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28.
* * *
늦은 밤이라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아르피엘과 나는 대충 옷을 주워 입고 욕실로 향했다. 나는 노팬티에 바지 한 장, 아르피엘은 속옷 차림이었다. 우리는 장난치는 아이들처럼 코너를 돌 때마다 키득거리며 두리번거리고 주변에 사람이 없나 확인했다. 뭔가 스릴넘쳤다.
"없어요. 이쪽이에요."
"근데 지금 시간에 누가 깨어 있긴 해?"
"어머니께서 집무를 새벽까지 보시기도 해요. 비서인 레이나 양도 늦게 잠드는 편이고요."
어느 쪽을 마주치든 민망할 것 같다. 우리는 도둑질을 하는 것처럼 살금살금 욕실로 갔다.
"여기에요."
저택의 목욕탕은 우아했다. 욕실에는 냉탕과 온탕이 있었는데, 양동이를 든 엘프 처녀 조각상에서 물이 흘러나와 욕탕을 채웠다.
"우와."
"이쪽에서 옷을 갈아입으면 돼요."
욕실 앞쪽에는 옷을 갈아입으라고 준비된 공간이 있었다. 아르피엘은 다 보이는 건 부끄러운지 바스타올로 몸을 가리고 후다닥 속옷을 벗었다. 나도 바지를 벗고 허리에 바스타올 한 장을 둘렀다. 우리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뜨끈한 온탕에 몸을 담그려는 순간이었다.
"앗. 잠깐만요."
"왜?"
"탕에 들어가기 전에 씻으셔야죠."
"아, 그런가."
내가 나와서 씻으려는데, 아르피엘이 내 등 뒤로 다가왔다.
"왜?"
"씨, 씻겨드릴게요."
"응."
나는 이번에는 딱히 약올리지 않고 순순히 허락했다. 아르피엘은 흥분되는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하얗고 끈적이는 액체를 내 몸에 발랐다.
"이게 뭐야?"
"바디워시에요."
비누나 있으면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바디워시까지 있어? 아무튼 내가 가만히 있자 아르피엘의 작은 손이 내 몸 곳곳을 쓰다듬었다.
"왜 이렇게 만지는 게 야해?"
"아, 아니에요. 그냥 씻기려고만.."
"진짜?"
"네에.."
나는 어디까지 씻기는지 한번 가만히 있어 보았다. 아르피엘의 손은 가슴 등 허리를 돌아 마침내 하반신까지 이르렀다.
"아.."
아르피엘은 주저하다가 내 그곳으로 손을 뻗었다.
"여긴 내가 할게."
"아아.."
아르피엘은 뭔가 아쉬운지 엄청 애타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보니 왠지 괴롭혀주고 싶어졌다.
"아니다. 내가 아르피엘을 씻겨 줄게."
"에?"
"씻겨 준다고. 돌아봐."
내가 채근하자 아르피엘은 우물쭈물 돌아섰다. 뽀얗고 작은 등이 정말 소담스러웠다. 나는 바디워시를 손에 챱챱 발라 매끈한 등을 문질렀다.
"아..!"
"뭐야. 이상한 소리 내지 마."
"네.. 읏..!"
아르피엘은 야한 걸 생각하는지 내 손이 등을 쓸고 지나갈 때마다 요상한 소리를 내었다. 보들피부를 만지는 건 즐거웠다. 나는 다시 거품을 내서 손을 안쪽으로 뻗었다.
"아..!"
앞쪽으로 손이 들어오자 아르피엘은 황급히 가슴을 가렸다.
"가려서 뭐 하게?"
나는 손가락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 봉긋한 가슴을 씻겼다. 아르피엘은 잠깐 버둥거린다 싶더니 금방 얌전해졌다.
"욕실에서까지 이러면.. 몰라요.."
"뭘 몰라. 이러려던 거 아니었어?"
"..오빠, 진짜 남자로서 너무해요."
"뭐가 너무한데?"
"여자가 원하는 걸 너무 잘 아는 것 같아요."
"이런 걸 원했어?"
"네.."
나는 아르피엘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도야."
"으읏..!"
아르피엘은 꼴려서 못 참겟다는 듯 다리를 비비 꼬았다. 나는 내 몸에 바디워시를 챱챱 뿌리고 아르피엘을 들어올렸다.
"일어나 봐."
"에..? 아읏..!"
나는 내 몸과 자지를 가지고 아르피엘의 몸에 비누칠을 했다. 3대 500의 근육이 아르피엘의 매끄러운 몸을 비비자, 아르피엘은 좋아 죽으려고 했다. 난생 처음 이런 서비스를 받아본 아르피엘은 머리가 아찔한지 얼굴이 뿅가서 헤실헤실 풀려 버렸다.
"읏..! 아아..!"
"왜? 좋아?"
"네..넷! 조아요!"
자지와 근육으로 온 몸을 비벼대는 게 정말 그렇게 좋은지 아르피엘의 눈에서 하트가 쏟아질 지경이었다.
