 보석은 아름답게 반짝였다. 만약 여기다가 대고 계속 좆질을 했으면 아마 뾰족한 곳에 찔려 좆이 걸레짝이 됐을지도 모른다.
"너.. 이거 뭐야?"
대체 왜 보지에서 보석이 나오는 것인가. 설마 문화재를 자궁 안에 숨긴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으으.."
세레니아는 말 할 기운이 없는지 몸을 바르르 떨었다.
"이게 무슨.."
나는 애액이 진득하게 묻은 주황색 보석을 주워들었다. 묵직한 것이 영롱하게 반짝이는 게 딱 봐도 상당히 값어치가 나가 보였다.
"어..?"
그런데 내 손에 보석이 닿자, 보석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방 안이 반짝거리자 누워있던 로리엘까지 벌떡 일어나 무슨 일인가 확인했다.
"아니 이게 갑자기 반짝거리는데.. 야. 이거 왜 이래?"
내가 세레니아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자 세레니아는 겨우 대답했다.
"그거.. 성유물이에요.."
"뭐? 그런 걸 왜 거기 집어넣고 있어?"
"집어넣은 게 아니라.. 이건 축복.. 계시에요.."
"무슨 소리야?"
"보석을 손바닥 위에 올려놔 보세요."
세레니아가 시킨 대로 반짝이는 보석을 내 손바닥 한가운데 놓자, 보석은 신비하게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어?"
보석은 내 손바닥 위에서 흔들흔들 돌더니, 나침반처럼 뾰족한 곳이 한 쪽으로 고정됐다.
"이게 뭐 하는 거야?"
"보석이 가리키는 곳으로 따라가야 해요."
"아니.."
"어서요."
* * *
세레니아가 보채는 통에 보석이 가르키는 곳으로 가긴 하는데, 영 느낌이 찝찝했다.
"이게 뭐 하자는 건지.."
우리는 마도광산차를 타고 제한구역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별로 내키진 않았는데 세레니아가 난리난리생난리를 피우는 통에 어쩔 수 없었다.
"신께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방금 전까지 썩은 오징어 냄새 풍기던 게, 싹 씻고 저런 소리를 하니 뭔가 그럴 듯 했다. 머리카락도 은발이고, 피부도 엄청 뽀샤시한게 뭔가 성녀 같은 분위기였다. 한참 차를 운전하던 로리엘은, 철로가 끊키는 지점에 다다르자 브레이크를 잡았다.
"이 안쪽은 더 이상 차로 못 가."
"그러면 걸어가죠."
"아니.. 걸어가고 뭐고.. 여기 그냥 막다른 길인데?"
"에..?"
아닌게 아니라 철로가 끊킨 곳은 채굴하다 그만 둔, 그냥 막다른 동굴이었다. 세레니아는 나에게 물었다.
"보석은 어떤가요?"
"벽을 가리키는데..?"
"그럼 벽으로 가죠."
"하?"
모 소설의 3/4 승강장도 아니고, 그냥 벽으로 가자면 어떻하자는 건가. 내가 황당해서 세레니아를 바라보는데, 세레니아는 망설임이 없었다.
"신께서 이끄시는 대로.."
눈을 감고 그대로 벽을 향해 걸어가는 세레니아의 모습에선, 뭔가 존경스러울 정도의 신념이 엿보였다.
"으켘"
그리고 마빡을 돌벽에 그대로 가져다 박는 모습에선, 무식한 자가 신념을 가지면 얼마나 결과가 처참한지 엿볼 수 있었다.
"뭐 하냐.."
그래도 몸 섞은 정이 있어 세레니아에게 다가가 일으켜 주는데, 세레니아는 눈물이 글썽해가지고 중얼거렸다.
"이상하네요.. 그냥 벽이라니."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이 뒤에 뭐가 있나 보지."
"..그러면 파내야 하나?"
설마 이거 셋이서 곡괭이질을 하자고 하진 않겠지? 바지끄댕이 붙잡고 애원해서 따라오기는 했지만, 이 이상 이 멍청한 짓에 어울려 줄 생각은 없었다.
"잠깐만.. 아. 여기 문이 있네. 여기로 들어가 보자."
다행스럽게도 옆쪽에 잘 안 보이는 곳에 작은 문이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
"멈!"
이슨무안!
순간 소리와 공간이 찢겨져 나가며, 어두운 공간 안에 나 홀로 덩그러니 남았다.
"어..?"
사방은 어둠 속이었고, 빛이라곤 손바닥 위에서 빛나는 보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가 전부였다.
"뭐지?"
뭔가 망스멜이 솔솔 피어올라왔다.
'어째 좀 불안한데.'
그렇게 생각하는데 문득 어둠 속에서 타박이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오셨군요."
등불을 들고 나타난 것은, 레오를 꼭 닮은 엘프 소년이었다.
"레오?"
"네?"
"아니지? 닮긴 했는데."
