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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이세계에서 엘프의 노예가 되었다-9화 (9/140)

〈 9화 〉 9.

* * *

셀렌디네를 휙 보니 자기도 좀 민망한지 딴청을 부렸다.

"흠흠.. 너 여자 이상하게 많이 좋아하잖아.."

"그건 맞지만.. 아니 정신 이상이라고 노예 앞에 써붙여 놓으면 누가 사가요..?"

나는 혀를 차다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

'잠깐만. 이것 봐라?'

나는 번득이는 지성을 사용해 추론을 계시했다.

자고로 나에게 최적의 상황은, 육덕진 엘프눈나들과 매일같이 읏쌰읏쌰 하는 것이다.

보니까 꼴에 수준 좀 있는 업소라는 곳은 가슴도 없는 대평원의 소녀들이나 상대하며, 육체적으로 읏챠읏챠하기보다는 술이나 따르며 아양이나 떨어야 할 것 같다.

읏챠읏챠가 좋은 건 둘째치고, 대평원의 꼬맹이들이게 아양이나 떠는 건 진짜 싫었다.

그렇다면?

나는 전에 레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진짜.. 그나마 창남도 도시에서 하는 게 낫지, 이런 시골은 진짜 최악이에요. 시집 못한 나이든 시골 처녀 엘프들과 굶주린 군인들 뿐이니까요. 좀 교양 있는 여자들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요. 야만적이죠.'

'심지어 열악한 시골 업소에서는 심지어 여러 명하고 동시에 시킨다는 소문까지 있어요.'

그렇다.

내가 원하는 조건에 최적화된 업소는 군부대 근처 시골 촌동네의 무진장 열악한 업소인 것이다.

음. 추론완료.

그러면 그런 곳으로 팔려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걸 쓰면 되겠습니까!"

나는 펜을 빌려 내 앞의 팻말을 고쳐 썼다.

에서 로 말이다. 다 쓰고 보니 셀렌디네가 나를 진짜 미쳤나 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뭐요! 왜요!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나 안 미쳤으니까."

그리고 다시 회랑에 올라가 팔을 꺾고 침을 좀 입술 옆으로 질질 흘리며 웃었다.

'음. 누가 봐도 폐급이겠군. 꼭 가고야 만다. 열악한 업소!'

나는 결의를 다졌다.

셀렌디네는 당황스러웠지만 아무튼 목표는 같았기에 남자를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이윽고 '플레티넘 맴버' 들의 선매수가 끝나고, 골든, 실버, 브론즈 맴버들이 차례대로 들어와 노예를 살펴보았다. 내가 폐급인척을 하며 상황을 보자하니, 클레스가 벌써 딱 나왔다. 가슴 컵이, 플레티넘이 평균 A 였다면, 골든은 B, 실버는 C, 브론즈는 D 이상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아이언 맴버가 입장했다. 경매가 거의 끝날 시간이었고, 회장에는 남자노예가 드문드문 남아있었다. 하늘이 붉게 물든 가운데, 셀렌디네 못지 않은 풍만한 누님들이 쓸만한 게 혹시 없나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회장을 누비고 있었다.

'슬슬 때인가.'

내 목에 걸린 가격표는 랭크가 떨어질 때마다 10%씩 깎여서, 이미 반값 떨이가 된 상태였다.

'하꼬업소에 팔려가기 완벽한 시간이군.'

나는 입가에 침을 닦고 자세를 바로 했다. 한 시간 가까이 문제가 있는 척 하고 있느라 힘들었다. 이제 어디를 봐도 하꼬업주들 뿐이었다. 슴가 크고 육덕진 눈나들. 으엉! 개좋앙.

"이거 큰일인데.."

한편, 셀렌디네는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왜요?"

"안 팔리면 처분을.."

"네? 처분? 그게 뭐에요?"

"아무것도 아냐."

셀렌디네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처분? 살처분은 아니겠지? 꼭 그런 살벌한 것이 아니더라도 노동 노예인가 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어딘가 광산의 막장이나 새우잡이배 같은 곳에 벌크로 처분된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나는 등골이 서늘했다. 아. 이거 너무 갔구나. 나는 재빨리 방도를 찾았다.

"팻말 좀 가져와봐요."

셀렌디네는 군말없이 팻말을 가져왔고, 나는 팻말에 내가 추가한 글자를 도로 벅벅 지웠다. 회장 안에 예비 구매자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마음이 급했다.

'어, 이거 느낌이 좀 쎄한데?'

나는 필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구 없나?'

마침 가까이에 처진 눈의 순해보이는 육덕진 누님이 있었다. 내 필사적으로 이글거리는 눈빛과, 누님의 속 모를 맹한 눈이 딱 마주쳤다.

