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5.
* * *
"장난이에요. 일로 와봐요."
"응? 우읍."
나는 페라의 옷깃을 잡아당겨 창살에 얼굴을 붙여 키스했다. 물론 망설임 없이 혀도 썼다. 페라는 혀를 써본 적은 없는지 어버버하다 무슨 사탕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 혀를 쭙쭙 빨아왔다.
"푸핫."
페라가 하도 들러붙어 와서 내가 밀쳐내며 키스를 마치자, 페라의 얼굴은 밤에도 분명히 보일 만큼 시뻫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무슨 남자가.."
나는 피식 웃었다.
"왜, 싫냐?"
갑자기 반말을 하며 세게 나가자 페라는 당황했다.
"아, 아니."
"빨리 바지나 벗어. 박게."
페라는 내 말에 허겁지겁 벨트를 풀렀다. 하도 급헤서 고운 손이 덜덜 떨렸다.
"응. 자, 잠깐만. 다. 다,거의 다 됐어. 됐다. 벗었어. 그 다음엔?"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냐? 여기 창살 사이로 뷰지 딱 대."
"응!"
페라는 좋아라 탐스러운 엉덩이를 창살에 바싹 밀어붙였다. 탱탱한 엉덩이 살집이 창살에 눌려 더없이 꼴릿했다. 나는 쫄깃한 엉덩이를 꼬집으며 물을 머금은 연분홍삧 뷰지를 쓰다듬었다.
"엉덩이 차갑지 않냐?"
"앗.. 읏.."
"대답을 해."
"차갑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뭐야, 벌써 젖었네. 원래 엘프는 이렇게 잘 젖나?"
"..너.. 남자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안 젖을 여자가 어딨냐?"
아. 여기 남녀역전이 좀 섞였었지. 그렇게 생각하면 이건 여자노예가 호송차에 갖혀 꼬치만 창살 안으로 넣은 경비병을 농락하는 시추레이션인가. 꽤 흥분될 법한 상황이긴 하다.
"빠. 빨리 좀."
"뭐? 뭘?"
"아. 모르는 척 하지 말고."
"공손하게 말해봐."
"너 이! 여자를 어떻게 보고!"
"공손하게 말하지 않으면 넣어주지 않겠어."
페라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발끈하더니 이내 수그러들었다.
"..넣어 주세요.."
"잘 안 들리는데?"
"넣어 주세요..!"
"뭘 어디에?"
페라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애절하게 외쳤다.
"쟈지를 뷰지에 넣어 주세요!"
"잘 말했어."
나는 페라가 기특해 엉덩이에 손도장을 찰싹 찍어주고 단단히 솟은 굳건이를 앞으로 뻗..으려고 했다.
"아. 망했다."
"왜 또! 시키는대로 다 했잖아!"
"야. 앞에 봐."
"왜? 뭐! 아.. 대장님."
알궁둥이를 창살에 대고 있는 페라 앞에, 차가운 표정의 셀렌디네 대장이 서 있었다. 둘 다 흥분해서 셀렌디네가 여기까지 온 걸 몰랐던 거다.
"이게. 그게."
"일단 바지부터 입어라."
"넷."
호다닥 떨어져 주섬주섬 바지를 입는 페라니아를 보며, 나는 안타까운 동시에 걱정이 됬다.
'이거 어떻게 되는 거지?'
"저기. 대장님 이건."
"내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나?"
"아닙니다."
"그럼 닥치고 있도록."
살벌한 기세에 페라니아는 입을 다물었다. 이거 영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근데 져 괘씸한 빵뎅이녀는 대체 왜 한밤중에 안 자고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러 나온 것일까.
"너. 옆에 깨워서 날 따라와라."
왜 또 따라오라고 할까? 뭐 여기 페라하고 그대로 둘 수는 없겠지. 나는 레오를 흔들어 깨웠다.
"음냐. 형님?"
"일어나 봐. 큰일났다."
"좀만 더 잘래요.."
"일어나. 임마."
딱밤같은 머리에 꿀밤을 먹이자 레오는 번쩍 정신이 드는지 호다닥 일어났다.
"무슨 일이에요?"
셀렌디네는 호송차 문을 열쇠로 열고 우리보고 나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레오와 순순히 나갔다.
"에? 이렇게 탈출을?"
레오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헛소리를 했다.
"아냐 임마. 조용히 해."
"아. 네."
셀렌디네는 우리 둘의 목에 걸린 쇠사슬을 잡고 건물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분위기도 살벌하고 걸음도 빨라서 뭔가 쫄렸다.
'뭐 설마 살처분(?) 같은 걸 하진 않겠지?'
그나저나 이런 상황인데도 살렌디네의 엉덩이는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중량있는 오동동한 살집이 깨물어달라는 듯이 좌우로 흔들거린다. 일반 엘프의 무게감없는 엉덩이와는 다른 농익은 과실이었다. 특히 계단을 쭉쭉 올라갈 때 뒤에서 보니까.. 어우야.. 진짜.. 어우..