"아닙니다. 저는 리우 페이엘. 남성의 신의 마지막 남은 사도입니다. 아니, 그 흔적이라고 해야겠지요."
"아.."
나는 재빨리 냉철한 지능을 발휘했다. 대략 이런 흐름이라면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거 뭐. 내가 숨겨진 힘 같은 걸 얻게 되는 거야?"
리우는 조금 당황했다.
"어.. 네. 맞습니다. 사실 제가 설명을 좀 하려고 했는데."
"해 봐. 들어줄게."
"아.. 네."
리우 페이엘은 조금 당황스러운 것 같았지만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이 세계는, 종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뭐 그렇겠지."
"어.. 안 놀라시네요?"
"아니 대충 이런 전개일 것 같았어."
"그 원인이 무엇이냐 하면, 남신의 소멸입니다."
"이야기해 봐."
"처음에는 소소한 시작이었습니다. 남신과 여신의 평등이라던가, 여신의 권리를 찾자던가. 뭐 그런 걸로 시작한 걸로 압니다."
"음."
"그러던 게 어째 점점 남신을 핍박하는 쪽으로 바뀌더니, 나중에는 남신은 세상에 하등 쓸모없는 존재라고 낙인이 찍혀버렸죠."
"으음. 왠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그렇게 남신의 지위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신성의 성좌들께서는 하나둘 여신으로 TS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어.."
"처음에는 전쟁의 신이셨죠. 듬직한 근육을 자랑하시던 전쟁의 신께서, '아무리 생각해도 요새는 귀여운 게 더 좋은 것 같아.', '난폭하고 피에 굶주려도 미소녀면 다 용서가 되잖아?' 이런 소리를 하시더니, 적발금안의 쪼꼬미 미소녀로 모습을 바꾸시고.. 그 다음은 음악의 신께서 걸그룹인지 뭔지가 하고싶으시다며 TS하셨습니다."
"하아?"
"그 다음은 의학의 신께서 간호사 코스튬이 좋다면서.."
"아.. 그만해도 알 것 같아."
"그래서 결국 남신은 제가 모시는 '남성의 신' 한 분만 남았습니다."
'남성의 신' 이라. 왠지 모르게 변변찮은 놈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세계가 소멸하기 시작했죠."
"왜?"
"남신과 여신의 균형이 무너져, 우주를 초기화시키는 절차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초기화?"
"네. 머지 않은 미래에, 이 세계는 차가운 안개에 뒤덮여 모든 것이 어둠에 잠겨버릴 운명입니다."
"안개라면..?"
"이곳으로 불려오실 때 경험해보셨죠? 차원과 공간과 시간을 마구 뒤섞는 혼돈의 안개입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그 안개에 이 세계 전체가 잠겨 혼돈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러면 신들은.. 그 TS한 여신들은 지금 뭐 하고 있어?"
"오또케오또케 하시며 다른 차원으로 도망쳤습니다."
"하? 그러면 어떻해?"
"망한 거죠. 하지만 '남성의 신' 께서는, 이 사태를 예견하시고, 종말을 벗어날 방법을 미리 준비해 두셨습니다."
"뭔데?"
"당신입니다."
"나? 나 뭐?"
"당신은 '남성의 신' 에게 선택받은 자, 정해진 섭리를 부술 이계에서 온 자, 그리고 모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그 분의 마지막 사도입니다."
"내가?"
"네."
"그.. 말은 좋은데 그래서 무슨 힘을 주는 건데?"
"일단은, 이곳에 있는 대지의 힘을 드리겠습니다."
"대지의 힘?"
"네. '남성의 신' 의 힘은 4대 정력왕에게 나누어져 봉인되어 있습니다. 지금 찾아오신 이곳은, 세계수 뿌리 가장 깊숙한 곳, 대지의 정력왕이 봉인된 곳입니다."
"정력왕? 정령왕이 아니고?"
"뭐, 원본은 제가 사역하던 정령왕이긴 한데 지금은 정력왕입니다."
"그..그래.. 그러면 그 힘의 효과가 뭐야?"
"일단, 대지의 기운을 받아 자지가 단단해지고, 싸도 싸도 잘 죽지 않게 됩니다."
"오."
"그리고 대지의 생명력을 받아 정액이 더욱 생명력 넘치게 됩니다."
"오옷."
"대지의 기운을 다루는 것에 익숙해지면, 자지의 크기와 굵기를 정력으로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정력으로 이루어진 자지를 여러 개 만들 수도 있죠."
"오오오."
"뭐. 처음에는 거기까지는 무리일 테지만, 여러가지로 경험을 쌓고 은총을 모으면 언젠가 더 대단한 것들도 가능해질 겁니다. 그리고 이 힘을 다루기 위해서, '남성의 신' 께서 준비하신 축복을 내려드리겠습니다."
"뭔데?"
"저를 따라해 보세요. 상태창!"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