'음..'

매우 풍만하고 볼살도 통통한 것이 참으로 푹신푹신해 보이는 눈나였다. 전에 봤던 엘프 시골 처녀들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내 키가 186cm인데 눈나도 상당히 컷다. 한 172cm쯤 될까. 나는 애정을 담아 절실하게 찡긋 윙크를 했다.

'제발..!'

내 윙크를 받은 폭신눈나는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터벅터벅 이쪽으로 다가왔다.

'걸렸다!'

눈나님은 팻말을 스윽 보고는 셀렌디네에게 말을 걸었다.

"정신 이상이라면..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나는 셀렌디네가 이상한 소리를 하기 전에 내가 나서서 대답했다. 급했다.

"제가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요."

"에? 여자를 좋아해요? 그런 남자도 있구나.. 우리 업소에 딱이네요."

"그, 그런가요?"

"네에. 어디 보자.. 지금 아무도 입찰은 안 한 것 같고.. 아, 그런데 우리 업소가 좀 열악한데 괜찮겠어요?"

나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나왔다! 열악! 업소!'

"넵! 열악할수록 좋습니다!"

"손님들 나이대도 좀 있고, 외모도 가슴 많이 나온 분들이 많아요. 괜찮나요?"

"물론입니다. 오히려 좋아요!"

"으음. 하루에 여자 여러 명을 상대해야 하고, 운이 없으면 밤을 샐 수도 있어요. 괜찮나요?"

"체력이 좋아서 괜찮습니다!"

"우리 업소는 말 잘 들고 따라서 반응해주는 게 중요해요. 그런 거 할 수 있나요?"

명령 플레이라면 당하는 것도 시키는 것도 자신 있다.

"물론입니다."

"좋네요. 딱 우리 업소가 원하던 인재에요."

나는 빙그레 미소지었다. 이야기를 나눠볼수록 그야말로 빙고였다.

"어디 보자.. 경매시작가가 3만 골드.. 그리고 지금 파장이니까 ­50%를 하면..? 1만 5천 골드군요. 이야기를 하는 거 보면 성격은 괜찮은 거 같고.. 좋아요. 내가 살게요."

"아싸! 팔렸다!"

드디어 꿈꾸던 열악한 업소에 제대로 팔렸다. 내가 신나서 앗싸리하는 동안, 셀렌디네는 쮸인눈나에게 슬쩍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혹시 어디에 있는 무슨 업소신지 좀.."

"아, 업소 명함을 한 장 드릴게요."

쮸인눈나에게 명함을 건네받은 셀렌디네는, 받은 명함을 품 속에 소중히 간직했다.

'곧 찾아가봐야지.'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노예경매가 끝났다.

그런 줄 알았다.

잘 생각해보면, 그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야 했다.

여러 명 상대를 하고 밤까지 세는데, 왜 쥬지를 체크하지 않은 것일까? 1만 5천 골드는 남자노예로선 헐값이라고 해도, 이쪽세계로 치면 1억 5천만원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액수였다.

그런 남자노예를 사는데 가장 중요한 쥬지체크도 안 한다?

왜?

* * *

야생노예포획 성과금을 받아 온 셀렌디네는, 즐거운 마음으로 품속에서 명함을 꺼내들었다.

'돈도 생겼겠다. 어딘지 모르지만 한 번 찾아서 가볼까..? 음..? 이거 뭐야?'

명함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절대건전업소* 그린리프 고민상담소 *터치절대금지*

정통 수위 준수 대화방

­하프타임 4골드

­풀타임 7골드

24시 영업중 * 고민이 있다면 그린리프 고민상담소로!

* * *

폭신폭신 눈나와 나는, 내 꼬츄 위에 있는 검은 하트 모양 마력 낙인에 주인을 눈나로 등록하고, 정산을 마친 후 경매장을 빠져나왔다. 낙인에는 주인의 정보가 담겨 있어, 도망쳐봐야 원래 주인에게 붙잡혀 돌아온다고 한다.

뭐 난 도망칠 생각이 없지만.

"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주인님이라고 부를까요?"

내가 공손히 눈나에게 그렇게 묻자, 폭신폭신 눈나는 빙긋 웃으며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아니에요. 클라리스라고 불러 줘요."

주인님은 좀 싫은가? 그나저나 클라리스라. 음. 예쁜 이름이다. 목소리도 나긋나긋한게 정말 착할 것 같다.

"노예 군은 이름이 뭐죠?"

"저는 그냥 리(Lee)라고 해 주세요."