'뒷태가 끝내주네 진짜.'
"형님, 우리 어디로 가는 거에요?"
레오가 불안했는지 물어봤지만 나라고 딱히 대답해줄만한게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셀렌디네가 뭐 말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뭘 하려고 그러나?
한참을 걸어올라가 도착한 곳은 건물 높은 곳에 있는 한 전망 좋은 방이었다.
"오! 이제 오나? 왜 이렇게 늦었나? 먼저 이 귀한 거 한 잔만 꼴깍 할까 고민했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술기운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이레네인가 하는 장로였다.
겉보기엔 가슴도 작아서 꼬맹이티가 아직 나는게 술기운 듬뿍 올라 발그레해 진 것을 보자니 묘하게 어이없고 괘씸했다.
"그래도 역시 좋은 술은 남자가 따라줘야 제맛이지! 뭐 하나 셀렌디네 대장? 어서 앉지 않고."
"아, 그게.."
나는 번뜩이는 지성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이건 그거다. 쫄따구들은 뺑이치게 시키고 간부끼리만 한잔 하는 그거. 그러다가 양주(?)같은 거라도 한 병 따니 남자 생각이 났을 것이고.. 저 장로라는 꼬맹이가 남자좀 불러오면 안 되나? 해서 차마 거절 못한 셀렌디네가 우릴 부르러 와서 걸렸던 것 같다.
한편 셀렌디네는 머릿속에 정지가 와 있었다.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으니 처벌을 해야할 것 같고, 장로는 남자를 좀 불러달라고 했고, 또 장로가 딴 술은 르블랑 20년산이라 그냥 넘어가긴 아깝고. 일단 일 크게 안 만들고 데리고 오긴 했는데 머리가 복잡했다.
"대장님 앉으시죠. 한잔 따라드릴게요."
나는 재빨리 분위기를 파악하고 의자를 당겼다. 그리고 셀렌디네에게 속삭였다.
"잘 해드릴 테니 아까 일은 못 보신 걸로 해요. 콜?"
"흐음.."
셀렌디네는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그냥 없었던 일로 하는 게 낫겠지..'
그렇게 호로록 나에게 넘어간 셀렌디네, 표정은 근엄하더니 참 쉬운 여자였다. 아까 듣자 하니 흉악한(?) 전적도 있다던가. 원래 이렇게 겉으로 딱딱한 사람이 툭 부러져버리는 법이다. 오늘 밤, 어째 느낌이 뿌슝빠슝이다.
"넌 이리 와라. 교육은 아직 안 받았어도 술 정도는 따를 줄 알지?"
이레네라는 장로는 레오에게 손짓했다. 잠에서 덜 깬 레오는 여자가 껄끄러운지 주춤주춤거렸다.
"레오. 가서 한 잔 따라드려."
레오는 비 맞은 강아지같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형님.."
"어서."
"네.."
나는 레오의 엉덩이를 두드려주면서 술병을 집어들었다. 상쾌하고 달콤한 향이 풍기는 걸 보니 꽤 비싼 술 같았다.
"꼬로로로록"
청량한 소리와 함께 술이 잔을 채웠다. 내가 잔을 채우자 셀렌디네는 망설이지 않고 한 잔 들이켰다.
"꿀꺽 꿀꺽 꿀꺽. 후아아."
시원하게 잔을 비운 셀렌디네는 안주로 소금을 살짝 뿌린 견과류를 한 움큼 집어먹었다. 자꾸 이렇게 기름진 것만 먹으면 가슴이 나와버린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버틸 수가 없었다.
"대장님, 한잔 더."
나는 살살 비위를 맞추며 셀렌디네의 잔을 다시 채웠다. 발그레하게 술기운이 도는 셀렌디네의 얼굴은 엄청 섹시했다. 셀렌디네는 한잔 더 내리 비우더니 다음 잔은 사양했다.
"이렇게 좋은 술을 나만 마실 순 없지. 이레네 장로님도 한잔 하시죠."
"으음."
이레네 장로는 레오 앞에 잔을 내밀었다. 레오는 멀뚱히 잔을 보다가 뭘 해야 하는 지 깨닫고 서툴게 술병을 기울였다.
"옳치 잘 하는구나."
이레네는 벌게진 얼굴로 손을 뻗어 레오의 단단한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히익."
레오는 소름돋는다는 표정으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응? 표정이 왜 이런가? 술맛 떨어지게."
이레네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능글거리며 레오의 엉덩이를 계속 주물렀다.
"흐윽.."
"표정이 왜 그런고? 웃지 못할까."
이레네는 지가 조물딱거리는 손은 생각 안 하고 그렇게 말했다.
"대장도 한마디 해 주게나. 내가 말해서는 듣질 않는군."
엉덩이를 움켜잡고 있는 손이 빤히 다 보이는데도 셀렌디네는 레오에게 이렇게 말했다
"술 맛 떨어지게 인상 쓰지 말고, 웃어라."
셀렌디네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은 레오는 울먹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으흑.. 네. 넷.. 하.. 하하.. 하하하.."
