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 데이지 (2)
* * *
물기 머금은 데이지의 눈이 하릴 없이 떨렸다. 옅은 분홍빛의 입술 사이에서 열기를 머금은 숨결이 새액, 새액, 끊어질 듯 가볍게 뱉어졌다.
흥분의 증거로 달아오른 몸뚱이가 애절하게 내게 기대어 비벼져 왔다.
“으응…. 주인니임….”
색정적인 목소리. 애원하는 기색이 가득 담겨서, 겨우 손을 내밀어 내 옷자락을 꼭 쥔 채 바들바들 떤 채다.
부디 제 몸을 유린해주길 바라는 암컷의 자태에 숨을 삼켰다.
누님의 일은 한켠으로 미뤄두고서, 애절히 수컷에게 구애하는 암컷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응, 하앗…!”
가벼운 접촉. 꽁꽁 싸매어진 젖가슴을 옷자락 너머로 느릿하게 훑었다.
그것만으로도, 데이지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나온다.
“응….”
첫 만남의 여성을 희롱하고 있다는 사실에 괜히 목이 말라왔다.
물론 이 몸에 빙의한 지 시간이 꽤 지난데다, 정신은 육체를 따라 간다고 이미 스칼렛 체페슈의 몸에 익숙해진 지금에 와서 윤리 따위를 따지는 건 아니다.
지금 느끼는 것은 오히려 처음으로 도박이나 마약의 쾌락에 정신을 못 차리는 쪽에 가깝다.
배덕감.
등골이 찌르르 울릴 정도로 기분 좋은 배덕감이다. 나는 젖가슴을 감싸고 있던 천자락에 손가락을 댔다.
메이드복이 기본적으로 치맛단도 길고 젖가슴도 허리끈 덕에 강조만 됐다 뿐이지 전체적으로 노출이 없는 종류라, 잡아내리려 손에 힘을 주니 찌익 찢어진다.
“예쁘다.”
거칠게 찢어진 메이드복 너머로, 감춰져 있던 속옷이 드러났다. 머리색과 깔맞춤이라도 했나 싶은 귀여운 분홍색.
지금 이 순간마저도 내 체향을 들이쉬며 허리를 움찔대는 데이지에게 속삭여주곤,커다란 젖가슴을 감싸느라 혹사하고 있을 속옷을 쉬게 해주기 위해 손톱을 세웠다.
곧장 속옷을 툭 끊어내자, 무거운 젖가슴이 탈출이라도 하듯 출렁이며 해방감을 만끽했다.
자신을 감춰주던 속옷마저 잃고, 물방울마냥 부드럽게 출렁이며 뭉글뭉글 퍼진 커다란 젖가슴.
한 가운데에 봉오리 맺히듯 꼿꼿하게 서 있는 유두에 손가락을 대고.
“히윽, 읏….”
가볍게 굴려주니 데이지의 입에서 아까보다 더욱 야릇해진 숨소리가 새어나온다.
제 신음소리가 부끄러운지 아랫입술을 꾹 깨물거나, 제 손으로 입을 막거나, 하려다가도 또 내 눈치를 보는지 입을 열고 손을 떼곤 하는 게 썩 귀여워서, 손가락으로 유두를 약하게 문질렀다.
“아으응….”
“좋아?”
좋아? 하고 물었을 때의 반응은 대개 둘 중 하난데. 굳이 그런 걸 묻느냐, 하고 싫어하는 여자와 부끄러워 하면서도 또 그런 부끄러움 자체를 즐기는 여자다.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고 해달라니까 해주는 여자도 있을테지만.
어쨌든 데이지는 후자인지, 아까보다도 새빨개진 얼굴이 돼서는.
“으으으응….”
하고 잠깐 뜸을 들이더니,
“좋아요….”
두 팔로 눈가를 가리곤 그리 대답했다.
그러고는 또 퍼뜩 놀라서 팔을 내려 어색하게 원위치 시키는 게 웃겨서, 허리를 숙여 데이지의 이마에 쪽 입술을 포갰다.
“부끄러우면 가려도 돼.”
“그래도….”
우물쭈물. 내 눈치를 살살 살피길래, 유두를 느릿느릿 굴려주던 손가락을 펼쳐 젖가슴을 꽈악 감싸쥐곤 주물렀다.
“히윽…!”
“내 눈치 보는 게 오히려 재미 없어. 자연스럽게 해.”
그제야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는, 한 팔론 제 눈을 가리고, 한 팔로는 나를 끌어안듯 하곤 손으로 내 등을 꼭 움켜쥐었다.