'이거 적당히 해야겠는데.'
나는 그만 씻기고 물로 내 몸과 아르피엘의 몸의 비눗기를 씻어냈다. 아르피엘은 못내 아쉬운지 간식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날 쳐다보았다.
"들어와. 목욕해야지."
내가 먼저 탕에 들어가자, 아르피엘도 마지못해 따라 들어왔다. 아르피엘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먼저 내 허벅지 위에 올라앉았다.
"안아 주세요. 오빠."
"음."
나는 백허그 자세로 아르피엘을 안았다. 아르피엘은 비누질을 멈춘 게 아쉬웠는지 살짝 심통이 나 있었다.
"방금 그건 뭐였어요?"
"뭐가?"
"비누로 한 거요.."
"그냥 몸으로 씻겨 준 건데?"
"너무 기분 좋았어요."
"알아. 보니까 알겠더라."
"..근데 왜 멈췄어요?"
"왜, 더 받고 싶었어?"
"..네.."
아르피엘의 솔직한 대답에 자지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아.."
엉덩이에 단단한 것이 닿자 아르피엘은 부끄러워했다.
"오빠, 아앗.."
근데 이 요망한 것이, 어째 엉덩이를 틀어서 움찔거리며 자꾸 요상한 곳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
'이 구멍은 그 구멍이 아닐 텐데?'
나는 아르피엘의 뒤통수를 살짝 쳤다.
"야."
"잇? 넷?"
"너 자꾸 어디 닿게 만드는 거야."
"거.. 거기요."
"거기가 어딘데."
"또.. 똥꼬요.."
"너 변태야?"
"아, 아니에요."
아니라기에는 이미 증거가 차고 넘쳤다.
"근데 왜 자꾸 이상한 데 비비고 그래."
"그.. 오빠 저기요."
"왜. 뭔 말을 하려고."
"저기, 이쪽에도 넣어보면 안될까요?"
아예 대놓고 물어보는 아르피엘이었다. 나는 머리가 띵했다. 아니 얘는 왜 이렇게 똥꼬에 흥미진진한 거냐. 대체 왜 좋은 거 내비두고 이상한 걸 좋아하는 건지 왈랄랄루 이해가 안 된다.
"안돼. 거기는 넣는 곳이 아니잖아. 임신도 안된다고. 그리고 비위생적이고, 불결해."
내가 단호하게 선을 긋자 아르피엘은 비에 젖은 강아지의 눈망울을 하곤 나를 바라보았다.
"절대로 안 돼요?"
이건 섣불리 여지를 주면 절대 안 된다. 나중에 어떤 플레이까지 요구할 지 누가 아는가.
"절대 안돼."
"네에.."
"음. 알아들었다면 다행이네."
이해한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하는데, 아르피엘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저기 오빠."
"응? 왜 또."
이제 얘가 뭘 물어볼까 좀 무섭다.
"저는 왜 똥꼬가 좋을까요?"
'대체 왜 내가 그 이유를 알 거라고 생각하는 거니?'
그래도 나는 내 냉철한 이성을 발휘해서 분석을 시작했다. 자고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는 입에서 나온다고 한다. 아기 때부터 음식을 받아먹으며 입으로 쾌락을 처음 배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원초적인 쾌락에 또 한 종류가 있으니.. 그것이 항문이다.
아르피엘은 평소에는 잘 교육받은 예절바른 귀족 영애였다. 그렇게 청소년기부터 본능을 조절하고 억압하는 능력이 뛰어난 여성들은 반대 급부로 원초적인 본능에 더욱 매달리게 된다고 한다. 더욱이 나는 임신시종이라는 역할, 말하자면 아르피엘이 가진 원초적 본능의 해방구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녀가 맨 처음 시도했던 변태 플레이가 떵꼬빨기라는게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원초적 본능' 으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준 나에게 똑같이 보답해 주고 싶어 했고, 그 결과가 본인의 억압된 요소였던 '구강' 과 '항문' 을 통해 나타난 것일 뿐이다.
'그럴듯해. 억압된 성욕이 낳은 뒤틀린 성욕인가.. 이렇게 청순하게 생긴 엘프 미소녀가 똥꼬를 욕망한다니. 정말 어우야구만.'
생각을 정리한 후. 나는 아르피엘에게 속삭였다.
"아르피엘이 변태라 그래."
"히잉.. 이게 특이한 건가요?"
'그럼 보통이라고 생각했냐? 응? 이 청순똥꼬변태녀가.'
하지만 감히 아르피엘에게 똥꼬변태녀라고는 할 수 없었다. 나는 자애로운 마음으로 아르피엘을 타일렀다.
"많이 특이하지."
"그렇구나.."
내가 단언하자 아르피엘은 조용히 탕에 몸을 담그고 묭뇽하게 잠겨 있었다. 일단 이 건은 여기서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얘 빨리 임신시켜야겠는데.. 오래 두면 뭘 요구할지 모르겠어."