"알겠어요. 리 군. 첫날부터 좀 미안하긴 한데, 우리 업소가 좀 열악해서 첫날부터 근무를 해야 할 거에요."

오우예아.

"아주 좋습니다."

"좋아요?"

"네."

"으음. 진짜 특이하긴 하군요. 하지만 뭐 리 군이 좋다면 좋은 거겠죠? 아, 업소로 가는 도중에 어떤 업소인지 간단히 설명을 해 줄게요."

설명은 무슨 설명, 굶주린 엘프들이랑 마구 뿌슝빠슝하는 것 아닌가? 아무튼 우리는 마차를 잡아타고 클라리스가 운영하는 업소로 향했다.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클라리스가 꺼낸 첫 마디는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일단 우리 업소는요. 본게임은 안 해요."

"네?"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니 게임을 해야 업소 아닌가? 업소의 정의가 뭔데?

"수입이 조금 열악하긴 하지만, 남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본게임을 금지하고 있어요."

"아니 저기.. 어어.. 열악.. 열악하다는 게 수입이었어요?"

"네. 한 타임에 7골드. 반 타임에 4골드. 한 타임에 리 군 몫은 4골드, 반 타임에는 2골드에요."

"제 몫이 있어요? 엉망진창 쥐어짜이는 게 아니고요?"

"아무리 노예라도 그러지는 않아요. 벌은 돈은.. 뭐 원하는 데 쓰거나 나중에 몸값을 갚거나 하면 되는 거고요. 우리 업소는 수위가 약한 만큼, 노예만 있는 게 아니고 일반인 남성들도 좀 있어요."

"아니 그러면.. 하는 일은 뭔가요?"

"일단 직접적인 터치는 금지지만, 단골손님이라면 가벼운 터치나 키스정도는 괜찮아요."

"네?"

가벼운 터치? 키스? 그게 끝? 그게 무슨 업소냐? 없소지.

"저희는 그중에서도 또 정통수위 건전업소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손님의 80%는 대화만 하다가 가세요 보통."

나는 개거품을 물 뻔했다. 대략 뒷골이 당기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대화? 정조역전 엘프세계에 대화하러 왔다고? 내가? 그러겠냐? 앙?

"저, 저기 혹시 육체관계는.."

"아, 혹시라도 여성이 덮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업소에서 노예낙인에 사정금지 설정을 해놓으니까요. 전혀 걱정 마세요."

"왜.. 왜요..? 왜 그런 짓을?"

"여자들도 사정금지인 걸 알면 덮쳐봐야 소용없다는 걸 아니까 안 덮치거든요."

"혹시 그거 풀어주거나 하실 수는."

"아, 아주 가아끔 그렇게 단골확보를 위해 남자가 허락하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우리 업소에서는 절대 금지에요. 한 명이 수위를 올리면 손님들이 다른 남성에게도 높은 수위를 요구하거든요. 아까도 말했지만 일반인 남성들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하면 곤란해요."

"아.."

"그러면 리 군. 대략적인 건 알겠죠? 그냥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고 위로해 주는 일이니 여자를 좋아하는 리 군이라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에요."

"아아.. 아아아아아악.."

"리 군? 큰일이네. 어디 아픈가요?"

달리는 마차 안에서, 나는 오열했다.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 * *

업소에 도착한 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추슬렀다. 순간 뇌절이 왔지만 일단 시간이 좀 지나니 진정이 되었다.

"여기에요."

클라리스의 업소는, 마치 카페테라스처럼 보이는 우아하고도 아담한 이층 건물이었다. 유흥업소라기보단 청량한 휴식공간에 가까워 보이는 그곳은, 슬플 정도로 저­언­혀 불건전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아.."

"리 군, 긴장되나요?"

"아니요.. 그보다도.. 그 사정 제한이라는 거, 어떻게 방법이 좀 없을까요?"

"아. 리 군은 정말 여자를 많이 좋아하나 보네요."

"네. 솔직히 덮쳐지고 싶어요. 그것도 클라리스 같은 엘프에게."

내 솔직한 대답에 클라리스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어머나. 리 군. 고마워요. 하지만 난 손님이 아니라 리 군을 보살펴야 하는 관리자니까요. 야한 건 안 돼요."

"어떻게 좀 안 될까요? 저 이대로라면 일주일도 안 되서 곶휴가 터져 죽을지도 몰라요."

"어머, 무슨 병이 있는 건가요?"

"아뇨, 박고 싶어서요. 전 못 박고 못 싸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요."

나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클라리스에게 애원했다. 클라리스는 그 괘씸한 가슴 아래 팔짱을 껴 올리고 고민하더니 마침내 대답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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