입은 안 가리네.
그럼 잔뜩 괴롭혀야지.
데이지는 눈을 가리고 있어서 내가 뭘 할 줄 모르는 눈치다. 허리를 살짝 굽히고,
“쯉.”
“흐윽! 으, 아으응, 후아…! 주인, 님. 거기, 응… 응…!”
탱글탱글한 젖가슴을 핥곤 꼿꼿하게 서서 나를 유혹하던 유두를 앙 물었다. 아프지 않게, 입술로 감싸고는 느릿하니 움직여 살 굴려주자 데이지의 몸이 벌벌 떨어댔다.
할짝, 할짝.
내가 유두를 빨고, 그럴 때면 벌벌 떨어대는 음란한 몸뚱이 덕에 나머지 한 쪽 젖가슴이 만져주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흔들렸다.
그럼 만져줘야지.
손을 뻗어 꼭 쥐고는 마구 주물러댔다.
“하응…! 양 쪽. 다아… 하면, 안……!”
안 된다고 애원하는 것치곤 목소리가 더욱 달콤해지기 시작했는데.
첫 경험이 분명할 여자가, 가슴으로 이렇게 느낄 수 있다곤 생각도 못 했다.
그야 매료의 힘 덕분일테지만.
아까는 거칠게 굴었다가 아파할까 걱정 돼 손대중을 했으나, 보아하니 그럴 필욘 없어 보였다.
“응. 읏, 앗…. 좋아…. 좋아요….”
봐라.
아직 말할 여유는 있어 보이지만, 겨우 젖가슴 좀 주무르고 빨았다고 말도 못할 정도로 망가지길 바라는 건 그것대로 욕심이다.
충분히 쾌락에 젖은 채 잔뜩 애달파져 아랫배가 꾹꾹 쑤실 정도로 발정이 나게 만들면 잘 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반응을 보면 그 정도는 이미 충분히 도달한 것 같았다.
목소리만 들으면 따로 천박하게 애걸하지 않는다 뿐이지 발정난 암캐가 따로 없다.
“좀 더… 후앗… 응, 으응…. 죄송해요…. 음란, 하게엣… 저, 는…주인님의… 흐윽. …소유물, 인뎃… 먼저… 매달려서엇…! 아흐으윽!”
어지간히 애가 탔는지, 슬쩍 올려다봤더니 헤롱헤롱 풀린 눈으로 좀 더 희롱해달라 애원하기까지.
그래도 소유물이 돼서 먼저 부탁하는 게 불경하다고 생각하는 건 지금도 여전한지, 말해놓고 죄송해 하길래 유두를 굴리던 손가락으로 약하게 잡아 당겨줬다.
“하윽!”
소스라치게 놀란 듯 날카로운 신음과 함께 허리가 붕 뜨더니, 바들바들 몸을 떠는 데이지의 젖가슴에서 입을 떼냈다.
입을 벌린 채 어쩔 줄 몰라하는 게 가볍게 가버린 듯 싶었다. 겨우 젖가슴을 애무하는 것만으로 가버리는 칠칠맞은 메이드에게 속삭였다.
“허락할테니 말해봐. 어쩌고 싶은지.”
데이지는 반쯤 정신이 나간 듯 멍한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내 말만큼은 잘 들었는지, 내 옷자락을 움켜쥐었던 손에 힘이 꾹 들어갔다.
“좀, 더…. 좀 더. 괴롭, 혀… 예뻐해주, 세요…. 주인님…. 주인님을, 위해서… 지켜온, 데이지의 처녀 보지두….”
거기까지 말한 데이지는, 가볍게 느껴버렸던 절정의 여운이 다 깼는지 부끄러움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주인님의 손으로, …예뻐해주세요.”
그런.
낯부끄럽고 선정적인 고백을 뱉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녀도 알 것이다. 내가 기억이 없다는 걸. 그럼에도 날 위해 지금까지 정조를 지켜왔음을 고백했다.
그걸 들은 내가 느끼는 감정이 그녀가 내게 느끼는 감정과 같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텐데도.
나를 좋아했기에.
“흐…. 알아요. 주인님이…, 저를 떠올리지 못한다는 것도….”
아무 말 없는 내게서 불안함을 느꼈는지, 눈을 뜨지도 않고 입을 연 데이지가, 조금 안쓰러웠기에.
“그래도 주인님을…, 흡….”
입을 맞추기로 했다.