항문에서 시작된 욕구는 끝없이 추하게 뻗어나가는 법이다. 똥꼬빨기야 잘 봐줘서 그럭저럭 받아들여 준다고 해도 그 이후에 있는 깊고 어두운 암흑의 경로들은.. 다가가면 안 되는 곳이다. 스캇.. 골든.. 안돼. 생각만 해도 어질어질하다.
'절대 안 되지.'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진저리를 치는것도 모르고, 아르피엘은 태평하게 내 팔을 감싸며 다른 이야기를 했다.
"빨리 교육이 끝나고 학교 같이 다니면 좋겠네요."
"학교? 나도 학교를 가?"
"네. 학교에 시종을 데리고 갈 수 있어요."
"꼭 가야 해?"
"오시면 좋겠어요. 자랑도 하고 싶고."
"나를?"
"네. 그러니까 기본적인 것들을 꼭 빨리 익혀 주세요."
"기본적인 게 뭐야?"
"차 타는 법이라던지, 기품있게 걷는 법, 예법에 맞는 인사법 같은 것들이에요."
"임신시종이 그런 것까지 해야 하는 거야?"
"아, 임신시종으로 데리고 가는 건 아니고 그냥 시종.. 그러니까 집사로 데리고 다니는 거에요. 물론 다들 말은 안 하겠지만 임신시종인 건 알겠죠. 굳이 남자를 시종으로 데리고 다닐 이유는 달리 없으니까요."
"그런가."
"그.. 그리고 임신시종으로서도.. 항상 붙어 다녀야죠..! 시도 때도 없이 해도 임신은 어려운 일이라고 들었어요."
오늘처럼 이렇게 하면 금방 될 것 같은데.
"아. 그래.."
그런데 아가씨 학교의 임신시종이라니 뭔가 끌린다. 학교에서? 남자를 킹받게 하는 장소가 아닌가.
"아 오빠.. 또 섰어요."
"응."
"무슨 생각 했어요?"
"학교에서 교복입은 엘프 아가씨 따먹을 생각."
"오빠는 변태야.. 근데 그거 저 맞죠?"
"그, 그럼, 아님 또 누가 있겠어?"
"헤헤.."
'어째 '저 맞죠?' 할 때 눈이 잠깐 섬뜩해졌는데 기분 탓이겠지?'
"그런데 학교에 임신시종이 많아?"
"잘 없어요. 우리 가문은 좀 후손이 급해서 이렇게까지 하지만요.. 아, 그런데 저기 오빠."
"왜?"
"그 저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뭐지? 친구? 뭔가 느낌이 뿅뿅인데?
"음?"
"임신하고 싶어하는데 집안이 가난해서 임신 시종을 못 두거든요."
"어어..?"
"혹시 나중에 만나게 되면 잘 해주세요."
"잘 해준다는 건 내가 생각하는 그거?"
"..네"
"그래도 괜찮아?"
"네.. 그 친구하고만이라면 괜찮아요. 제 베프거든요. 다만, 제가 보는 앞에서만 해야 해요."
"쿨럭, 보는 앞에서?"
어째 얘 취향이 점점 심오해지는 것 같다.
"하는 건 그렇다 쳐도 어디서 얼마나 하는지 모르는 건 싫어요. 마음 같아선 주말에도 붙잡아두고 싶은데.."
뭐냐. 어째 벌써 관리를 하려고 들어. 그보다 이거 좀 느낌이 쌔한데? 얘 설마 얀데레 뭐 그런 건 아니겠지?
"하지만 혼자 오빠를 독점하는 건 잘못된 일이겠죠.. 오빠는 여성에게 내려진 여신님의 축복 같은 거니까요."
"여성의 축복이라니 흠흠. 좀 민망하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얀데레 집착 뭐 이런 건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아직은. 나는 좀 주제를 돌렸다.
"근데, 그 친구하고는 많이 친한가 봐?"
"정말 착해요."
"이름은 뭐야?"
"아리엘이에요."
"아리엘. 흠, 예쁜 이름이네. 어떻게 생겼어?"
"..왜 그렇게 궁금해 해요? 너무 궁금해 하는 거 아니에요?"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선 샐쭉하니 삐진 걸 보니, 귀엽긴 한데 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 그냥.."
내가 멋쩍어하자 아르피엘은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궁금하면, 빨리 레이나에게서 교육을 다 받으세요. 학교에 가면 제일 먼저 소개시켜 드릴 테니까요."
이건 열심히 교육을 받으라는 당근인가? 어째 이거 나를 살살 조련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뭐, 지금은 학교에서 아가씨를 따먹는다는 어우야한 상황이 우선이다.
"음. 알겠어 열심히 할게."
"오빠, 화이팅!"
아르피엘이 그렇게 말하며 매달려 키스를 조르자, 자지가 불끈했다.
"아.. 오빠.. 또 섰어요."
"일로 와."
아직 밤은 한참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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