"그래 남자는 그렇게 웃어야 봐줄만하다니까."
나는 이레네 저 건방진 꼬맹이년의 목을 조르며 참교육 특별코스를 수강시켜주고 싶었지만 일단은 참았다. 어쨌든 지금은 레오를 커버쳐주는게 먼저다.
"장로님, 잘 모르는 애는 내버려 두시고, 새끈한 이 몸이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오.."
내가 레오와 이레네 장로 사이에 끼어들자 장로는 어쩔 수 없이 레오의 엉덩이를 만지던 손을 땠다.
"이거 원 손이 심심한데?"
오막조막한 손가락을 꼬무락거리며 귀엽게 웃는 이레네 장로. 원래 세계로 치면 징그러운 아저씨 정도겠지만 여기서 보기에는 그냥 귀여운 소녀 정도로 보인다.
"어디 좀.."
내 엉덩이로 손을 뻗는 이레네.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영 버릇이 안 좋다. 나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뭘 쪼잔하게 엉덩이나 만질려고 하세요?"
나는 뒤로 향하던 손을 앞으로 가지고 왔다. 쪼물딱거리는 작은 손이 단단해진 내 그것에 닿았다.
"오..오우.. 오우야."
이레네 장로는 내가 스스로 수위를 올리자 기겁하며 좋아했다. 한편 셀렌디네는 의외의 상황에 당황했다.
"아, 저 장로님. 아시겠지만 규정이 있어서 직접 뭘 하면 안 됩니다. 그 인장에 기록이 되기 때문에.."
"아니 뭘 하려는 건 아닌데, 인장에 기록이 된다고 근데?"
"예. 요새 시스템이 좋아져서.."
"조금만도 안 돼?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닌데.."
"애초에 술이나 좀 따르게 한다고만 하셨지 않습니까. 남자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닌 이상 전부 기록이 됩니다."
뭐야. 이 인장, 그렇게 무서운 물건이었어? 왠지 가시가 잔뜩 난 하트가 새겨져 있길래 뭔 흉악한 기능이 있는 건가 했더니, 맙소사.
"그건 그렇지만. 얘가 진짜. 어우야. 이거 얘 진심으로 원하는 거 아닐까?"
"장로님. 제발.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나는 괜찮았는데, 셀렌디네가 애원하는 통에 이레네는 꼬무락질을 그만두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러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쉬웠는지 내 엉덩이를 툭툭 두드렸다.
"넌 진짜 앞으로 크게 되겠다. 혹시 어디서 이쪽 일 하게 되면 대성할거야."
덕담이랍시고 그런 말을 한 이레네는 열이 오르는지 한동안 잠자코 술을 마셨다. 그리고 셀렌디네 대장을 슬슬 구워삶기 시작했다.
"근데 말이야 대장.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가 뭘 하려는 게 아니고 노예가 우리를 덮치는 건 괜찮다는 거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마는."
"그러니까 우리가 노예를 건들면 안 되지만, 노예가 우리를 건드는 건 괜찮다는 거지? 스스로 원해서 하는 거면."
셀렌디네 대장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침을 꼴딱 삼키더니 풀린 혀로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남자가 먼저 덮친다니. 그걸 누가 믿습니까. 이 녀석도 그냥 기분이나 맞춰주려고 이러는 거지 속으론 싫어할 겁니다."
"뭐 창남들이 그런 걸 잘 하긴 하지만.. 얘는 진심으로 가능할 것 같은데? 얘. 너 이름이 뭐냐?"
"리(Lee)라고 불르세요."
"그래. 미스터 리. 혹시 내 탄탄한 육체에 관심이 좀 없을까?"
나는 이레네 장로의 '탄탄한 육체' 를 보고 피식 웃었다. 가슴도 작고 밋밋해서 참 안타까운 몸인데 뭘 저렇게 자랑스러워 하는 걸까. 이 세계에서는 저런 몸이 멋있는 몸이라고는 하지만, 영 내 취향은 아니었다.
"전 따지자면 대장님 쪽이 더 좋은데요."
"오우야. 거 참. 취향 한 번 특이하네.."
이레네 장로는 한방 먹었다는 표정이었다. 원래 세계로 따지자면 그나마 헬스 다녀서 관리 잘 한 아저씨하고 뱃살이 늘어진 아저씨 중 뱃살아저씨를 고른 셈이었을 테니, 취향에 경악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진짜야? 나 말고 진짜 대장이 좋아?"
이레네는 내가 농담으로 그렇게 말한 거라고 생각했는지 자꾸 캐물었다.
"진짠데요."
"진짜 저딴 몸을 보고 흥분이 된다고?"
"저딴 몸이라뇨. 멋진 몸입니다."
셀렌디네 대장은 멕이는건지 진심인지 판단이 잘 안 갔다. 놀리는 것 같기도 한 데 말하는 걸 보면 진정성이 엿보였다.
"..암튼 고맙다."
"진짜에요. 대장님. 그 빅찌찌 좀 만져보면 안 될까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