“응, 츄으, 후응…. 하읍…. 쮸읍….”
딱히 그녀가 좋아서가 아니야, 따위를 말해봤자 쿨찐이랑 다를 게 없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꼴렸고, 설렜고,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게 내가 모르는 스칼렛 체페슈라는 게 조금 짜증났다.
“후아…. 주, 주인님. 이건….”
“다리 벌리렴.”
얼떨떨해 하면서도 명백히 기뻐하는 데이지에게 대답해주는 대신, 나는 진도를 나가기로 했다.
내 목소리가, 내가 들어도 아까보다 훨씬 다정해진 게 느껴졌다.
아마도.
데이지를 보면서도 나는 누님을 떠올렸다. 이 몸에 빙의하고서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한 사람.
누님 역시 내가 아니라 과거의 스칼렛을 좋아한 건 아닐까. 나는 그녀가 사랑하는 동생의 몸을 뺏은 게 아닐까.
그런, 불쾌한 생각.
짜증이 났다.
그래서 다 빼앗기로 했다.
“여기, 여기요. 주인님….”
데이지가 수줍게 다리를 벌렸다. 손을 뻗어, 촉촉하게 젖어든 허벅지와 음부를 어루만졌다.
“흐으읏….”
데이지가 좋아하는 게 예전의 스칼렛이라면, 이제부턴 그걸 지금의 나로 덮어씌우기로 했다.
어차피 그녀의 첫 키스도 처녀도 전부 내가 받아갔으니까.
누님도.
레티시아도. 내 것으로 만들 것이다.
“옳지. 착하다.”
그들이 부르는 스칼렛이, 오로지 나를 향한 것이 되도록.
뻗은 손길이 천천히 데이지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착실히,야금야금. 단번에 잡아먹는 대신 느릿하게 길들이기로 했다.
촉촉하게 젖은 보짓살을 손가락으로 벌리자, 뻐끔 거리며 젖어든 내부가 들여다보였다.
핑크빛 속살이 수컷을 고대하듯 꿈틀거리고, 숨어있던 클리토리스가 고개를 내민다.
“흐앙…! 웃, 아우읏…! 히익….”
앙증맞고 귀여운 크기라 가볍게 손가락으로 슥 훑어주자 자지러진다.
툭 툭. 방울진 보짓물이 손가락을 타고 흘렀다. 귀엽게 생겨놓고 생각 이상으로 예민했다. 이것도 매료의 덕이겠지.
벌벌 떠는 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라앉기는커녕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거의 진동 수준으로, 아랫배며, 허벅지까지 쉼 없이 움찔움찔 거리는 게 퍽 거슬릴 정도로.
“흐윽, 후읏. 웃…! 하윽…. 히그으으윽…. 우흐읏…!”
울음소리도 점점, 간질거리는 미묘한 쾌락에 달뜬 숨을 뱉는 수준에서 벗어나 쾌락에 젖어든 암컷의 그것으로 변해갔다.
일단. 벌벌 떨어대니 섬세하게 만져댈 수가 없는 상태이므로 조금만 구속하기로 했다.
내 의지에 따라, 마력조차 쓸 필요도 없이 그림자가 슬그머니 일어서서 데이지의 사지를 느릿하게 결박했다.
단정한 메이드복 차림새 위로, 얇은 그림자가 긴 치맛단을 들추고 젖가슴은 강조되도록 묶어두니 되려 배덕감이 더해졌다.
“헤엑…. 헤엑….”
다만 그림자를 이용해 묶이는 그 잠깐의 시간이 데이지에겐 휴식처럼 받아들여졌는지, 쾌락에 젖어 몽롱해진 눈빛으로 혀를 빼문 채 암캐마냥 헥 헥 대고 있을 뿐이었다.
데이지를 완전히 취하겠다 마음 먹은 시점에서 굳이 매료의 강도를 낮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출력을 올린 덕인가.
음부를 몇 분 애무해준 것만으로도 데이지의 상태가 발정제 맞은 암컷처럼 음란하기 짝이 없는 꼴이 됐다.
오늘 처녀까지 뚫어줄 생각은 없었는데, 손장난 조금 해주는 걸로 해소가 될까 걱정 될 정도로.
“쥬, 인니…. 쥬인, 니임…. 데이지, 암컷… 후읏… 구머엉…. 쓰담쓰담… 해주세요오….”
일단 손가락으로 좀 쑤셔주기로 했다.
발기해서 터질 거 같은 게 얼마나 참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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